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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서평♡평론

즐거운 수필 산책

작성자덕유|작성시간26.06.07|조회수35 목록 댓글 0

                                              즐거운 수필 산책

                                                                                                                     김홍은

 

1. 시작하며

꽃이 만발한 산책로를 걷는 일은 마음이 즐겁고 편안하다. 화사한 꽃길을 걸으면 봄바람에 나풀나풀 흩날리는 꽃잎으로 꽃비를 맞는 기분이다. 이 순간은 누구에게나 잊혀간 젊음을 되찾게 한다.

꽃이 그러하듯이 멋진 수필을 읽게 되면 마냥 마음이 기쁘다. 여유롭고 너그러워지며 공연히 행복한 느낌이다.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부럽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지만 오랜 친분이 있는 관계처럼 서로 정을 두고 지내는 막역한 친구 같은 생각이 든다.

이번 문학미디어 봄호의 신작수필 아홉 편을 읽으며 꽃바람을 맞으며 향기로운 봄 언덕을 산책하는 듯,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2. 작품이 주는 의미

홍성열 <고양(). 미스 고> 도둑고양이로 치부될 수 있는 미물에게 미스 고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 동물로 보지 않고, 교감하는 인격적 존재로 대접하는 따뜻한 심리를 보여준다.

 

현관문 앞에 잔뜩 웅크리고 앉아서 바들바들 떨고 있더라는 것이다. 아무리 새끼라지만 이렇게 작을 수가! 꼭 어린애 조막(주먹)만 하다.

흰색, 검은색, 누런색, 회색, 갈색. 배합이 아주 절묘하다. 깜찍하고 예쁘다. 예사 도둑고양이와는 다른 것 같다. 귀티가 난다. 고놈 참. 아내는 숟갈로 우유를 먹여보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제대로 되지 않나 보다. ‘안 되겠네. 아이 어쩌지. 뭐라도 좀 먹여야 하는데’ <고양(). 미스 고>

 

적막하던 노부부의 집안은 새끼 고양이의 재롱으로 다시금 생기를 되찾는다. 이는 휴머니즘이 단순히 남을 돕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생명 공동체적 회복임을 시사한다.

홍성열 작가의 <고양(). 미스 고>는 가련한 생명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열린 마음이라는 인성의 본질을 느끼게 하고 있다.

작고 여린 생명의 영물스러움을 예찬하는 순수한 감성이 만나 독자에게 잊고 있던 인간미의 심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박재명 <노을 드는 언덕> 고속도로 산비탈 언덕에 예쁜 정자 하나가 눈에 띈다. 정자에서 마주한 노을을 통해, 앞만 보고 달려온 전후 세대의 삶을 위로한다. 사라져 버린 시간 앞에 잉여를 느끼면서도, 마지막 순간을 붉게 태우는 노을처럼 인생 후반부도 곱게 물들기를 소망하는 글이다.

 

어떤 삶을 살아야 인생이 저무는 후반부도 저렇게 붉게 태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젊어서부터 잘 살아야겠지.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행동으로 살고, 나만의 이익보다 베푸는 삶을 살아갈 때 인생 후반부도 아름다운 노을처럼 곱게 물들 수 있겠지.

직장의 정년이라는 고갯마루에 올라 보니 이제 겨우 지난날을 뒤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은 대체로 기억에 남지 않고, 혈혈단신 객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집 한 채 없이 앞만 바라고도 달려온 그 시절만 기억에 남는다. 그 경쟁 속에 살아남으려고 오로지 직장생활에만 전념했다. 전후 세대에 있어 청년기는 국가도 가정도 복지라는 개념을 모르는 채 오로지 헌신만 요구하는 삶에 적응하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 정년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사라져 버린 꿈같은 시간은 지나가고 지금은 잉여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뒤돌아보니 홀가분하기도 하였지만 허전함이 더 크다. 홀로 사는 노부모가 잠시 찾아온 자식들을 하룻밤 재우고 보낸 빈자리를 보는 것 같은 허전함이었다. <노을 드는 언덕>

 

정년이라는 인생의 고갯마루에서 느낀 소회를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성찰하고 있다. 국가와 가정이 요구하는 복지도 모른 채, 헌신으로 혈혈단신 객지에서 집 한 채 없이 달려온 젊은 시절의 고단했던 삶이 짙게 묻어있다.

잉여 인간이라는 뼈아픈 자기 고백과 자식을 떠나보낸 노부모의 마음으로 비유한 허전함은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인생 후반부를 붉게 태우는 노을에 빗대어, 이제는 나를 넘어 타인에게 베푸는 올바른 삶으로 남은 생을 물들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열정의 과거를 향한 위로이자, 아름다운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정표를 바라봄이다. 정년은 끝이 아니라, 비로소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된 노을 드는 언덕에서의 새로운 시작임을 들려주고 있다.

