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하루를 따라
신 선옥
오늘을 살아간다기보다
오늘이 나를 데리고 가는 것 같습니다.
아침은 어느새 시작되어 있고
해야 할 일들은 나보다 먼저 앞서가고
나는 그 뒤를 바삐 따라갑니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하며 지냈는데
정작 내 마음은 어디에 두고 왔는지 모른 채
시계가 가는 만큼
나도 함께 흘러갑니다.
문득 저녁이 되어
붉게 물든 하늘을 올려다보면
또 하루가 지나갔다는 사실만이
조용히 가슴에 내려앉습니다.
꿈꾸던 삶과는 조금 달라도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왔으니
그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봅니다.
그리고 오늘도
하루가 가니
나도 따라갑니다.
그렇게
또 한 장의 오늘이
내 삶이 됩니다.
2,안녕들하시길
신선옥
약국에 갔다
밤새 각자의 고단한 삶과 뒤엉켜 아우성치다
뜬눈으로 밤을 건너온 사람들 사이로
기침처럼 짧은 한숨들이 번져갔다
웃음은 이미 어딘가에 놓고 온 듯
입가 대신 눈 밑에만 남아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모두가 조금씩 더 투명해졌다
진열된 약들은 말이 없고
증상만 조용히 분류되어 있었다
누군가는 통증을, 누군가는 불안을
작은 종이봉투에 담아 갔다
창밖은 새벽을 밀어 올리는데
몸은 아직 밤의 끝자락을 붙잡고
사람들은 서로를 보지 않으며
각자의 하루를 겨우 시작했다
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우리는 잠깐,
아무 병명도 없이 서 있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