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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별에는 혀영심에 빠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 저기 나를 찬양하는 사람이 찾아오는군!"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허영심 많은 사람이 멀리서부터 외쳤다. 허영심에 가득찬 사람들에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기를 찬양해
주는 사람들은 것이다.

"안녕하세요. 야릇한 모자를 쓰고 계시군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답례하기 위해서지. 나에게 사람들이 환호를 보낼 때
답례하기 위해서야. 그런데 불행히도 이리로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허영심 많은 사람이 대답했다. "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어린 왕자가
말했다. "두 손을 마주 쳐봐요." 허영심 많은 사람이 가르쳐
주었다. 어린 왕자는 두 손을 마주쳤다. 허영심 많은 사람은 모자를
들어올리며 점잖게 답례했다. '왕을 방문할 때보다 더 재미있군' 어린 왕자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그는 다시 두 손을 마주 두드렸다. 허영심 많은 사람이 모자를 들어올리며 다시 답례를 했다. 오 분쯤 되풀이하고 나니 어린 왕자는 그 장난이
재미없어졌다. "모자를 떨어뜨리려면 어떻게 해야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러나 허영심 많은 사람은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허영심
많은 사람들에게는 오로지 찬양의 말만이 들리는 법이다. "너는 정말로 나를 찬양하지?" 그가 어린 왕자에게
물었다. "찬양하는게 뭐지?" "찬양한다는건 내가 이 별에서 가장 잘생겼고, 가장 옷을
잘입고, 가장 부자이고, 가장 똑똑하다고 인정해 주는 거지." "하지만 이별엔 아저씨 혼자밖에
없잖아!" "나를 기쁘게 해줘. 그렇게 나를 찬양해
줘." "아저씨를 찬양해. 그런데 그게 아저씨에게 무슨 상관이
있지?' 어깨를 조금 들썩하면서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그 별을 떠났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군' 어린 왕자는 여행을 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다음 별에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그 별에는 그저 잠시
들렀을 뿐이지만 어린 왕자를 깊은 우울에 빠뜨렸다. "무얼 하고 있어요?" 빈 병 한무더기와 술이 가득차 있는 병 한 무더기를 앞에 놓고
말없이 앉아 있는 술꾼을 보고 어린 왕자가 말했다. "술을 마시지." 침울한 표정으로 술꾼이 대꾸했다. "왜 술을 마셔요?" 어린 왕자가 그에게 물었다. "잊기 위해서지." 술꾼이 대답했다. "무엇을 잊기 위해서요?" 측은한 생각이 든 어린 왕자가 물었다.
"부끄럽다는걸 잊기 위해서지." 머리를 숙이며 술꾼이 대답했다. "뭐가 부끄럽다는 거지요?" 그를 돕고 싶은 어린 왕자가
캐물었다. "술을 마시는게 부끄러워!" 이렇게 말하고 술꾼은 침묵을 지켰다. 그래서 난처해진 어린 왕자는 길을 떠나 버렸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군' 하고 어린 왕자는 여행을 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네번째 별은 장사꾼의 별이었다. 그 사람은 어찌나 바른지
어린 왕자가 찾아왔는데도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담배불이 꺼졌군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셋에다 둘을 더하면 다섯, 다섯에 일곱을 더하면 열 둘,
열 둘에 셋을 더하면 열 다섯, 안녕. 열 다섯에 일곱을 더하면 스물 둘, 스물 둘에 여섯을 더하면 스물 여덟, 다시 담배불 붙일 시간이 없어.
스물 여섯에 다섯을 더하면 서른 하나라. 휴우! 그러니까 오억 일백 육십 이만 이천 칠백 삼십 일이 되는구나." "뭐가 오억이야?" "응? 너 아직도 거기 있니? 저, 오억 일백만......
도무지 틈을 낼 겨를이 없구나...... 너무 바빠서. 나는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허튼 소리 할 시간이 없어! 둘에다 다섯을 더하면
일곱......"

