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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실종 사건

작성자덕유|작성시간26.06.17|조회수25 목록 댓글 0

                           할머니 실종 사건

                                                                         염동원

 

여름 방학이 되었지만 초등학교 일 학년 쌍둥이 형제들

은 여전히 바쁘다 틈틈이 간식은 챙겨 주지만 학원 몇 군

데를 다니느라 땀으로 범벅이다 어미 말로는 쉬게 하려고

해도 모든 엄마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니까 또래들 보

다 뒤쳐질까봐 보낸단다 꼬마들이 도무지 놀 시간이 없

다. 나는 일부러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손자들에게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먹이려고 학원 앞에 갔다 할머니 손

에 매달리는 손자들이 아기 코끼리나 아기 곰들처럼 그렇

게 예쁠 수가 없다.

학원 건물 지하엔 대형마트가 있다 냉방도 잘되어 있고

코너에 있는 아이스크림 집은 손자들의 단골집이다. 마트

에 들어서는 순간 마이크 소리에 세 살쯤 보이는 여자 아

이를 보호하고 있다고 계속 방송이 흘러나온다 아이가 많

이 놀랐을 것 같아 마음이 어두웠다. 손자들은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먹고 있다 나는 아이들 우유만 사오면 되

므로 잠시 앉아있으라고 당부하고 재빨리 우유를 사고 몇

가지 간식거리를 넣고 계산대에 오니, 오늘 따라 계산대

마다 줄이 길게 서 있는 것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

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아이스크림 집을 내려다보다가

넘어 질 뻔하였다. 큰 아이가 테이블에 엎드려 울고 있지

않은가. 의자 등받이가 높아 보이질 않은 거다. 나는 단숨

에 내려가 손자를 안았다. 눈물을 많이 흘려 얼굴 전체가

상기되어 있고 동생은 보이질 않는다. 할머니를 찾으러 갔

다가 큰 아이는 자기들 자리에서 기다릴 것 같아 돌아오고

둘째는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한다 답답한 노릇이지만

큰 아이의 눈물을 닦아 주며 우선 한숨을 돌렸다 두 방망

이 치던 가슴을 조금 진정시키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

차 방송 생각이 났다. 조금 전까지 계속 방정맞은 생각에

삶의 의욕까지 잃지 않았던가 방송실에 가서 다급한 상황

을 알리자 큰 아이 손을 놓칠세라 꼭 붙잡고 황급히 뛰어

갔다 귀에 들어오지 않은 방송이 매장에 울린다 방송실

에 들어서는 순간 또 한 번 놀랬다 둘째손자가 방송실에

서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매장을 메아리친 소

리가 '000 할머니를 찾습니다. 손자가 기다리고 있으니

방송을 듣는 즉시 입구에 있는 방송실로 와 주시기 바랍니

다'라고 여러 번 방송을 내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전혀 듣질 못했다 당황은 불안을 낳고 이성을 잃게 되어

실수의 연속을 초래했던 것이다. 나는 우선 둘째를 안고

코끝이 시큰해 옴을 느꼈다. '미안해, 미안해' 두 아이들

등을 두드리며 할머니 실종 사건이 되어버린 쑥스러움을

천만다행으로 여기면서 매장을 나왔다.

거리는 후덥지근하다. 두 팔이 손자들 손에 감싸여 따끈

하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더니 두 손자가 매달리

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는 것 같아 의지가 된다. 할머

니가 실종되어 두 꼬마의 가슴에 슬픔을 준 것이 못내 민

망하며, 몇 분 동안 지옥과 천당을 오간 느낌이 아직도 남

아있다 현명한 손자들이 대견하며 한 없이 사랑스러워 가

던 길을 멈추고 두 팔로 안아 본다. 아이들 체온이 외로운

가슴에 싹을 틔우며 평온을 가져다준다.

가족이란 누군가 나를 지켜준다는 믿음이며 그 사랑은

거듭 나를 재탄생 시킨다 나약하고 흐려진 정신에선 용기

와 이성이 사라지므로 현명한 판단으로 슬픈 현실을 만들

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2011/36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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