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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키즈스탄 여행기2 (이경우)-이쉬쿨 호수(촐폰아타,카라콜)

작성자睦園.박이환|작성시간18.09.06|조회수207 목록 댓글 0


   

8월 5일 일요일 맑음

 

     

새벽 동트기 전에 아내와 함께 호수를 찾아갔다. 막 동이 트는 호수는 참 조용하고 신비롭다. 맑은 물이 찰랑찰랑 파도도 친다. 약간 서늘한데 목욕인지 수영인지 모르지만 물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뜨는 해에 붉은 햇살아래 작은 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3명이 역광에 까맣게 보인다. 호수 건너편의 산맥에는 하얀 눈이 보이는데 오후보다는 덜 선명하다. 호수 주변의 모래밭에는 놀이용 보트가 줄 맞춰 늘어서 있다. 키가 늘씬하고 건강해 보이는 나무들이 호수와 잘 어우러진다. 주로 미루나무와 자작나무, 수양버들 같다. 너머에는 잔설을 이고 있는 거칠고 높은 산이 가까이 보인다. 큰 호수 옆 모래사장 건너편에는 작은 연못도 있다. 연못가에는 자작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워져 있다. 연못에 비친 모습이 거울같이 똑같다. 수영하려는 아이들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이시쿨 호수는 깊이가 700m라는 데 상상이 안 간다. 퀸게이 알라타우와 테르스케이 알라타우 지역의 4000m 의 봉우리 사이에 위치하여 물로 가득 찬 거대한 웅덩이다. 이 호수는 해발 1600m 높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미의 티티카카 호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악 호수다. 소련시절에 호수를 따라 건강 온천이 늘어서 있었지만 건강온천장 관광은 악마의 제국과 함께 붕괴되었다. 또 이 호수는 서방의 눈길을 피해 소련 해군이 고정밀 어뢰를 테스트 하던 곳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오늘날 이 호수에 오는 주된 이유는 호수가의 조용한 분위기에 빠져 온천을 즐기며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하이킹 트레일을 탐험하기도 하고, 35kg까지 무게가 나간다는 송어를 현지에서 직접 잡으려는데 있다. 호수 지역의 주요 명소로 3000m 높이의 그림엽서같이 완벽한 산악 계곡에 자리 잡은 알틴 아랴산 온천장, 제테 오퀴즈 계곡의 기이한 붉은 사암 절벽, 카라콜 남쪽의 멋진 트레킹 코스 등이다.

 

       호수를 등지고 숙소 방향으로 걸었다.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도로로 향해 직선으로 길이 나 있고 배낭 맨 사람이 한 명 걸어간다. 조용한 아침이다. 이제 해가 떠 올라 공기도 싱그럽다. 큰 길에 올라섰다. 어제 달려왔던 길이다. 길가에는 작은 공원이 있는데 은빛 여인 동상이 중심을 잡고 있다. 촐폰아타의 아침은 조용하다.

  

       촐폰아타는 여름 휴양지로 유명하다. 마나스의 서사시에 의하면 한민족은 키르키즈 민족의 조상이다. 한민족은 ‘파미르 키르키즈 한’ 이라고 긴 이름을 가진 파미르 문명의 창시자로서 그들의 일만여년전 유골이 이시쿨 호숫가에 그대로 남아 있고 그 호숫가엔 촐폰아타(졸본성)란 이름의 마을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7km 떨어진 니콜라이 프로제발스키 기념관이 있다. 그는 은 19세기 중앙아시아, 중국, 한국을 거쳐간 여행가이자 탐험가가 이곳에서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주민 20%가가 러시아인으로 나무로 지은 러시아 정교회당도 있다.

 

       일단 숙소로 들어왔다. 어제 먹던 만두와 복숭아로 아침식사를 했다. 카라콜로 가기로 했다. 배낭을 메고 숙소를 나서니 울타리 밖으로 밀려난 앵두 같은 이름 모를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나무가 큰 것으로 보아 앵두 같지는 않다. 카라콜행 버스 타는 곳을 찾아간다. 대형버스 타는 정류장이 보인다. 낡은 터미널 건물은 폐허같이 사용되지 않고 넓은 주차장에는 낡은 대형 버스 몇 대가 보인다. 대형 버스가 보이니 좀 신기하다.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표시도 없고 사람도 없고 차도 움직인 흔적이 없어 보인다. 페가수수 게스트하우스 선전판이 보인다. 글을 모르니 흰말이 그려진 것을 보아 짐작해 본다. 상가에 들어가 카라콜행 버스를 물으니 어제 내린 정류장 반대편이란다. 촐폰아타에서 카라콜 방향으로 마을 끝이다. 걸어가면서 길가에서 바구니에 담아 팔고 있는 작은 과일을 사서 먹으니 정말 맛있다. 먹으면서 걸으니 좀 쉽다.

