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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계만 믿다간 脫숙련화 함정에 빠진다

작성자예파 성백문|작성시간14.10.20|조회수30 목록 댓글 0
  • 기계만 믿다간 脫숙련화 함정에 빠진다

입력 : 2014.10.18 07:27

기술 문화 비평가 니컬러스 카가 말하는 '자동화의 해악'
'양날의 검' 자동화
잡다한 일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었지만 몰입·숙련 방해… 삶의 성취감 없애버려
스스로 손발 이용해 체험하라
인재들이 잠재 능력 키울 기회 차단당해 사물 경험하며 사고력·판단력 키워야

기술 문화 비평가 니컬러스 카
#1 지난해 1월 미 연방항공국(FAA)은 한쪽 분량의 안내문을 발표했다. 안내문엔 "항공사들이 적절한 때에 조종사들에게 수동 비행을 하도록 홍보할 것을 권장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조종사들이 자동 조종 장치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비행기를 비정상적 상태에서 정상으로 돌려놓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사고 역시 조종사가 지나치게 자동화 장비에 의존한 나머지 비행 속도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미국교통안전위원회)

#2 뉴욕 주립대 보건전문의 티머시 호프 교수가 2007~2008년 뉴욕 지역 1차 의료기관 담당 의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컴퓨터에 의존해서 임상 진료를 한 뒤부터 의료진 대부분이 임상 지식이 얕아지고, 환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증가하는 탈(脫)숙련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날 컴퓨터와 자동화로 현대인의 생활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해지고, 잡다한 일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동화는 몰입과 숙련을 방해하고, 삶의 만족감에까지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기술 문화 비평가 니컬러스 카(Carr·사진)는 지난달 출간한 '유리 감옥'에서 기계와 자동화가 불러올 수 있는 미래의 어두운 모습을 예견했다. 그는 2008년에 인터넷이 인간의 사고 능력과 집중력을 파괴한다는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라는 칼럼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이를 심화시켜 2009년에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썼다.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인터넷 문화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면, '유리 감옥'은 인터넷을 포함한 자동화 전반을 비판한다. '유리 감옥'은 원래 고도로 자동화된 조종석(glass cockpit)을 일컫는 말에서 따온 것인데, 카는 그 의미를 확장해서 오늘날 인간을 사방에서 둘러싸고 있는 자동화 환경을 일컫는 비유로 썼다.

그의 집은 미국 콜로라도 덴버시에서 버스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약 30만의 중소도시 볼더에 있었다. 택시를 타고 주소를 보여주자, 기사는 "여기서 계속 살았지만 이런 주소는 처음 본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로 양옆으로 수풀이 울창한 구불구불 산길을 차로 약 20분 올라가는 동안, 기사는 수차례 내비게이션을 재검색해야 했다. 집은 거의 언덕 정상 부근에 올라가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인터넷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집중해서 책을 쓰기 위해 산악 지대로 이사했다고 책에서 밝혔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유리 감옥에서 벗어나라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도래를 누구보다 먼저 예언한 IT 전문가다. 그런 그가 왜 IT 문명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하기 시작했을까.

"저는 클라우드 컴퓨팅 초기엔 그 잠재력에 매우 흥분했습니다. 컴퓨터의 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저는 지금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인터넷이 제가 상상했던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점차 커다란 미디어같이 변모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보다 사람들의 정신을 분산시키기만 하는 존재로 변질되는 것을 보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자동화를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제시하려고 하는 문제는 '과연 자동화가 좋은 것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자동화를 현명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기계 중심의 자동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즉, 기계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일들은 모조리 기계에 위임하고, 그 나머지만 인간이 처리한다는 거죠."

―요즘엔 평범한 사람도 앱을 통해서 음악을 만드는 것과 같은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고, 과거에 비해 쉽게 자신의 창의력을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책은 자동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너무 부각시킨 것은 아닐까요?

"당신 말이 맞아요.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은 균형의 문제입니다. 컴퓨터를 도구로 사용해서 당신의 창의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만드느냐 혹은 그것에 너무 의존해서 스스로 충분한 기술을 갈고닦지 못하느냐 하는 거죠. 그런데 오늘날엔 점점 더 후자로 흘러가는 경향이 강합니다."

'노동이 주는 달콤한 꿈'을 잃어버리다

―오늘날 사람들이 '자동화'라는 유리 감옥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는데, 많은 사람은 자신이 그 감옥 안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합니다.

"좋은 지적이네요. 오늘날 사람들은 자동화, 기계화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스스로 충분한 기술을 갖추지 못하고, 따라서 더더욱 기계에 의존해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깨려면 자신이 기계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자각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기술만이 아닙니다. 충족감까지 잃게 됩니다."

