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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행기9 (이경우) - 알혼 섬

작성자睦園.박이환|작성시간18.08.11|조회수177 목록 댓글 0


                 


*811일 금요일 맑음


       눈이 떠진 아침, 밖은 날이 샌다. 새벽 파란 기운이 아직 남아있다. 아침으로 누룽지를 끓였다. 숭늉을 만들어 물통에 넣고 누룽지를 멸치와 고추장과 함께 먹었다. 어제 슈퍼에서 산 오이도 곁들여 먹는다. 한국에서 가져온 멸치와 고추장이 다 떨어졌다. 아쉽기도 하고 반가웠다. 배낭의 무게와 부피가 줄어들고 다른 것을 먹을 수 있게 되어 반가웠지만 입에 맞는 친숙한 반찬이 사라진 것이 아쉬웠다.


       작은 배낭에 오이와 삶은 계란 4개와 과자와 물을 넣고 숙소를 나섰다. 바이칼 호수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원래는 북부 투어를 하려고 했는데, 그것보다 호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북부투어는 푸르공을 타고 종일 섬의 북쪽 지역을 돌아다니는 투어다. 두당 점심 포함하여 입장료 100루블을 더해서 1100루블(22,000)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섬에 들어오면 이 투어를 한다.


       타이가 만의 해변도 들리고 호수에 떠있는 사자 바위와 악어 바위를 만나고 섬의 북쪽 끝인 하보이 곶까지 가면 돌아온다. 하보이는 이빨이라는 뜻이 담긴 부랴트어인데 실제로 송곳니처럼 솟아있는 바위의 모습이다. 해안에 있는 기암들도 구경하고 비포장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여정이다. 우리는 실제 발로 걷고 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아 오랜만에 선크림도 발랐다.

 

       큰 길 오른쪽에 있는 동상을 만났다. 길 가운데 얕은 담장을 치고 기념상이 서있다. 은빛으로 칠해진 동상인데, 내용을 알 수 없다. 젊은 청년이 뜻을 품고 고향을 떠나는 장면이다. 슬픈 장면을 하고 그 뒤에 남겨진 가족, 배웅하는 아내와 자녀 그리고 어머니가 조각되어있다. 버스정류장을 지나 큰 길을 걷다가 어제 오르던 언덕을 다시 올라간다. 언덕을 올라가니 해안가가 보인다. 북쪽 해안(Plyazh Пляж)이 길게 펼쳐져 있다. 아주 평화로워 보인다. 눈 아래 펼쳐진 모래사장이 소나무 숲을 등지고 있고 가끔 초원도 보여 참 좋아 보인다. 멀리에는 작은 섬이 보인다.


       날이 벌써 뜨겁고 태양 볕이 강하다. 아내는 벌써 양산을 쓴다. 언덕 초원에는 한가하게 젖소들이 앉아서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평화로워 보인다. 언덕 끝에는 바이칼 뷰 라고 씌어있는 카페가 있다. 호수를 바라보며 나무 기둥이 세워져 있다. 기둥 끝에는 독수리 모양의 새가 조각되어 있다. 카페 건물에는 벌써 사람들이 안장서 전망을 보며 차를 마시고 있다. 카페를 한 바퀴 돌았다. 전파 방송 수신 철탑이 4개 세워져 있다. 해안가에는 바위 절벽이 있다.


     부르한Burkhan , 샤만 바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으로 갔다. 신성한 곳임을 알리는 13개의 세르게 신목. 조상신들이 모이는 곳이란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흰 색의 천들이 감겨져 있다. 바닥에는 동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신목을 지나니 검푸른 호수 앞으로 정좌한 두 개의 지엄한 바위가 보였다. 샤머니즘의 성지로 알려진 바로 그 자리다. 주위에는 히말라야에서 방금 내려온 성자 같은 복장을 한 외국인들이 손을 맞잡고 명상에 잠겨 있었고, 가부좌를 튼 채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점쟁이 아저씨도 보였다.


