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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여행기2 (이경우)- 알마타 맛보기

작성자睦園.박이환|작성시간18.08.30|조회수137 목록 댓글 0

    

                    


   

8월 3일 금요일 맑음

 

      

8월 1일 여행을 출발해서 처음으로 하룻밤을 잤다. 밤을 새워 기다리다가 비행기 갈아타고 도착하여 시내구경하며 피곤했다. 푹 잤다. 피곤함도 풀어주고 새 힘도 주고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효과적인 잠은 역시 좋은 것 같다. 첫 날은 여행지의 두려움과 염려를 밤과 함께 사라지게 하고 새 날을 맞으면 호기심이 평안함과 함께 찾아온다. 아침 8시에 호텔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중앙아시아의 호텔 식사는 풍성했고 특이했다. 특히 곡물 죽이 입에 맞았다. 죽밥이다. 소세지, 계란, 쥬스 등으로 에너지 보충을 충분히 했다. 호텔 규모에 비해 호텔식당이 작아 보인다.

  

       오늘의 미션은 시내구경을 한 후에 내일 키르키즈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는 것이다. 호텔 아가씨가 알려준대로 17번 버스를 타고 시청 앞 공화국 광장으로 향했다. 버스안에서 사람들에게 물으니 질뇨니 바자르 부근에서 버스를 갈아타야한단다. 친절한 아주머니를 따라 바자르 부근에서 내려 73번 버스를 탔다. 출근시간이라 사람들의 모습이 분주해 보인다. 버스는 푸르마노바 거리를 올라간다. 눈치껏 내리니 광장 부근이다. 아침에는 날씨가 좀 선선해서 좋다. 삿바에바 거리를 따라 오른쪽으로 걸어가니 공화국 광장이 나온다.

 

알마티는 1997년까지 카작의 수도였고 그 이후에 이스타나로 수도를 옮겼다. 수도가 남쪽에 치우쳐 있다가 이제는 내륙 중앙으로 옮겨진 것이다. ‘스탄’이라는 뜻은 ‘나라’라고 한다. 카작은 남한의 26배로 무척 넓은 나라다. 1991년에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카작은 석유, 가스가 많아 경제적 성장이 활발한 나라이고 겨울 기온이 영하 20℃~40℃로 세계에서 제일 추운 도시 중에 하나다. 알마티는 800m 고도의 천산산맥 분지에 위치한 사과의 도시이다.(알마티=사과의 아버지). 카작 최대의 도시이고 아직도 경제의 수도라 활발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내의 나무들의 벌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음이 독특하고 키 큰 포플러 숲이 유럽풍의 냄새가 나는 도시다. 인구는 150만에 자동차가 50만대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매연 공해가 심한편이다. 물가는 서울 수준으로 비싸다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시차는 한국보다. 3시간 느리다. 알마티라는 명칭은 알마티 근교에 있던 두라트라고 하는 씨족이 살고 있던 취락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공화국 광장은 넓은 도로를 갖고 있는데 언덕위의 웅장한 시청 빌딩으로부터 계단식으로 내려가며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먼저 눈에 띤 것은 시청 건너편에 세워진 황금인간 ‘잘라또이칠라벡’ 이다. 높은 석조물 끝에 세워져 있어 밑에서 올려다보니 잘 보이지 않는다. 좀 떨어져서 보면 카작 복장에 가슴에서 황금빛이 나는 동상이다. 기원전 5세기경 현재 알마티 지역에 거주하며 금 문화를 발전시켰던 사카왕국의 왕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카작의 시조인 셈이다.

 

       조랑말을 탄 소년의 동상과 카작인의 동상이 함께 세워져 있다. 서양도 아닌 것이 동양도 아닌 것이 묘한 느낌을 주는 그야말로 중앙아시아라는 느낌이 든다. 이 황금 동상을 중심으로 뒤에는 분수가 있고 양 옆에 대칭되는 현대식 두 개의 건물이 손을 펼치듯 세워져 있다. 우리는 시청 앞 도로인 삿빠에바 도로를 건너기 위해 지하도로 들어가 시청을 향했다. 지하에는 아주 고급스러운 상가들이 자리 잡고 있다. 바닥에 깔린 대리석부터 상점의 고급스러움이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손님은 별로 없다. 별로 없는 것이 아니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없다. 전시용 같은 느낌이 든다. 유지되는 것이 신기하다. 상가 중앙에는 유리 지붕 천장이 있다. 자연채광이 들어온다.

