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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무효의 청구 사유들

작성자프란치스코,H|작성시간12.04.10|조회수1,745 목록 댓글 0

 
 
 
   
  어떤 혼인이 무효인가?
이 곳에서는 법원에서 행해지는 혼인 무효 선언을 위한 소송에서 활용될 수 있는 가능한 청구 이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교회법전에 근거한 청구 이유들을 간단히 살펴본 다음에 그 청구 이유들과 관련되어 나올 수 있는 중요한 질문들에 대하여 알아볼 것입니다. 만일 소송 당사자들이 청구 사유와 관련된 대부분의 질문들에 대하여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다면, 그 이유는 혼인 소송에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무효 장애 요소들.
2. 혼인 거행시 교회법상 형식의 결여로 인한 무효
3. 혼인 합의에 있어서 무효한 사유들
1) 충분한 이성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의 혼인
2) 합당한 분별력이 결여된 사람의 혼인
3) 심리적 원인 때문에 혼인의 본질적 의무를 질 수 없는 사람
4) 혼인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사람의 결혼
5) 사람에 대한 착오로 맺어진 혼인 합의
6) 사기로 맺어진 혼인
7) 완전 가장(假裝)된 혼인 합의
8) 자녀 출산을 거스리는 부분 가장된 혼인
9) 평생 공동 운명체로서의 혼인에 대한 부분 가장
10) 부부간의 성실성을 거스리는 부분 가장
11) 조건부로 맺어진 혼인
12) 강압과 공포로 인해 맺어진 혼인
   
 

1. 무효 장애 요소들.

혼인장애란 법률로 금지한 혼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환경이나 조건을 말하며, 무효장애란 장애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혼인을 맺을 경우 혼인이 무효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교회법 1073조 참조).
교회 문헌은 하느님의 법(자연법, 신법)에 의한 장애와 교회법에 의한 장애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법에 의해 혼인을 무효케 하는 장애는 그 누구도 관면할 수 없으나 교회법상 혼인을 무효케 하는 장애는 관할권자에 의해 관면될 수 있습니다.

1) 하느님의 법에 의한 장애 ; 자연법적인 제도로서의 혼인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영세자·비영세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혼인장애입니다.
①성교불능장애(교회법 1084조) ; 정상적인 성교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②전혼인유대장애(교회법 1085조) ; 혼인의 인연이 있었던 사람은 새로운 혼인을 맺을 수 없습니다. 성사혼인이든 관면혼인이든 허가혼인이든 자연혼인이든 또 완결되었든 미완결되었든지 간에 해소되거나 무효선언되지 않은 혼인은 그 인연이 존재합니다.
③혈족장애(교회법 1091조);직계 모든 촌수와 방계 2촌 혈족 사이의 혼인은 자연법상의 무효장애입니다.

2) 교회법에 의한 무효장애
①성품장애(교회법 1087조) ; 독신 서약을 하고 성품을 받은 성직자의 혼인시도는 그 자체로 무효입니다.
②수도종신서원장애(교회법 1088조) ; 수도회에서의 정결의 공적 종신 서원을 한 남녀 수도자는 서원으로부터 생기는 장애에 매여 있으므로 유효하게 혼인할 수 없습니다.
③범죄장애(교회법 1090조) ; 어느 특정인과 혼인을 맺을 의도로 그의 배우자나 자기의 배우자를 죽게 한 이는 그 혼인을 시도하여도 무효입니다.
⇒ 성품장애, 수도종신서원장애, 범죄장애의 관면은 오직 사도좌에 유보되어 있습니다.

3) 기타 다른 교회법상의 무효장애들
①적령미달장애(교회법 1083조) ; 남자는 만16세, 여자는 만14세 만료 이전에는 유효하게 혼인을 맺을 수 없습니다. 교회법 22조에 국가 법률이 하느님의 법에 어긋나지 아니하면 교회법이 이를 준용한다는 규정에 따라 한국 주교회의는 한국 민법 혼인 연령인 남자18세, 여자 만16세를 한국 천주교회에 준용하고 있습니다.
②미신자 장애(교회법 1086조) ; 혼인당사자 한편만이라도 가톨릭 세례를 받았거나 가톨릭교회에 수용되어 있는 이가 세례를 받지 않은 이와 혼인하면 무효이다. 관할권자의 관면이 요구됩니다.
③유괴장애(교회법 1089조) ; 혼인을 목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유괴하여 혼인하면 그 혼인은 무효입니다. 그러나 유괴당한 여자가 후에 자유의사로 동의할 경우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④직계 또는 방계 4촌이내의 혈족장애(교회법 1091조) ; 혈족 직계 존비속 사이나 방계 4촌 이내 사이의 혼인은 무효입니다.
⑤직계 인척장애(교회법 1092조) ; 인척 직계 모든 촌수 사이의 혼인은 무효이다. 교회법상 인척은 비록 미완결이라도 유효한 혼인에서 생기고, 남편과 아내의 혈족사이, 또한 아내와 남편의 혈족사이에서 생깁니다.
⑥내연관계의 장애(교회법 1093조) ; 내연관계의 장애는 남녀가 공동생활을 시작하였지만 무효인 혼인 또는 공개된 축첩관계에서 생깁니다. 그러한 남자와 여자의 직계 1촌 혈족사이의 혼인은 무효입니다.
⑦양자관계의 장애(교회법 1094조);입양으로 생긴 직계 또는 방계 2촌 법정 혈족 사이의 혼인은 무효입니다.
⇒ 이상의 무효장애들은 교구 직권자에 의해 관면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장애 관면권이 전국공용사제특별권한(제15조)에 의하여 한국의 모든 교구사제들에게 위임되어 있다.

