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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에 앉아서...

작성자농부의 아내|작성시간13.06.13|조회수190 목록 댓글 2

 

 

 

새로 단장한 평상이다.

우리동네는 박달산 밑으로 개울을 끼고 마을이 길게 이어져서

어찌보면 마을회관을 사이에 두고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나뉘는 느낌이다.

실제로 반장도 아랫마을 반장 일규씨와 윗마을 반장 우성씨가 맡고 있다.

회관은 겨울에 가동하므로 어르신들이 바쁘신 여름철에는 회관앞의 정자가 쓸모가 없다.

한 중간에 있으니 윗마을 어르신들이 거기까지 내려가시기도 어렵고

아랫마을 어르신들이 코앞에 나무그늘밑을 두고 정자로 놀러가실 일이 없게된거다.

윗마을 어르신들은 우리집에 있는 느티나무 그늘아래서 쉬고

아랫마을 어르신들은 목련나무 그늘아래서 쉬고 계신다.

생각같아서는 마을 중간에 있는 멋있는 정자를 어느 한쪽에서 활용하는게 좋겠는데....

정자를 옮길만한 땅이 여의치 않다.

일년내내 혼자놀고있는 정자를 볼때마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평상...

그 이름만큼 편안하고 좋은게 없다.

비오면 사용할 수 없지만 오후 나무그늘아래서 마을 어르신들이 다 모여서 휴식을 취하신다.

거기에는 목침도 여러개 있다.

말씀들 나누시다가 누워서 한숨 주무시기도한다.

마을 안쪽이라 차도 안다니고 조용하니 더 좋다.

서로들 먹거리가 있으면 격식차리지않고 들고 나와서 함께 나누어 먹는다.

작년에는 옆에 빈땅에다 참외를 심어서 풍성하게 나누어 먹었다.

한두차례 매운 고추 썰어넣은 부추전 해먹는데 할머니들의 솜씨는 일품이다.

시작하면 누군가는 막걸리를 사오고 누군가는 과일을 사오고 한나절 깜짝파티가 이루지는 것이다.

차려입지않고도 파티에 갈 수있다.

몸빼차림으로 머리에 수건한장 쓰고 털털하게 앉아서 즐기는 오후의 느티나무 그늘 파티....

건강하게 착하게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검소함과 서로 나눔은

새내기를 이동네 일원으로 함께 끼워주시기만해도 감사 감사할뿐이다.

며칠전 어느 방문객이 차로 받아서 박살을 내고 뺑소니를 쳤던 평상을 다 뜯어내고 다시 세웠다.

젊은이 셋이서 만들고 어르신들이 함께 거들었다.

그날 막걸리파티를 했는데 어르신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함께 사는 것

함께 쉬는 곳

저 작은 평상에서 동네농사 다 짓고 온동네 일상다반사가 오간다.

 

 

 

찔레꽃이다.

우리집 남자가 풀깎다가 남겨놓은 찔레꽃.

밭둑에 피어나는 찔레꽃무덤은 내가 아끼는 꽃이다.

달밤에도 하얗게 빛나는 이쁜꽃 한송이 꺾어다 유리잔에 꽂으면 온 방안에 찔레꽃향기로 가득하다.

산에서 내려오는 아카시아꽃향기가 지고나면 다음타자로 피어나는 하얀꽃 찔레꽃이 좋다.

장사익의 찔레꽃은 붉다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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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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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별밤지기 | 작성시간 13.06.14 장사익선생이 전하는 붉은색 나도 못봤는데 음... 찔레꽃 향이 전하는 색깔이 아닐까? ㅎ 근데요 평상 자리가 뙤양볕? 사진속 느티나무를 곁에 두고 짜도 좋을 듯...
  • 작성자농부의 아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6.14 아침에 출근길에 찍어서 그래요.
    오후엔 빈틈하나없는 그늘이죠.
    뒤쪽으로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까지....
    저밑에 앉아있으면 행복하다 절로 나옵니다.
    오전에 잠깐 쉬시라고 나무파레트 하나 놓았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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