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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기17 (이경우) - 에티오피아(랄리벨라에서 아디스아바바)

작성자睦園.박이환|작성시간18.07.16|조회수78 목록 댓글 0


   

# 201718일 일요일, 맑음


       날이 밝자 눈이 떠진다. 창문으로 이어지는 테라스에 나가서 사진을 찍는다. 어제 그렇게 많던 사람들과 차량들이 모두 사라져 썰렁한 거리다. 멀리 보이는 토요 장터도 비어있다. 날은 맑아 깨끗해 보인다. 눈을 향하면 낡은 가옥에 비약한 살림살이 모습과 궁핍하게 살아가는 식구들이 보인다. 730분에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어제와 같은 메뉴다. 커피를 파는 코너에 초록색 풀이 깔려있다. 풀에서 향기가 난다. 허브 종류인 것 같다. 이 풀을 아침마다 배달해 주는 사람이 있다. 직원들이 부지런하여 호텔은 깨끗하다.


       810분에 우리 젊은이 3명은 메켈로로 갔다. ETT 여행사에서 제공해 주는 밴을 타고 서둘러 달려간다. 여기에서 메켈레까지 8시간을 달려가야 한단다. 요금은 두당 30달러를 주기로 했단다. 힘든 여정이 예상되는 길이다. 그래도 동행하는 벗들이 있으니 힘이 될 것 같다. 여행에 동반자가 있다는 것이 참 든든하다. 좋은 여정이 되길 바란다. 다 가고 이제 아내와 둘이만 남았구나. 그 많던 중국 관광객도 여기는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Bet Giyorgis를 찾아가기로 했다. 아주 멋진 교회라 다시 한 번 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매표소 앞에 있는 ATM 기기에서 현금 4000비르(20만원)를 인출했다. 고맙게도 현금이 인출되었다. 새 지폐가 나왔다. 헌 돈만 보다가 새 지폐를 보니 기분이 좋다. 여기는 관광객이 많이 사용하기에 새 지폐를 넣어 놓은 것 같다. 길가에 펼쳐진 시장은 계속 열리는 것 같다. 사람들이 복잡해진다. 날씨는 맑은데 서늘함이 느껴진다.


       Bet Giyorgis 교회에 도착하니 또 입장권을 보여 달란다. 외국인만 검사를 한다. 어제는 오후에 왔는데 오늘은 오전에 방문해 보니 도 맛이 다르다. 아침 신선한 햇살이 암벽교회에 비쳐 신선해 보인다. 잠시 앉아서 구경하다가 나왔다. 언덕 위에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는 전통가옥들은 꼭 커피 향내가 나는 것 같다. 아침이라 연통에서 연기도 올라온다. 구수하고 귀여워 보이는 집들이다.


       우리 손에 들고 있는 입장권 3장을 팔아보기로 했다. 매표소 앞에 가서 한국 관광객을 기다린다. 단체 관광객보다는 개인 여행자가 좋다. 개인여행자도 한국인이어야 한다.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만 기다려 보다가 만나지 못하면 그냥 가기로 했다. 옛날 로마 바티칸 성당 앞에서 입장할 수 있는 1회용 바지를 사 입고 들어갔다가 나와서 바지를 팔았던 기억이 난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좋은 일이다. 외국인들은 보이는데 한국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따라 단체 관광객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랄리벨라의 호텔에서도, 그리고 거리에서도, 떠나는 공항에서 까지 한국 관광객을 찾아봤으나 찾지 못했다. 그냥 비싼 표를 들고 가기가 아쉬웠다. 결혼식 행렬이 또 보인다. 시장에는 여러 가지 옷장사가 제일 많은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현금으로 숙박비를 지불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기념으로 주스 한 잔씩 제공해 준다. 평상시에는 50달러 아래로 묵을 수 있는 숙소인데, 하이 시즌이라고 80불을 넘어가니 좀 얄밉다. 거기에 공항 가는 차량서비스라며 200비르를 빼준다. 홍보해 달라고 인쇄물을 우리에게 준다. 전기사정도 그렇고 물도 잘 나오지 않고, 공항픽업도 무료로 해주지 않고 흥정해야 하고, 요금도 올라가는 숙소를 어떻게 홍보해 준단 말인가? 웃고 말았다.


       공항을 오가는 택시 밴이 1130분에 왔다. 다른 호텔을 들러서 손님들을 태우고 간다. 비포장도로를 먼지를 일으키며 차는 간다. 황량한 산악지역을 꼬불꼬불 넘어간다. 1220분에 공항에 도착했다. 아침에 준비해둔 숭늉을 마신다. 구수하고 잘 넘어간다. 저녁에 누룽지를 물을 가득 넣어서 끓여 두면 아침까지 숭늉을 마실 수 있다. 남으면 병에 넣어서 들고 나온다. 숭늉은 참 속이 편하다. 가끔 밥알이 씹히면 요기도 된다.


       비행기 좌석 표를 받았다. 19LJ이다. K는 없는 것일까? 짐 검사를 하고 130분에 탑승 수속을 한다.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다. 오후 2시에 출발했다. 기내식으로 박스를 하나씩 준다. 기대를 갖고 열어보니 빵 하나와 귀엽고 작은 물 한 통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에티오피아 땅 덩어리는 초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산악 지대다. 비만 적당히 내린다면 참 아름다울 것 같은데, 극심한 가뭄이라고 한다. 40분 정도를 날아가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다. 2박 3일 동안 버스를 타고 가야 할 길을 1시간도 안 되어서 도착한 것이다.


       국내선 터미널로 나온다. 국제선 터미널 옆에 있다. 택시를 200비르(만원)에 흥정해서 예약해 둔 Dessie Hotel로 간다. 이제 아디스아바바의 거리가 낯설지 않다. 숙박비가 45달러인데 신용카드로 결제가 안 된다. 기기가 not work 란다. 달러로 지불하자니 에티오피아 돈이 많이 남고, 에티오피아 돈으로 지불하자니 1007비르란다. 주머니를 모두 뒤져보니 970비르 밖에 없다. 알뜰한 아내는 드디어 흥정에 들어간다. 결과 970에 묶기로 했다. 거기에 돈이 없으니 내일 공항까지는 데려다 주기로 했다. 알고 보니 우리가 예약했기에 우리를 데리러 공항에 왔었단다. 돈은 37비르(2,000)를 벌었지만 당장 사용할 돈이 없다. 돈도 없고 날도 뜨겁고 숙소도 약간 외곽에 있어 주변도 썰렁하다.


       숙소에 들어와 창 밖을 내다보니 낡은 스레트와 회색빛 함석 지붕이 물결처럼 펼쳐져 있고 그위에 동그란 접시 안테나가 집집마다 올려져 있다. 멀리 보이는 높은 빌딩 뒤로 해가 넘어간다. 저녁을 나가서 먹지 못하고 숙소에서 라면과 누룽지를 함께 끓여 저녁을 해결했다. 맛있다. 전기 포터가 있어서 참 편리하다. 들고 다니기에 좀 부피가 있어 보이지만 참 편리한 기구다. 이제 우리 여행에 제 3의 동반자가 되어버린 것 같다. 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샤워를 했다. 뜨거운 물이 펑펑 나와서 반가웠다. 먼지로 가득한 빨래도 해결했다. 내일은 케냐 나이로비로 간다. 일찍 잠이 들었다. 랄리벨라 입장권을 팔지 못해 아쉬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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