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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읽는 시간

풍속화4: 노동자의 여가 생활-레제의〈시골의 야유회〉

작성자울림|작성시간14.01.25|조회수639 목록 댓글 0

 

노동자의 여가 생활

…레제의 〈시골의 야유회〉

 

 

 

풍속화는 사람들의 실제 생활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화가마다 자신의 개성과 독

특한 표현 기법을 발휘하여 다양하게 그려 내고 있으니까요. 레제의

〈시골의 야유회〉도 그런 작품입니다.

그림을 보면 남녀 두 쌍의 도시 노동자가 한적한 시골 강가에서 나

들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림 오른쪽에 세 사람이 앉아 있고, 왼쪽

에는 한 남자가 자신들이 타고 온 빨간 자동차를 손보고 있는 중입니

다. 그들이 데려온 강아지도 보입니다.

그런데 그림 속 인물들의 표현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사람이 아니

라 마치 사람처럼 생긴 막대풍선을 불어 놓은 것처럼 오동통합니다.

레제의 친구였던 시인 아폴리네르는 사람을 고무 튜브처럼 그린다고

해서, 그에게 ‘튜브쟁이’란 별명을 붙여 주었다고 합니다. 사람뿐 아

니라 주위의 자연 배경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산과 구름, 나무, 바위,

강물 등이 실제 자연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올록

볼록합니다. 이전의 다른 화가들에게서 볼 수 없는 레제만의 독특한

표현 기법이지요. 이런 기법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요?

레제는 기계문명의 발전을 예술적으로 잘 소화한 화가예요. 산업

혁명으로 촉발된 기계문명은 20세기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했어요.

그와 함께 자동차, 비행기, 대포, 기계, 공장, 도시 빌딩 등 새로운 이

미지들이 생겨났지요. 레제는 이런 다양한 산업사회의 이미지들을

자기 그림 속에 끌어들였어요. 그 결과 매우 인공적이고 기계적 요소

가 가미된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는 표현 기법이 탄생한 것이죠.

기계문명은 인류에게 삶의 편리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어요.

그렇다면 기계문명이 가져온 삶의 풍요는 누구의 손끝에서 나왔을까

요? 바로 노동자입니다. 따지고 보면 부엌의 주전자나 수저 같은 작

은 생활용품부터 각종 기계와 자동차, 비행기, 도시 건물까지 모두가

노동자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주의 사상가들

은 세상의 주인이 노동자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지요.

레제 역시 사회주의 사상을 지녔던 화가예요. 그는 제2차 세계대

전 중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945년 프랑스 공산당에 가입했어요. 이

때문에 미국에서 추방당했지요. 고국 프랑스로 돌아온 뒤로 노동자

와 여가 생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림을 제작했는데,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이 〈건설자들〉과 〈시골의 야유회〉랍니다.

〈건설자들〉은 그의 사상이 잘 깃들어 있는 작품이지요. 가로세로

놓인 튼튼한 철골 구조물 위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어

요. 철골에 걸터앉은 사람, 사다리를 타고 있는 사람, 힘을 합쳐 무거

운 철골을 나르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이들의 건강한 노동에 힘입어

철근 구조물이 세워지고 고층 빌딩이 완성될 겁니다. 레제는 이 작품

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 위에서 복구에 힘쓰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한 노동을 찬미하고 있지요. 하지만 여기서 노동자들의 활기찬

노동은 단지 건물을 세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 이상의 뜻

을 내포하고 있지요. 즉 노동자들이 도시 문명의 상징인 고층 건물을

세우는 것처럼 인간 사회를 건설해 나가는 사람들이며, 더 나아가 세

상의 주인이라는 걸 암시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노동은 그 자체로도 높은 가치를 지니긴 하지만 인간에게

삶의 최고 목적은 무엇보다 행복입니다. 노동자라고 예외는 아니지

요. 노동이 삶의 행복을 가져다주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

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임금과 적당한 휴식이에요. 아무

리 열심히 일을 해도 노동의 대가인 임금이 넉넉하지 않다면 궁핍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임금을 많이 받는다 하더라도 밤낮없이 기계처

럼 일만 해야 한다면 행복한 삶이 될 수 없으니까요. 따라서 넉넉한

임금을 받으면서 적당한 휴식을 즐기는 것이 행복한 노동자의 기본

조건이지요. 〈시골의 야유회〉는 바로 그런 노동자의 이상적인 생활

모습을 그리고 있답니다.

그림 속에는 남녀 두 쌍의 노동자가 시골의 강가에서 편안한 휴식

을 즐기고 있어요. 애완동물인 강아지까지 데리고 빨간 자동차를 타

고 온 것이죠. 〈건설자들〉이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찬양했다면 이

작품은 건강한 노동을 마치고 여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

니다. 편안하고 한가로운 휴식 장면을 통해 ‘노동자의 삶이란 이래야

바람직하다’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죠.



페르낭 레제(1881~1955년) | 레제는 노르망디에서 태어난 프랑스 화가입니다. 1900

년 처음 파리로 나와 건축 사무소에서 설계사로 일했으나 그 뒤 본격적인 미술 공

부를 시작했어요. 한때 가난한 예술가들의 집단 거주지였던 몽파르나스에서 살면

서 여러 화가들과 시인 등을 사귀었지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군대에 징집

되었다가 전선에서 가스로 인한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어 제대했답니다. 처

음에는 피카소의 큐비즘에 영향을 받아 대표적인 입체파 화가가 되었으나 점차 자

신만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열어 갔어요. 단순한 형태감, 밝고 선명한 색채, 간

단한 명암, 자연을 기계 부품처럼 바꾸는 것이 레제 그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

요.




 * 별첨 사항: 이 글은 <새콤달콤한 세계명화 갤러리>(길벗어린이)에서 일부 발췌 수록한 것입니다.

  글과 도판은 길벗어린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싣는 것이며, 본 내용은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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