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와 할머니
홍경나
새까맣게 말라가던 모과가
폭삭 썩었다
806호 할머니가 준 모과였다
“재주재주 씨다듬어야 하니라, 안 그라마 어푼 썩니라!”
아침 일찍 119 구급대 아저씨들이
흰 보에 감싼 할머니를 모셔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꾸벅!
내가 인사를 드릴 때마다
“이삐다, 이삐다”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썩은 모과만큼이나 새까맣게 옹그려
누워있더라는 할머니는
혼자 살고 계셨다고 했다
계간 《문학청춘》 2026 여름호
홍경나|1961년 대구에서 태어나 2007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초승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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