"뭐가 오억인데?" 한번 한 질문은 절대로 포기해 본 적이
없는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장사꾼은 고개를 들었다. "이 별에서 오십 사년 동안 살고 있는데 내가 방해를 받은
적은 딱 세번뿐이야. 첫번째는 이십 이년 전이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모를 웬 풍뎅이가 날 방해했어. 그게 어찌나 요란한 소리를 내는지 계산이
네군데나 틀렸었지. 두번째는 십이리년 전이었는데, 신경통 때문이었어. 난 운동부족이거든. 산보할 시간이 없으니까. 난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래. 세번째는 바로 지금이야! 가만있자, 오억 일백만이었겠다......" "뭐가 오억 일백만 이라는 거지?" 장사꾼은 조용히 일하기는 글렀다는 걸
깨달았다. "때때로 하늘에 보이는 그 작은 것들
말이야." "파리?" "아니, 반짝거리는 작은 것들 말이야." "꿀벌?" "아니, 게으름배이이들을 멍청이 공상에 잠기게 만드는
금빛나는 작은 것들 말이야. 헌데 난 중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거든! 공상에 잠길 시간이 없어." "아! 별 말이군?" "그래 맞아, 별이야." "오억의 별들을 가지고 뭘 하는 건데?" "오억 일백 육십 이만 이천 칠백 삼십 일개야. 나는 중대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정확한 사람이지." "그런데 별을 가지고 뭘 하는 건데?" "뭘 하느냐고?" "응." "아무것도 안해. 그것들을 소유하고
있는거지." "별들을 소유하고 있다고?" "그래." "하지만 내가 전에 본 어떤
왕은......" "왕은 소유하지 않아. 그들은 다스리지. 그건 아주 다른
얘기야." "그럼 그 별들을 소유하는게 아저씨에게 무슨 소용이
되는데?" "부자가 되게 해주지." "부자가 되는게 무슨 소용이 있어?" "다른 별들이 발견되면 그걸 사는데
소용되지." '이 사람도 그 술꾼처럼 말하고 있군' 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그래도 질문은 계속했다. "별들은 어떻게 소유한담?" "별들이 누구꺼지?" 장사꾼은 두털대며
물었다. "모르겠는걸. 그 누구의 것도
아니겠지." "그러니까 내 것이지. 내가 제일 먼저 그 생각을
했으니까." "그러면 아저씨 것이 되는 거야?" "물론이지. 임자 없는 다이아몬드는 그걸 발견한 사람의
소유가 되는 거지. 임자가 없는 섬을 네가 발견하면 그건 네 소유가 되는 거고. 네가 어떤 기막힌 생각을 제일 먼저 해냈으면 특허를 맡아야해.
그럼 그것이 네 소유가 되는 거야. 그래서 나는 별들을 소유하고 있는거야. 나보다 먼저 그것들을 소유할 생각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하긴 그렇군. 그렇지만 아저씨는 별들을 가지고 뭘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들을 관리하지. 세어보고 또 세어보고 하지. 그건 힘든
일이야. 하지만 나는 진지한 사람이거든!" 어린 왕자는 그래도 흡족해 하지 않았다. "나는 말이야. 머플러를 소유하고 있을 때는 그것을 목에
두르고 다닐 수가 있어. 또 꽃을 소유하고 있을 때는 그 꽃을 꺽어 가지고 다닐 수 있고.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을 꺽을 수가
없잖아!" "그럴 수는 없지. 하지만 그것들을 은행에 맡길 수
있지." "그게 무슨 말이야?" "조그만 종이 조각에다 내 별들의 숫자를 적어 그것을 서랍에
넣고 잠근단 말이야." "그리고 그뿐이야?" "그뿐이지" '그거 재미있는데, 제법 시적이고. 하지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군.' 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어린 왕자는 중요한 일에 대해서 어른들과 매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말이야 꽃을 한 송이 소유하고 있는데 매일 물을 줘.