 

      미니버스 3대가 길가에 서 있고 기사는 카라골 이라고 외치고 있다. 302번 미니버스다. 15인승인데 카라콜 까지 2시간 걸린단다. 문제는 손님이 채워져야 출발한다는 것이다. 손님이 모이길 기다리다가 아내는 과일을 사러 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손님이 하나 둘 모여서 15명이 다 되었는데 아내는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과일을 사러 간지가 30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질 않으니 속이 탄다. 차는 출발하려고 시동을 걸었는데 아내는 보이지 않고...... 목이 빠지라고 쳐다보니 멀리 아내의 모습이 보인다. 아내는 의기양양 살고와 체리를 사가지고 왔다. 아휴!!!!!!! 속 터져!!

 

     차는 바로 출발했다. 다니는 차들이 많지 않아 차는 신나게 달린다. 경치는 호수와 산과 들로 이어지고 가끔 사람 사는 마을도 나온다. 참 아름다운 경치다. 촐폰아타에서 꼭 가봐야할 곳이 페트로 글리프스(암각화)다. 이곳은 바위에 새겨진 암면조각을 뜻하는데 촐폰아타 근교에 있다. 대부분이 선사시대 이 후의 것이며 당시 생활상이나 부족의 종교의식이 담긴 모습이 새겨져 있다. 중요한 역사적 자료로 보존되고 있다. 기원전 8세기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며 작은 규모지만 정착 인이 아닌 유목민의 고대 생활을 볼 수 있다. 산양을 사냥하고 있는 흰 표범, 낙타, 사슴, 태양 등이 그려져 있다. 보질 못하고 가는 것이 약간 아쉽다.

  

       이제 호수는 보이지 않는다. 카라콜에 다와 가나보다. 유명한 만큼 사람들이 없고 썰렁하다. 아주 멀리 떨어진 시골에 온 것 같다. 9시 30분에 출발해서 11시30분에 도착했으니 꼭 2시간이 걸린 셈이다. 차에서 내리니 역시 썰렁하다. 뜨거운 태양아래 택시 몇 대가 길가에 있고 그늘에 사람들이 서 너 명 얘기하고 있다. 날이 무척 뜨겁다. 일단 버스 터비널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터미널 안은 텅 비어있고 깨끗이 청소된 폐허다. 사용되는 공간이 하나도 없다. 러시아 글이 보이는 카라콜 주변 지도가 벽에 붙어있는데 페인트 색이 퇴색되어 글씨도 흐릿하다. 정신 나간 여자 하나가 긴 의자에 누워 자고 있다. 다른 의자에 앉으니 시원해서 좋다.

 

       점심때가 되어서 일단 의자에 앉아 아내가 사 온 과일을 먹었다. 씨가 쏙쏙 빠지는 살구가 참 맛있고, 체리도 입에서 살살 녹는다. 과일로 배를 채웠다. 배낭을 메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짐을 줄여야 한다. 손에 짐 까지 들면 걸어 다니는 데 지장이 있다. 이제 시내를 둘러보자.

 

     “카라콜은 이 지역의 주요 도시로 호숫가와 테르스케이 알라타우 중앙티엔샨을 탐험하기에 가장 적합한 전진 도시다. 낮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으며 사과 과수원과 일요시장(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장)이 유명하며 뒷골목에는 러시아의 값싼 가옥들로 가득하다. 비쉬켁에서 버스로 8시간 걸린다.”고 간단히 메모되어 있다.

 

     태양이 뜨거워 아내는 양산을 꺼내 썼다. 거리에는 다니는 사람이 없고 뜨겁기만 하다. 준비해간 지도를 펴고 거리를 알아본다. 이곳에는 ⓘ도 없고, 가게도, 물을 만한 사람도 보기 힘들다. 또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렵다. 차라리 찾아갈 곳을 사진으로 뽑아 왔으면 더 잘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중심거리인 독토구타 거리를 찾기로 했다. 거리는 바둑판 모양으로 되어 있어 찾기 쉬웠다. 아주 작은 회교사원이 보인다. 러시아식 낡은 아파트가 나오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곱게 핀 코스모스가 한가득 우리를 반긴다. 날이 뜨거우니 등에 멘 배낭이 무겁다.