       13개의 '세르게'는 부랴트족 사이에서 구전되는 전설과 관련이 있다. 백조와 사냥꾼의 전설에서 그들의 자녀가 13명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13개의 세르게가 있다는 것. 옛날 어떤 사냥꾼이 새를 잡으러 갔다가 호수에서 깃 옷을 벗고 여자가 되어 헤엄을 치고 있는 백조 세 마리를 보았는데, 정신없이 그녀들을 훔쳐보던 사냥꾼은 급히 한 마리의 깃을 감춰버렸다고 한다. 백조들은 목욕이 끝난 뒤 날아가려 했지만, 그중 한 사람은 깃 옷이 없었기 때문에 돌아갈 수가 없었다. 사냥꾼은 안절부절 못하는 그녀에게 다가가 보살펴 주겠다고 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들은 결혼후 13명의 자식을 낳아 겉보기에는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백조는 언젠가는 하늘로 되돌아가야지 하면서 속앓이를 하여 왔다는 것. 언젠가 술에 취한 남편이 백조의 깃을 자신이 숨겼다고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백조 아내는 남편에게 술을 더 먹여 더욱 취하게 한 후 깃을 달라고 했다는데. 술 취한 남편은 자식이 13명이나 되는데, 설마 하늘로 달아나겠느냐라고 생각하며 감추었던 깃을 선뜻 아내에게 내주자 아내는 순식간에 백조로 변한다. 그리고 다섯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 백조는 바로 천신 '에세게 마란'의 딸이고, 사냥꾼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이 브랴트인들의 조상이 되었기 때문에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부근에 사는 브랴트족은 백조를 신성하게 여기는 이유라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전설과 너무나 흡사하다.


       넓은 해안과 다양한 모양의 곶들, 특히 후지르 마을을 지키고 있는 부르한 곶의 우뚝 솟은 절벽이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육지 쪽 부르한 곶에는 바이칼 사진에 언제나 등장하며, 마을 샤만의 중요한 유물인 샤만의 바위(샤만-스깔라)가 서 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니 사진이나 영상으로 또는 그림으로 보던 장면이다. 실제로 보니 더 멋진 것 같다. 해안가에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들도 참 멋지다. 추운 겨울을 참 잘 이겨낸 대단한 소나무들이다. 바위에 걸터앉아서 아내와 사진을 찍는다. 호수가 정말 파랗고 하늘도 파랗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샤먼바위를 앞세운 자갈 해안은 작은 곡선으로 참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다. 건너편에는 모래사장으로 각종 여름 물놀이 시설과 기구들이 준비되어있다. 수영하는 이들도 많고 모터보트와 작은 보트. 카누를 타는 이들도 있다. 둘이 타는 발 보트가 재미있겠다. 샤먼 바위를 만나러 언덕을 내려간다. 샤먼 바위는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 놓았다. 그 뒤에 있는 자갈 해변에 가서 앉았다. 참 깨끗하고 예쁜 해변이다. 주먹만 한 돌들이 가득하다. 물속에서 보이는 자갈들은 보석 같이 빛이 난다. 작은 꼬마가 수영을 하며 놀고 있다. 아내도 물속에 발을 담그고 예쁜 돌을 찾고 있다.


       작은 돌을 하나 찾아들고 좋은 생각을 했다. 우리 딸에게 숙제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돌을 주며 이곳에 찾아와서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해야겠다. 언젠가 여건이 허락되면 꼭 이곳에 와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들에게는 갈릴리 호수에서 갖고 온 돌을 갖다놓으라고 숙제를 내야겠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아내와 둘이 자갈밭에 앉아서 쉬었다. 언덕 위 벼랑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내려다보고 있다. 우리에게 쉼을 주던 소나무 그늘이 시간이 가면서 비켜간다.


     다시 그늘이 있는 해안가 바위위로 자리를 옮겼다. 작은 나무들이 있다. 아기 그림이 있는 초콜릿을 꺼내 먹었다. 아들이 사오라고 알려준 초콜릿이다. 알룐카 초콜릿이다.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다. 맛은 밀크가나초콜릿에 부드러움을 더한 느낌이다. 아내는 속이 안 좋다고 나무 그늘에 실례를 했다.


       바이칼의 정수, 알혼 섬 이 단어가 꼭 들어맞는 곳은 이곳 말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기암괴석들, 넓은 해변, 호수와 산, 하늘과 맞닿은 바이칼. 이 모습들이 이곳을 왜 바이칼의 정수라고 말 할 수 있는지 설명해 준다. 이곳에 와보지 않고서 바이칼을 보았다고 한다는 것은 왠지 정상에 올라가지 않고서 그 산에 다녀왔다고 하는듯한 약간의 아쉬움을 풍긴다. 우리에게 바이칼이라는 단어보다 조금 덜 친숙한 알혼 섬이지만, 어쩌면 우리민족의 발원과 유력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어느 학자의 말은 섬으로의 발길을 더욱 강하게 이끈다. 섬 곳곳에 보이는 샤머니즘의 흔적도 우리에게는 신비감으로 다가온다.


