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학년도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합격자 수기
오연지(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아직 한없이 실력이 부족한데도 이렇게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어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신 김수연 선생님과 항상 곁에서 힘이 되어준 스터디 멤버들, 묵묵히 저의 꿈을 지지해주신 부모님 덕분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무려 2년 반 동안 시험 준비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한 번 더 다닌듯한 느낌입니다. 중고등학교 졸업 후 영어를 공부로 해본 기억이 없어서 대학원 시험 준비하는 동안 시행 착오도 많았고 깨달은 점도 참 많습니다. 그래서 합격자 수기도 공부하면서 느낀 점과 실패 경험 및 극복 과정 위주로 써볼까 합니다. 통대 입시를 준비하는 모든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목적 의식은 2년 반을 버티게 해 준 원동력
외국 생활을 오래해서 영어가 유창하다거나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시험 유형에 맞춰 조금만 공부해도 합격할 수 있겠지만 저처럼 국내파면서 평소 영어 공부와 담을 쌓고 지냈던 사람이라면 그 동안 공부 안 했던 대가를 치를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것입니다. 저는 공부하다 지치면 왜 통번역사가 되고 싶은지를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스리곤 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중학생 때부터 꿈은 통번역사였지만 입시 준비에 대한 부담감과 이런 저런 이유로 꿈을 잠시 접고 있다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시 통번역사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통번역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좀 허무맹랑하고 막연했습니다. 국사 시간에 선생님께서 프랑스 유명 박물관에 거북선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걸 사람들이 일본 것으로 착각한다고 하더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린 마음에 애국심에 불타서 우리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순진하게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알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역사 분야의 한영통번역사가 되겠다고 다짐(만)했습니다. 그러다 세계 명작 읽는데 재미가 들려서 문학 번역(영한 번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영문학과까지 진학하게 되었는데 문학적 글쓰기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방황했습니다. 일반 소설 말고 문학 번역은 주로 전공 교수들이 한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어린 시절 꿈꿨던 것처럼 통대 졸업해 통번역사가 되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당시 한국외대 입시 시험은 복잡하고 준비할 게 너무 많아서 겁이 났고 무엇보다 공부하기가 싫었습니다.(그때는 한국에 통대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적성과 소질을 제때 파악하지 못해 뒤늦게 이런 저런 방황을 하던 중 로컬라이제이션 수업 수강이 계기가 되어 기술번역 쪽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번역 회사를 다니면서 번역에 대한 환상은 깨졌고 좀 더 현실적인 이유로 통번역사의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성격상 가만히 앉아서 번역만 하는 생활이 답답했습니다. 좀 더 활동적인 통역 일과 번역 일을 병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어 취업 사이트를 뒤졌으나 관심이 가는 일(2014 인천아시안게임 통번역 일, 스포츠 선수 전담 통역 등)은 당연히 자격 미달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실력이 부족해서 지원조차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서글펐고 그제서야 공부를 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겼습니다. 입학 시험에 한 해, 두 해 낙방하면서부터는 나이 제한 때문에 일반 회사에 입사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자 생존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하는 이유는 구체적일수록 좋은 것 같습니다. 슬프기는 하지만 생존과 직결되는 이유인 경우 공부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2. 현재의 영어 실력 파악하기의 중요성
왜 통번역사가 되고 싶은지 목적의식이 생겼으면 통대에 들어가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할 것입니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이 스스로의 영어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 실력을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마음속으로 늘 기초가 불안하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그 "기초”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까지 영어가 엉망인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수연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영어를 어설프게 안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어의 의미와 쓰임을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었고 기본 동사와 전치사만 활용해도 무궁무진하게 영어 표현을 만들 수 있다는 점, 영어는 내 맘대로 만들어 쓰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는 표현을 가져다 쓰는 것이라는 점, 명사와 동사에는 궁합이 있다는 점, 영어는 한국어와 1대 1 대응이 될 수 없다는 점, 듣거나 읽고 이해한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공부를 시작할 당시 제 실력은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본인의 실력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빨리 스스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극복해 나가느냐가 조금 더 빨리 통대 합격을 앞당길 수 있는 지름길이라 생각합니다.