세 개의 화산도 소유하고 있어서 주일마다 그을음을 청소해 주고는하지. 불이 꺼진 화산도 청소해 주니까 세 개란 말이야.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거든. 내가 그들을 소유하는건 내 화산들에게나 꽃들에게 유익한 일이야. 하지만 아저씨는 별들에게 하나도 유익하지
않잖아......" 장사꾼은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대답할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떠나버렸다. '어른들은 아주 이상야릇하군.' 하고 어린 왕자는 여행하면서
혼자 속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다섯번째 별은 무척 흥미로운 별이었다. 그것은 모든 별들 중에서 제일 작은
별이었다. 가로등 하나와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 있을 자리밖에 없었다. 하늘 한 구석, 집도 없고 사람도 살지 않는 별에서 가로등과 가로등 켜는
사람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어린 왕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인지 몰라. 그래도 왕이나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나 장사꾼, 혹은 술꾼 보다는 덜 어리석은 사람이지. 적어도 그가 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어. 가로등을 켤때는 별 하나를, 꽃 한
송이를 더 태어나게 하는 것이나 같은 거야. 그가 가로등을 끌때면 그 꽃이나 그 별을 잠들게 하는 거고. 그거 굉장히 아름다운 직업이군.
아름다우니까 정말 유익한 것이지.'

그 별에 다가가자 그는 가로등 켜는 사람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 아저씨. 왜 가로등을 지금 막
껐어?" "안녕, 그건 명령이야." 가로등 켜는 사람이
대답했다. "명령이 뭐야?" "내 가로등을 끄는거지. 잘자." 그리고 그는 다시 불을 켰다. "그런데 왜 지금 막 가로등을 다시
켰어?" "명령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걸?" 어린 왕자가
말했다. "이해할 건 아무것도 없지. 명령은 명령이니까. 잘자."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그리고 가로등을 껐다. 그리고 나서는 붉은 바둑판 무늬의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난 정말 고된 직업을 가졌어. 전에는 무리가 없었는데.
아침에 불을 끄고 저녁이면 다시 켰었지. 그래서 나머지 낮에는 쉬고 나머지 밤에는 잠을 잘 수 있었거든......" "그럼 그 후 명령이 바뀌었어?" "명령은 바뀌지 않았으니까 그게 문제지! 이 별은 해가
갈수록 빨리 돌고 있는데 명령은 바뀌지 않았단 말이야!"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그래서?"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이제는 이 별이 일분마다 한 바퀴씩 돌기 때문에 단
일초도 쉴새가 없는거야. 일분마다 한번씩 껐다가 켰다가 해야 하는거지." "그거 참 이상하네! 아저씨네 별에선 하루가
일분이라니!" "조금도 이상할 것 없지. 우리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가
벌서 한달이 되었단다."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한달?" "그래. 삼십분이니까, 삼십 일이지!
잘자." 그리고 그는 다시 가로등을 켰다. 어린 왕자는 그를 바라보았다. 명령에 그토록 충실한, 그
가로등 켜는 사람이 좋아졌다. 의자를 뒤로 물리면서 해지는 광경을 보고 싶어하던 지난 일이 생각났다. 그 친구를 도와 주고
싶었다. "저 말이야......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그야 언제나 쉬고 싶지."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성실하면서도 또 한편 게으름부리고 싶을 수
있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말을 계속했다. "아저씨 별은 아주 작으니까 세 발자국만 옮겨 놓으면 한
바퀴 돌 수 있잖아. 언제나 햇빛 속에 있으려면 천천히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거야. 쉬고 싶을때면 걸어가도록 해. 그럼 하루해가 원하는 만큼
길어질 수 있을거야." "그건 별 도움이 되지 못하겠는걸. 내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건 잠을 자는 거니까."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그거 유감인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유감이야. 잘자."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그리고는 가로등을 껐다. '저 사람은 다른 사람들, 왕이나 허영심 많은 사람이나
술꾼, 혹은 장사꾼 같은 사람들에게 멸시받을 테지. 하지만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는 사람은 저 사람뿐이야. 그건 저 사람이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일에 골몰하기 때문일거야.' 더 멀리로 여행을 계속하면서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그는 섭섭해서 한숨을 내쉬며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친구로 삼을 수 있었던 사람은 저 사람뿐이었는데,
그런데 그의 별은 너무 작아. 두 사람이 있을 자리가 없거든." 그가 축복받은 별을 잊지 못하는 것은 스물 네시간 동안에
1천 4백 4십번이나 해가 지기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어린 왕자가 차마 스스로에게도 고백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여섯번째 별은 먼저번 별보다 열배나 더 큰 별이었다. 그 별에는 무지하게 커다란
책을 쓰고 있는 늙은 신사 한 분이 살고 있었다. "야! 탐험가가 하나 오는군!" 어린 왕자를 보며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어린 왕자는 책상 위에 걸터앉아 조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벌써 몹시도 긴 여행을 했던 것이다. "어디서 오는거냐?" 그 노인이 물었다. "이 두꺼운 책은 뭐예요? 여기서 뭘 하시는 거지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난 지리학자란다." 노인이 말했다. "지리학자가 뭐예요?" "바다와 강과 도시와 산, 그리고 사막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지." "그거 참 재미있네요. 그거야말로 직업다운 직업이로군요!"
