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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3. 카페는 사장을 닮는다. 서현동 딥밀크

작성자shrhim|작성시간26.06.18|조회수6 목록 댓글 0

1193. 카페는 사장을 닮는다. 서현동 딥밀크

 

아파트 상가에 자리 잡고 있는 카페 ‘딥밀크’는 조그마하다. 전면에 있는 커피 내리는 주방을 끼고 들어가면 내부에 4인용 테이블이 네 개 있고 주방 앞쪽 테라스에는 테이블이 1개 있다. 그나마 내부 테이블 한 개에는 사장 노트북이 올려져 있다. 손님이 꽉 찬다면 20명을 수용할 수 있으나 혼자 찾는 카공족도 있으니 비좁지 않다.

카페는 동네에서 핫플로 소문나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사장 겸 바리스터이자 종업원인 동시에 동네 반장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아는 체하는 청년 사장은 벌써 11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개업하기 쉽고 폐업하기 쉬운 업종이 카페인데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카페 매력은 무엇일까?

 

카페는 차만 파는 곳은 아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지친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편안함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차도 맛있으며 편안함이 있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은 카페다. 물론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최근 가본 카페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은 일본의 시골 카페였다. 구조하치만(郡上八幡), 요시다리버 강변카페, 은어낚시꾼과 눈 맞춤할 정도로 강과 가깝고 흘러가는 맑은 물을 보면 잡생각이 없어지고 흐르는 땀이 쏙 들어갈 정도로 뷰가 일품이었다. 커피 맛은 형편없었으나 베란다 뷰가 용서해 줬다. 뷰맛은 어느 카페에도 뒤지지 않았다.

아파트 상가에 자리 잡고 있어 뷰맛이 없는 이 카페의 매력은 무엇일까? 테라스 테이블에 앉아봤자 지나는 사람 이외에 볼만한 풍경은 없다. 카페 내부는 신경 써 인테리어를 하지는 않았으나 왠지 모를 편안함이 있다. 젊은 친구들은 은근히 힙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노년층인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인테리어 영향보다는 카페사장과 친해서 일게다.

 

딥밀크 사장은 강아지를 좋아한다. 사용하는 일회용 컵에는 야구 모자를 쓴 사장이 푸들을 안고 있는 그림이 있다. 카페 단골손님인 일러스트가 본인 강아지를 안고 있는 사장을 그린 것이라 한다.

강아지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기가 막히게 안다. 집사와 같이 산책하다 카페 앞에 서서 집사에게 신호를 보낸다. ‘시원한 아아 한잔하고 가요!’ 강아지들은 거리낌 없이 카페에 들어와 바닥에 앉는다. 매우 자연스럽고 익숙한 폼이다.

강아지가 단골인지 집사가 단골인지는 불분명하다. 강아지를 싫어하는 손님이나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단골손님들은 이미 알고 있기에 커다란 애완견이 들어와도 놀라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문득 카페는 사장을 닮는다는 생각을 한다. 사장 취향에 따라 인테리어를 할 것이며 카페분위기도 주인이 만들어 나갈 것이므로 맞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딥밀크도 주인을 닮아 차분하고 여유가 넘친다. 또한, 취객들로 인해 다른 손님들이 불편할까 싶어 이윤 높은 주류는 취급하지 않는다.

이 카페의 경영철학은 조금 별나다. 사장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메뉴를 만들고 도무지 원가를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가격을 책정한다. 사장 속마음은 모르겠으나 가격인상에 소극적인 이유를 조금 알고 있다.

이 카페에서 파는 국산차에는 인공감미료와 합성보존료를 사용하지 않기에 인공적인 맛이 없다. 어떻게 아냐고? 대추와 생강을 다듬고 준비하는 분은 아내 친구이자 카페 사장 어머니다. 사장이 원가를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가격을 책정한다고 했는데, 어머니 주머니에서 나온 돈과 재료를 다듬고 준비하는 노력 등을 감안한다면 가격을 조금 더 올려도 될 법하다.

 

카페이야기를 하면서 커피이야기가 빠졌다. 커피 볶는 사람들은 본인이 로스팅한 커피 맛을 최고라고 생각하기에 밖에서 커피를 사 먹지 않는 편이다. 밖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여름이면 딸기 슬러시를 주문한다.

우유와 딸기만을 넣고 갈아낸 슬러시는 아이스크림같이 부드럽고 풍성한 맛이다. 양도 풍성해 한잔 마시면 속이 든든하다. 겨울이면 국산차를 주문한다. 대추차는 걸쭉한 것이 보약 수준이라 한 모금에 건강해지는 느낌이며, 눈물이 나올 만큼 매캐한 생강차 한잔 마시면 감기가 저 멀리 도망갈 듯하다.

이 카페 커피는 과테말라커피와 파푸아 뉴기니커피를 블렌딩 한 원두를 사용하며 근방에서는 알아주는 맛이다.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라테와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하며 핸드드립하려고 원두를 얻어왔다.

사장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아 준 커피는 점잖은 산미, 고소함이 느껴진다. 아메리카노가 이 정도 맛이면 커피가 맛있는 집이다. 핸드드립 한 커피는 전형적인 에스프레소용 커피로 moderately dark 수준으로 roasting 되었다. 강한 맛이지만 과테말라 커피 특유의 균형 잡힌 맛이다. 마침 미국에서 들어오신 매형은 내가 볶은 커피보다 입맛에 맞는다고 한다.

 

광고성? 아니다. 광고해서 손님이 늘어난다 해도 사장 혼자 감당할 수 있는 한도가 있다. 종업원을 두면? 이 카페 규모에서는 종업원을 둘 수 없다. 카페가 비좁아 종업원이 앉을자리조차 없다. 카페 사장이 11년 동안 한 우물만 팠다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이며 젊은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아 그냥 끄적거려 봤다.

 

 

2026.06.18 임순형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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