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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키즈스탄 여행기4 (이경우)-비쉬켁에서 오쉬로

작성자睦園.박이환|작성시간18.09.10|조회수76 목록 댓글 0

          

                    

   

# 8월 7일 화요일. 맑다가 비를 만나고 또 맑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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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식사로 빵과 포도를 먹고 짐을 챙겼다. 이제는 오쉬로 간다. 타직 대사관이 일찍 문을 열지 않고 9시 30분에 열기 때문에 숙소에서 뭉개다가 9시에 체크아웃을 했다. 정말 맘에 드는 숙소라 더 머물고 싶지만 이제 떠나야한다. 주인은 바쁜지 찾기도 어렵다. 겨우 열쇠를 반납하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숙소를 나섰다. 이제 제법 비쉬켁 중심가는 눈에 익는다. 하루 볕이 무섭구나. 택시를 타고 대사관에 갔다. 다시 한 번 파미르 하이웨이 통행에 대해 물어도 갈 수 없다는 같은 대답이다. 여권을 찾아 비자를 확인하고 우리의 일정을 그려보며 대사관에 있는 지도를 사진기에 넣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시내에 있는 오쉬바자르로 향했다. 동소남북이 뻥 뚫린 오쉬바자르는 복잡했다. 오쉬 행 버스나 택시 타는 곳이 이곳에 있다고 해서 여러 사람을 잡고 물어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고함쳐도 들릴 것 같지 않은 시끄럽고 복잡한 거리다. 사꾸라 게스트 하우스에서 오쉬로 가는 교통편은 종합 터미널에서도 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그곳으로 가서 알아보기로 했다. 일단 환전상이나 ATM 기계를 찾아 돈을 바꾸기로 했다. 있을법한 ATM기계가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환전상에서 100$을 환전했다.(4710솜) 시간이 있으면 오쉬바자르 주변을 둘러 볼 텐데 오쉬 행 교통편을 찾아야한다는 생각에 다시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갔다.

 

       터미널을 둘러봐도 오쉬행 교통편이 없다. 없는 것이 아니라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헤매다가 키르키즈에 유학 왔다는 한국 청년들을 만났다. 동행한 키르키즈 청년이 있어 우리 형편을 알고 함께 찾아봐주었다. 자기들이 타고 갈 미니버스는 아직 손님이 차질 않아 한참을 기다려야한단다. 함께 오쉬행 교통편을 찾아본다. 이곳 청년들이라 쉽게 오쉬행 차를 찾았고 차비까지 흥정해 주었다. 감사하다. 구하라 주실 것이요,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요, 찾으라. 찾을 것이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귀한 천사들을 보내 주셔서 드디어 교통편을 잡았다.

 

       오쉬 간다는 차가 몇 대 보인다. 우리 차는 하늘색 혼다 승용차다. 11시 30분이다. 일단 차를 찾았으니 손님이 가득차기를 기다려야한다. 운전기사 포함해서 8명이 정원이다. 5명이 더 와야 한다. 운전기사는 나이가 60이 넘어 보이는 구두쇠 같은 영감님이다. 별로 말이 없다. 기사는 손님을 찾으러 가고 우리는 점심을 해결하기위해 터미널 건물을 한 바퀴 돌았다. 작은 식당이 보여 들어갔다. 게란 후라이와 소세지를 빵과 함께 먹고 홍차가 나온다. 밥이 없어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 했다.

 

       차가 있는 곳에 돌아오니 손님이 모두 만들어졌다. 기사 옆에는 인상이 험상궂게 생긴 뚱뚱한 젊은이, 뒤에는 나와 아내 그리고 아가씨, 뒤에는 아가씨 엄마와 아주머니 둘이 자리를 잡았다. 차는 출발해서 잠시 시내를 돌더니 약간 외관으로 빠져 나가서 이내 한가한 도로를 달린다. 앞에 커다랗고 긴 산맥이 정면으로 막혀있는데 그 산을 향해서 직선으로 달려간다. 쭉 뻗은 길이 시원하다. 과속 차량을 단속하는 경찰차도 나와 있다. 차 안의 손님들은 모두 잠이 들었다. 도로 사정이 생각보다 좋다. 이렇게 좋은데 왜 대형 버스가 없을까? 이제 차는 산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검문소가 있는데 경찰이 도로 비를 받는다. 13시 35분이다. 길옆에는 물이 흐른다. 물이 깨끗하고 수량도 적지 않아 보기 좋다. 기사 영감님이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운다. 산은 악산이고 나무가 거의 없는 자갈 산이다. 폭포도 보인다. 낡은 팻말에 카라-발타 강이라고 써 있다. 공기도 좋고 서늘하다.