어린 왕자는 말하고, 지리학자의 별을 한 번 둘러보았다. 그처럼 멋진 별을 그는 본적이 없었다.
"할아버지 별은 참 아름답군요. 넓은 바다도
있나요?" "난 몰라." 지리학자가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산은요?" 어린 왕자는
실망했다. "난 몰라." 지리학자가 말했다. "그럼 도시와 강과 사막은요?" "그것도 알 수 없다." "할아버지는 지리학자 아녜요?" "그렇지. 하지만 난 탐험가가 아니거든. 내겐 탐험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단다. 도시와 강과 산, 바다와 태양과 사막을 세러 다니는건 지리학자가 하는 일이 아냐. 지리학자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니까
한가로이 돌아다닐 수가 없지. 서재를 떠날 수가 없어. 서재에서 탐험가들을 만나는 거지. 그들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하여 그들의 기억을 기록하는
거애. 탐험가의 기억중에 매우 흥미로운게 있으면 지리학자는 그 사람의 정신상태를 조사시키지." "그건 왜요?" "탐험가가 거짓말을 하면 지리책에 커다란 이변이 일어나게
될테니까. 탐험가가 술을 너무 마셔도 그렇지." "그건 왜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왜냐하면 술에 잔뜩 취한 사람에겐 모든게 둘로 보이거든.
그렇게 되면 지리학자는 산 하나밖에 없는데다 산 둘을 기록하게 될지도 모르잖아."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그럼 나쁜 탐험가가 될 수
있겠군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럴수도 있겠지. 그래서 탐험가의 정신 상태가 훌륭하다고
생각될 때는 그의 발견을 조사하지." "직접 가 보시나요?" "아니지, 그건 너무 번잡스러우니까. 그대신 탐험가에게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거야. 가령 커다란 산을 발견했을때는 커다란 돌멩이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는거지." 지리학자는 갑자기 흥분했다. "그런데 너는 멀리서 왔지! 너는 탐험가야! 너의 별이 어떤
별인지 이야기해줘!" 그러더니 지리학자는 노트를 펴고 연필을 깎았다. 탐험가의
이야기를 처음에는 연필로 적었다가 그가 증거를 가져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증거를 가져오면 그제서야 잉크로 적는 것이었다. "자, 시작해 볼까?" 지리학자가
물었다. "글쎄요, 내 별은 별로 흥미로울게 없어요. 아주 작거든요.
화산이 셋 있어요. 둘은 불을 내뿜는 화산이고 하나는 불이 꺼진 화산이지요.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요." "그래,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 지리학자가
말했다. "제겐 꽃 한 송이도 있어요." "꽃은 기록하지 않아." 지리학자가
말했다. "왜요? 그게 더 예쁜데요!" "꽃들은 일시적인 존재니까." "일시적인 존재? 그게 뭔데요?" "지리책은 모든 책들 중 가장 귀중한 책이야. 지리책은
유행에 뒤지는 법이 없지. 산이 위치를 바꾸는 일은 매우 드물거든. 바닷물이 비어 버리는 일도 매우 드물고. 우리는 영원한 것들을 기록하는
거야." "하지만 불꺼진 화산들이 다시 깨어날 수도 있어요. 일시적인
존재가 뭐예요?" 한번 한 질문은 평생 포기해 본적이 없는 어린 왕자가 말을 가로막았다. "화산이 꺼져 있든 깨어 있든 우리에게는 마찬가지야.
