이생진의「잠자는 산」감상 / 이은화
잠자는 산
이생진 (1929~2025)
오늘은 산이 잠자는 아이 같다
푸른 이불에 빨간 베개
내가 헛기침을 하며 지나도 깨지 않는다
누구하고 놀았기에 저렇게 피곤할까
산이 자고 있으니 내가 더 외로워진다
“푸른 이불”을 덮고 잠든 산에서 아기의 나비잠을 떠올린다. 나비잠, 갓난아이가 두 팔을 벌리고 자는 잠. 봄 산의 아름다움에 오히려 외로워진다는 시인의 고운 마음처럼, 편한 자세를 일컫는 예쁜 잠이 있었구나.
그동안 잠에 대한 감사보다 부족한 수면으로 인한 아쉬움이 남는 시간. 밤마다 알람을 맞추며 여유롭지 못한 잠을 청할 때가 많았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누울 때면 섬처럼 쓸쓸한 잠. 우리는 살아오는 동안 몇 번이나 나비잠을 자 보았을까. 돌아보면 크고 작은 근심으로 편한 잠을 놓치던 날들. 사는 일이란 씨줄 날줄로 천을 짜는 것과 같아, 우리는 내일도 베틀 앞에 앉아 자본의 노동요를 부르겠지. 그러나 안으로는 힘이 되고 밖으로는 허물을 덮어 줄 가족들을 생각하면 따뜻해지는 잠.
지구 안의 모든 이들이 나비잠 잘 수 있기를 기도하는 시간. 배냇저고리를 입은 아이처럼 형용할 수 없는 순하고 맑은 잠, 심장 뛰듯 설레는 잠. 사랑하는 이들과 날개 포개는 잠을 만나기를 손 모은다. “산이 자고 있으니 내가 더 외로워진다”라는 시인처럼, 밤마다 우리 곁을 지키는 시간이 무척 심심하게.
이은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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