3. 좋은 스승과 벗의 중요성
방향을 제시해주는 스승, 그리고 함께 정진할 벗이 없었더라면 시험 준비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나 고달팠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다행히 좋은 스승과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김수연 선생님 수업을 듣게 된 계기는 합격자 수기를 읽다 선생님 수업은 “정직하다”라는 문장에 끌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업을 들은 첫 날부터 이 수업 “진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려운 단어나 표현을 외울 것이 아니라 영어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리고 그것을 영어로 표현하는 법을 익히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저에게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들과 경쟁하려면 관사, 전치사, 기본 동사 활용, 수, 시제 등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저의 경우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통틀어 기초의 중요성을 제대로 짚어주셨던 분은 김수연 선생님 한 분뿐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선생님 수업을 집중해서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선생님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이 많으신 분입니다. 그런 만큼 학생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계시기 때문에 항상 날카로운 코멘트를 해주십니다. 제가 선생님 수업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의 또 다른 스승은 스터디 파트너들입니다. 여기서 스터디 파트너란 단순히 같이 사이트 트렌슬레이션을 하고 통번역 연습을 함께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정진하면서 서로 부족한 점은 채워주고 힘들어 주저 앉고 싶을 때 정서적으로 격려해주는 벗을 의미합니다. 수업 후 1~2시간 정도 스터디를 한 후 학원 문 닫을 때까지 멤버들과 개별 공부를 하곤 했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함께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서로 강점이 다 달랐기 때문에 함께 공부하면서 배운 점이 참 많습니다. 올해는 특히 공부는 함께하는 것이라는 점을 많이 느꼈던 해입니다. 공부하다 모르는 부분은 모아 두었다가 멤버들과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좋은 영어 사이트,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나 기사는 공유했습니다. 공부는 흔히들 혼자 하는 거라고들 하지만 저의 경우는 멤버들과 아는 것을 공유하고 코멘트를 주고받으면서 많이 성장했습니다. 여름쯤 슬럼프가 장기간 왔을 때 옆에서 격려해주며 슬럼프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역시 스터디 파트너들입니다. 여러모로 우리 스터디 멤버들 모두 고마웠고 사랑합니다. ^ㅡ^
4. 열린 마음, 관찰력, 생각하고 느끼기, 공감력
통대 준비를 하면서 느낀 점은 열린 마음, 관찰력, 생각하고 느끼기, 공감력이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열린 마음은 기꺼이 배움과 코멘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선생님도 종종 말씀하시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발전도 더딜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관찰력 역시 실력 향상을 위해 꼭 갖추어야 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수연 선생님께서는 많은 양을 공부하는 것보다 적은 양을 공부하더라도 텍스트를 꼼꼼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시곤 하셨습니다. 정말 텍스트를 잘 관찰하다 보면 관사, 전치사의 쓰임, 표현, 문장 구조 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수업 중간중간 선생님이 직접 사이트 트렌슬레이션하는 법, 에세이 쓰는 법 등을 직접 보여주시는데 선생님이 어떻게 하는지 잘 관찰했다가 혼자 공부할 때 선생님이 하는 것처럼 해보려고 애썼던 것이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다른 학생들을 관찰하는 것도 저에게는 큰 공부였습니다. 예를 들어 김수연 선생님 수업 수강생 대부분이 국내파였는데 다들 비슷비슷한 부분에서 실수를 많이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른 학생들의 실수들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나는 같은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고 많이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외대 1차는 에세이 시험이 있는데 당연히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쓸 말이 많겠지요. 올해는 예년에 비해 책도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고 신문 사설이랑 칼럼은 정말 열심히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감동을 잘 받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밥 먹거나 차 마실 때 자연스레 스터디 파트너들에게 글을 통해 느낀 점을 나누곤 했습니다. 생각을 직접 말로 전달하다 보면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떠돌아다니던 생각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지금에야 드는 생각이지만 글로도 정리해 보았더라면 외대 1차 에세이 쓰기 준비는 저절로 하는 셈이 되었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공감력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듣기나 독해를 할 때 공감되는 내용은 기억에도 오래 남고 전달하기도 수월하다고 느꼈습니다.