 
 


2. 혼인 거행시 교회법상 형식의 결여로 인한 무효

혼인은 세 가지 이유로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한쪽 혹은 양쪽이 무효 장애를 지닌 채 혼인을 시도하는 자격의 결함에 의해, 합의의 결함에 의해, 그리고 형식의 결함에 의해 비롯되는 무효화가 그것들입니다.
혼인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제도입니다. 그것은 사회 안에서 매우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고, 더욱이 그리스도에 의하여 그 품위가 높여진 신약의 성사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혼인합의의 유효성을 정확하게 예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형식을 만들었습니다. 교회법상 형식의 결여로 인해 무효가 된 한 혼인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저는 제 본당이 아닌 수도회에서 설립한 한 대학교 성당에서 혼인을 했습니다. 저의 본당 신부님께서는 그 성당에서의 혼인을 허락하는 허가서와 함께 필요한 모든 구비 서류를 갖춰주셨습니다. 저는 혼인을 주례할 권한이 있다고 여겨지는 그 성당의 담임 신부님께 모든 서류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제 혼인이 교회법상 형식의 결함으로 무효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사실상 남편과 이미 헤어졌고, 만약에 재혼한다면 교회에서 하고 싶습니다.

교회법 제1108조 1항은 이렇게 말한다.
“교구 직권자나 본당 사목구 주임 또는 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부터 위임받은 사제나 부제가 주례하고 또한 2명의 증인들 앞에서, 맺어지는 혼인만이 유효하다.”

혼인 정규 주례권자는 교구 직권자와 본당 주임 사제입니다. 혼인을 주례할 특별 권한의 위임은 자기 본당 관할 구역 내에서 거행되는 혼인을 위해서만 본당 사목구 주임(본당 신부)으로부터 사제들이나 부제들에게 유효하게 주어집니다.
본당 신자가 본당 사목구 밖에서 혼인하는 경우, 위임은 혼인이 거행되는 그 본당의 사목구 주임으로부터 주어져야 합니다.
자기의 본당 사목구 내에서 혼인을 주례하는 본당 사목구 주임은 위임을 필요로 하지 않으나, 자기의 본당 사목구 밖에서 혼인을 주례한다면, 자기 본당 신자일지라도 혼인이 거행되는 관할 구역 내에 있는 본당 사목구 주임의 위임이 필요합니다. 즉, 혼인을 주례하기 위한 관할권은 속인적이 아니라, 속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혼인을 주례할 특별 권한의 위임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사람에게 명시적으로 위임되어야 합니다(교회법 1111조 1항). 명시적으로 주어진 위임은 명백하게 드러나거나 또는 은연중에 드러날 수 있습니다. 추정된 위임이나 무언이나 해석에 의한 위임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특별 위임의 경우 지정된 혼인에 대해서만 위임되고, 일반적 위임의 경우에는 유효하기 위해서 서면으로 위임되어야 합니다(교회법 1111조 2항).

위 사례의 경우, 교회법상 형식의 결여로, 정확히 말하면 위임의 결여로, 이 혼인은 무효입니다. 본당 사목구 주임이 아닌 성당의 담임 신부는 혼인을 유효하게 주례하기 위해서 경당이 위치하고 있는 관할 구역의 본당 사목구 주임에게 위임을 청했어야 합니다.

  성당 담임이란? 본당도 아니고 수도원에 부속되어 성무가 거행되는 성당도 아닌 어느 성당의 관리가 맡겨진 사제를 말한다(교회법 556조). 성당 담임은 그 성당을 관할하고 있는 본당 신부의 위임 없이는 맡겨진 성당에서 혼인을 주례할 수 없다(교회법 558조).

 
 

3. 혼인 합의에 있어서 무효한 사유들

1) 충분한 이성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의 혼인
결혼에서 제일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요소는 당사자들의 혼인 합의 즉 동의입니다. 혼인 합의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혼인을 성립시키기 위하여 철회할 수 없는 서약으로 서로 자기 자신을 주고받는 의지 행위입니다. 즉 법적인 ‘자격’을 갖춘 혼인 두 당사자가 교회법적인 ‘형식’을 갖추어 부부의 선익과 자녀 출산과 교육을 위한 평생 운명 공동체를 이룬다는 의지와 지향을 말합니다. 따라서 혼인의 구성요소인 자격과 형식과 합의 중에서 가장 본질적인 요소가 됩니다. 즉 유효한 혼인 합의를 통해서 혼인 생활이 시작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교회법 제1095조 1호는 이렇게 말합니다.
혼인을 맺을 능력이 없는 이들은 다음과 같다. “충분한 이성의 사용이 결여되어 있는 이”. 사례를 살펴 보자.

저는 1년 전에 혼인하였습니다. 신혼여행 때 저는 남편이 신경 안정제를 복용해온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한달 후 그는 정신착란의 징후를 나타냈습니다. 그가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비로소 저는 그가 정신 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이미 세 번 이상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혼인 생활은 곧 파경에 이르게 되었고 얼마 후에 우리 부부는 서로 합의하에 헤어졌습니다. 2년 후 저는 새로운 남자를 만났습니다. 다시 교회에서 혼인할 수 없을까요?

