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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날 이후로 / 이창기

작성자情人 박재근|작성시간26.06.12|조회수2 목록 댓글 0

참 그날 이후로 / 이창기

ㅡ 장석남에게

하루만 지내보면 알겠지만

네가 보고 가라며 붙잡던

창호지에 번진 아침은

잘 굽어보고

네 창가에 그대로 두었다

삐뚜름한 네 집 마당에

제멋대로 키우고 싶다던 수탉의 울음과

그 털북숭이 어린 개가 낳을 새끼는

미리 가져간다 대신

밤새 다 풀지 못한 생각들은

답례 삼아

방 안 가득 어질러놓았다

동틀 무렵의 푸른 밀밭이라는

고흐의 그림이 있는 돌돌 만 한미은행 달력과

기모노를 단정히 차려입은 춘원(春園)

깜박 잊고 택시에 두고 내렸으니

찾지 말아라

참 그날 이후로

미당(未堂) 만났다는 사람은 없으니

너무 궁금해하지 말고

속옷 차림으로 목욕물 받듯

목욕물 받다 고운 후배 안부 전화받듯

다정하게 들락거려라

- 이창기,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문학과지성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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