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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원고 보관 방

2026년 가을호 신인문학상 응모작 한시조 부문/ 이병만

작성자情人 박재근|작성시간26.06.07|조회수0 목록 댓글 0

壁孔雀窠 벽공작소

 

閑室壁孔騷雀聲 한실벽공소작성

穴口下散糞白荒 혈구하산분백황

不請野客忽然來 불청야객홀연래

掃臭册塵召草香 소취책진소초향

 

 

낡은 방 벽 구멍에서 참새 소리가 시끄럽더니

둥지 아래에 새똥이 하얗게 흩어져있네

청하지 않은 날 손님이 문득 찾아와

책 먼지 냄새를 쓸어내고 풀 향기를 불러오네

 

 

 

 

冠峯石佛 관봉석불

 

雷聲暴雨座不動 뇌성폭우좌부동

北風寒雪裏入定 북퐁한설리입정

百八拜願石耳開 백팔배원석이개

半瞑法眼古苔靑 반명법안고태청

 

뇌성 폭우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앉아

차가운 북풍 눈 속에서도 선정에 들어 계시네.

백팔 배 올리는 기원에 돌 귀를 여시고

반쯤 감은 부처님 눈에

오래된 이끼가 푸르네

 

 

古稀健父 고희건부

 

秋日晴天躍草蝗 추일청천약초황

父收粙稻快鎌爽 부수주도쾌겸상

槁腕健在越壯子 고완건재월장자

慙而滿心持安康 참이만심지안강

 

맑은 가을날 메뚜기가 뛰고

아버지는 시원스러운 낫질로

알찬 벼를 거두시네

여윈 팔이 건장한 아들보다 튼튼하시어

부끄러우면서도 흐뭇하여라

건강하게 계셔 주셔서

 

 

심사평

 

대학교의 한문학과 교수, 한국고전번역원 등의 연구자, 그리고 평생 한학을 공부한 문인들 사이에서 한시 창작 맥락이 계속 이어지고,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전국 한시 백일장'은 여전히 활발합니다. 주로 유림(儒林)이나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어르신들이 참여하시는데, 현장에서 시제(주제)와 압운(운자)이 주어지면 전통 방식 그대로 규칙(평측법, 압운법)을 맞춰 한시를 지어 제출하고 장원을 가립니다.

또한 한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를 짓고 비평하는 일종의 동호회인 '시사(詩社)'도 전국에 수십 군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빠른 현대 사회에서 한 자 한 자 고심하며 글자를 고르고('퇴고'), 엄격한 정형시의 틀 안에 자신의 감정을 압축해 담아내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정신 수양이나 디톡스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지만, 한시 특유의 웅숭깊은 맛과 규칙이 주는 매력 덕분에 세대를 불문하고 은근하고 단단하게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예인문학 신인문학상에 응모한 이병만 님의 작품 壁孔雀窠(벽공작소) 외 두 편 모두 수작입니다

벽공작소(壁孔雀窠)는허름하고 소외된 공간에 찾아온 작은 자연(참새)을 통해, 고여 있던 삶이 어떻게 생명력을 얻고 정화되는지를 담백한 어조로 그려낸 생태주의적 서정시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官峯石佛(관봉석불)은 익히 보는 풍경 묘사를 넘어, '자연의 시련을 견디는 초월자'와 '중생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는 구원자'로서의 석불의 두 가지 면모를 짧은 네 줄 안에 완벽하게 담아내었습니다.

官峯石佛(관봉석불) 수확(收穫)의 가을이라는 결실의 계절과 고희(古稀)라는 인생의 결실기를 중첩시켜 거친 노동을 원망하지 않고 평생을 묵묵히 일구어 오신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식의 시선에는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존경심이 촘촘히 박혀 있습니다. 가을 햇살처럼 따뜻하고 묵직한 감동을 주는 격조 높은 효심의 시 古稀健父고희건부. 3편 모두 수작입니다 이에 이병만 님을 신인문학상 당선에 가름합니다. 축하합니다.

 

심사위원 평론가 이유식

 

 

당선 소감

 

이병만

 

 

당선 소감에 앞서 한국 예인 문학은 문단에서 볼 수 없는 한시(漢詩) 공모의 기회를 주시고, 아울러 아직도 공부 중이어서 여러모로 부족한 저의 졸작을 당선작으로 배려해 주신 이유식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한글 시를 써 오다가 직장에서 퇴직한 이후에 漢詩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옛 선현들이 쓰신 漢詩를 붓글씨로 습작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여긴 것이 응모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詩를 쓰는 일은 단순히 문자로 기록하여 쌓아두기 위한 것이 아니라, 詩를 읽어주는 많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 신인상 공모에 선뜻 나선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단순히 잘 먹고 잘 입으며 호사를 누린다고 하여 만족한 삶이 될 수 있을까? 어느 시인의 말처럼, 시(詩)가 없는 무의미한 삶보다는 보람 있는 취미생활의 시를 통해, 즐기는 삶이 훨씬 더 행복한 삶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풀꽃, 이름도 모르는 산새들의 몸짓을 보며 생명들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詩의 품으로 불러올 때 우리는 한층 더 풍성하고 살만한 삶이 될 것입니다. 주변에 훌륭한 분들의 삶을 그냥 마음으로만 간직하거나 말로만 칭송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詩로 표현하여 남기는 일도 매우 보람 있는 일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문학지에서 한글 詩의 자리는 거의 차고 넘치지만, 漢詩의 자리는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漢詩가 설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 주신 한국 예인 문학에 한 번 더 감사드리며,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욱더 좋은 詩를 쓰도록 성심을 다해 정진하겠습니다. 한국 예인 문학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등단 지원자 : 이병만(1957. 2 25)

전화 : 010-8102-8286

주소 : 38417 경산시 하양읍 하양로 336

청구 1APT 102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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