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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시문학

함부로 성호를 긋다

작성자情人 박재근|작성시간26.06.12|조회수3 목록 댓글 0

함부로 성호를 긋다

 

강 경 호

 

 

미사때 성스럽게 긋던 성호를

이제 함부로 긋는다

봄날 노란 병아리떼 같은

울타리에 매달린 개나리꽃을 보며

바보처럼 실실 웃으며

가슴에 함부로 성호를 긋는다

 

까마득한 하늘비 내리는 것에 대해

한적한 밤길 가끔 만나는 자동차 불빛에 대해

아스팔트길에 치어 죽은 개죽음에 대해

화살기도로 성호를 긋는다

 

출근길 지나치는 꽃상여 영구차를 위해

무더운 여름 한낮

몸통째 뚝 뚝 떨어진 능소화를 위해

오늘도 함부로 성호를 긋는다

 

오래 앓다 죽은 젊은 영정 앞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죽는 내 영혼을 위해

쉽게 긋는 성호에 대해 성호를 긋는다

 

 

*맛보기 : 자기 뉘우침의 맛이다.함부로 긋는 성호는 어떤 때에도 긋지 않는 성호보다는 나을 것이다.이 시는 제대로 된 마음 갖추지 않고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성호 긋기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바리사이 기도가 이런 기도가 아닌가 하는데 그러나 시인은 분명히 건성으로 하는 성호 긋기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 깨닫는 거기에 주님이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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