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일요일 맑음
미얀마 여행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양곤에 도착했다. 새벽 5시다. 도착한 버스 터미널은 아직 날이 새지 않아 어두운데 사람들이 많다. 김씨의 주도로, 택시 10.000짯 달라는 것을 5000잣에 흥정해서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고물 택시인데도 잘 달린다. 성한 곳이 한군데도 없는 택시다. 엉덩이가 아파서 참기 어려울 정도다.
김씨가 싸게 묵을 수 있다고 큰 소리 친, 우리교포가 운영하는 R 호텔에 도착했다. 양곤의 깐또지 호수와 가까운 호텔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미얀마에 오면 묵고 가는 호텔이다. 새롭게 수리를 마치고 2008년 1월 개장했다. 걸어서 쉐더공 파고다와 깐또지 호수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중심지에 위치한 호텔이다. 워낙 유명한 호텔이라 기대를 하고 들어갔다. 주변에는 아무 시설이 없는 조용한 골목에 있다. 들어서니 인상 좋은 미얀마 청년이 우리를 맞이해 준다. 좀 있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나오셨다. 김씨와는 잘 아는 사이인 것 같다. 혹으로 붙어있는 우리를 보더니 하루 숙박료가 30$이고, 아침 일찍 이라 10.000짯이 추가된단다. 싸게 해 주겠다던 김씨의 얼굴이 난감한 표정이다. 별로 비싼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비싸고, 추가요금이 있다는 선심 쓰는 듯 한 언어에 기분이 상해, 조용히 배낭을 메고 정중히 작별인사를 했다.
우리는 양곤에 두 번째라 어두움 속에서도 다른 숙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김씨와 헤어지고 어두운 시내로 나섰다. 시내로 들어서니 새벽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어둠속에서 보름달처럼 조명 빛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쉐더공 파고다가 반갑다. 걸어서 우리가 묵었던 Beauty Land Hotel 을 향했다. 20여분을 걸어가니 술래 파고다가 어렴풋이 보인다. 호텔에 들어서니 낯익은 총각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아침식사 포함 20$에 제일 좋은 창문 있는 방을 준다.
그동안 인레에서 입고 있었던 옷들을 모두 빨아 숙소 가득히 널었다. 묵은 때를 벗겨 낸 듯 후련했다. 날이 새면서 호텔 골목길도 시끄러워졌다. 길거리에 나가 쌀국수를 포장마차 수레 앞에 앉아서 먹었다. 역시 양곤이 도시다. 포장마차 할아버지도 부티가 나고, 세련되어 보인다. 처음 양곤에 왔을 때는 모두가 촌스럽고 세련되지 못하고 지저분해 보이고 비위생적으로 보였는데, 바간, 만달레이, 인레 호수를 돌고 오니 생각이 모두 바뀌었다. 길거리 식사도 이제는 즐겁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변해버린 자신과 아내를 보고 놀랬다.
오늘은 얀곤의 순환열차를 타기로 했다. 마지막 날이라 그냥 편하게 지내기로 했다. 양곤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미얀마 서민들의 삶을 잘 보여 준다. 양곤 시내를 원으로 한 바퀴 도는 도시순환열차 ‘묘삣야타’이다. 여권을 챙겨 가야한다는 호텔 카운터의 총각의 친절한 말을 듣고 잘 준비해서 역으로 갔다. 숙소와 역은 걸어서 5뷴 거리다. 표 파는 곳에 가서 물어보니 철길 옆 사무실을 알려준다. 역은 규모에 비해 오래되었고 사람도 별로 없었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않아 철도 교통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표 파는 곳에 가보니 A4 용지에 영어로 이런 글이 써있다. Tickets sale center, For foreigner only. Fee one passenger us$ 1:00/ fec 1:00. Myanma Railway.
아내가 표를 끊었다. 서울의 지하철 2호선과 같이 순환선인데, 지하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느리게 지상으로 간다. 창밖의 풍경과 기차안의 모습이 또 하나의 멋으로 추억이 된다. 너무 일찍 왔나보다. 벤치에 앉아서 기차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외국인들도 서 너 명 보인다. 우리 기차는 10시 30분에 출발이고 3시간 정도 걸린다. 플랫폼에 써 있는 미얀마 글씨는 볼수록 예쁘다.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역무원들은 그저 쇠 파이프 하나 손에 들고 작업을 한다. 기차역이 한가해서인지 맨발의 꼬마들이 줄을 돌리며 줄넘기를 하고 논다. 머리에 물건을 이고, 어깨에 막대기를 이용해 물건을 나르는 아저씨도 보인다. 거의 1시간 30분을 기다려 기차가 들어왔다.
서둘러 기차에 올랐다. 사람이 별로 없다. 텅 빈 공간이다. 기차 창가로 나무로 만든 의자가 길게 붙어있다. 낡은 기차에 타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모두가 가난해 보이는 서민들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기차를 닮았다. 순환선이 운행하는 역은 모두 38개소다, 열차가 낡고 철로가 부실해서 한 바퀴 도는데 3시간이 걸린다. 양곤 주변 외곽 지역의 농촌 풍경과 도시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진하게 보여 맘이 아프다.
