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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시

유월 들판/전태련

작성자수레국화|작성시간26.06.05|조회수78 목록 댓글 2

 

 

숲 향기 층층이 내려앉는 유월

사래질 쳐놓은 무논에

뻐꾸기 울음소리

농부보다 먼저 또박또박 모를 낸다

 

갯가 물푸레나무 낮게 쳐진 가지 걸치고

둥지 튼 붉은머리오목눈이 바쁘게 들락거린다

그 둥지엔 난데없는 뻐꾸기 새끼 한 마리

털도 없는 빨간 날갯죽지로

주인이 없는 틈을 타

그의 알들을 밖으로 밀어뜨리고 있다

누가 가르쳐 주었는가 뻐꾸기의 본능적 살의殺意

벌레를 물고 온 오목눈이의 머리가

통째로 들어갈 만큼

찢어져라 벌린 그의 입 속으로

먹이를 넣어 주는 천진한 새보다

뼈뼈에 새겨지고 세포마다 박힌

뻐꾸기의 생존 법칙이 더 슬픈 것을

 

남의 둥지 빌리듯 나도 어쩌면

너의 밥그릇 조금 훔치고

너의 목숨도 잠시 빌려 입는 것인지도

꿈틀거리는 아카시아 뿌리 아래

어린 모 밑둥치 살지는 소리

남의 손에 키운 새끼 부르는

어미 뻐꾸기 울음소리에 무논의 모 빛깔 짙어지고

둥지가 부서져라 자라는

남의 새끼 먹여 살리느라

오목눈이 눈이 한 뼘이나 들어가는

살아가는 일로 푸른 비린내 질펀한

들판,

뻐꾸기 소리 무심하다

 

 

 시집 <바람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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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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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모이세 | 작성시간 26.06.06 어렸을때 정겨운 시골 농촌 모습이 선합니다. 모내기로 길어지는 해도 짧기만 하고 바쁜데 뒷동산 어디선가 들릴까말까 울어대는 뻐꾸기 소리는 나만 그런지 왠지 모르게 무척 서글펐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멘!
  • 답댓글 작성자수레국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7 감사합니다.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동심을 키울 수 있었다는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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