자신의, 자기 자녀의 정신병을 알면서도 그것을 약혼자에게 숨기려고 애쓰는 사람과 그 부모가 있다면 그들의 행위는 비양심적입니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면서 혼인을 맺으려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되기 때문이지요. 정신병의 과정은 일반적으로 중지와 완화를 보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고질적인 것입니다. 위 사례에서처럼 혼인 초기에 그 질병 증세가 이미 드러났다면, 혼인 서약을 맺을 인격적인 능력이 없다는 추정을 하게 됩니다.
먼저, 그 질병이 존재한 후에 혼인을 시도했다면, 그 질병은 혼인서약에 유효한 합의를 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혼인식의 순간에 잠재적인 정신병의 징후라고 판단될 수 있는 행동들이 있었다는 것이 입증되었을 뿐만 아니라, 혼인 후 얼마 안 되어 그 질병이 우연히 폭로되었을 경우에도 그 사람은 혼인서약에 유효한 혼인합의를 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판단됩니다.
이와 같은 정신 분열증 외에도 억압과 정신발달의 부진, 심한 정신착란,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간질병, 조울증, 반동성 억압, 편집병 등이 그런 유형들입니다. 이런 경우는 혼인의 무효선언을 청원할 수 있는데, 그 질병이 혼인 합의를 교환하는 순간에도 존재했다는 조건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증거들과 임상의들의 증언, 정신의학과 심리학상의 소견서들, 임상카드와 의사의 보고서들은 이런 유형의 소송에 특별한 가치를 지닙니다. 교회법 1095조 1호에서 말하는 충분한 이성 사용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은 단순히 이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혼인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혼인이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철회할 수 없는 서약으로 서로 자신을 주고받는 의지 행위... 부부가 평생 공동 운명체로서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한다는 것”이 내포되어 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성의 사용능력을 가져야 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2) 합당한 분별력이 결여된 사람의 혼인
어떤 사람이 유효한 혼인을 맺기 위해서는 이성의 충분한 사용과 함께, 서로 주고받을 혼인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분별력이 필요합니다. 분별력은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타고난 본성적인 능력을 수반합니다. 그리고 분별력은 서로 다르지만 동시 발생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두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충분한 주의력과 신중한 합의가 그것입니다. 개인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도덕적이고 법적인 충분한 이해력과 선택의 완전한 자유, 그리고 그 행동을 실행함에 있어서 신중함을 기할 때만이 분별력을 충분히 소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혼인 합의는 미래에 수반되는 의무를 고려하며, 일련의 중대한 의무들을 수반하는 영원하고 철회할 수 없는 서약과 함께 실존에 영향을 미치는 삶의 상태를 떠맡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혼인에 유효한 합의가 되기 위해서는 혼인이 무엇인지 이론적으로 아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고, 전 생애 동안 떠맡아야 하는 의무와 권리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판단의 성숙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교회법 제1095조 2호는 이렇게 말합니다.
혼인을 맺을 능력이 없는 이들은 다음과 같다.
“서로 주고받을 혼인의 본질적 권리와 의무에 대한 분별력이 중대하게 모자라는 이.”.
분별력의 결여로 인한 사례를 살펴봅시다.

저는 제 남편이 정신병자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이 아님을 단언할 수 있습니다. 혼인 후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정신이 온전치 못해 신경 정신병학자와 심리학자에게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약혼 때부터 줄곧 뭔가 정신적으로 그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점차 달라지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제 남편은 혼인생활의 본질적인 권리와 의무를 무시한 채 비양심적으로 행동하였고, 혼인생활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급기야 우리는 갈라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남편은 과연 유효한 혼인을 맺을 능력이 있었을까요?

혼인 당사자들이 혼인을 맺기 위해서는 교회법에 규정된 나이(남자는 만16세, 여자는 만14세)에 도달했을 때에야 마땅한 분별력을 갖는다고 추정하는데, 물론 그 반대의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인정되기는 한답니다.
최소한의 나이를 설정한 이유는 바로 혼인 합의를 위해서 필요한 충분한 판단 능력을 갖추었는가를 보기 위함입니다. 즉, 명실 공히 혼인을 성립시키는 요소인, 서로 주고받을, 혼인의 본질적인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를 분별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지요.
이 권리와 의무 사항을 모조리 열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으나 다음의 사항들은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첫째, 자녀 출산을 위한 육체적 권리와 자녀 교육입니다. 둘째는 혼인의 본질적 특성인 혼인의 성실성과 불가해소성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고전적 교회법적 신학으로부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쳐 새 법전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전수되고 있는 부부간의 선익에 관한 것입니다.
지성적이고 의지적인 능력이 결여되었는지 입증될 수 있는 경우에 혼인의 유대는 분별력의 결여로 무효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병적인 정신적 장애들, 공포성 강박신경의 징후, 행동의 무질서, 초조, 충동, 지나친 소심증, 억압, 비도덕성, 광신, 우울, 약물 중독, 간질, 알콜 중독, 정신적 미숙 등과 같은 증상으로 인해 판단력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3) 심리적 원인 때문에 혼인의 본질적 의무를 질 수 없는 사람
지난 세기의 심리학의 도래와 함께 특히 과거 수십 년 동안 이 분야의 굉장한 진보로 우리는 정신적 혹은 심리적 질환이 유효한 혼인을 맺거나, 그 혼인을 유지하는 데에 미치는 본질적인 영향에 대하여 매우 깊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의학적 견론을 오래 전부터 받아들여 교회법에 의한 혼인 무효의 근거로서의 심리적인 질환을 인정하는 데에 의학의 발달과 함께 보조를 맞추어 왔습니다.
많은 형태의 심리적 비정상이 존재하며, 모든 심리적 비정상은 마침내 혼인을 파경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은 성숙도, 분별력, 자유, 이성적 사고 등의 심한 부족으로 규정지어집니다.
교회법 제1095조 3호는 이렇게 말합니다.
혼인을 맺을 능력이 없는 이들은 다음과 같다. “심리적 원인 때문에 혼인의 본질적 의무를 질 수 없는 이는 혼인할 능력이 없다.”
①혼인하고자 하는 사람은 혼인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합당한 분별력과 함께 혼인의 필수적인 책무를 받아들이고 수행할 심리적인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만일 혼인 합의가 혼인 당사자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혼인 합의를 유효하게 맺을 수 없습니다.
②혼인의 본질적인 의무 중의 하나는 성교할 수 있는 능력이다(1055조 1호). 성교능력의 결여는 성교불능장애로 인하여 혼인을 무효로 한다(1084조). 혼인의 본질적 의무 가운데 다른 하나는 혼인의 인격체로서의 측면에 개입된 것으로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운명체를 이룬다(1055조 1호)는 혼인 서약의 정의로부터 생기는 것입니다.
③합당한 능력이 결여되는 심리적 원인은 여럿일 수 있는데 성격이상, 불안증, 중대한 정서이상, 알콜 중독과 동성애 등입니다. 합당한 능력이 결여되는 미성숙은 판단을 내리거나 행동을 조절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필요한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영구적이며 심리학적 조건인 정서적 미성숙에서 생깁니다.
동성애는 심리학적인 혼란으로 분류되지 않고 혼인의 본질적 요소인 “평생 공동운명체”로서 이성간의 사랑을 이루는 데에 무능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데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④합당한 능력의 결여가 되는 심리적 원인은 무엇보다 먼저 그 정도가 심각하여야 합니다. 또한 본래부터 있던 것이어야 합니다. 즉 혼인 합의 이전에 있던 것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혼인 후 여러 해 뒤에 알콜 중독이 되었고 혼인 전에 알콜 중독이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으면 그 혼인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근거가 못됩니다. 영속성은 합당한 능력이 결여된 사람은 지속적인 근거로 혼인의 본질적 의무를 이행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근거합니다. 혼인은 평생 공동운명체이므로 몇 해 동안만 의무이행 능력이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상대성은 어떤 혼인이나 어느 특정한 사람과의 혼인들에 대하여만 영향을 미치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어떤 혼인이 심리적인 원인 때문에 혼인의 본질적 의무를 채울수 없는 경우, 혼인 무효 판결을 내리는 것은 판사의 소관이나 대체로 다름과 같은 기준에 의거합니다. 그러한 무능력이 1)확실하여야 하고 2)심각하여야 하며 3)적어도 혼인 거행 시에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선행적이어야 하며 4)영구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4) 혼인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사람의 결혼
혼인에 관하여 배울 기회가 없어서 혼인에 관하여 무지한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혼인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저와 혼인한 여자는 어릴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랐습니다. 그녀는 중학교 3학년까지 학교를 다녔고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저는 그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순수함에 저는 반했고, 2년 동안의 잦은 만남 속에 우리는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혼인생활은 곧 파경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제 아내는 부부관계의 요구에 몹시 당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런 관계를 통하여 아이를 갖게 된다는 것은 이제까지 결코 생각지도 못하였다고 고백하였고, 우리 부부생활은 흔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저희들은 부부생활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혼인은 유효한가요?