  

       지하도를 올라와 시청 앞에 서서 신 광장을 내려다보니 공산주의 냄새, 소련의 냄새가 난다. 시청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돌아간다. 작은 공원에 벤치가 있어 잠시 쉰다. 시청 뒤편에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 현대식 건물로 눈길이 간다. 알마티 금융센터 건물들이다. 현대시 멋진 건물이다. 다시 돌아오니 람스토르 쇼핑센터가 있다. 건물 앞에 사과 모양의 조각상이 인상적이다. 옆에 있는 중앙 박물관에 들어섰다.

  

       카작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19세기부터 소장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여 구석기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카작의 과거와 현재를 한 눈에 조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박물관이다. 4층 높이의 외관이 묵직해 보이는 건물이다. 입장료는 두당 100T이다. 1층에 들어서니 좀 썰렁하지만 공간이 넓다. 홀 끝에는 황금인간 상이 유리관 속에 전시되어 있다. 4천여장이나 되는 황금조각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다. 카작의 남쪽 알마티 인근의 이시크 고분에서 발견되었다. 기원전 5세기~4세기에 번성했던 사카문화에 속한다. 사카부족은 알타이 산과 우크라이나에 이르는 방대한 스텝 지역에 거주하며 흑해 연안의 스키타이 부족이나 볼가강 연안의 사르마티안 부족과 더불어 황금문화의 꽃을 피운 주역들이다. 뾰족한 모자 대신에 신라금관을 쓰고 있었다면 더욱 어울릴 것이라고 누군가 말한 기억이 난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서 토출된 화석종류와 동물 뼈, 석기시대의 도구들을 둘러보았다. 전통 집 유르따도 있다. 2층, 3층으로 가면서 유목생활에서 발전되어 가는 생활모습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이 존경하는 대 문호 아바이 시인의 자료도 있고, 현이 2줄인 전통악기 ‘덤부라’도 보인다. 카작에 살고있는 130여 종족의 삶의 모습을 구분하기가 여렵다. 4층에는 카작 기념관으로 카작의 근대사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다. 러시아에 온 기분이다. 한국전시관도 있다. 1992년 1월 28일 수교하여 기념으로 만들어진 코너란다. 전통집과 식사 모습, 의복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반 지하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온 후 나왔다. 지휘봉을 들고 있는 동상을 기점으로 내려오다가 꼭쥬베를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려고 걸어간다. 도시의 길이 바둑판 모양으로 되어있어 편리하다. 꼬쥬베는 알마티 시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으로 최근에 관광객을 위한 개발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우리나라 서울의 남산 같은 느낌이다. 케이블카 타는 곳에 오니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아내는 입장료가 비싸다고 아래에서 기다리겠단다.(두당 2000T=15000원정도). 아내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고집이 세지는 것 같다. 할 수 없이 혼자 표를 끊어 케이블카를 탔다. 일반 주택 지붕위로 가는 것이 좀 이상하다. 경사가 제법 있어 스릴이 느껴진다.

 

       케이블카로 올라와 건물을 나서니 KOKTOBE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영어인지 카작어인지 알 수 없다. 조그만 광장에는 사과모형이 만들어져 있다. 산책로를 따라가니 비틀즈 동상이 있다. 비틀즈 멤버 4명이 카작의 알마티에서 꼭쥬베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몽골의 울란바토를 공원에서 만난 비틀즈의 모습과 흡사하다. 산책길을 가니 동물원이 있다. 어린양들에게 분유먹이는 모습이 재미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시내 모습이 시원하다. 고층 빌딩들과 직선으로 뻗은 도로들이 보이고 가까이에는 방송탑이 있고 멀리에는 스키점프대도 보인다. 천산산맥의 웅장함도 돌아서면 바로 눈앞이다. 작은 간이 상가에는 모자, 티셔츠, 인형 등의 기념품들이 전시되어 주인을 찾고 있다. 여러 모양의 레스토랑도 있다.

  

       기다리는 아내가 생각나서 서둘러 내려왔다. 아내는 그늘에 걸터앉아 있다. 반갑다. 그림자처럼 함께 다니는 아내와 잠시도 떨어진 기억이 없다. 함께 조금 걸어가니 극장이다. 배트맨과 만화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걸어 내려가니 공화국 궁전이다. 공화국 궁전은 우리나라 세종문화회관과 비슷하단다. 다른 점은 이곳은 주로 인기 있는 대중가요 공연이 자주 개최된단다. 우리나라 난타 공연도 열린 적이 있단다. 궁전 앞 광장에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19세기 카작의 사상가이자 문학가이며 음악가인 아바이 동상이다. 카작의 정신적 기둥이란다. 카작의 사상, 문학, 문화는 아바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무게가 있는 인물이다. 아쉽게도 카작이 농경민족이 아니고 유목민족이라 아바이 이전의 문화적 유산이,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아 매우 빈약하단다.