 

김현우 < 고향이 어디세요?> 는 고향이라는 소재를 통해 역설적으로 존재의 정체성을 묻는다. 기억에도 없는 탄생지와 쪼개진 유년의 상실감을 합천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의 인연으로 채워가는 과정은, 고향이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는 마음의 자리임을 일깨워주는 노년을 사유하는 정점이다.

 

정년퇴직하고도 꽤 오랫동안 일하다가 지금 있게 된 경남 합천 고려병원으로 오게 된 지도 2년이 되어 간다. 2년쯤을 염두에 두고 내려왔는데 아마 조금 더 있게, 될 것 같다. (생략)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산자락이 눈에 들어오고 직장 분위기에도 조금씩 적응이 되어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건 해가 넘어가면서였던 거 같다. 그즈음 마음 한쪽에 고향 같다라는 느낌이 슬쩍 들었다. 집 주위에 아담한 공원이 있고 강도 흐르며 사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산들이 주변에 널려 있으며 더구나 직장 부근에는 정양늪이 있어 주변을 걷다 보면 힐링이 저절로 되곤 한다. 그러나 자연의 풍광만으로 고향 같다고 느끼게 할 수는 없다. (생략)

살아가다 보면 잦은 질문이 있기 마련인데 그중 하나가 고향이 어디세요?”이다.

간단한 질문 같아도 나로서는 대답이 간단치 않다. 고향은 과연 무엇일까. 심영희 작가도 보통 고향이라고 하면 태어나고 자란 곳을 가리킨다라고 썼지만, 고향에 대한 보통의 의미를 나로서는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

나는 일제에서 해방되기 직전 함북 고원이라는 지방에서 태어났고 정치적인 분위기가 이상 기류를 타면서 가족 따라 남쪽으로 도망 나오듯 했단다.

< 고향이 어디세요?>

고향이 어리라고 설명하기도 어려운 삶을 살아오면서 정년퇴직 이후 황혼의 인생길을 걸으며, 합천에서 살다보니 마음 한쪽에 고향 같다라는 느낌이 슬쩍 들만. 자연의 풍광만으로 고향 같다고 느끼게 할 수는 없단다.

태어난 곳은 함북 고원이라는 지방이나, 6.25 사변의 피난살이로 떠돌아 한 많은 인생 삶을 살아왔다. 이런 처지임에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에 답을 못하고 꾸물댈 수밖에 없는 사연에서, 사전적 고행의 의미를 들려주었다. 고향도 잃은 채 애석하고 가련한 한평생을 살아온 노년의 쓸쓸함이 눈물 젖은 황혼의 인생살이로 실향민의 뼈저린 심정을 들려주었다.

 

조희자<여행의 길목에서> 여행지에서의 느낀 깊은 감성을 담아냈다.

덴마크는 국민의 87%가 종교인으로 루터교가 국교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결혼도 교회에서 하고 결혼식을 올린 사람들은 국가에서 혼인신고까지 해준단다. 종교인은 종교세를 내고 목회자 사례비도 공무원과 같이 국가에서 주고 있단다. 어떤 젊은이들은 결혼을 교회에서 해야 해서 결혼식만 하고는 종교세를 안 내려고 종교를 탈퇴했다가 죽을 때는 장례식을 교회에서 하기 위하여 다시 교회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종교를 국교로 정하는 것도 특별하다 생각했지만, 종교를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디든지 있다는 것에 쓴 웃음이 나왔다. (생략)

오래된 것들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나라. 개개인의 삶의 가치를 부와 명예에 두지 않는다는 나라 이번 여행은 조금은 나를 성숙하게 하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남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힘들 때마다 아름다웠던 기억 들을 꺼내 보아도 좋으리라 하였다. <여행의 길목에>

여행은 다른 문화권의 역사와 철학을 직접 체험함으로 타인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느끼며 시야를 넓히는 과정으로 삶의 내면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함에서다.

덴마크의 오래된 역사와 문화로부터 평범함의 가치에서 위대함을 발견한 여행의 깊은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홍수연/ <미완성의 여유>미완성된 정원의 여백에서 삶의 쉼표를 찾아낸 작가는 낯선 곳에서 자신을 만나는 성찰의 과정을 잘 보여준다.