교회법 제1096조는 이렇게 명시한다.
①혼인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으려면, 반드시 혼인 당사자들이 혼인이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어떤 성적 협력으로 자녀 출산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라는 것을 적어도 모르지 아니하여야 한다.
②이러한 부지는 사춘기 이후에는 추정되지 아니한다.
한 사람이 유효한 혼인을 맺기 위해서는 혼인의 본질에 대해서는 적어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혼인의 본질은 두 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그 하나는 인격적 요소로서 영혼의 결합이요, 다른 하나는 자녀 출산적 요소로서 육체의 결합입니다. 교회법은 이 두 가지 요소에 입각한 근본적 부지는 혼인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첫째. 영혼의 결합에 관한 부지
교회법은 혼인 당사자들로 하여금 혼인이 남자와 여자 간의 영원한 공동 운명체 관계임을 몰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혼인 당사자들이 배우자에 대한 인격적인 관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삶의 동반자로서의 이성적 인격체임을 알아야 합니다.
둘째. 육체적 결합에 대한 부지
혼인은 자녀의 출산을 목적으로 하는 남녀의 성적인 결합을 포함하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혼인의 부지는 충분한 이성사용의 결여와 분별력의 결여, 심리적인 능력의 결여에서 오는 혼인합의의 결함과는 구별되는 것으로써 정상적인 당사자에게 혼인에 대한 최소한의 기초지식이 결여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지는 배움에 대한 능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데 원인이 있습니다. 혼인에 대한 부지는 일반적으로 사춘기 이후(남자는 만14세, 여자는 만12세로 간주)에는 추정되지 않습니다.
앞의 사례는 혼인의 본질(부부의 선익과 자녀 출산)을 모르는 경우입니다. 혼인이 출산을 위하여 성립된 공동 운명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성적인 상호협력을 통하여 일어난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즉 이성간의 성교와 출산 사이의 기능적인 관계를 모르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유효한 혼인합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정신적으로 냉혹한 어린시절을 보냈다거나, 수도원 같은 폐쇄된 환경에서 성장하였거나, 성에 대한 관심, 출생 사실과 관련하여 매우 엄격하고 보수적인 윤리의식을 가진 가정 안에서 성장한 사람에게서 이런 사례는 자주 발생한답니다.

 
 

5) 사람에 대한 착오로 맺어진 혼인 합의
혼인 당사자에 대한 착오는 사람에 대한 착오와 사람의 자질에 대한 착오로 구분된다.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있을 수 있다.

사례1) 철수는 영희와 혼인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영희 대신 그녀의 쌍둥이 동생 은희와 혼인했음을 발견했을 때.
사례2) 저는 2년전에 혼인한 27세의 가정주부입니다. 혼인 전에는 전혀 몰랐었는데, 저의 남편은 마약을 상습적으로 사용해 왔던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저의 가정은 파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저의 혼인은 유효한가요? 무효라면 새로운 삶을 찾고 싶습니다.

교회법 제1097조는 이렇게 말합니다.
① 사람에 대한 착오는 혼인을 무효로 한다.
② 사람의 자질에 대한 착오는 그것이 계약의 원인이었더라도 혼인을 무효로 하지 아니한다. 다만 이 자질이 직접 주요하게 지향되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사람에 대한 착오
혼인은 자신을 상대방에게 내어주는 것을 포함하는데, 이를 위해 혼인합의는 합의가 교환되는 사람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착오란 어떤 사항에 대한 그릇된 판단으로써 혼인 상대를 파악하는데 있어 착오가 있게 되면 이는 본질적인 착오로써 혼인을 무효로 합니다. 이는 결국 사람을 잘못 보는 것으로써 한 사람이 어떤 한 사람과 혼인 합의를 맺었다고 믿고 있는데 실제로는 다른 사람과 혼인하게 된 경우입니다. 따라서 첫 번째 혼인 사례의 경우, 그 혼인은 무효입니다.
2) 사람의 자질에 대한 착오
자질이란 사람의 일부 측면으로서, 전인적 인격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는 사람의 성품과 바탕입니다. 자질에는 도덕적, 신체적, 사회적, 종교적, 법적인 것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정직성, 건강, 재산, 직업, 혼인상태, 교육, 종교적 신념 등입니다. 어떤 사람이 자질에 대하여 착오가 있었더라도 이 자질이 직접적으로 중요하게 의도되지 않는 한 혼인합의의 유효성에는 아무런 효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어떤 사람이 그가 직접적으로 또 주요하게 의도하는 자질을 상대방에게 착오 했을 경우, 이 합의는 무효가 됩니다. 이 경우에 자질은 그 사람과 거의 같을 만큼 주요하게 의도된 것으로써 본질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혼인하고자 하는 사람이 상대편에게 어떤 자질을 주요하게 의도할 때, 이는 그 자질의 존재여부로 혼인에 조건을 붙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자질에 대한 착오가 발견되어 상대방에게 이러한 자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나면 그 혼인은 무효가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사례의 경우를 놓고 볼 때, 오늘날 마약 남용자는 마약을 하지 않는 사람과 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상식이요 대중의 판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중독자라는 자질은 그 인격을 전적으로 결정짓고 지칭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므로 이 자질에 대한 착오(배우자는 마약과 상관이 없다고 착각한 것)는 혼인합의를 하는 상대방의 인격 자체에 대한 착오입니다. 따라서 그 혼인은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이 자질의 착오는 1)사실이어야만 하고, 2)혼인 당시에 실제로 있었어야 하며, 3)중대한 것이어야 하고, 4)혼인 당시에 청원자에게 알려지지 않았어야 하며, 5)혼인 합의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고의로 숨겼어야 하며, 6)청원자에 의하여 발견되었을 때에 위기에 처한 이유가 되어야만 합니다.