―미래에 장인(匠人)이나 기술자의 위상은 어떻게 바뀔까요?

"글쎄요.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그들의 숫자가 매우 적어질까봐 우려됩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젊은이들은 컴퓨터가 제공하는 오락에 정신이 팔려서 집중하고 인내하는 능력과 기회를 점점 더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예술가, 학자, 장인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그런 능력은 오랜 시간에 걸쳐 연마를 해야만 발휘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인재들이 잠재 능력을 키울 기회를 차단당하고, 그 결과 앞으로 우리 사회가 그런 인재들을 잃어버리게 될까 봐 아주 걱정스럽습니다."

그는 책에서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풀베기'라는 시를 소개했다. 프로스트는 육체적 노동의 소중함을 주로 노래한 시인이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인은 몸을 움직이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면서 느끼는 기쁨을 잊어가고 있다고 카는 지적했다.

―자동화 시대에도 프로스트가 노래한 '노동이 주는 달콤한 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는 노동 가치의 평가절하 현상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괜히 쓸데없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 나 대신에 컴퓨터가 어려운 일들을 다 대신해 줄 테니까.'

하지만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나 수고가 전부 사라질 경우, 우리가 삶에서 누리는 기쁨도 역시 사라집니다. 만약 스스로 세상과 부딪쳐 경험하기보다, 무언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기계에 의존할 경우, 스스로 삶의 충족감을 없애버리고 로봇이나 기계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기계 중심의 기계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기계에 모든 것을 위임하는 대신 기계가 인간의 행동, 인간의 생각을 보조해 주는 쪽으로 자동화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니컬러스 키가 진단한 기계화의 해약
기계가 아닌 손발로 체험하라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그럼요. 의사가 처방전을 내리는 경우를 한번 생각해 볼까요. 요즘엔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의 증상에 따른 질병이 무엇이고, 환자에게 어떤 종류의 처방전을 내리면 환자가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도 있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의사는 두 가지 방법을 취할 수 있습니다. 첫째, 컴퓨터가 '이 환자의 질병은 어떤 것이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무슨 약을 처방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을 의사가 그저 받아들이는 겁니다. 둘째, 의사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근거로 상황을 판단하고 처방을 내립니다. 그런 다음에 컴퓨터로 하여금 자신이 내린 처방전 외에 다른 어떤 방법을 취할 수 있는지 체크하도록 하는 겁니다. '이것 외에 어떤 약을 쓰면 더 효과적일 수 있을까, 환자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떤 방법을 더 선호할까' 등등에 관해 말입니다. 컴퓨터가 판단을 리드하고, 컴퓨터가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주도하고 만들어낸 정보와 결정에 컴퓨터를 접목해 더 나은 결과물을 낳는 것을 보조하도록 합니다."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는 인간이 기계 때문에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기계와의 경쟁'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자동화 시대에 정부와 교육기관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요?

"첫째, 기술이 대체하기 어려운 부문의 교육, 훈련을 강화하는 겁니다.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판단, 이성, 사고가 필요한 영역, 혹은 장인이나 공예가, 혹은 배관공 같은 특정 기술 영역 등이 여기에 해당될 겁니다.

둘째, 접근법은 자동화를 재고(再考)하는 겁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이런 영역에까지 기계화와 자동화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에 건전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에 대해 말입니다. 다시 말해 자동화를 향한 끝없는 질주에 한계선을 그어 놓는 겁니다."

그는 도요타를 예로 들었다. 도요타는 용접 같은 꼭 필요한 부문을 제외하고는 복잡한 자동화, 로봇 시스템을 생산 라인에 도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도요타 장인들의 기술 숙련도를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 하나의 이유다.

―자동화는 젊은 세대의 정서적, 심리적 발전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까요?

"제가 '탈숙련화 현상'이라고 부르는 현상은 모든 이에게 위험하지만, 특히 젊은 사람은 더욱 위험합니다. 일찍 자동화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자동화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삶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을 스스로 익힐 기회는 더욱더 일찍 차단되어 버리니까요.

왜냐하면 어린이들은 성장기에 직접 세상에 나가서 뛰어놀고 배우고, 또래들과 어울려 사물을 경험하며 사고력과 판단력을 키웁니다."

인터뷰가 끝났다.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부르려고 했다. 그러나 실내에서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아, 주방에 있던 유선전화를 빌려 썼다. 카씨는 유리 감옥에 갇히기보다 의도적인 불편을 선택한 것 같았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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