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나선 초저녁 산책길에서 덤으로 얻은 달빛 유혹에 빠져 밤은 점점 깊어 가는데
나 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주 만물에 대한 사색에 잠겨 들고 있다.
개울가 산책로 옆으로 시민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그네에 앉아 흔들흔들 몸을 맞기고
애무하는 듯한 달빛에 포스근히 젖은 채, 달빛에 어스름히 비치는 주변의 모든 사물까지도 달콤한 오월의 대기에,
밤의 요정이 뿜어내는 향취에 취하여 옛날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간 듯, 첫 데이트를 할 때처럼 어지럼이 일도록
가슴은 왜 이리 설레는 것일까.
밤하늘은 인간의 심성을 여리게 하는 알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나 보다. 친밀 하지만 무한한 사색에 잠기게도 하는 달밤.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노래를 부르며 팔 다리를 흔드는 각양각색의 운동으로 모두가 건강하기 위해서
산책길에 나선 이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간 보강천 둔치는, 무성히 자란 풀포기와 이름 모를 들꽃이 밤이슬에 함초롬히 젖어
달빛과 은밀한 밀어를 나누고, 나도 그들과 동화된 듯, 돌아갈 줄 모르고 마냥 시정에 잠겼다.
김길자 /달빛 유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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