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작성자아재.서정훈|작성시간26.06.06|조회수25 목록 댓글 0

고향의 봄

작성자:아재.서정훈
작성시간:2026.04.04 조회수: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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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
서정훈

난 새끼 한마리 친구는 두마리 잡았다. 졸졸 흐르는 옛고향 계곡엔 여전히 가재도 살고 있었고 봄나들이 바쁜 뻐꾸기와 꾀꼬리는 참나무 사이를 번갈아 오가며 생기 넘치게 노래하고 있었다.
가파른 작은 언덕을 오르니 초록 바람이 귓볼을 툭 치고 지나간다.'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혼자 흥얼거린 곡조에 친구도 따라 부른다.

보라빛 엉겅퀴와 노란 얘기 똥풀이 서로 흔들며 정겹게 이야기 나누는 작은 텃밭에 누가 가꾸어 놓았는지 가지런한 옥수수가 싹을 틔우고 멀지 않은 언덕엔 파스텔 그림처럼 나무들이 싱그럽게 푸르렀다.저쪽 어디쯤 인가 새끼 다람쥐가 양지 바른 참나무 아래 굴속을 들락 거리는 모습에 숨죽여 지켜보다 와락 쫕아가면 혼줄나게 굴속으로 숨어 버리던 그 모습은 어린시절 흔치 않은 동화 같은 놀이 였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 아기 다람쥐에겐 얼마나 불안하고 공포스러웠을까?
지금 같으면 할아버지 마음으로 토실한 밤톨 몇개 주었을것을 그때는 나도 어려서 아마 생존 수명일로 따지면 나하고 비슷한 연배가 아니였을까? 근처 어디쯤 후손들이 살고 있다면 땅콩 한바가지 들고와 미안한 마음 전하고 싶다.
세월의 변화에 따라 지금은 큰 도로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옛동네를 바라보다 문득 뒷산 옹달샘이 생각 났다. 지금도 남아 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어렴풋이 헤메다 옹달샘을 찾았다.오래 관리를 안한 모습 이었지만 고향을 기억하게 하는 유일한 모습에 반갑고 고맙기 까지 했다.여름엔 차갑도록 시원하고 겨울엔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았으며 어떠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았던 유일하게 남은 고향의 흔적 이었다.난 샘물위에 떠있는 가랑잎과 작은 나무가지 들을 깨끗히 건져내고 손바가지로 연신 물을 떠서 마셨다.그것은 옹달샘 물이 아니고 고향을 통째로 마시는 향수 였다.맑은 물빛과 햇빛에 일렁이는 물그림자가 세상에 이 물맛보다 더 좋은 물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다.깊이를 가늠 하지 못할 투명한 샘물을 더 자세히 보려 얼굴을 샘 안쪽 깊이 넣으니 바닥에 나뭇잎과 이름모를 벌레가 가라앉아 있는것이 보였다.
그러나 역한 느낌 보다 오래된 고향 약수라는 생각에 수십년을 흘러 넘쳤을 샘물이 그까짓 벌레 쯤이야 라며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엎드려 입을 대고 두어 모금 더 마셨다. 난 일흔을 넘긴 노인이 아니고 십오세 고향 소년이 되어 있었다.
옹달샘을 뒤로 천천히 내려와 조그만 바위에 걸터 앉았다.
산 아래 좁고 구불 구불한 비탈진 골목길에는 무엇이든 이동 하는게 어려웠던 그 시절에 특히 리어카 연탄 장수 아저씨의 구슬땀은 어디 쯤인가 보석 처럼 빛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혹시 살아 계시기나 한지 궁금하기도 하다.그 시절은 누구나 사는것이 어려워 연탄불은 사치스런 온기였고 우리집도 가난 하긴 마찬가지여서 가랑잎과 떨어진 삭정이 솔방울 등이 주된 연료로 연탄은 명절이나 특별한날의 아끼는 땔감 이었다.

지금에 비하면 고생 스럽던 그 시절을 오래된 수첩 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왜인지 모르겠다.

5월의 하늘을 바라보며 주위를 둘러보니 옆집 건너 수동이네 감나무는 아직도 예전 그 모습으로 연초록 잎새를 반짝이고 있었다.아마 가을쯤 임자없는 감이 열릴테고 탱자나무 돌담 사이로 재빠르게 날던 굴뚝새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넓은 마당에 머리 높이 올린 고무줄을 뜀뛰기 선수 처럼 발끝을 걸어 노래 부르며 고무줄 놀이 하던 누이 동생들은 지금쯤 손녀 재롱에 흰 머리 쓰다듬고 있겠지!아스라이 잊혀져 간 고향 추억에 친구가 한마디 한다."세월 많이 흘렀지!"

난 뒷주머니 에서 꺼낸 하모니카로 대답 했다.
'뒷 동산 아지랑이 할미꽃 필때 꽃댕기 매고 놀던 옛친구 생각 난다'

아련하게 꿈속같은 고향 모습을 그리워 하는 친구는 말없이 회상에 잠기는가 보다.
나도 이내 고개를 돌려 붉어질 눈시울을 감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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