기차는 아주 천천히 간다. 파파야 장사 아주머니는 다라이 가득 담아 머리에 이고 올라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바나나 파는 아주머니는 엑스트라 처럼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어린애와 아주머니들이 많다. 양곤에서 사는 서민들의 모습이 영화처럼 보여 진다. 열차는 느리지만 기다려 주지 않고 무자비하게 출발한다. 버거운 짐을 들고 타려고 아우성인 역도 지나간다. 시장이 가까이 있나보다. 시장에서 타는 사람들이 가지고 탄 짐들은 푸짐해 보인다. 종류도 엄청 다양하고 특이하다. 바나나 기둥, 나무 토막 농기구 등 예상치 못한 물건들이 올라온다. 각종 채소류와 과일은 기본이다., 가축들이 올라오지 않는 것이 감사하다.
복잡해 발 디딜 틈도 없는데, 표 검사에 짐 값까지 받아가는 역무원이 얄미워 보인다. 기차의 속도가 그 나라의 국력임을 체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선진국이 총알 기차로 국력을 과시하지만 이곳은 느림으로 행복을 과시하는 것 같다. 버겁게 느껴지는 삶의 무게다. 그 와중에서도 웃음과 여유가 있어 삶의 의지가 진하게 풍겨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기차를 타고 끝까지 가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오래 오래 갈 것 같이 경쟁하듯 올라 타 자리 펴고 앉아있으나 모두 어디선가 내려 사람들이 자꾸만 바뀐다. 여러 가지 감정이 생겼다 사라진다. 웃겼다. 슬펐다. 화났다. 지겨웠다.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기차 안은 영화처럼 지나가고 밖의 풍경도 달라진다.
도심 한 복판을 힘겹게 빠져나가더니 넓게 펼쳐진 논이 보이는 자연 속으로 지나간다. 철 길 따라 영위해 가는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다양하다. 나무 의자가 딱딱해 엉덩이가 아프다. 미어터지도록 올라 탈 때에는 몸을 움츠리고 한가해 지면 좀 넓게 앉아서 간다. 즐겁기야 않지만, 다양하고 변화가 심한 서민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3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기차는 다시 원점으로 왔다. 가벼운 마음으로 내렸다.
배가고프고 피곤하다. 파노라마 호텔 부근으로 걸어간다. 짜익띠요 차웅따 응웨싸웅 등 유명 관광지로 가는 여행사들이 많이 보인다. 전세버스로 이동하는 여행이다. 고가차도 밑에는 의자를 하나 갖다놓고 귀지를 파주는 사람도 있다. 별난 직업이다. 귀를 후벼주는 모습이 재미있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덮밥을 주문해서 먹고 숙소로 왔다. 어제 밤새 버스를 타고 와서 피곤하다. 잠시 누워 쉬다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관이 2개 보인다. 오후 5시 15분이다. AK-7이라는 인도 영화다. 참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다. 미얀마 영화관은 자리가 3단계로 가격이 다르다. 400짯, 500짯,1500짯이다. 500짯에 앉아서 보았는데도 의자가 딱딱하고 불편했다. 사람도 없어 썰렁하다. 화면은 대형화면이다. 몽골의 울란바토르 영화관처럼 우리나라 영화시스템을 들여오면 장사가 될 것 같다. 밖으로 나오니 어둡다.
저녁식사를 하려해도 이미 식당들은 문이 닫혀 있다. 저녁에는 일찍 문을 닫는다. 수퍼에서 파파야를 샀다. 저녁에 깎아 먹으니 속이 편하다. 내일은 일찍 나서야한다. 이렇게 해서 미얀마의 여행은 끝인가 보다. 불편하지만 참 따뜻한 느낌이 드는 나라다. 땅덩어리가 넓어 구경할 것도 많고 다양한 나라다. 아직 개방이 덜 되고 미숙한 모습이지만 저력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1월 17일 월요일이다. 날씨는 맑다. 알람시계가 있어야겠다. 새벽 일찍 일어나야하는데 알 길이 없어 자다가 몇 번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다. 이제 미얀마를 떠나는 수순만 남았다. 일단 짐을 차근히 챙겼다. 그래도 정들었던 숙소다. 다음에 미얀마를 찾으면 또 양곤에서는 이 숙소를 찾을 것 같다. 5시 30분에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온다. 아직 어둡다. 배낭을 메고 술레파야 방향의 큰길로 나왔다.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6000잣 내라는 택시비를 5000짯에 흥정해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은 작지만 깨끗하다. 사람도 별로 없다. 공항청사를 닫아놓고 열어주지 않는다. 창구에서 줄을 서서 출국세 10$을 내고 표를 사서 입장했다. 항공좌석을 끊으려니 부치는 짐 값을 내야 한단다. 싼 항공이라 불편한 점이 많고 예외 경비가 들어간다. 짐 값 14$을 지불하고 짐을 부치고 항공좌석을 받았다. 다음에 Air Asia 를 탈 때에는 많이 생각해 봐야겠다.
좌석을 받고 주머니를 뒤져보니 미얀마 돈 2000짯이 남았다. 확실히 공항은 비싸다. 겨우 빵 2개를 살 수 있는 돈이다. 갑자기 가난해진 느낌이다. 8시 30분 비행기다. 9시 10분에야 이륙했다. 작은 비행기라 불편하다. 약 1시간을 날아가면 태국 방콕에 도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