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콜롬비아 여행기 6 --- 소금광산(성당)

작성자睦園.박이환|작성시간18.04.23|조회수427 목록 댓글 0


                 


# 127일 수요일 맑음


        보고타근교에 있다는 소금성당에 다녀오기로 했다. 아침식사로 망고와 파파야, 그리고 누룽지를 끓여 먹는다. 저녁에는 우리가 원하는 숙소로 바꾸어 준다고 해서 짐을 정리해서 맡겨놓고 나왔다. 시내로 나와 버스를 타려고 하니 출근하는 사람들로 엄청 붐빈다. 우리가 도착한 버스 정류장은 오로역이다(Oro). 보고타에는 관광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메트로가 없다. 버스 정류장이라기보다는 전기 트램이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트렌스밀레니오(TransMilenio)가 있어 좋은 대안이 된다. 서울 시내의 버스 전용차로 같은 것이다. 이 버스 시스템의 도입하기 전에는 보고타 시민들이 30km를 버스로 이동하기 위해 2시간 15분이 소요되었는데, 트렌스밀레니오의 도입으로 그 시간이 50분으로 단축되었다고 한다.


       요금은 교통카드를 사거나 일회용 표를 구입해서 타는데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off peak 요금이 적용되는데 그 시간대가 좀 복잡하다. 트렌스밀레니오를 탑승하기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목적지가 어느 존(zone)에 속하는지 확인해야한다. 노선도에 여러 가지 색깔로 복잡하다. 모든 버스가 모든 정류장에 다 서는 것이 아니다. 보고타 대중교통의 중추라고 할 수 있다. 보고타의 메인 도로 위 전용도로만을 이용하여 달리기 때문에 자가용을 제외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자 할 때 가장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가장 큰 장점은 전용도로를 지하철 레일처럼 오직 트렌스밀레니오 버스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통체증이 없고 비교적 정확한 시간내에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으로는 엄청나게 큰 대로같이 메인로에서만 이용가능하기 때문에 보통 본인의 거주지에서 작은 애벌레버스를 타고 가장 가까운 트렌스밀레니오 역까지 이동하여 타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걸어갔다. 게다가 로컬버스와 트렌스밀레니오간 환승할인이 없으며 엄청난 수요에 비해 공급은 한정된지라 꽉꽉 차 다니는 편이다. 우리는 우리 목적지 Norte 역을 가려고 수첩에 가는 방법을 적어 왔는데 오로 역에서는 트렌스밀레니오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목적지를 보여 주며 젊은이에게 물어 보니 여기서 F23번을 타고 Jimenez 역으로 가서 B1 트렌스밀레니오를 타면 갈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젊은이가 시키는 대로 표를 끊고 트렌스밀레니오를 기다린다. 표를 끊는 것도 도와주었다.


        출근시간이라 복잡하다. 우리를 발견한 교통경찰관이 뒤로 맨 가방을 앞으로 매라고 알려준다. 소매치기가 많단다. 이때부터 보고타 시내를 다닐 때는 가방을 앞으로 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을 꼭 껴안고 사람들 틈에 껴 있는데 역시나 일찍 가려고 밀고 세치기하고 정말,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빨리 타려는 사람들이 세치기하고 뒤에 있는 사람들이 밀고 내리는 사람들로 막히고 정말 엉망이다. 겨우 차에 올라타고 내려 또 바꿔 타고 간다. 점점 도시를 벗어나면서 차가 헐렁해진다. 아내는 빈자리를 찾아 앉기도 했다. 우리 목적지 노르테 역까지 50분이 걸려서 내렸다. 오전 840분이다. 이 역에서 Zipa 행 버스를 타야한다. Zipa라는 글자만 보여주어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뒤편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찾기 쉬웠다. Zipa행 버스(콜렉티보 Colectivo)가 여러 대 보인다. 요금은 45000페소다. 거의 1시간을 달려간다. 구시가지에 내려준다. 종점이다.