 
 

6) 사기로 맺어진 혼인
사기나 기만은 “주어진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사실을 은폐하여 속이는 고의적인 행위”입니다. 즉 사기는 사람의 자질에 관계된 착오로써 혼인에 크게 혼란을 일으킬만한 상대편의 어떤 중요한 자질에 대하여 속아서 무효하게 혼인을 맺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저는 몇 달 전에 결혼하였습니다. 저의 희망은 자녀를 둔 가정을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약혼녀도 제 생각에 동의하였습니다. 결혼 후 아내가 3년 전에 발암성 인자 때문에 자궁과 난소를 제거하는 외과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몹시 실망했습니다. 저는 제 이상들이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범의는 저에게서 아내에 대한 가치를 앗아가 버렸습니다. 몇 차례 말다툼을 한 끝에 우리는 헤어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저는 혼인성사를 받고 싶은데 이러한 저의 원의가 실현될 수 있는지요?

교회법 제1098조는 이렇게 말합니다.
부부생활의 공동 운명체를 본성상 중대하게 혼란시킬 수 있는 상대편의 어떤 자질에 관하여 혼인합의를 얻기 위한 범의에 속아서 혼인하는 이는 무효하게 맺는 것이다.

혼인 공동체는 부부 상호간의 발전을 위해서 두 당사자간의 정직에 의존하고 있으며 또한 당사자간의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결합을 위해서도 상대방에게 자신에 대한 정직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자질을 속이는 것은 혼인의 무효원인이 됩니다.
위 사례는 불임여성에 관한 것입니다. 우선 불임은 혼인을 금하지도, 또 한번 맺어진 혼인을 무효로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교회법 제1084조 3호). 그러나 위 사례를 볼 때, 만일 여성이 혼인 전에 자신의 신체 병리학상의 상태들을 밝혔다면 범의는 존재하지 않았을 텐데, 정직하지 못하게 혼인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속임수가 개입되었기 때문에 이것은 혼인 무효선언을 위한 소송의 청구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사기에 근거한 무효한 혼인들을 증명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기는 혼인합의를 얻기 위해 고의적으로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어야 합니다.
2) 이 자질은 참되고 중대하며 혼인 당시의 것이어야 한다. 비록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속임을 당하는 상대편에게는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써 혼인 당시에 있거나 또는 없는 것이어야 합니다.
3) 속임수로 인하여 상대방이 착오를 일으켜야 하는데, 이 착오는 속임을 당하는 상대방이 모르고 있어야 합니다. 만일 속임을 당하는 사람이 자질의 유무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착오는 주장될 수 없습니다.
4) 이 자질의 유무발견이 혼인의 마지막을 재촉하는 것이어야 한다. 속임수로 말미암아 더 이상 부부공동체가 존속할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변화를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혼인을 무효화하기에 충분한 숨겨진 자질들은 동성연애, 알콜중독, 약물중독, 성기능장애, 이전의 혼인, 이전의 범죄경력, 정신질환, 불임, 심각한 질병 또는 전염병 질병들입니다.

 
 

7) 완전 가장(假裝)된 혼인 합의
가장이란 당사자 한편이나 양편이 결혼 예식 중에 내적으로는 혼인자체나 또는 혼인의 의무를 질 마음이 없으면서도 겉으로는 혼인 합의를 하는 척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장은 완전가장과 부분가장으로 나뉩니다. 완전가장이란 혼인자체를 배제하는 것으로 혼인의 형식 절차를 다 밟고서도 혼인계약을 맺을 의도가 없을 때, 즉 당사자중 한 사람이 상대방과 결합할 의도가 없거나 배우자의 선익을 위한 평생 공동운명체를 이루고자 하는 의도가 없는 것입니다. 이 가장은 혼인합의가 결핍되어 있으므로 혼인을 무효하게 합니다. 부분가장이란 혼인의 본질적인 어떤 요소나 특성을 배제하는 것으로,
   ①자녀출산을 거스르는 의지
   ②성실성을 거스르는 의지
   ③영속성을 거스르는 의지,
이 세 가지로 모두 혼인합의를 훼손합니다. 여기서는 혼인 자체를 배제하는 완전가장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제 남편은 혼인 전에 저에게 사회혼이든, 교회혼이든 혼인제도를 믿지 않으며, 혼인에 우선하는 관료냄새가 나는 형식에는 반대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가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고, 사랑이 없어지면 두 사람은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가족들이 교회에서 혼인해야 된다는 조건을 내세우는 바람에 마지못해 응하기는 하였지만, 그것에 어떤 가치도 두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혼례식은 그에게 내용 없는 한낱 형식에 불과하였습니다. 저는 사랑에 눈이 멀었었습니다.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에 결국 우리 혼인은 불행한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별거 중입니다. 제 혼인은 유효할까요?