5. 2번의 입시 실패와 극복 과정
한국외대는 올해까지 총 세 번, 서울외대는 두 번 낙방했습니다. 이 때의 경험은 “실패”라기 보다는 발전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험 결과가 좋지 않을 때마다 철저하게 자기 반성을 하고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2010년
우선 공부를 시작한 첫 해에 낙방했던 원인은 회사를 그만 두었다는 해방감과 다음 해에 붙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학 졸업 후 무려 4년 가량 공부와는 담쌓고 살았던지라 공부 습관 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토익 조차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지 몰라서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3분짜리 ABC 뉴스 하나를 딕테이션하는 데 5시간씩 걸렸습니다. 숲을 보고 나무를 봐야 하는데 단어 하나 안 들린다고 그 부분만 반복해서 듣는 등 나무만 보는 연습을 했었습니다. 당연히 실력이 늘 리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듣기 잘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그 친구가 알려준 방법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친구가 알려준 방법은 소리에만 의존한 공부법이었습니다. 우선 통으로 먼저 듣고 이해한 후 문장 단위로 듣고 바로 리프로듀스 연습을 한 후 문단 단위로 외우고 나중에 전체를 통으로 외웠습니다. 아무리 들어도 안 들렸던 부분은 선생님이 올려주시는 자료를 참고해 확인하고 넘어갔습니다. 독해도 처음에는 3시간씩 걸렸습니다. 번역 회사를 다니면서 주어진 글로서리에 맞춰 번역을 하고 매번 인터넷 사전을 뒤지던 습관이 있어서 처음에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무조건 사전을 찾았습니다. 스터디 파트너가 문맥을 통해 이해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코멘트해 주었지만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2011년
2010년 시험에 떨어지고 한 2~3개월 놀다가 학원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6월까지 계속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단, 어휘와 문장 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은 확실했기에 듀오를 스터디 파트너들과 반복적으로 암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어 문장을 들으면 바로 영어로 튀어나오도록 연습했고, 시험 전까지 10회 이상 반복 암기했던 것 같습니다. 공부다운 공부는 7월부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당시 집이 멀다는 이유로 수업 있는 날만 학원에 나와 공부했었는데 선생님께서 집이 멀어서 매일 학원 나오기 힘들다는 것은 다 핑계라며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크게 질책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그때부터 수업 있는 날은 저녁 늦게까지 공부했고 수업 없는 날도 학원에 나와 공부했습니다. 공부하는 시간도 점차 늘렸습니다. 반복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기에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스터디 멤버들과 한국외대와 서울외대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실전 연습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한국 외대는 1차부터 떨어졌고 서울외대는 2차에서 떨어졌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우선 두 학교 시험을 보면서 문제가 어렵다기 보다는 아이디어를 영어로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꼈습니다. 영어 기본기도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서울외대 면접 때 외국인 교수가 읽어주는 내용이 아예 귀에 안 들어왔고 한영은 영어가 깨져서 나왔습니다. 긴장 상태에서의 내 영어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다행히 그런 마음은 금방 떨쳐버렸습니다.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조금 감을 잡은 상황이기도 해서 결국 한 번 더 도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2012년
지난 경험을 토대로 입시 준비기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1월부터 바로 공부에 돌입했습니다. 초반에는 기본기를 단단히 다지고 9월부터는 실전 연습 위주로 공부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려 놓았습니다. 적어도 주5일 학원에 나와 문 닫을 때까지 공부하려고 노력했고 나중에는 토요일에도 나와서 스터디를 했습니다. 일요일에 나오는 것도 도전했다가 체력이 부족해서 그냥 푹 쉬기로 했습니다.
스터디는 필요에 따라 마음에 맞는 파트너와 함께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업 후 사이트 및 사설 통역 연습을 했고 이창수 교수의 네이티브 영어표현력 사전을 9월까지 달달 외우는 스터디를 했습니다. 시험 전까지 4회독쯤 했습니다. 이 책은 영어식 표현법, 사고 방식을 잘 설명해 놓아서 개인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weekly address를 외우고 확인해주는 스터디도 5개월 가량 했습니다. 연설문 자체가 워낙 좋은데다 미국 사회의 현안을 많이 다루고 있어서 영어 실력과 시사적 지식을 함께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 실전 모의고사 스터디 등 그때그때 필요에 따른 스터디를 했습니다.
