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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이라 부르는 이들이 '전두환 씨'라 칭하는 건 상식 밖

작성자睦園.박이환(고10회)|작성시간21.11.26|조회수68 목록 댓글 0

'김정은 위원장'이라 부르는 이들이 '전두환 씨'라 칭하는 건 상식 밖

'선인도 악인도 죽음 앞에서는 말을 삼가야 한다'

전여옥(前 국회의원) 페이스북

저의 20대, 전두환 대통령을 저주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고로 찾은 민주화의 기회를 짓밟았으니까요.

그 시기 제 가슴은 참담했습니다.

 

KBS 기자 시절, 그래도 지금의 kbs와는 달리 동료 기자들끼리는 속에 있는 말을 숨기지는 않았지요.

취재를 갈 때는 늘 4인조였어요.

취재기자인 저, 촬영기자, 오디오맨 그리고 운전기사, 4인조~

하루는 첨 보는 운전기사가 함께 했습니다.

취재현장으로 가는 40분여, 우리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비난하고 욕하고 저주도 했습니다.

그게 '권위주의 정권' 아래 기자들의 스트레스 풀기였죠.

그런데 운전기사분이 '흠, 흠'하더니 '듣기 불편합니다.' 하고 정색을 했습니다.

"????"

속으로 아이쿠야, 했죠. 하지만 엎질러진 물ㅜㅜ

 

"기자님들이 그리 볼 수도 있지만 제가 군대에서 그분을 모셨습니다.

군 급식 고추가루니 닭이니 빼돌리는 것, 그분이 오셔서 싹 없어졌어요.

집에서 먹는 것보다 푸짐한 식사가 나왔고요.

아랫사람이 잘못하면 본인이 다 책임지고 감싸주셨고,

리더십이 끝내줘서 다 그 밑에 있는 군인들이 일하기 편해했고요--"

 

아- 사람이 저렇게 느낄 수도 있구나 했죠.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우리들의 험악한 욕과 비난'을 혹시 어디다 꼰지를까 좀 걱정도 됐어요.

그런데 눈치 빠르게 알아채고 한마디 하더군요.

"그분은 고자질하고 그러는 것 질색입니다. 저도 군대 나온 뒤 절대 그런 짓 안합니다."

지금도 생생한 기억입니다.

 

권력이란 참으로 엄중하고 허망하고 그리고 비참한 것입니다.

쿠데타-체육관 선거 대통령 취임-백담사 유배, 그리고 법정에서 사형언도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삶은 파란만장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 죽음은 제게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학살자 전두환 사망' '전두환씨 사망'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까지--

언론은 그들의 '진영논리'로 전두환 대통령의 죽음을 표현합니다.

전 백낙청 교수의 말 그대로 '선인도 악인도 죽음 앞에서는 말을 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권력을 놓친, 마감한 전직 대통령들을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보통사람들보다 더 나약하고 불안하고 황망해 보였습니다.

정말 권력이 무엇인지를 찾아오는 사람만 보면 같이 잡담이라도 나누고 싶어하는 동네 할아버지같은 전직 대통령을 통해 뼛속 깊이 알게 됐습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전두환 대통령의 명복을 빌기로 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이니 '김정은 위원장'에 '이설주 여사'라고 부르는 이들이 '전두환 씨' '이순자'라고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고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고통의 현대사 속에 저도 젊은 날을 보내며 '한 개의 점'으로서 있었습니다.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여러 역사학자의 평가 속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죽음의 강을 넘은 한 인간, 전두환 전 대통령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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