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5. 주방 할아버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하원하면 손녀를 데리고 키즈짐에 간다.
아이들 대부분은 엄마, 할머니 손잡고 키즈짐에 온다.
아빠와 할아버지는 많지 않아 청일점, 청이점 정도 된다.
아이들은 5분도 안되어 다시 만났는데도
반갑게 껴안고
무엇이 그리 좋은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데굴데굴 구르며 좋아한다.
매일 가는 키즈짐, 같은 친구들이지만 아이들은 항상 텐션이 높다.
손녀는 요즈음
트램펄린에서 뛰는 것을 좋아한다.
지치지도 않는지 1시간 정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논다.
5시 즈음, 주방담당인 나는 집에 가야 한다.
손녀는 친구들과 키즈짐에서 노는데 정신 팔려
6시를 넘겨야 집으로 온다.
같이 있던 할아버지가 매번 5시가 되면 슬그머니 없어지니
아이들 엄마, 할머니들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할아버지는 어디 가세요?’
아내는 당연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밥 하러 가요’
‘어머나’
부산에서 육아차 올라오신 할머니가 제일 놀라셨단다.
비슷한 세대,
특히 경상도에서는 남자들이 집안일하는 것이 흉이었으며
게다가 부엌일을 한다는 것은 집안에서 용납되지 않았던 연배이니 충분히 놀라운 일이다.
부산 할머니 입장에서는
손녀 등하원시킬 때도 같이 다니고
17시에는 저녁식사준비한다고 없어지는 내가 신기해 보였을 터이다.
어려서부터 주방과 친했고 음식 만드는 일에 익숙했다.
어머니께서는 하루 3끼만 차리시고
식사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에는 직접 차려먹도록 훈련시키셨다.
게다가 군대 대기병시절 식당일을 조금 배웠다.
중국집주방장 출신 선임에게 칼질하는 방법을 배웠기에.
평소에도 칼로 다듬고 써는 일은 내가 한다.
물론 주방 일이 익숙하다 해도
전업주부가 아니기에 어려움이 있으나 레시피 대부분은 유튜브에 있다.
아이용 배달 반찬은 잘 먹이지 않게 된다.
어른반찬과 아이반찬을 따로 해야 하며,
소금과 향신료를 사용하지 않고,
생선, 고기, 야채 등으로 균형식단을 맞춰야 한다.
물론 인스턴트 식재료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 음식조절을 하고 있기에
내 식단 하고도 잘 맞는다.
손녀는 식판에 빈자리가 있으면 채워달란다.
아마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식판도 5구짜리인듯하다.
밥과 국, 그리고 3가지 반찬이 있어야 한다.
빈자리가 채워져야 비로소 식사를 한다.
손녀는 가끔 음식 칭찬을 한다.
‘오늘은 좋아하는 반찬만 있네’
‘할아버지가 바삭하게 구운 고기가 제일 맛있어’
할아버지는 이 맛에 주방 칼을 잡는다.
2026.06.23 임순형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