       소금교회를 찾는다. 광부들의 간절한 기원이 서린 소금 성당 시파키라(Zipaquira). 우리는 이제 버스에서 내려 수첩에 기록한 시파키라라는 단어를 보여주면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친절하게 방향을 알려준다. 시파키라는 발음이 좀 그렇다. 러시아의 인사말 스빠시버가 생각나는 단어다. 골목길을 걷다보니 구시가지의 광장이 나타난다. 오래된 교회와 오래된 건물들이 사각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원색을 칠한 목조 테라스가 길게 벽에 붙어있다. 붉은 기와들이 세월과 함께 무거워 보인다. 시간을 거꾸로 흘러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다. 교회와 낡은 건물들을 배경으로 광장에서서 사진을 찍는다. 수도 보고타와는 달리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한적하면서도, 남미 특유의 화사하면서도 예쁜 건축물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래된 종려나무가 키를 자랑하듯 몇 그루 광장을 지키고 있다. 오래된 교회는 문이 닫혀있다. 관공서 같은 건물이 있는데 외관이 화려하지만 낡아 보인다. 화장 짙게 한 할머니 같은 모습이다.


       다시 소금성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걸어가기를 20여분, 언덕이 나오고 계단이 이어진다. 시계를 보니 오전 1010분이다. 여기부터 관광열차를 타고 올라가는데 손님이 없어서인지 그대로 서 있다. 우리는 걸어서 올라간다. 사람들이 몇 사람 보이는데 우리가 처음인 것 같다. 1030분 입장권을 끊었다. 25000페소다. 1030분에 첫 팀이 입장을 한다. 우리는 영어 가이드를 따라간다. 입구에 들어서서 좀 걷다보니 천정에 각 나라 국기들이 조명으로 만들어진다. 우리는 한국국기를 만나기 위해 멈춰 서서 기다렸다. 우리 일행은 가버렸다. 세계 각국의 국기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알파벳 순으로 나오는 것 같다. 태극기를 확인하고 들어갔다. 안에는 별로 복잡하지 않았다. 길다라 걸어가니 설명해 주는 우리 일행을 만났다. 가는 길에서는 십자가를 만들어 놓은 장소가 많이 보인다. 거의 13개를 만난 것 같다.


       모두 조명을 달리해서 번호를 적어놓았다. 소금 성당은 보고타에서 북쪽으로 약 40킬로미터 떨어진 암염 동굴이다. 멀고도 먼 옛날 바다였던 곳이 지각변동으로 육지가 되었고, 땅 속에 묻힌 소금을 캐기 위해 지하로 들어간 광부들이 동굴 안 곳곳에 교회와 기도소를 만들었다. 가장 위험한 일을 해야만 했기에 가장 절실히 신의 보호를 갈구했을 광부들이었으리라. 옛날에 소금광산 지하에 만들어놓은 성당인데 동굴벽이 소금성분으로 되어 있다. 살짝 맛보니 진짜 짜다.

해발 2600미터 높이에 땅속으로 120미터를 파고 들어간 곳에 있는 성당이 참 인상적입니다. 이 높은 곳이 옛날에 바다였다는 사실이 참 놀랍고, 그리고 소금광산의 위험을 신에게 의존하여 극복하려는 인디오 노동자의 애환도 느껴진다. 굴속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거대한 십자가와 십자가를 지키는 천사 조각상을 보면서 뭔가 신성한 게 느껴지는 것 같다. 광부들이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만든 교회는 단순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금은 조명 시스템까지 갖춰 매순간 색이 변하며 교회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절로 무릎을 꿇게 만드는 경건함이 서려있는 공간이다.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광산이었던지라, 이를 상징하는 설치미술들이 제법 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소금성당은 소금광산의 깊숙한 갱도 한 편에 광부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성당으로, 과거에는 위험한 작업환경을 무릅쓰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쉼터와 안식처가 되었다면 현재는 남미의 대표적인 관광 유적 중의 하나로 탈바꿈한 장소가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옛 광부들이 피땀 흘려 만들어 놓은 장소를 편하게 관광 목적으로 무임승차 하는 셈. 참고로 이 소금광산의 정식 명칭은 'Catedral de Sal'이라고 한다.


