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가구
양창진
붙박이인줄 알았죠
몸치장 이쁘장하게 하고
우아한 장식품도 진열해서
한평생 같이 할 줄 알았죠
서글픈 날엔
조용한 찻잔에 물을 부었고
화사한 날엔
화롯불처럼 은근하게 불꽃도 피웠고
분노의 날엔
상판이 부서지듯 칼날이 춤을 추었죠
당신이 나를 보내던 날에
어느덧 붙어있던 떼묻은 민낯을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었는데
스쳐가듯 치단장한 색시를 보며
괜시리 화끈거리는 아픔을 감출 수가 없었네요
그나마 한적한 시골 풍경을 볼 수 있게
온전하게 보내주어서 감사해야 하나요
아니면
긴 세월 사랑한 죄값이라고 탄식해야 하나요
더듬듯 떠오르는 새색시적 미모를
추억으로 담아서 부서지는 날까지
한적한 시골집 부엌에서 함께하며 살아야겠죠
남아 있는 온 힘을 다해 치장하고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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