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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RE100, 서울 청약 커트라인까지 알아야 하나?

작성자睦園.박이환(고10회)|작성시간22.02.06|조회수94 목록 댓글 0

대통령이 RE100, 서울 청약 커트라인까지 알아야 하나?

버스나 지하철 요금이 얼마인지 아는 것보다 국가경영에 필요한 요체(要諦)를 아는가가 중요하다.

배진영(月刊朝鮮 뉴스룸)

한(漢)나라 문제(文帝)가 선임(先任)재상인 우승상 주발(周勃)에게 물었다.
“전국에서 1년 동안 옥사(獄事) 판결은 몇 건이나 되는가.”
“모르겠습니다.”

문제가 다시 물었다.
“전국에서 1년 동안 거두어들이고 지출하는 전곡(錢穀)은 얼마나 되는가?”
“모르겠습니다.”
잇따른 황제의 질문에 답변을 내놓지 못한 주발은 진땀을 뻘뻘 흘렸다.

문제가 이번에는 같은 질문을 좌승상 진평(陳平)에게 던졌다. 진평은 이렇게 답했다.
“그런 것은 담당 관리에게 물어보시면 될 일입니다. 옥사에 관한 일을 알고 싶으시면 정위(廷尉‧법무 담당 관리)를 불러 물으시고, 전곡의 수입과 지출을 알고 싶으시면 치속내사(治粟內史‧재정 담당 관리)에게 물으십시오.”

진평의 대답에 문제가 물었다.
“모든 일을 담당 관리가 맡아서 한다면, 재상(宰相)인 경(卿)은 무슨 일을 하는 거요?”
진평은 답했다.
“재상은 위로는 천자(天子)를 보좌하고 음양(陰陽)을 다스려 사시(四時)를 순조롭게 하며, 아래로는 천지 만물의 생육(生育)을 제 때에 자라게 하고 밖으로는 사방의 오랑캐와 제후(諸侯)들을 진무(鎭撫)하며, 안으로는 백성들을 어루만져 주고 관리들을 감독하여 각기 자기의 맡은 바 임무를 다하게 하는 것입니다.”

추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얘기지만, 한 마디로 재상은 세세한 실무에 구애받지 않고 국가의 기본질서 유지, 상하(上下)간의 소통, 경제, 외교와 안보, 공직 기강 등에 대한 대체(大體)를 잘 파악하고 잡아주면 된다는 얘기다.

이 말을 들은 문제는 “과연!”이라며 진평을 칭찬했다. 주발은 자신의 재주가 진평만 못하다는 것을 알고 얼마 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통령(후보)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가 경영에 필요한 요체(要諦)를 알면 되는 것이지, RE100·택소노미·블루수소, 주택청약 점수 만점이나 작년도 서울청약 커트라인 같은 것까지 일일이 알 필요는 없다. 대선 TV토론회 때마다 “버스 요금이나 지하철 요금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묻는 질문이 곧잘 나오고, 그걸 대답 못하면 큰 결격사유라도 되는 양 난리를 치는데, 사실 그게 그렇게 큰 흉이 되는 일인지도 의문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고, 이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비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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