교회법 제1101조는 이렇게 말합니다.
①마음의 내적 합의는 혼인 거행 중에 표시된 말이나 몸짓에 부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②한편이나 양편 당사자가 혼인자체나 또는 혼인의 본질적인 어떤 요소나 본질적인 어떤 특성을 적극적 의지 행위로 배제하면, 무효하게 맺는 것이다.

영혼이 없는 육체가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합의 없는 혼인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혼인합의는 혼인 서약의 영혼과 같기 때문입니다. 가이우스(Gaius)는 “가장된 혼인은 중요하지 않다”고 간결이 표현하였습니다.
위의 사례는 혼인 자체(혼인 서약이란 이로써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기 위한 것)에 대한 배제라는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배제는 외적으로는 혼인합의를 표현하지만, 내적으로는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혼인하는 경우로 이는 혼인을 무효하게 만듭니다.

가장을 하게 되는 외적인 동기들은 재산 상속을 위해, 결혼지참금을 얻기 위해, 욕정을 채우기 위해, 혼인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길 것을 우려해서 등등의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혼인 당사자의 이상한 확신, 정신의 타락에서도 발견될 수 있습니다.
가장은 증명되어야 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증거는 합의를 가장한 사람의 고백, 가장의 이유, 환경, 그리고 가장한 사람의 선언을 들은 증인들로부터 주어집니다. 가끔 가장한 사람의 행동이 더 자명한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8) 자녀 출산을 거스리는 부분 가장된 혼인
가장(假裝)이란 당사자 한편이나 양편이 결혼 예식 중에 내적으로는 혼인자체나 또는 혼인의 의무를 질 마음이 없으면서도 겉으로는 혼인 합의를 하는 척하는 것을 말합니다(교회법 1101조2호). 그중에서도 부분 가장이란 혼인의 본질적인 어떤 요소나 특성을 배제하는 것으로, 자녀 출산과 양육을 하지 않겠다(자녀의 선익 배제)고 약속하고 결혼하거나 또는 축첩(부부간의 신의의 선익 배제)이나 이혼(성사의 선익 곧 혼인의 영속성 배제)을 전제로 하고 결혼하는 계약 결혼과 같은 것입니다. 다음은 부분가장 중에서 자녀의 선익을 배제한 사례입니다.

저는 7년 전에 결혼하였습니다. 결혼 전에 아이들을 갖는 문제에 관해 약혼녀와 의견을 나누었을 때, 그녀는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2-3년 후에 자녀들을 갖자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후 그녀는 아이들은 자기에게서 자유를 빼앗아갈 것이고 자기 직업을 그만두도록 방해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불행하게도 그렇게 되질 않았습니다. 저는 아이를 가져보려고 꾸준히 애써보았지만 번번이 허사였습니다. 우리들이 이별하게 된 주된 원인은 바로 자녀에 대한 그녀의 거절에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젊습니다. 저는 더 이상 제가 그토록 원하는 교회혼에 의하여 축복받는 새로운 가정을 꾸밀 수 없는 겁니까?

교회는 언제나 자녀들은 혼인의 의미와 목적에 본질적인 것이고 혼인은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교회의 입장은 타고난 결함이 있거나 혹은 다른 신체적인 원인(사고) 때문에 출산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교회는 “나는 자녀를 갖지 않겠다거나 혹은 나는 자녀를 키우지 않겠다거나 나는 자식을 낳아 가족을 갖지 않겠다.”라고 적극적 의지 행위로 자녀를 가질 권리를 부인하는 경우의 사람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례는 오늘날 한 쌍의 남녀가 혼인하고 나서 그들이 안정될 때까지 자녀들을 갖는 것을 연기하기로 결정할 때에 자주 발생됩니다. 이는 그들이 자녀를 가질 준비가 되거나 키울 준비가 될 때까지 산아 조절을 실천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혼인했음을 의미합니다. 처음에는 배우자 쌍방이 최소한도의 경제적인 어려움들을 극복하기 위해 일에 전념하느라 문제없이 부부 관계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약속한 기간이 지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됐는데 배우자가 동의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은 이제 자녀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의 혼인 생활은 상당히 흔들리기 시작하고 오래지 않아 고통을 받고 있는 배우자는 상대방 배우자가 자녀를 갖지 않기를 원한다고 주장하면서 별거에서 이혼에까지 이르게 된 불행한 경우입니다.
결과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녀 출산을 늦추기로 합의한 시간들이 혼인 계약의 부분이 된 것입니다. 한편 당사자가 합의의 충족을 요청했을 때에 상대방에 의하여 부인되었으므로 자녀를 키우고자 하는 견해를 갖고 혼인한 고통 받고 있는 배우자의 권리가 부인된 것입니다. 만일 고통 받고 있는 당사자가 일이 이렇게 될 것을 알았더라면 혼인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녀가 없다는 사실이 궁극적으로 혼인 유대를 깨뜨리는 쪽으로 인도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때에는 무효선언을 위해 관할 법원과 협의할 수 있습니다.

 
 

9) 평생 공동 운명체로서의 혼인에 대한 부분 가장
만연된 비영속성의 감각으로 특징 지워진 사회에 살면서 "평생 공동체인 혼인"이 이러한 사회적 태도에 의하여 당연히 영향을 받으리라고 추정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혼인이란 비영속성과 경박성이 사회에 만연된 때에는 언제나 손해를 보게 됩니다. 오늘날 "이혼 심리"가 지구상의 특정 지역을 휩쓸다시피하고 있다고 추정하는 것은 타당합니다. 이러한 주변 사정은 모든 사람들에게 수많은 부담을 지우며, 혼인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불확실하고 때로는 모험적이며 두려운 일로 만듭니다. 분명히 이러한 문화적 심리는 교구법원에 의하여 심각히 고려되어야 할 문제를 낳습니다. 그러한 사례들 중 하나를 들어보겠습니다.

약혼시기에 의견충돌이 일어났을 때, 약혼자는 결혼해서도 의견일치가 안 된다면 이혼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두려워하던 것이 현실로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법적으로 별거 중입니다. 남편은 이혼을 청원해서 사회법상으로 재혼하기 위하여 법으로 정해진 기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혼인이 유효하다면 성당에서 재혼할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남편의 계획대로 그렇게 혼인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요?