2011년까지는 선생님이 주시는 자료로만 수동적으로 공부했다면 올해는 적극적으로 공부했습니다. 우선 책이든 시사지든 신문이든 이것저것 많이 챙겨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들이 종종 읽을거리를 챙겨줘서 시간될 때마다 읽었고 듣기의 경우는 TED, VOA, NPR 등을 아침에 학원 갈 준비를 하거나 집에 돌아 왔을 때 그냥 틀어 놓고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좋아하는 주제로 골라 들으니 공부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재미로서의 영어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듣기 공부를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핑계로 Friends 전 시즌을 올해 들어서야 다 보았는데 Dear Abby 공부하면서 외웠던 표현이 많이 나오는 데다 문화적 맥락에서 영어를 익힐 수 있어서 나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공부하다 7월쯤 작문 때문에 한참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그때까지 주로 기초를 다지고 표현을 암기하는 공부를 했었는데 시험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글쓰는 연습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대학 시절 에세이 시험을 자주 보았기 때문에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서 헤맸다기 보다는 역시나 영어가 문제였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사설을 영어로 요약해 오라고 하셔서 제출했는데 논리, 기본적인 실수 등 때문에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시험이 얼마 안 남은 시점이라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쉽고 간결하게 문장간 연결 논리에 신경을 쓰면서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그 다음 시간에 제출한 요약은 좋은 코멘트를 받아서 조금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시간 안에 분량에 맞춰 글쓰는 것이었습니다. 첫 문장이 잘 나와야 글이 잘 풀리는 스타일이라 어떻게 글을 시작할까 고민하느라 시간을 많이 낭비했습니다. 또 paraphrasing, 예시를 압축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스터디 파트너들에게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시험 전날까지 시간을 재면서 예시보다는 의미를 잡아 요약하는 연습을 부지런히 했습니다.
그리고 이 무렵부터 Dear Abby 10번 외우기를 시도했습니다. 선생님께서 통역사들 중에 Dear Abby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저는 그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문장과 문장 사이를 연결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해서 그 부분을 신경쓰면서 텍스트를 분석하고 외웠습니다. 두 달쯤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Dear Abby 반복 암기는 강력 추천합니다. 그 이유는 공부해보시면 알게 됩니다.
이때 또 집중했던 것이 독해 공부입니다. 듣기가 잘 안 늘어서 선생님께 조언을 부탁드렸더니 이런 경우 대부분 독해가 원인이라며 하루에 10개씩 영문을 읽고 한국어로 말로 정리해보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이유를 분석해 보라고 처방을 내려 주셨습니다. 하루에 10개까지 하기는 버거워서 할 수 있는 만큼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노력을 하다 보면 조금씩 실력이 느는 것 같습니다.
시험보기 2달 전쯤부터는 스터디 멤버들과 전치사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이미 두 번 가량 전치사 연구라는 책을 공부하긴 했지만 머리로 이해했다고 해서 써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본이 중요하다는 선생님 말씀에 자극 받아 시험 전에 얼른 전치사를 한 번이라도 더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스터디 멤버들도 제 생각에 동의해 주었고 함께 전치사 연구 예문을 달달 외우고 서로 확인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어적 감각을 짧은 시간에 익히기 위해서는 암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 이해를 전제로 암기를 했습니다.
