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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여행기 (이경우) --세르비아의 벨그라드

작성자睦園.박이환|작성시간18.10.15|조회수145 목록 댓글 0


                 


7월 31일 토요일 맑음, 비. 

     어제 밤 9시 05분에 출발한 기차는 계속 달린다. 밤에 달리는데, 가끔 서는 기차역도 불빛이 희미하고 안내표지판도 제대로 없어 도대체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특실이라 사람도 뜸하다. 표도 없이 탄 여자 경찰과 총각한명과 같은 칸에 타고 간다. 여자 경찰 아가씨는 남자 친구와 헤어져 가는지, 슬프게 전화 통화를 한다. 처음에 여자경찰이 내리고 그다음 총각이 내렸다. 우리가 앉은 좌석 번호는 25, 26번이다. 6명이 타는 방인데, 모두 내려버렸다. 아내는 담요를 덮고 길게 누워 잔다. 덜거덕 거리는 기차소리만 줄기차게 들린다.  

     새벽 3시경에 갑자기 검표원이 오더니 옆 칸으로 옮기란다. 영문도 모른 채 자는 아내를 깨워서 옆 칸으로 옮겼다. 주변은 불빛도 없이 어둡다. 승객도 없이 자꾸 달려간다. 떠들썩하던 2 등 칸도 모두 내렸는지 조용하다. 귀를 기우려 들어보니 우리 방에서 자동 드라이버 소리가 드르륵 몇 번 들린다. 망치소리도 들린다. 궁금해서 몰래 나가보니 커텐으로 가리고 뭔가를 하는데, 바닥에 담배가 엄청 많이 쏟아져 있다. 젊은이 둘이 커다란 박스 서 너 개에 담아 들고 서둘러 나간다. 역무원은 다시 천장의 합판을 붙인다. 밀수품이다. 역무원과 젊은이 둘이 한 팀이다.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하고 두려움과 호기심에 상상력을 바ㄹ휘하여 머릿속에 소설을 쓴다. 아내는 자꾸 말린다. 궁금해서 한참 지난 후에 우리 방으로 가 봤다. 천장의 나사들이 다시 조립되어 있었다. 내 지도를 꺼내 위치를 보니, 우리 기차는 1153호 열차인데, Rosiori, Craiova, Orsova, Timisoara 를 거쳐 국경을 넘어 세르비아의 Vrsac를 거쳐 벨그라드에 들어간다. Timisoara에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Craiova, 와 Orsova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다. 괜히 마음이 흥분된다. Orsova 역에서 경찰로 보이는 사람 둘이 올라와 우리 방을 검색하며 다른 방도 조사한다. 그러나 이미......... 조금 있다가 우리 방을 잠그고 망치질을 해서 못 들어가게 만들어 놓았다. 무슨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구경하는 것 같다. 어둠속을 달리는 기차는 아내와 나, 둘 뿐인 것 같다. 아내는 다시 담요를 둘둘 말고 새우잠을 잔다. 

     날이 샌다. 도착한 곳이 아직도 루마니아의 티미소아라다. 티미소아라는 헝가리 국경과 가까운 바나 지역에 있다. 1989년 혁명이 시작된 곳으로 유명하다. 마을의 거리 벽면을 따라, 혁명당시 죽어간 사람들을 위한 기념비가 죽 늘어서 있단다. 시의 남쪽으로 혁명의 근원지인 토케 개혁 교회가 있다. 다른 볼거리로는 로마카톨릭 교회와 세르비아 정교회당으로, 티미소아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인 피아타유니리 건너편에 있다. 이곳은 루마니아 다른 도시로 가는 시외버스가 적은 반면, 국제선 버스가 많다고 한다. 국제 및 국내선 열차가 많다고 적혀 있지만 실제는 하루에 한편 꼴이다.  