       한 쪽에서는 밀폐된 홀을 영화관으로 만들어, 소금성당의 유래와 더불어 소금광산의 설립 과정, 현재 채굴하는 방식 등을 설명하는 약 30분 정도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운 좋게 영화 시작 시간 바로 전에 입장해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 첫 번째로는 영화가 3D라서 놀랐고(안경도 지급되었음), 두 번째로는 공짜라서 놀랐다. 콜롬비아의 소금 광산 노동자들은 18세기부터 굴착 업무를 시작하면서부터, 지면으로부터 800ft 아래에 위치한 이 지역에 자발적으로 예배당과 십자가상을 조각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어떤 이유로 이 위험한 곳에 성당을 만들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기념품점이 늘어서 있다.


       동굴 내부에는 에메랄드를 캐던 광산도 있었는데, 가이드 아저씨가 콜롬비아에서 전 세계 에메랄드의 85%가 생산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에메랄드를 많이 팔기는 했는데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폴란드의 대표적 유명 관광지 중 한곳인 7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에 비하면 시시해 보이는 소금광산이다.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은 수직으로 엄청 들어가 펼쳐지는 다양한 조각들과 광장, 그리고 성당 등으로 놀라움을 주는데 여기는 언덕을 올라가 갱도를 들어가는 수평적인 입장이다. 대조적이다. 그래도 느낌은 비슷하다.


       구경을 하고 나와서 입구에 있는 광부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곡괭이질 하는 모습이다. 12시가 넘었다. 언덕을 걸어서 내려간다. 광장에 도착하니 여기에서 출발하는 관광열차가 움직이고 있다. 교회 문이 열려있다. 미사 중이다. 교회는 겉보기보다는 실내가 웅장하고 견고해 보인다. 돌과 벽돌로 만들어진 내벽이과 기둥이 인상적이다. 시원하다. 광장에 이어지는 골목을 들어서니 시장이다. 기념품 가게와 옷가게, 음식점이 보인다. 점심이 되어서 식당을 기웃거려 본다. 별로 맘에 드는 식당이 없다. 골목시장을 나와 광장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버스 정류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차가 다니고 주민들의 왕래가 있으며 상가들이 이어지는 시골스러운 번화가다. 옛날의 낡은 집과 새로 지은 건물들이 함께 있다. 허름해 보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식당을 발견했다. 용기를 내서 들어갔다. 오래된 건물에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식당이다. 식당 안에서 먹고 있는 젊은이의 음식을 보고 주문했다. 이름도 모르는 메뉴다. 그런데 엄청 푸짐하다. 먼저 큰 접시에 잘 우러난 감자수프가 나온다. 그 다음 주 메뉴가 나오는데 접시에 닭고기와 콩 야채나물, 야채샐러드 그리고 밥이 있다. 거기에 오렌지 주스한잔이 곁들어 나오니 식탁이 좁다. 야채 나물은 우리가 먹는 나물반찬과 맛이 같다. 정말 푸짐한 식사인데 가격은 또 저렴하다. 우리 돈 3000원 정도다. 식탁에는 시편 23편 성경구절이 코팅되어 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주인아주머니도 참 친절하다. 아내와 함께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미소가 아름답다.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보고타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기다리는데 원하는 버스가 오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여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절한 학생이 버스 터미널을 알려준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내리쬐는 해는 참 뜨겁다. 터미널로 가서 버스표를 사가지고 보고타 행 버스를 탄다. 터미널이 따로 있는 줄 몰랐다. 1시간 정도를 달려서 보고타 Norte 역에서 내렸다. 버스의 종점이다. H74 번 트렌스밀레니오를 탔다. 경찰아저씨가 알려주고 가방도 앞으로 메라고 다시 일러준다. 트렌스밀레니오를 타고 가다가 거리 이름을 보니 칼레 86번이 보인다. 길을 따라가다 보니 칼레의 번호가 작아진다. 거리를 찾기가 쉽다. 우리는 칼레 12번이 보이는 거리에서 내렸다. 우리가 원하는 보고타 시내로 들어온 것이다. 시장이 눈앞에 펼쳐진 대로다 엄청 크고 복잡하고 낡아 보이는 시장이다.