혼인 당사자들이 혼인을 맺기 위하여 제단에 나올 때는 다음과 같은 약속으로 서로 묶여지게 됩니다. “나는 내 생애의 모든 날들을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기로 약속합니다.” 두 사람은 이제부터 죽음만이 해소할 수 있는 불가해소적 유대로 하나가 된 것입니다(1055조.1101조 2호). 시간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사랑의 논리이므로 주례자는 두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게 합니다. “일생 당신을….”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혼인 유대의 영구성이나 영속성을 거스르는 의지를 지닌 채 혼인한다면 그는 무효한 혼인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나는 내가 미래의 어느 날 당신을 떠나서 다른 사람과 혼인할 수 있을 때에만 혼인 하겠다”거나 혹은 좀더 현실적으로 “나는 만일 혼인이 불행하거나 비참한 것으로 판명이 될 때에는 당신과 이혼할 수 있다는 전제 조건하에서만 당신과의 혼인을 승낙한다.”고 한다면 이 사람의 혼인은 무효입니다.
영구성과 영속성의 본성은 혼인의 기본적 정의에 속하는 요소입니다. 나중에 이혼할 권리를 갖는다는 견해를 갖고 혼인하는 것은 배우자에게 지속적이고 영속적인 유대의 권리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위의 사례는 본질적으로 혼인 합의를 해치고 무효한 혼인을 맺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연한 불일치로 인하여 혼인 후에 품게 된 이혼 결심은 유효하게 맺어진 혼인을 무효로 하지 않습니다. 혼인 서약이 무효한 것은 혼인 전에 존재하는, 적어도 실질적으로 합의를 교환하는 순간에 현존하는 이혼하려는 결심입니다.
이혼하려는 심리적 상태의 주된 원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직접적인 공포로 인해 혼인합의를 하는 데 있어서 자유의 결여
2. 삶과 혼인에 대한 세속적인 인식
3. 배우자에 대한 사랑의 결여
4. 파란 많은 약혼시기로 인해 혼인의 나쁜 결과에 대한 예견
따라서 위 사례는 유효한 혼인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남편 쪽에서 이혼에 대한 확고한 결심을 보여주는 입증될 만한 증거들이 필요합니다.

 
 

10) 부부간의 성실성을 거스리는 부분 가장
혼인의 본질적 특성인 단일성은 배우자는 오직 한 사람뿐이라는 일부일처를 의미합니다. 단일성은 성실성과 깊은 관계가 있어 단일성에 대한 가장은 전통적으로 부부간의 성실성의 차원에서 이해됩니다. 성실성은 배우자만이 성행위의 상대자이므로 간음은 있을 수 없음을 뜻합니다. 혼인유대는 부부간의 독점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부간의 신의를 저버린 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1년 전에 남편과 헤어졌습니다. 그는 결혼하기 전부터 이미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신혼 초에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따져 묻자, 그는 몹시 화를 내면서 자기 어머니가 혼인할 것을 고집해서 마지못해 저와 혼인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진정 사랑하였고 혼인하고 싶었던 여자는 혼인 전부터 지금껏 은밀한 관계를 계속 맺고 있고, 앞으로도 그만둘 의사가 없는 그 여자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저는 순간 너무나 수치스럽고 당황되었습니다.
저의 애원과 기도도 아무런 소용이 없이 결국 우리는 서로 헤어졌습니다. 남편은 지금 그 여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몇 달 전에 저는 교회에서 저와 혼인하고 싶어 하는 한 훌륭한 남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과연 교회에서 다시 혼인할 수 있을까요?

교회법 제1101조 2호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편이나 양편 당사자가 혼인 자체나 또는 혼인의 본질적인 어떤 요소나 본질적인 어떤 특성을 적극적 의지 행위로 배제하면, 무효하게 맺는 것이다.”
성실성이 혼인 당사자 중 한편이나 양편 모두에 의해 적극적 의지 행위로 배제될 때 그 혼인은 무효입니다. 이 경우 혼인이 무효가 되는 것은 간음을 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혼인합의 당시에 성실성을 거스르는 부정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도는 혼인 계약이 맺어지는 순간에 있었던 것으로 증명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부부간의 성실한 관계의 의무는 단지 성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격체 전체를 포함하는 의무입니다. 그러므로 성실성을 거스르는 의지는 배우자 이외의 다른 사람과의 깊은 인간적 관계에서 올 수도 있습니다. 성실성을 거스르는 의지는 전통적으로 부부간의 성적인 성실성을 부정하는 면에서 대부분 이해되어 왔지만, 성실성은 단지 성행위의 배타적 권리만이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총체적 의무를 포함한다고 하는 더 넓은 관점에서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부간의 성실성은 성적인 것에 대한 권리일 뿐만 아니라 총체적인 인생의 일치에 대한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주의할 점은 혼인 때 좋은 의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혼인 후에 발생한 불충실성은 혼인을 무효화하는 효력을 발생하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도덕적인 무질서와 혼인의 무효성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혼인 전부터 무질서한 관계들을 맺고 있었고, 그러한 인격을 가지고 혼인하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언이 있다면 교회법원에서 신의의 배제에 대한 윤리적인 확실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위 사례의 경우, 불가해소성의 배제와 자녀의 배제가 드러나는데, 신의를 배제한 남편의 고백 외에도 혼인 전의 남편의 의도를 전하는 믿을 만한 증언에 의하여 증거가 주어져야 합니다. 혼인의 무효성이 입증된다면-위 사례의 경우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되지만-교회에서 재혼할 수 있습니다.