 

       비가 내린다. 하늘이 검은색으로 변한다. 에스(S) 자를 그리며 산을 올라간다. 티코도 앞에 간다. 힘겹게 올라가는데 창밖으로는 계곡이 보이고 흰 구름이 휙휙 지나간다. 경치는 멋지다. 원래는 밤차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멋진 경치를 보며 낮에 가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 여행기를 참고로 해서 기대하며 낮에 가는 것이다. 경치들이 점점 멋있어진다. 정상 가가이에 올라서니 긴 터널이 나타난다.

 

       말을 탄 목부 서 너 명이 소 100여 마리를 몰고서 도로를 점유하고 있어 차가 잠시 멈춰 섰다. 바람은 불고 무척 추워 보인다. 목부들은 꼭 몽골 사람 같다. 여기 높이는 300m 가 넘는 산 이란다. 이제 터널을 통과하면서 내려가기 시작한다. 멀리 설산이 이어지고 눈 아래는 평원이 펼쳐진다. 정말 장관이다.!!!!!!! 오후 2시 20분이다. 이제는 지그재그로 내려간다. 눈 아래 곡선을 그리며 이어져 가는 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오쉬까지 528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거의 다 평지까지 내려온 것 같다. 길가에 유르타(겔)가 보이기 시작한다. 현대식, 새로 지어 깨끗한 주유소가 있다. 차들이 모두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보충하고 간다. 우리도 주유소에 차를 세워 연료를 보충한다. 우리는 내려서 화장실을 다녀온다. 비에 바람이 무척 강해서 날아갈 것 같다. 비가 꼭 우박 같은 느낌이다. 초원이 멋지게 이어진다. 여기에 펼쳐진 초원은 해발이 높은 곳이다. 올라가며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강물이 옆에 흐른다. 3시 15분에 475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오면서 또 언덕을 올라간다.

 

       길옆에는 유르타가 줄지어 보인다. 가축들의 천국, 특히 말들의 낙원인 것 같다. 멋진 경치다. 2층 유르타도 있다. 유르타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나라의 한낮 온도가 30도를 넘어가는데 여기 사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겨울이다. 해가 지면 기온이 더욱 떨어진단다. 이 평원 지대를 ‘수삼부르’라고 부르는데 이는 낙원이라는 뜻이란다. 전에는 천리마가 살았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말들이 너무 평화롭게 놀고 있다. 이 도로가 M41번 도로다.

 

       우리 옆에 앉아 있던 아가씨가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제법 영어로 말을 잘해서 반가웠다. 차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데 첩첩산중이다. 옆에는 계곡물이 시원하게 흘러간다. 달리던 차는 작은 휴게소 같이 생긴 식당 앞에 멈췄다. 15시 40분이다. 잠시 저녁 식사를 하고 간다. 모두 차에서 내렸다. 공기가 깨끗하고 맑다.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서니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들 내외와 손주들이다. 대가족이다. 3대가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데 잔치 집 같은 분위기다. 수박이 풍성하고 잘 구워진 통닭도 식탁에 가득하다. 우리에게 먹으라며 잔뜩 음식을 밀어주신다. 수박도 맛있고 잘 구워진 통닭도 부드럽고 입에서 녹는다. 함께 사진도 찍으며 즐겁게 두 손으로 음식을 먹었다. 인심이 후하고 친절한 분들이다. 닭고기 맛이 정말 특이하게 맛있다. 닭고기가 너무 커서 칠면조 같은 느낌이다. 옆에 있던 아가씨에게 부탁해서 치킨을 주문했다. 크고 부드러운 치킨이 정말 맛있다.

 

       여기는 치킨을 독이라고 한다. 특이한 것은 고추장 같은 다대기 소스가 있었다. 통닭을 찍어 먹기 좋은 소스다. 투박하게 썰어진 양파와 더불어 너무 맛있게 실컷 먹었다. 육질이 너무 부드럽다. 배를 채운 후에 마당으로 나왔다. 회색 돌 산 뒤에 흰색 돌산이 특이하게 눈에 들어온다. 아내는 식당 아래에 흐르는 냇가로 간다. 물이 너무 깨끗하고 수량도 많다. 물은 엄청 차갑다. 나무들은 삼각형으로 자라는 주목이 많이 보인다.