 

 

독토구타 거리에 들어서니 차량 통행이 있으나 가뭄에 콩 나듯 한 두 대가 지나간다.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그림을 그려 러시아식 성당을 물으니 오른쪽으로 가란다. 중심가가 나온다. 길가에 YURT hostel이 보인다. 굳게 잠긴 커다란 문, 담장아래 외국인 관광객 3명이 텐트를 치고 앉아 있다. 커다란 대문을 밀고 들어간다. 주인은 터키계 사람인 것 같다. 서양인 모습의 중년 남녀가 사무실에 있다. 상세 지도를 보여주며 트레킹 코스를 안내해주고 마당에 있는 숙소도 보여준다. 마당이 넓다. 겔 모양의 숙소도 몇 채 있고 건물 안의 숙소도 있다. 썩 내키지 않아 둘러본 후 그냥 나왔다.

 

       왠지 머물고 싶지 않은 도시다. 그냥 도시만 둘러보고 오후 늦게라도 비쉬켁으로 가기로 했다. 성당과 중국식 모스크만 찾아보기로 했다. 왼편에는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설산이 보인다. 느낌이 이상한 마을이다. 중심지에는 공원이 있다. 작은 공원 중앙에는 칼 차고 왼 손에 깃발을 든 동상이 있다. 뜨거운 태양아래 나무들이 서 있지만 대지는 바짝 말라 무척 건조하다. 아무리 찾아도 성당은 보이지 않는다. 아내를 그늘에 쉬게 하고 혼자 길 끝까지 가 봐도 보이지 않는다. 포기하고 돌아서서 터미널로 방향을 잡고 중국식 모스크로 향했다. 4층짜리 아파트에 ⓘ라는 마크가 있어 들어가려니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중국식 모스크는 쉽게 찾았다. 사람도 서 너 명보여 반갑다. 문이 열려있다. 모스크가 이렇게 생긴 것은 또 처음이다. 중국 절 같은 기분이다. 낡아서 곧 무너질 것 같지만 제법 넓다. 날씨 탓인지 사람들도 삐쩍 마른 것이 날카로워 보인다. 둘러보고 큰 길로 나오니 러시아제 오래된 버스에 사람이 가득 타고 있어 터질 것 같다. 노란색 버스가 무척 뚱뚱해 보인다. 버스 안은 얼마나 더울까?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슈퍼가 보인다. 너무 더워 물과 쥬스를 샀다. 군만두 종류인 삼사도 2개 샀다. 슈퍼는 좁고 어두운데 물건이 가득하다. 걸어가다가 그늘에서 쥬스와 삼사를 먹는다. 꿀맛이다. 에너지를 보충하니 기운이 난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비쉬켁 행 미니버스를 탄다. 대형버스는 없다. 여기는 매표소에서 표를 끊어서 탄다. 그냥 타도 될 것 같은데....... 표를 끊고 손님이 모아지기를 기다리면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여기도 요금을 받는다. 화장실은 커다란 터미널 건물 맨 아래층에 있다. 빈 터미널 건물에 화장실 기능만 살아 있다. 미니버스에 올라타서 맨 뒤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는데 한국 사람이 탄다. 인상이 좋은 것이 꼭 선교사님 같다. 앞으로 갈 수가 없으니 그냥 갈 수 밖에 없다.

   

       이제 카라콜을 떠난다. 점만 찍고 간다. 맨 뒤에는 아내와 아가씨와 아이 둘을 안고 탄 아주머니가 있다. 문제는 아주머니다. 짐이 많고 4~5살짜리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를 안고 간다. 어른이 앉아도 좁은 뒷좌석에 아이들까지 그것도 2명이나, 고맙게도 옆에 앉은 아가씨가 보모가 되어 동생을 앉고 간다. 옆에 앉아서 함께 아이와 놀아주며 가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내 무릎에서 놀다가 또 아가씨에게, 또 엄마에게 옮겨가며 칭얼댄다. 옆에 아가씨는 인내심도 대단히 강하다. 끝까지 웃으며 아이를 맡아 수고한다. 휴게소에 잠시 멈췄다. 밖으로 나오니 좀 살 것 같다.

 

      또 차곡차곡 올라탄다. 뒷좌석은 아이를 본다고 밖을 내다볼 여유도 없다. 언뜻 보니 우리가 묶었던 촐폰아타를 지나간다. 한번 스쳐간 곳이라고 눈에 익는다. 오후에는 호수 건너편에 길게 이어진 산맥의 눈 덮인 모습이 선명하게 보여 좋다. 4시간 정도를 달리니 호수도 끝나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기찻길도 보인다. 기차가 달릴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고 물길도 거칠다. 또 휴게소에 멈췄다. 애기 엄마가 빵을 사와서 고맙다고 먹으란다. 거절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아 기쁘게 먹었다.

  

       휴게소에는 약수가 나온다. 화장실은 유료다. 큰 식당이 하나 있다. 도로는 공사 중이라 먼지가 나고 어수선하다. 통행 차량도 많다. 휴게소 한 편에는 겔이 있는데 생선을 말려 팔고 있다. 화덕에 빵을 굽는 모습이 재미있다. 갓 구워낸 빵이 먹음직스럽다. 커다란 쟁반에 올려지는 빵의 냄새가 죽여준다. 한국에서 일했다는 젊은이가 능숙하지만 좀 어눌한 투로 한국말을 걸어온다. 구로동과 하남에서 일했단다.

