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향기 층층이 내려앉는 유월
사래질 쳐놓은 무논에
뻐꾸기 울음소리
농부보다 먼저 또박또박 모를 낸다
갯가 물푸레나무 낮게 쳐진 가지 걸치고
둥지 튼 붉은머리오목눈이 바쁘게 들락거린다
그 둥지엔 난데없는 뻐꾸기 새끼 한 마리
털도 없는 빨간 날갯죽지로
주인이 없는 틈을 타
그의 알들을 밖으로 밀어뜨리고 있다
누가 가르쳐 주었는가 뻐꾸기의 본능적 살의殺意
벌레를 물고 온 오목눈이의 머리가
통째로 들어갈 만큼
찢어져라 벌린 그의 입 속으로
먹이를 넣어 주는 천진한 새보다
뼈뼈에 새겨지고 세포마다 박힌
뻐꾸기의 생존 법칙이 더 슬픈 것을
남의 둥지 빌리듯 나도 어쩌면
너의 밥그릇 조금 훔치고
너의 목숨도 잠시 빌려 입는 것인지도
꿈틀거리는 아카시아 뿌리 아래
어린 모 밑둥치 살지는 소리
남의 손에 키운 새끼 부르는
어미 뻐꾸기 울음소리에 무논의 모 빛깔 짙어지고
둥지가 부서져라 자라는
남의 새끼 먹여 살리느라
오목눈이 눈이 한 뼘이나 들어가는
살아가는 일로 푸른 비린내 질펀한
들판,
뻐꾸기 소리 무심하다
시집 <바람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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