       샤먼 기둥 13개가 있는 곳으로 다시 올라왔다. 소나무와 호수 멀리 보이는 흰 구름과 석회석 하얀 민둥산이 아련하게 눈에 들어온다. 내려다보는 호수는 참 아름답다. 시간이 흘러감에 다라 호수의 색깔도 달라지는 것 같다. 오전에는 파랗게 보이던 호수가 시간이 흐름에 다라 초록색으로 바뀌는 것 같다. 호스는 맑고 빛이 난다. 두 개의 바나나 모양을 한 발 보트 위에 빨간 모자와 흰 모자를 쓴 연인이 다정해 보인다. 갈매기도 바람을 이용해 비행한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조용한 해안이 눈에 들어온다. 몇 몇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는데 아주 조용하고 깨끗해 보인다. 호수로 내려가는 길을 살펴보니 벼랑을 내려가야 하는 좀 위험한 길이다. 아내와 둘이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다가 아내는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큰일 날 뻔 했다. 알혼 섬에 올 때 함께 타고 온 중국인 가족(아버지와 자녀 둘)이 우리를 보더니 반갑게 맞아준다. 쉽게 내려 올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반갑고 고마웠다. 옷을 벗어 놓고 수영을 한다. 물은 깊지 않고 짜지도 않고 차지도 않았다. 따듯했다. 자갈밭인데 물속에 들어가니 모래밭이다. 바이칼에 와서 수영을 하다니 참 감격스럽다.


       아내는 해변에서 사진기로 새를 찍으며 놀았다. 러시아 할아버지가 보트를 저어 오더니 나보고 보트를 타보란다. 구명조기를 얻어 입고 혼자 보트를 탔다. 오랜만에 노를 저어본다. 호수는 잔잔해 배는 잘 나간다. 너무 기분 좋다. 노를 저으며 바라보는 호수와 섬은 정말 도 다른 느낌이 든다. 배를 빌려준 할아버지는 수영을 참 잘한다. 한참을 놀다가 배를 돌려드렸다. 참 고마운 분이다. 아빠와 함께 온 수영복을 입은 꼬마는 겁이 많은지 물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이름 모를 날씬한 물새들도 벼랑아래 바위위에 앉아서 꼬리를 흔든다.


       한참을 놀다가 다시 벼랑을 기어 올라왔다. 바이칼 물에 손을 담그면 5, 발을 담그면 10년이 젊어진다는 속설이 있지만, 수영을 하면......... 팬티를 말리는 것은 별로 걱정이 안 된다. 젖은 옷 위로 반바지를 입고 언덕에 있으면 바람과 태양열기로 자연적으로 마른다. 상의 티셔츠만 입으면 된다. 언덕 소나무 그늘에 앉아서 가지고 간 삶은 계란과 오이를 먹었다. 아주 꿀맛이다.


       거울 같은 호수가 다시 눈 아래 펼쳐진다. 이젠 어제 만났던 교회(Tserkov' Ikony Bozh'yey Materi "Derzhavnaya") 방향으로 걸어서 마을을 간다. 엄청 뜨겁다. 숙소로 향했다. 오후 2시가 넘었다. 미술관(Art-Galereya Oshchepkovykh)이 있다. 나무로 지어진 건물이 예쁘다. 입장료는 없다. 더위를 피할 겸 들어갔다. 작은 그림들이 질서 있게 전시되어있다. 샤만 바위가 있는 풍경의 그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낯익은 모습이다. 바이칼 호수의 겨울 풍경도 보인다. 추위와 얼음 눈과 얼음에 묶인 배들이다. 여러 가지 기념품과 그림을 팔고 있다.


     걸어가다가 솟대가 있는 집을 만났다. 숙소인 니키타 하우스(Manor Nikita Bencharov). 알혼 섬에서 가장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뚜르바자이며, 시설도 투숙객의 요구에 다라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니키타라는 전 러시아 탁구 챔피언이 운영하고 있다. 사람을 만나기 좋아하는 성격에다가 투숙객을 배려해 주는 서비스 정신을 지니고 20 여년이나 이곳을 운영하고 있단다. 여기에서 자동차와 자전거 그리고 말을 이용한 다양한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통나무로 지어진 다양한 숙소와 카페 식당 건물이 참 예쁘고 정원에는 꽃들이 화려하다. 입구 앞에 있는 솟대(세르게)들이 인상적이다.


       알혼 섬은 대제국을 호령하던 징기스칸이 묻혀 있다는 전설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몽고제국의 역사에 등장하였고 같은 몽고족의 일환이었던 부랴트 족의 기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렇게 몽골리안의 땅이었던 이곳에 1643년 러시아인이 처음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러시아 제국의 정교화 정책과 소련의 집단 농장화로 인하여 지금은 옛 주인 부랴트 족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다만 때를 맞춰서 행해지는 주술사들의 샤만 의식과 길을 가다가 보이는 우리의 솟대를 닮은 세르게 만이 과거의 모습을 보여준다.


