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9. 가끔은 손녀가 무섭다.
유치원 다니는 손녀가 작년 어린이집을 다닐 때다.
4살이라지만
정확한 생물학적인 나이는 3살 2개월이며
나이만큼 행동하고 생각한다.
100미터 밖에 되지 않는 등, 하원길
동네 참견하느라 꽤나 분주하다.
‘개미야 안녕, 조심해’
‘메롱나무(배롱나무) 너도 안녕?’
‘맥문동아, 비 먹고 쑥쑥 자라라’
여느 또래 아이들과 언행이 비슷하니 다행이다.
어린이집 하원 후에는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 있는 키즈짐에 간다.
어린이집 친구들 대부분이 오니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노는지 알 수 있다.
불과 10분 만에 다시 만났는데도 서로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까르르 웃고 뒤로 벌렁 눕는다.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성악설보다는 성선설이 맞다.
요즈음 손녀는 트램펄린에 빠져 있다.
한 시간 동안 뛴다.
한두 살 많은 언니와 같이 뛴다.
언니가 물었다.
너 몇 살이니?
‘4살’
‘나는 6살’
언니가 나이를 말하는 순간 손녀가 당황해 나이를 정정한다.
‘나는 백 살’
‘나는 백 다섯 살’
‘나는 백 아홉 살’
‘나는 백 스무살’
손녀가 백 아홉까지 밖에 모를 때라 핀치에 몰리더니 묘수를 꺼냈다.
‘나는 백 아홉 살 네 개’
이번에는 여섯 살짜리 언니가 당황한 얼굴이다.
손녀는 아직 유아식을 먹는다.
소금, 매운 양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GMO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콩은 가끔 사용하다.
오랜만에 완두콩밥을 했다.
‘오랜만에 완두콩밥을 해주셨네’
아무 생각 없이 먹기만 하는 것은 아니구나
손녀는 바삭한 식감의 반찬을 좋아한다.
생선이나 육류도 겉을 바삭하게 구워야 맛있게 먹는다.
오늘 반찬은
들깨미역국, 닭다리구이, 멸치볶음, 브로커리 무침이다.
닭다리는 녹말가루를 묻혀서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워 식감이 바삭하다.
멸치볶음도 물엿을 조금 넣어 볶아 바삭바삭하다.
브로커리는 살짝 데쳐 참기름으로 무쳐 고소하고 아작거린다.
손녀가 맛을 보고는
‘오늘은 좋아하는 반찬만 있네’
평소에는 맛없게 해 줘도 억지로 먹었다는 이야기인가?
완두콩밥도 먹고 싶었는데 미안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인가?
손녀는 아빠를 심하게 좋아해
‘아빠 사랑해’를 남발하지만
엄마는 훈육담당이며 악역을 자처하기에
조금만 삐지면 ‘엄마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할머니가 말했다.
‘너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엄마를 사랑하는 할머니가
엄마를 데려가야겠다.‘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안돼, 그래도 가족은 같이 살아야 되는 거야’
손녀는 그동안 엄마를 거두어주며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가끔은 손녀가 무섭다.
3살을 겨우 넘긴 아이 속에
천만 살짜리 노인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닌지
2026.06.09 임순형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