한국외대든 서울외대든 1차 시험 후에는 바로 2차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이때부터가 정신력 싸움인 것 같습니다. 1차를 망쳤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찝찝해져서 공부가 손에 안 잡히기 때문입니다. 1차를 어떻게 보았든 저는 2차 준비에 바로 돌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외대는 1차 합격했고 2차는 떨어졌습니다. 한국 외대 면접 때 한국어 기사를 큰 소리로 읽고 영어로 해보라고 시켰는데 심지어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였는데도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2~3분쯤 생각할 시간을 가진 후 했다면 제대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글을 읽는 즉시 순발력있게 내 말로 의미를 엮어나가는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순간 집중력도 부족했습니다. 면접장을 나와서야 이렇게 이렇게 표현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기회는 날아간 상황이었습니다. 영한도 3단락 중 앞의 한 단락만 제대로 들려서 결국 제대로 통역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원 없이 공부했던 한 해였기에 더 이상의 미련은 남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레 서울외대 시험은 마음 편히 볼 수 있었고 그래서 합격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6. 서울외대 시험
1차: 듣기 10문제 독해 10문제가 나옵니다. 서울외대는 특히 시사를 중시 여기기 때문에 시사 상식이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는 글의 문맥상 “재정 절벽”의 의미를 쓰라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기본 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아마 글을 읽지 않고도 풀 수 있었을 것입니다. 듣기는 다양한 주제가 나오는데 3년 연속 Ted에서 들었던 내용이 한 개씩은 꼭 나왔습니다. 예전에는 제품 이름을 쓰라는 등의 문제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내용의 흐름을 잘 따라가면 답할 수 있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2차: 오전에 보는 번역 시험은 영한 2개, 한영 2개, 영어 지문 요약, 한국어 키워드 연결하기 6개가 출제됩니다. 번역 문제는 시사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내용이 많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짧고 명쾌하게 번역하려고 신중을 기하다 보니 시간 분배를 잘 못해서 마지막 문제는 읽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영한의 경우 영문을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옮겼다간 중의적인 문장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점을 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영은 김장에 대한 내용과 원화 가치가 상승과 관련된 내용이 나왔습니다. 오히려 김장에 대한 내용이 어려웠습니다. 1대 1 대응으로 가다가는 제대로 콩글리시가 될 것 같아 이해한대로 다 풀어 썼습니다. 김장은 “겨울, 봄, 여름동안 먹기 위해 이맘때쯤 만드는 김치”라고 표현했고 배추는 예전에 김수연 선생님이 Korean cabbage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나 그렇게 썼습니다. “배추값에 농민과 주부들이 울고 웃는다”라는 표현은 “배추가 비싸지면 농민은 웃고 주부들은 울상을 짓는다. 반면 배추가 싸지면 농민은 울고 주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렇게 이해한 대로 쉽게 영작했습니다. 제가 번역하는 방식이 맞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콩글리시보다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원화 가치와 관련된 내용이 의미전달하기 훨씬 수월했습니다. 이렇게 번역을 하고 나니 7분쯤 남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 문제를 풀기 위해 영어 지문을 읽었는데 다행히 내용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다 못 쓸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주제 문장을 먼저 써서 핵심을 파악했다는 느낌이라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200자쯤 쓰다 시간이 다 되어 답지를 제출했습니다.
면접은 오전 그룹 맨 마지막이었습니다. 작년에 같이 공부했던 친구가 마침 제가 있던 대기실 담당이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대기했습니다. 2011년에는 영화, 책 내용 요약 또는 시사 문제를 질문했기에 대기 시간 내내 읽었던 책 내용을 요약하고 준비했습니다. 면접에 들어갔더니 외국인 한 명, 여자 교수님 두 분이 계셨습니다. 사실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에는 제가 한 말이 별로 없었습니다. 외국인 교수님이 오히려 말을 더 많이 하셨습니다. 기억나는 대로 면접 내용을 써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아이스 브레이킹은 다 영어로 진행됩니다.)
외국인 교수: 운이 좋군요. 점심 시간 전에 면접 보는 학생에게 우리가 후한 경향이 있거든요.
나: (그냥 웃음.)
외국인 교수: LXXXXXX에서 일한 적이 있군요.
나: 그 회사에 대해서 아시나요?
외국인 교수: 이 회사 일은 창의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회사죠. 기계처럼 번역만 해야 하고….
나: (재빨리) 그래서 이 학교에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 분위기가 싫어서 더 공부해 스스로에게 많은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학교에 지원했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앞부분은 빼먹고 뒷부분만 얘기했습니다. 그래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신 듯 끄덕여 주셨습니다.)