 

        이제는 호수를 등에 두고 급한 경사 길을 내려간다. 차들이 많아 기차같이 줄지어 간다. 해가 지고 어두워진다. 서서히 밖의 사물들이 어둠속으로 사라져 감에 따라 오늘 묵을 숙소가 걱정으로 다가온다. 6시간 정도 걸려서 비쉬캑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깜깜하다. 택시기사들이 몇 명 달라붙는다. “사꾸라” 라는 말이 귀에 들린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숙소 이름이다. 사꾸라 게스트 하우스에 간다는 택시 기사와 흥정을 했다. 200솜(5000원)을 주기로 하고 배낭을 실었다. 물론 요금은 Pay after! 택시기사는 기분이 좋은 것 같다.

 

       키르키즈스탄의 수도 비쉬켁의 중심가는 아주 깜깜하다. 도로에는 가로등이 전혀 없고 건물의 네온사인도 없다. 가끔 희미한 백열전등과 자은 간판만 보인다. 자동차의 희미한 라이트에 의존해서 암흑 속을 달린다. 건물들과 나무들이 보이는데 왜 이리 어두울까? 정말 놀랍다. 뜻밖이다. 밤에 정전이 잘되는 네팔의 카트만두 보다 전기사정이 더 나쁘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것이 수도 비쉬켁의 첫 인상이다.

 

       택시는 큰 길을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선다. 어두운 골목에 차를 세워주며 다 왔단다. 배낭을 메고 내렸다. 일단 후레쉬를 꺼내 비춰보니 작은 간판이 보인다. 친절하게 골목까지 들어와 대문 앞에 내려준 택시 기사가 고마웠다. 마침 외국인 한 명이 대문을 밀고 들어간다. 따라 들어갔다. 숙소에는 전기 사정이 좋아 제법 훤하다. 좀 이상할 정도다. 젊은 일본인 부부가 주인이다. 숙소에 손님이 많아 방이 없단다. 친절하게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방을 알아봐준다. 여기 숙소는 대충 두당 12000솜인데, 좀 비싼 곳과 싼 곳이 있단다. 내일 이곳에 와서 묵기로 하고 오늘밤은 그냥 싼 숙소에서 자기로 했다. 고맙게도 남자 주인이 우리를 태워다 준다. 대문을 열고 차를 뺀 후 어두운 거리를 2~3분 달려 큰 길 가에 차를 세워 숙소를 알려준다. 숙소가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나오라며 기다려 준다. 맘에 들지 않아도 그냥 자기로 하고 일본인을 보냈다. 끝까지 친절을 베푸는 것 이것이 진정 한 친절인 걸 다시 한 번 배웠다.

 

      도착한 숙소는 커다란 3층 건물에 간판도 없다. 낡은 문을 들어서니 작은 사무실이 있다. 열쇠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가니 긴 복도가 있고 방들이 줄지어 있다. 첫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침대가 6개가 있다. 커다란 창문이 하나 있다. 공장 건물이다. 옆에는 재봉틀 몇 대가 놓여있는 공장 건물이었다. 후레쉬를 들고 복도 끝에 있는 화장실을 가보니 냄새가 코를 찌르고 발 디딜 틈도 없이 지저분하다. 세면대의 물도 찔찔 나온다. 그냥 손만 씻고 방으로 돌아왔다. 두당 7000원도 안 되는 숙소이니 뭘 기대할까? 누울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일단 침대에 모기약을 뿌려 대충 소독을 했다. 조심스럽게 열려있는 창문을 닫고 자리에 누웠다. 아내의 입에서 불평이 나올 법 한데 말이 없다. 너무 피곤한지 그냥 골아 떨어졌다. 잘 따라 주는 아내가 너무 감사하고 또 미안하다.

  

      숙소라고는 하지만 손님이 우리밖에 없다. 조용하다. 9시 30분이 넘었다. 분명 지도에는 시내 중심인데 조용한 것이 이상할 뿐이다. 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질 않는다. 머릿속에 지나온 이쉬쿨 호수와 촐폰아타의 과일들, 카라콜의 더위와 마을 보습, 미니버스의 덜컹거림과 작은 꼬마의 얼굴이 스쳐간다. 모기가 없어서 좋다. 숙소 앞에 쭈그려 앉아 떠드는 총각 3명의 목소리가 음악 소리 같이 들린다. 우리가 자 본 숙소 중 최악이다. 배가 고프다 돌아서 누워 자려니 침대가 삐걱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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