       알혼섬은 지도에서는 조그맣게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그 크기를 짐작하기가 힘들다. 72km나 되는 긴 지형에서 포장된 길은 거의 없다. 차로 거의 2시간을 달려야 섬 끝에 도달하는 넓은 섬이다. 하지만 이 넓은 섬 곳곳에 널려있는 바위와 호수, 해변 그리고 바이칼과 하늘의 파란 색깔이 여행을 절대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중심이 되는 후지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안혼 섬 전체에 사는 인구 1500명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곳에 많은 뚜루바자(펜션)들과 민박집, 그리고 카페나 식료품점 기념품점 식당과 카페 등이 위치해 있다.


       니키타 하우스를 등지고 내려오니 작은 호수가 나타난다. 물이 많이 말라있어 수량이 적다. 좀 지저분해 보인다. 오른편에 작은 가게를 발견했다. 너무 더워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입에 물었다. 거리에는 사람도 없고 차도 없고 그저 뜨거움만 있는 것 같다. 차가 없으니 먼지가 나지 않아 좋다. 차가 지나가면 먼지가 자욱이 일어나 짜증이 난다.


       좀 더 걷다보니 초등학교가 있다.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학교만 있다. 방학 중인가 보다. 낡은 문으로 들어가 보았다. 스레트 지붕에 까만 2층 목조 건물이 교실인가보다. 정원에는 페트병을 이용해서 만들어 놓은 조형물들이 학교를 지키고 있다. 커다란 해 모양과 꽃들이 예쁘다. 나무로 만들어진 커다란 미끄럼틀이 있다. 올라가서 미끄러져 내려오려니 미끄러지지 않는다. 모두 나무로 만들어 놓았고 가끔 튀어나온 못도 보인다. 건너편에는 작은 축구장도 있다.


       큰 길로 나왔다. 배가 고프다. 식당으로 들어가 그림을 보고 만두를 주문했다. 만두 한 접시 4개가 나오는데 30분을 기다려 3분도 안되어서 다 먹었다. 피가 두껍고 기름이 잘잘 흐른다. 삘메니라는 만두다. 우리 만두와의 차이점은 종류가 많고 밀반죽의 피막이 두껍고 내용물에 다진 고기, 양파와 마늘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뻴메니는 원래 투르크 계열의 타타르인의 음식으로 시베리아, 중앙아시아에 널리 퍼져있는 음식이다. 오늘날에는 러시아 음식이 되어 가정과 식당에서 쉽게 맛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이 만두를 '뽀지'라고 한다. 부랴트식 만두로 중국의 고기만두 바오맨과 비슷하다. 베어 물면 만두피 내부에서 육수가 톡 터져 나온다. 급하게 먹다간 입안을 데기 십상이다.

 

       알혼 섬의 여름 날씨는 대체로 맑으나 흐린 날에는 밤에는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로 추워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 날씨에 바닷바람까지 맞는다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니 그에 대비해서 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그리고 여기는 전력 상황이 안 좋아서 여름에는 보통 해지고 나서 12시까지만 전기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확인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전화나 인터넷 같은 문명의 이기는 잠시 잊는 게 마음 편하게 여행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슈퍼에 들러서 계란 5개와 토마토 7개를 샀다. 뜨거운 날씨를 피해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니 힘들다. 아내는 다리를 올리고 누웠다. 빨래는 정말 잘 마르겠다. 계란을 삶았다. 누룽지를 조금 넣어 숭늉을 잔뜩 만들었다. 라면을 끓여 토마토와 함께 먹었다. 저녁이다. 내일 아침에 먹을 토마토도 삶아 놓았다. 숙소비를 지불하러갔다. 주인아주머니가 바쁜지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주인집으로 찾아가니 마침 계셨다. 1박에 1200루블(24000), 2박이니 2400루블을 지불했다. 영수증도 없다. 저렴하다고 생각된다. 시계를 보니 740분이다. 아직도 훤하다.

       마당에 우리나라 쌍용차 이스타나 12인승이 세워져 있다. 겉은 멀쩡한데 창고로 사용하며 마당에 세워져 있다. 여기 지형과 기후에 적합하지 못했나보다. 텃밭에는 아직도 감자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물만 먹고 있는 것 같다. 마당의 엉겅퀴는 벌써 꽃이 지고 열매를 맺고 있다. 상점에는 햇감자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 집은 거둬드리려면 아직 기다려야할 것 같다. 석양에 구름이 진하다. 소나무 솔방울이 싱싱하다. 추운 겨울 바이칼이 자꾸만 상상된다.

*811일 경비- 아이스크림 100, 만두 4200, 토마토, 계란 590, 이틀 숙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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