       볼리바르 광장으로 향했다. 엄청 사람들이 많고 복잡하다. 광장에는 여전히 비둘기들이 가득하다. 어제 문이 닫혀있던 보테르 미술관으로 갔다. 광장을 벗어나 몇 백 미터쯤 걸으니 페르난도 보테로 기증관이다. 칸델라리아 교회 맞은편에 있는 보테로 기증관은 2001년에 완공된 미술관이다. 들어서자마자 그의 조각품인 손가락이 버티고 있다. 세잔의 초상화와 쿠르베의 초상화도 있고, 미소 짓는 모나라자도 있다. 뚱뚱한 비너스와 큐피드 등 의의 작품은 우리를 미소짓게 한다.


       이곳에는 보테로가 기증한 123점의 작품과 그가 소유했던 르노와르, 모네, 드가, 마티스, 피카소, 달리, 샤갈, 미로 등의 조각과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영국의 조각가 헨리 무어의 작품도 있다. 자신의 작품을 메데진 뿐 아니라 보고타에도 아낌없이 기증해 이렇게 큰 자취를 남기다니. 보테로 씨는 스케일이 남다른 것 같다. 게다가 이곳은 일 년 내내 무료입장. 언제 봐도 기분 좋은 보테로의 그림을 둘러보고 내려오니 바로 화폐 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스페인 통치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콜롬비아 화폐와 동전이 전시되어 있는 그곳까지 돌아보고 나니 다리가 뻐근하다.


       보고타는 박물관의 도시라더니 정말 다양한 박물관이 산재해있다. 식민지 미술 박물관(Museo de arte colonial)도 있다. 17-18세기 스페인 통치 시절에 그려진 종교화와 당시의 세간 등을 전시하고 있다. 내부의 성당과 정원 파티오까지 둘러보고 나온다. 재미있는 박물관은 국립박물관이다. 예전에 형무소였다는 이곳은 요새처럼 견고한 외관부터 인상적이다. 1층은 콜롬비아 전역에 흩어져있던 원주민의 문화와 유물을 소개하고 2층은 콜롬비아의 독립과 역사를 그림, 무기, 편지문 같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설명한다. 이곳 역시 최신 기술을 이용한 화려한 영상 자료가 곳곳에 있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다리가 아프니 짜증이 난다. 그만 둘러보기로 했다. 이제 여행의 끝이다.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다.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돈이 조금 남아서 선물을 사기로 했다.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1816년에 문을 열었다는 콜롬비아 전통 과자 집을 발견했다. 온통 설탕과 견과류 야자열매로 만들어진 다양한 과자들을 발견했다. 너무 달다.(한국에 가져가서 풀어놓았지만 모두 맛만 보고 더 이상 먹지 않아서 거의 한 달에 걸쳐 혼자 다 먹었다.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고 먹기에는 인내심이 필요했다)


       골목길에서 망고와 파파야 그리고 메론을 샀다. 거기에 계란 4개를 샀다. 숙소에 들어와서 우리가 원하던 방으로 바꿔 들어갔다. 화장실이 달린 방이지만 정말 작은 공간이다. 라면에 계란 4개를 풀어 넣고 끓였다. 허기진 배를 과일과 함께 채우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내일 새벽에 공항으로 간다. 늦게까지 짐을 정리해 보았다. 선물로 산 전통과자가 부피를 많이 차지해서 무겁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