     새벽이라 역 분위기는 썰렁하다. 서 너 명이 내리고 한 두 명이 탄다. 기차는 출발하여 남쪽 방향으로 잘 달린다. 한가한 들판에서 멈춘다. 국경이다. 여권검사를 한다. 출국도장을 받고 기차는 달려간다. 낡은 철교를 느리게 건넌다. 창밖을 보니 늪지대다. 이렇게 루마니아를 떠난다.

 

     이제는 세르비아다. 다리가 국경선인가보다. 한가한 역에서 기차가 멈추더니 여권검사를 하고 별 문제없이 세르비아에 들어섰다. 살며시 잠이 온다. 간밤에 긴장했던 일로 인해 잠을 자지 못했다. 해가 떠오르니 긴장이 풀리며 잠이 쏟아진다. 한참을 달린 것 같은데 아직도 벌판이다. 해바라기 밭과 옥수수 밭이다. 벨그라드에 들어서니 사바 강 위를 달려간다. 강위에는 작은 군함과 모래 채취선이 보인다. 드디어 벨그라드 역에 도착했다. 이렇게 달려 아침 8시 50분에 도착한다는 열차는 낮 12시 30분에 세르비아의 수도 벨그라드에 도착했다. 1시간 시차가 있어 현지 시계는 11시 30분이다. 밀리지도 않는 한가한 철길인데, 연착이라니 좀 웃긴다. 부실한 시설에 진행되는 공사도 이유겠지만 의식이 아직도 갈 길이 먼 나라들이다.  

     세르비아는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해체과정에서 유고를 승계한 국가다. 1991년에는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가 독립했고, 1992년에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각각 유고연방에서 이탈했다. 2006년에는 몬테네그로가 독립하였고, 2008년에는 코소보가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포했다. 2008년 코소보 독립선포 후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벨그라드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가 시끄러웠다. 지금은 치안상황이 안정되어 외국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와는 무비자로 90일간 체류가 가능하다. 기억나는 인물은 티토대통령과 밀로세비치라는 이름이다.  

     벨그라드를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끝없이 파괴를 되풀이 하는 도시‘하고 했고, 원래의 뜻은 ’하얀 성‘이란다. 처음에는 하얀성이 있었나 보다. 그런데 17세기 재건축을 하면서 복원한 성은 붉은 벽돌색이다. 벨그라드는 레닌그라드에서 알 수 있듯이 그라드는 성(城)이라는 슬라브어다. 독일에서는 ~부르크라는 말이 성이다. 함부르크, 로텐부르크, 등이 있다. 성안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프랑스에서는 부르조아(Bourgeois)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가이드북도 없이 들어선 세르비아는 뜨거운 태양아래 사람들이 붐빈다. 세르비아는 9세기에 최초의 세르비아 왕국을 세웠다. 14세기 중엽 스테판 듀산 왕이 영토 확장을 하여 발칸반도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우리나라 광개토대왕 같은 인물이다. 그러나 14세기 말 세르비아 왕국은 패하여 오스만 제국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집요한 독립 투쟁으로 1881년 세르비아 왕국이 재탄생되었다. 그 후 국력이 약화되어 혼란을 겪게 되었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후 티토에 의해 유고슬라비아 공화국이 탄생했으나 그가 죽은 후 연방이 해체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기차역 바로 옆에 버스터미널이 있어 이동하려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첫인상은 그냥 평범한 거리인데, 중앙에 전철이 다니고 택시들이 붐빈다. 건널목이 멀리 있어 건너다니기가 좀 불편하다. 도로변의 건물들은 회색으로, 좀 오래된 건물들이다.  

     일단 내렸으니 숙소를 찾아나섰다. 역 앞에는 몇 개의 Hostel 간판이 눈에 보인다. 자스민 호스텔을 숙소로 정했다. 새로 리모델링 한 깨끗한 숙소인데, 건물 3층에 있다. 미쓰비시 자동차 건물이다. 이 건물에는 그린호스텔을 비롯해 숙박 시설이 3개나 있다. 밤새 달려왔기 때문에 일단 숙소(8인실)에 짐을 풀고 샤워를 했다. 기분이 좀 좋아진다.