  

       마당에 만들어 놓은 간이 세면기가 눈에 들어온다. 비누도 있고 수건도 걸려있다. 몽골 고비 사막지역에서 보던 것이다. 생활모습도 인종도 거의 같아 보인다. 16시 30분이되어 차는 다시 출발한다. 고원지대를 서서히 내려간다. 옆에 갖고 있던 2L짜리 페트병이 찌그러진다. 기압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재미있다. 뚜껑을 열면 원위치 된다. 다시 뚜껑을 닫아놓으면 잠시 후에 또 찌그러진다. 차는 서서히 산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산을 벗어났다기보다는 산을 내려와 잠시 평지를 달린다. 이곳이 페르가나 계곡이다. 우즈벡과 키르키즈 그리고 타직 국경이 정확지 않아 분쟁이 일어나는 곳이다. 긴 포플러 나무 사이로 거대한 산3들이 보이고 아래는 보석 같이 파란 빛을 발하는 호수가 펼쳐져 환상적인 경치를 연출한다. 톡토굴이라고 아가씨가 알려준다.

 

       톡토굴은 비쉬켁이나 탈라스에서 오쉬로 가는 중간에 톡토굴 댐이 위치한 곳이다. 옛날에는 이곳에 머물렀다가 가는 교통의 중심지 이지만 요즈음은 그냥 오쉬로 갈 정도로 도로 사정이 좋아졌다. 이시쿨 호수와 천산에서 시작된 나린강을 막아 수력 발전하여 키르키즈는 물론 우즈벡, 카작까지 전력을 공급한다. 우리는 터널을 지나 뜨루-아뉴(3586m) 패스를 넘어 오트맥 패스를 넘어온 것이다. 이제 알라벨 패스를 넘어간다. 톡토굴을 끼고 차는 달리다가 이제 호수를 등지고 간다. 경치가 엄청 멋지다. 오른쪽에 멋진 강이 나타난다. 카라슈 강이다. 잘란아바트 마을을 향해 간다. 강수량이 적어서인지 산에는 나무 한 그루가 없다. 벌판에는 나무들이 보여 좀 특이한 풍경을 만든다. 묘지들이 보이고 동상도 있다. 또 호수가 펼쳐진다. 길고 깨끗하다. 눈부신 태양이 기울어 빛이 환상적이다.

 

       호수 건너편에는 마을이 멀리 보이고 나무들이 키를 자랑하듯 쭉쭉 뻗어 있다. 옥수수 밭도 보이고 벌판에는 소들이 놀고 있다. 차는 계속 달려가고 호수는 계속 이어진다. 주변의 풍경은 미국 서부의 데스벨리 같은 느낌이다. 차는 호수를 오른쪽에 끼고 돌아간다. 금새 호수들이 계곡물로 바뀌더니 이제는 계곡물이 오른편에 있다. 돌산이 험하다. 굽이굽이 돌아가며 강물이 이어진다. 터널을 통과하고 또 터널을 통과한다. 댐이 나온다. 오후 6시 30분이 넘어가니 해도 많이 기울어져 있다. 수력발전소를 뒤로 하고 달려간다. 다리를 건너가니 터널이 나오고 이제는 평지가 펼쳐진다. 산을 벗어난 느낌이다. 옥수수 밭이 넓게 펼쳐진다. 해가 길다. 오후 8시가 되니 어둑어둑 해진다. 해는 보이지 않고 멀리 높은 구름만 밝다.

 

       오쉬에 다 왔다. 이제는 어둡다. 아니 캄캄하다. 갑자기 차를 오른편에 세우더니 후레쉬를 켜고 길을 건넌다. 길 건너편에는 수박과 참외를 잔뜩 쌓아 놓고 파는 사람들이 자고 있다. 불이 없으니 그냥 자면서 과일을 지킨다. 자는 사람을 깨워서 모두 양손에 머리통만한 메론을 하나씩 들고 온다. 다시 차를 타고 달려간다. 우리가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고 하니까 자기들이 구해준단다. 친절한 사람들이다. 정이 있다. 밤 10시 30분이 되어서 우리는 중국 사람이 경영하는 호텔에 도착했다. 기사 옆에 앉아있던 험상궂게 생긴 젊은이가 미리 연락을 해 놓은 것 같다. 별 절차 없이 깨끗하고 아담한 숙소를 얻게 되었다. 참 친절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어두운 밤이라 머물게 된 숙소가 어딘지 모르지만 시내 중앙인 것 같다. 자리에 누워도 오늘 넘어온 멋진 경치가 눈에 선하다. 낮에 오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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