외국인 교수: 앞으로 통역을 하고 싶은가요? 번역을 하고 싶은가요?
나: 둘 다 하고 싶습니다.
외국인 교수: 좋은 생각이예요. 일반적으로 통역사라는 직업을 사람들이 선망하기는 하지만…… 중략……
면접보는 이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수님이었습니다. 질문보다는 본인의 생각을 많이 말해주신 덕분에 저는 중간중간 적절한 반응만 보여주면 되었습니다.
아이스 브레이킹이 끝나고 한국인 교수님이 시사 문제 몇 개를 내었습니다. 약어를 물어보셨는데 작년 면접에 나왔던 BIS가 또 나와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면접 전날 밤 약어를 쭉 훑어보고 면접장에 들어가긴 했지만 올해는 BIS는 안 나오겠지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당황한 나머지 더듬더듬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어로는 뭐냐고 기습 질문을 하셔서 또 한 차례 당황했습니다. 당황하니 알던 것도 생각이 안 났습니다. 가까스로 기억해내 답했습니다. 벼락치기로 외운 것이 티난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그 외에는 단 한 개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영한, 한영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순간의 창피는 얼른 털어버렸습니다.
영한은 암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암의 정의, 원인, 치료법, 생존 가능성 등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평소 의학적인 내용이라면 수업 시간에 ABC 뉴스에서 많이 듣던 내용이었고 평소 흥미를 가지고 있던 분야라 다행히 귀에 잘 들어왔습니다. 중간에 안 들린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희한하게도 들린 부분은 정확하게 머리에 남아 있어서 들린 내용만 잘 엮어서 전달했습니다. 한영은 남한, 북한, 중국 미국 관계에 대한 논평 스타일의 글이 나왔습니다.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중국은 매우 중요하다. 첫째, 남한의 입장에서 중국은 거대 수출 시장이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은 북한을 오랫동안 우호 관계를 맺어 왔는데 중국의 대북 입장이 남한의 대북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중요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미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중국과 미국의 중간에서 중립적 위치를 취하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중국 및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이냐는 올해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달려있다.
흐름을 제대로 파악 못한 부분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어쨌거나 이해한대로 말을 하긴 했는데 부드럽게 흐름을 연결하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영어도 잘 안 나와서 고생했지만 틀리든 말든 그냥 일정한 속도로 쭉 내뱉고 나왔습니다. 영어가 많이 부족했는데 합격시켜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7. 합격자 수기를 마무리하며…
저는 머리가 좋은 편도 아니고 해외파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려서부터 영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통대에 합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를 하다 보니 결실을 맺는 날이 오네요. 물론 이제부터 진짜 공부가 시작되겠지만요. ^ㅡ^ 제가 감히 공부법을 논할 자격은 안 되지만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눈과 귀와 마음을 열면 배움은 도처에 널려있다는 점입니다. 또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공부했다는 느낌이 들 때 합격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 모두 파이팅하시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제가 공부하면서 지칠 때 종종 떠올리던 글귀를 나누면서 글을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밥을 먹고 물을 마시듯 꾸준히 밀고 가는 항심과 늘 처음으로 돌아가 배움의 태세를 갖추는 하심, 공부에 필요한 건 오직 이 두 가지뿐이다.”
지루하셨을 텐데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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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오연지 작성시간 12.12.30 언니~고마워요 ^ㅡ^ 정말 멋진 통역사 될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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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쉬비갸 작성시간 12.12.28 와 수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ㄴ다. 덕분에 저도 힘을 많이 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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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오연지 작성시간 12.12.30 제 수기가 힘이 되었다니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합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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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브라이언 작성시간 13.04.26 가장 감동적인것은 글쓴이가 누구이든 시험의 난이도가 어떳든 ㅅ시험합격기 인것 같습니다
노력과정에서의 땀냄세, 흘린 눈물냄셰,얼굴 이글어진 모습이 동영상 처럼 생생하게 클로우즈 업
되거든요. 축하!! -
작성자sophie833 작성시간 17.11.12 어린왕자29,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