 

     다시 역으로 가서 환전소에 들러 100유로를 환전했다. 버스터미널 부근이라 환전소가 여러 개 보인다. (1유로= 104디나르) 먼저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슬로베니아 행 버스를 예약했다. 세르비아의 벨그라드를 둘러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준 지도에는 걷는 코스가 표시되어 있다. 다 돌 수는 없고 구 시가지를 중심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숙소 뒤편의 작은 골목으로 걸어가니 언덕길이 나온다. 벨그라드의 주요 시가지는 언덕위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벨그라드는 2300년의 역사 동안 40번이나 파괴되기를 거듭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복구된 적이 없단다. 그래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이지만 도시는 활기차다. 정갈한 레스토랑, 거리카페, 북유럽의 분위기 등이 어우러져 몇 일 지내도 좋은 곳 이란다. 북적대는 벨그라드의 중심지 Knez Mihailova는 카페가 줄지어있는 보행자 전용 대로이다. 구도시를 통과해 북서 방향으로 뻗어 있다. 우리는 먼저 이 거리를 향해 올라갔다. 가는 길에 청과물 노점상이 있어 호두 1kg과 말린 자두 1kg을 비상식량으로 샀다. 시내버스들이 많이 서 있는 큰 도로를 건너니 맥도날드 간판이 보인다. 지하도에 있는 작은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하나 사서 점심을 대신했다. 아침도 육포로 해결한 상태라 정말 배가 고팠다. 간편하게 길에서 먹는 음식으로는 피자가 제격이다.  

     지하도로 들어가 언덕을 올라가니 보행자 거리 Knez Mihailova 가 나온다. 생각보다 깨끗하고 넓다. 사람들도 모두 여유 있고 품위가 있어 보인다. 우리의 명동 같은 곳인데 분위기가 좀 늙어있다. 카페가 줄지어 있고 좀 여유로운 거리다. 분수도 있고 초록색 식물들이 어울려있다. 세워진 건물들에는 아래층에 고급상가들이 줄을 잇는다.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이 보여 과거의 분쟁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한다. 사람들 틈에 끼여 함께 걸어보니 기분이 좋다. Tourist map에 표시되어 있는 세르비아 정교회와 카톨릭 교회를 찾아갔다. 마주보고 있는 두 교회는 모두 문이 닫혀 있다. 질세라 서로 치장한 모습이 깔끔하다.  

     그다음 만난 건물이 벨그라드 시 도서관이다. 건물 꼭대기에 3여신상이 서 있고 5층높이의 좌우대칭이 정확한 흰색 대리석 건물이다. 아담하고 소박하지만 보면 볼수록 예쁜 건물이다.  

     길을 건너니 칼레 메그단 요새다. 칼레는 터키어로 언덕이라는 뜻이고 메그단은 전장이라는 뜻으로 전투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켈트시대부터 벨그라드의 성곽이었던 요새는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칼레 메그단 성곽은 외성과 내성으로 되어 있어서 두 개의 성문을 통과해야한다. 중세 시대에 건축된 성문으로 아직까지 잘 보존된 ‘진단 카피야’ 와 15세기 건축의 ‘데스포토바 카피야’(전제 군주주의 성문)를 통과해서 성내로 들어 갈 수 있다. 17세기부터 조성된 요새는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사바 강 방향으로 나 있는 도로에는 사진과 그림 전시회를 하고 있어 발길을 잡는다. 고전시대의 그림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모두 낯익은 그림들이다. 진짜 그림이 아니고 사진으로 찍어 고급스럽게 전시해 놓았다. 그리스 로마 시화를 주제로 한 그림이 많다. 흑백 사진들도 전시되어있다. 생동감이 있어 볼만했다. 