꽉 찬 삶의 일상에 빈 공간의 여유가 오늘을 좋은 날로 이어지게 했다. 눈으로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이 필요한 정원생각을 해야 하는 정원많은 것을 머리와 마음에 담가내는 매력 있는 정원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한다.

앞으로가 더 궁금한 정원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인들이 찾아올 수 있는 정원으로 거듭나는 메덩골 정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미완성의 여유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하루였다.

흘러가 버린 추억을 백 투더 형식으로 고스란히 옮겨 놓은 곳메덩골 정원~

다음엔 어떤 추억이 한 자리 잡고 기다릴지완성된 사계의 메덩골 정원을 상상해 본다천년의 아우라를 총집결시킨 곳이곳에서 사랑하는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싶다. <미완성의 여유>

일상 속 비워둔 여백이 주는 삶의 통찰을 메덩골 정원을 통해 아름답게 그려냈다. 작가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사유하고 머금는 정원의 가치를 느끼며,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설렘이 공존하는 공간을 들려준다. 미완성이기에 더 큰 가능성을 품은 그곳에서, 독자는 천년의 영감과 함께 진정한 쉼표를 찍는 삶을 정화하는 귀한 경험을 표출하였다.

 

이점승은<변덕스런 하루> 마늘이라는 토속적 향수를 담은 농장에서다. 마늘종을 뽑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이기심을 반성함이다, 체험으로부터 얻어낸 방법으로 마늘종을 뽑으며 많은 생각에 잠긴다. 자연과의 생리적 의식도 들려주었다. 해에겐 괴로움 당하는 자도 괴롭힘을 주는 자도 모두 소중한가 보다며, 자연에 대한 성경 말씀으로 위로를 삼는다.

 

최잠숙<성경책과 마늘>은 어머니의 사랑을 회상하였다. 마늘과 성경책 사이를 오가던 모녀의 지극한 사랑을 복원하며 독자의 가슴을 적신다. 어머니 떠나신 지 십수 년이 지난 오늘 마늘과 성경책 사이를 오가던 사랑을 생각하며 풍수지탄(風樹之嘆)을 떠올리게 하는 어머니의 그리움을 담았다.

 

김윤지<나를 초대한 사람, 다리를 놓아준 사람> 타인이 놓아준 사소한 다리를 건너며 세상 밖으로 나온 마음의 수줍은 용기를 담아냈다.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문턱이 있다. 발을 한 걸음 더 내디디면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임을 알면서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문. 그 앞에서 자주 멈췄다. 혼자서는 용기가 나지 않아 세상과의 거리를 한 걸음쯤 남겨둔 채, 그저 안쪽을 바라보기만 하며 살았다 <나를 초대한 사람, 다리를 놓아준 사람>

이제 나는 안다. 문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을. 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다리가 되어 주고 싶다는 글이다.

 

김미숙 <장첸화그녀와의 시간>, 인간관계의 명암을 다룬 수필로 따뜻한 인간애적인 정이 흐른다.

낯선 타국에서의 배신조차 인생의 값진 인연으로 껴안은 너그러운 용서로 묵언하였다. 인간관계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성숙해가는지를 들려준 심리적 인간미를 담아낸 살아가는 처세술이다. 삶을 지혜를 은연중에 가르쳐 주는 예사롭지 않은 글이다.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장첸화라는 상대를 단순한 외부인이나 비록 경제적 기만이라는 상처가 남았을지라도, 그 시절 서로가 나누었던 온기와 의지를 인생의 값진 풍경으로 승화시켰다.

 

3. 끝을 맺으며

 

이번 아홉 편의 수필은 각기 다른 위치에서 인생의 참된 의미를 끌어냈다. 그중에서도 <노을 드는 언덕><고향이 어디세요?>는 서정성과 철학적 사색의 깊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정속에 휴머니즘을 느끼게 하는 수필로<고양(). 미스 고> <장첸화그녀와의 시간>작품이 돋보였다. <여행의 길목에서> <미완성의 여유>는 여행 속으로 이끌어 닫혀 있던 마음을 깨닫게 하는 삶으로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마늘 한 톨의 섭리부터 향수에 젖어 들게 하는 <변덕스런 하루> <성경책과 마늘>은 자연과의 대화와 가슴에 담고 있는 어머니의 그리움을 쏟아냈다. 닫혀 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나를 초대한 사람, 다리를 놓아준 사람>은 이제는 문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을 위해 다리가 되겠다 한다.

작품들이 보여준 서정적 필치와 사색의 힘은 우리의 삶을 들려주는 귀한 작품들이다.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이 아홉 갈래의 사유가 한데 모여,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잊고 있던 마음의 고향을 아름다운 인생의 노을로 노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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