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2. 책 좋아하는 손녀
육아원칙은 강요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다.
한 가지 예외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다행스러운 것은 손녀가 책을 좋아한다.
아직 한글을 모르니
손녀는 과할 정도로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책 내용을 외울 때까지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밥 먹을 때도 책을 읽어달라 하고
어린이집에 갈 때도 책을 들고 가서 선생님들을 귀찮게 한단다.
손녀돌보미라고 하지만 손녀를 돌보는 것은 아내다.
나는 아내의 발이 되어주는 운송담당이며 돌보미 보조다.
난도가 있는 반찬은 아내 손을 거쳐야 하지만
주방을 담당하는 돌보미 보조도 가끔 쓸모가 있다.
손녀는 아내와 놀다 흥에 겨우면 돌보미 보조도 호출한다.
‘할아버지도 따라 하세요.’
‘할아버지 이거 보세요.’
단어만 이야기하던 아이가
22개월부터 문장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26개월부터 형용사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미장원에 다녀온 엄마에게 귀엽게 잘랐다고 했다.
28개월이 되니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기 시작했다.
‘기분이 안 좋아’
‘아니야 내가 할 거야’
32개월이 되니 자아가 형성되는듯하다.
머리를 묶어준다고 하자 ‘어차피 어린이집 가면 묶어주니까 지금은 싫어’
34개월이 되니 나름의 논리도 만든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제는 논리적으로도 할아버지를 이길 것 같다.
부모 대부분이
자기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한다고 한다.
손녀는 천재가 아니고
동화책을 많이 읽어준 덕에
사용하는 언어가 고급스러워졌고
또래에 비해 논리능력이 높은 것 같다.
요즘은 동화를 창작한다.
여러 동화를 짜깁기해서 만들었으니
창작이 아닌 표절이라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사냥꾼과 토끼, 중생대 공룡과 아기상어가 한꺼번에 출현하고
신데렐라 동화 줄거리도 인용된다.
전개가 어설프고 앞뒤가 맞지 않아도
등장하는 캐릭터와 줄거리만 보면
매우 판타스틱한 공상영화다.
손녀의 과한 책사랑 덕분이다.
2026.06.16 임순형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