     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는 벤치들이 설치되어있다. 빈 의자 하나 없이 모두 사람들이 앉아서 눈 아래 펼쳐지는 경치를 구경하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사바 강이 흐르고 오른쪽에서 도나우 강과 만난다. 도나우강은 총 2850km로 유럽지역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다. 총 10여 개 나라를 지난다. 각 나라와 각 민족의 영광과 애환을 담고 말없이 흐른다. 강 주변은 잘 정비되어 있다. 강 건너편 건물에는 삼성회사의 글씨가 눈에 띄게 보인다. 강에는 유람선과 여러 모양의 배 건물이 서있다. 시야가 탁 트여 시원하다. 언덕위에 세워진 소나무와 낙엽송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거기에 산들바람이 불어 기분이 좋다. 요새는 잘 다듬어져 있다. 초록에 붉은 꽃들도 성벽과 어울린다. 

     높이 솟은 기둥위에 우람한 남성상이 세워져 있다. 오른손에는 칼을 잡고, 왼손에는 비둘기를 올려놓고 있는 모습이다. 제 1차 세계 대전의 승리 기념탑(스포메니크 포베드니카) 이다. 벨그라드의 상징물로 시내 중심에서 현 위치로 옮겨졌다. 동상이 남성나체상이라 학부형들이 반대하여 이곳으로 옮겨졌단다.

 

     돌로 쌓인 성벽에는 1717년~1731년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청동으로 만들어 놓은 요새 모형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하늘색과 흰색으로 장식한 꼬마열차가 손님을 태우고 산책길을 간다. 좀 걸어가니 군사박물관이다. 요새 탑 위의 톱니 꼴 벽에 있다. 야외에는 탱크와 각종 대포들이 전시되어 있다. 탱크위에는 연인들이 올라와 안자 정답게 얘기하고 있다. 대포들에는 꼬마들이 아빠와 함께 올라와 사진을 찍고 있다. 좀 걸어가니 군사박물관이 나온다. 푸른 잔디 밭 위에 무서운 무기들은 고철덩어리로 사람들의 장난감으로 바뀌어 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것이 좀 이상하다. 박물관을 돌아서 나오는데, 기념품 마차들이 흰색 큰 파라솔을 쓰고서 삼품들을 팔고 있다. 분위기가 예쁘다. 귀걸이 목걸이 자수 등 상품들이 깔끔하다.  

     요새를 벗어나 도로에 들어섰다. 전기 버스들이 무겁게 도로를 메우고 있다. 공화국 광장에 들어섰다. 지금은 자유의 광장이라고 한다.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하에서 세르비아를 해방시킨 영웅, 세르비아의 왕 ‘미하일로 오브레노비치’의 기마상이 있다. 그는 1867년 벨그라드로 수도를 옮기고 문화발전에고 힘을 쓴 세르비아의 영웅이다. 1945년 11월 29일, 공화국 공포를 기념하여 공화국광장이라고 명명했다. 주변에는 1841년에 건축된 국립박물관, 국립극장, 카페, 레스토랑, 영화관 등이 있다.  

     어제 밤새 쇼를 하며 기차를 타고 오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몸이 무겁다. 광장에 앉아서 쉬면서 시간을 보낸다. 숙소를 향해서 발걸음을 돌렸다. 저녁식사를 콜라와 세르비아 햄버거로 해결했다. 저렴하고 양도 많아서 멀리 보이는 맥도날드에 갈 필요가 없다. 내일은 세르비아를 떠나기 때문에 남은 세르비아 돈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물, 콜라, 아이스크림, 빵 등을 샀다. 슈퍼와 식당은 주말이라서 인지 일찍 문을 닫는다. 잠시 돌아보았지만 생각보다 흥미 있는 벨그라드 이다. 빗방울이 떨러진다.  

     숙소에 들어서니 훈훈하다. 친절한 숙소 아저씨는 부지런하다. 라운지에 앉으니 홍차와 과자를 갖다 준다. 깔끔한 차림이 보기 좋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TV를 보다가 침대에 누웠다. 젊은이 6명이 더 들어와 숙소를 시끄럽게 한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속삭이며 웃는 소리가 다 들린다. 계획대로 잘 진행되어가니 기분이 좋다. 웃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금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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