  

       젠코프 거리를 따라 걸어 내려간다. 카자흐스탄 호텔이 멋지게 세워져 있다. 곡선의 둥근 모습에 왕관을 쓴 듯 한 고층 건물이다. 거리는 오래된 듯 큰 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해충방지용이라며 나무 밑 둥에 하얀 석회가 발라진 것이 재미있다. 오른편에 KOREAN 마트도 보인다. 우리나라 식품이 잔뜩 쌓여있는데 라면과 고추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로수 그늘이 있어서 걷기 좋다. 계속 걸어가니 판필로프 공원이 나온다.

 

       공원에 들어서니 결혼사진을 찍는 예비 신랑신부가 드레스를 입고 행복해 한다. 얘기를 하는데 한국말을 제법 한다. 카작 사람인데 한국계란다. 반갑웠다. 축하해 주고 헤어져 젠코프 성당에 들어갔다. 마침 결혼식을 하고 있다. 러시아계 사람들이다. 신부가 책을 들고 뭐라고 낭독하고 있다. 성당내부도 화려하고 신랑신부도 화려하다. 2명의 찬양 듀엣이 성당 내부를 가득 채운다. 화음이 참 멋지다. 화려한 이콘들이 가득하여 금빛이다.

  

       다시 질뇨니 바자르로 들어갔다. 언제 들려도 시장은 재미있다. 고려인들이 장사하는 곳에 서니 한국 같다. 두부, 콩나물, 나물 종류를 가득 쌓아놓고 팔고 있다. 이용하는 한국인이 많은가 보다. 김밥도 보인다. 러시아 말로 카레이스키 인 고려인은 10만 명 정도 이곳에 있단다. 부지런 하여 부자로 잘 살고 가족간에 화목한 민족으로 알려졌단다. 연해주에 살던 사람들인데 소련이 1937년 강제 이주시켜 이곳에 왔다. 추운 겨울 기차로 이 황무지에 내동댕이쳐져 온갖 고난과 어려움, 역경을 이겨내고 지금에 이르렀단다. 논농사도 도입하고 근면하며 교육열도 높아 이제는 카작에서도 인정받는 삶을 누리고 있단다.

     내일 키르키즈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기 위해 시장을 나와 황금빛 모스크를 지나 버스정류장이라는 곳으로 건너왔다. 위치는 확인했지만 키르키즈의 비쉬켁은 들리지 않고 매일 밤 11시에 출발하는 키르키즈의 졸폰아타의 표지판만 매표소에 보인다. 사이핫이라는 버스터미널을 뒤로하고 숙소로 향했다.

 

       출발할 때 타고 왔던 17번은 우리 숙소로 안 간다. 141번을 타란다. 건너편에 가서 힘겹게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잘 가다가 바라홀까 시장에서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여기에서 손님이 가장 많이 내리고 가장 많이 탄다. 양손에 물건을 가득 들고 탄다. 시장은 엄청 크다. 도로 양옆에 길게이어지는 양철 지붕 아래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6~7개의 시장들이 하나로 형성되어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알마티 외곽에 있어 일부러 찾아가는 것은 힘들다. 바라홀까 시장을 벗어나 오른쪽으로 틀어 두세 정거장을 가니 우리 숙소가 보여 서둘러 내렸다.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니 이제 배가 고프다.

  

     금방 튀겨낸 삼사(군만두)를 하나씩 들고 먹었다. 맛은 있는데 온통 기름이다. 숙소에 들어왔다. 천정에도 통나무, 옷장도, 침대도, 거울도, 의자도 모두 통나무로 만들어진 독특한 분위기가 포근하다. 이곳 언어를 살펴보니 러시아 알파벳 33개와 카작 알파벳 40개가 넘어 함께 쓰이고 있어 복잡하다. 감사합니다만 익혔다. 스빠시버는 러시아 말이고, 라끄멧은 카작 말이다.

  

       지도를 보니 카작은 몽골의 서쪽에 붙어있는 나라다. 사는 모습이나 사람모양이 많이 닮았다. 남쪽과 동쪽의 국경에 위치한 천산과 알타이 산맥이 아니라면 국경도 없을 것 같은 평원이다. 유명하다는 말고기는 먹지 못하고, 수도인 이스타나도 가보지 못하고, 황량함을 체험할 수 있는 대평원도 서지 못하고 이제 떠나야 한다니 무척 아쉽다. 많은 아쉬움을 갖게 하는 나라다. 시간이 많아도 다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맛을 보고 가는 것도 최선일 것같은 생각이 든다. 여행의 정답이 어디 있을까? 내일 떠날 것을 아내와 얘기한다.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숙소에서 제공해 주는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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