 
  11) 조건부로 맺어진 혼인
조건부 혼인이란, 당사자들이 혼인의 결과를 놓고 어떤 조건을 내세우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건들은 혼인 예식 전과 혼인의 유효에 극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어떤 미래의 사정이나 상황에 따라 결정지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으므로, 교회가 말하는 조건부 혼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중 하나의 사례를 들어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혼인 전에도 약혼녀는 도덕적으로 의심을 받을 만한 태도를 종종 보이곤 했습니다. 그녀는 나와 동시에 다른 남자도 만나곤 했습니다. 그녀는 그러한 사실을 극구 부인하연서 결코 어떤 남자하고도 같이 잠을 잔 적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한 그녀의 행동은 저를 화나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혼인 전에 저는 그녀에게 분명히 말했습니다. “네가 나에게 말한 것이 사실이 아니고 처녀로서 완전치 못하다면, 나는 우리 혼인을 무효라고 생각할 것이다.” 저는 매우 진지하게 이 조건을 내놓으면서 그녀와 결혼하였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에 불행하게도 저의 의심들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이 일로 저는 아내에 대한 신뢰감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어서 말다툼과 몰이해가 뒤따르면서 결국 우리는 헤어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저의 혼인은 유효한 걸까요?

교회법 제1102조는 이렇게 말합니다.
①혼인은 미래에 관한 조건부로 유효하게 맺을 수 없다.
②과거 또는 현재에 관한 조건부로 맺은 혼인은 그 조건부의 것이 존재 하는가 아니하는가에 따라 유효하거나 무효하다.
③그러나 제2항에 언급된 조건은 교구 직권자의 서면 허가가 없는 한, 적법하게 부칠 수 없다.

1) 미래에 관한 조건부 혼인
혼인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유보 혹은 미래 조건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결혼하는데 있어 배우자들에게는 전적이고 자유로운 동의가 요구되는데, 미래에 어떤 조건이 충족될지의 여부에 대한 확인을 기다리면서 맺는 혼인이라면 그 혼인은 무효입니다. 혼인 합의가 조건이 채워질 때까지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미래 조건부 혼인은 언제나 혼인 무효 선언을 위한 소송의 청구 이유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2) 과거?현재에 관한 조건부 혼인
과거에 대한 조건부는 전형적으로 배우자의 혼인 전의 신원이나 자질에 관한 사실의 존재여부와 관련되며, 현재에 관한 조건부는 현재의 사실이나 상황의 존재 여부와 관련됩니다(예를 들면, 임신, 건강 상태, 직업, 성격이나 특성). 혼인에 있어서 그러한 과거 사실이나 현재 사실을 조건부로 정한다면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현재에 대한 조건부 혼인은 “교구 직권자의 허가”(제1102조 ③)를 얻어야만 거행할 수 있으며, 혼인을 결정하는 조건이 혼인 당시에 충족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 증명될 때 혼인은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배우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과거나 현재에 대한 명시된 조건을 가진 혼인을 했을 때, 혼인 무효 선언을 위한 소송의 청구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미래에 관한 조건부 혼인은 무효인 결혼이 되며, 과거·현재에 관련된 상황과 연결된 조건과 관련될 때는 합의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에 따라 유효하거나 무효합니다.
앞의 사례는 과거·현재에 대한 조건의 비충족에 근거(처녀로서 완전치 못함)하여 파탄된 것이므로 교구법원에 소원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12) 강압과 공포로 인해 맺어진 혼인
외부로부터의 힘이나 심한 공포 때문에 강제로 맺어진 혼인은 두 가지 요소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는 혼인에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부모, 스승, 직장의 상사 등)에 의하여 혼인을 택하도록 강제되었어야 한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그 압력이나 힘이 혼인을 하게 된 당사자에게 심한 공포를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공포는 강요된 당사자가 심한 공포 때문에 응낙하지 않을 경우, 닥치는 결과를 감당하기 힘든, 그래서 압력에 굴복하여 혼인하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중 한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열일곱 살에 저는 장래에 혼인할 생각조차도 없이 우정의 명목으로 한 청년과 만나기 시작하였는데, 그는 사실 제가 원하는 타입의 남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임신을 하게 되는 바람에 집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었습니다. 저는 그 남자와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를 낳으려고 하였지만 헛일이었습니다. 몹시 권위적인 아버지께서는 가족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결혼하라고 저에게 강요하셨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에 저는 집에서 쫓겨나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죽고 싶은 심정으로 강제로 결혼을 했습니다. 그러나 혼인한 지 채 1년도 못 되어 제가 먼저 헤어질 것을 남편에게 요구하였습니다. 현재 저는 아이와 함께 혼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청년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당에서 혼인하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교회법 제1103조는 이렇게 말합니다.
“외부로부터의 힘이나 심한 공포 때문에, 그것이 비록 의도적으로 가해진 것이 전혀 아니라도,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혼인을 택하도록 강제되어 맺은 혼인은 무효다.”
만일 교회가 첫 번째 혼인이 유효한데도 두 번째 혼인을 허락한다면, 복음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에로 놓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제단 앞에서 성사로 맺은 혼인 유대를 사람이 풀 수 없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회법원이 전 혼인이 무효하다고 인정할 경우에, 두 사람은 또 다른 혼인을 맺는데 자유롭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전 혼인이 무효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 있습니다. 혼인을 무효로 하는 많은 사례 중의 하나가 앞의 사례와 같은 ‘강요된 공포’입니다.
외부로부터의 힘과 공포의 가장 흔한 예는 혼전 임신과 관련된 상황이 자주 있습니다. 또 다른 경우로는, 부모가 중매로 혼인을 맺도록 강요한 경우로 혼인 후 얼마 살지 못하고 헤어진 사례가 가끔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사자의 의사가 전혀 배제된 부모의 강요에 의하여 맺어진 혼인이었다면 이 문제와 관련시켜서 무효의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폭력이나 공포로 인한 혼인이 무효가 되는 이유는, 당사자간의 혼인 합의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에, 부부 상호간의 진정한 사랑에 바탕을 둔 평생 공동 운명체로서의 삶을 살수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공포는 사람의 내부로부터 생기는, 지나친 폭력으로 인한 심리적인 위협감입니다. 혼인 합의가 공포로 인한 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중대한 것이어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원인이 있어야 하고, 혼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벗어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어야 합니다. 그 외에도 존경심에서 발생한 공포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혼인 당사자가 자신을 종속시키고 있는 지배자를 두려워해서 생기는 경우입니다(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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