우리에게 중요한건 산이지. 산은 변하지 않거든." "그런데 일시적인 존재란 뭐예요?" 한번 한 질문은 평생
포기 해 본적이 없는 어린왕자가 다시 되물었다. "그건 멀지않아 사라져 버릴 위험에 있다는
뜻이지." "내 꽃은 머지않은 장래에 사라져 버릴 위험에 처해
있나요?" "물론이지." '내 꽃은 일시적인 존재야. 세상에 대항할 무기라곤 네 개의
가시밖에 없고! 그런데 나는 그 꽃을 내 별에 혼자 내버려 두고 왔어!' 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그것은 후회스러운 느낌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용기를 냈다. "어디를 가 보는게 좋을까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지구라는 별로 가봐. 대단히 이름 높은
별이거든......" 그래서 어린 왕자는 그의 꽃에 대해 생각하며 또 다시 길을
떠났다.

일곱번째 별은 그래서 지구였다. 지구는 그저 그렇고 그런 보통 별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1백 11명의 왕(물론 흑인
나라의 왕을 포함해서)과 7천명의 지리 학자와 90만명의 장사꾼, 7백 50만명의 술주정뱅이, 3억 1천 1백만명의 허영심 많은 사람들, 즉 약
20억쯤 되는 어른들이 살고 있었다. 전기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여섯 대륙을 통틀어 4십 6만 2천 5백 11명이나 되는
가로등 켜는 사람들을 두어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여러분은 지구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래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면 눈부시게 멋진 광경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들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오페라의 발레단처럼 질서정연한 것이었다. 맨 처음은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의 가로등 켜는 사람들의 차례였다.
가로등을 켜고나면 그들은 잠을 자러갔다. 그리고 나면 중국과 시베리아의 가로등 켜는 사람들이 발레 무대에 나타났다. 그들 역시 무대 뒤로
사라지면 러시아와 인도의 가로등 켜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 다음번에는 아프리카와 유럽의 가로등 켜는 사람들, 또 그 다음에는
남아메리카의 가로등 켜는 사람들, 또 그다음에는 북아메리카의 가로등 켜는 사람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들은 무대에 나타나는 순서를 한
번도 엇갈리는 법이 없었다. 그것은 무척 장엄한 광경이었다. 오직 북극의 단 하나밖에 없는 가로등 켜는 사람과 북극에 있는 그의 동료들만이
한가롭고 태평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일년에 두 번 일을 했다.

재치를 부리려다 보면 조금 거짓말을 하는 수가 있다. 가로등 켜는 사람들에 대해
내가 한 이야기는 아주 정직한 것은 못 된다. 지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칫하면 지구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지구 위에서 차지하는 자리란 실로 아주 작은 것이다. 지구에서 사는 20억의 사람들이 어떤 모임에서처럼 서로 좀 바작바짝
붙어 서 있는다면 세로 20마일 가로 20마일의 광장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들은 태평양의 아주 작은 섬 한 곳에 몰아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어른들은 이런 말을하면 믿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굉장히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그들에게 계산을 해보라고 일러 주어야 한다. 그들은 본시
숫자를 좋아하니까. 그럼 그들은 기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은 그 문제를 푸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쓸데없는 것이다.
여러분은 내 말을 믿지 않는가. 어린 왕자는 그래서 지구에 발을 들여놓았을때 사람이라곤 통
보이지 않는데 놀랐다. 그가 잘못해서 다른 별로 찾아온게 아닌가 겁이 나 있을때, 달빛같은 고리가 모래 속에서 음직이는 것이
보였다.

"안녕." 어린 왕자가 무턱대고 말했다. "안녕." 뱀이 말했다. "지금 내가 도착한 별이 무슨 별이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지구야, 아프리카지." 뱀이 대답했다. "그래...... 그럼 지구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니?" "여긴 사막이야. 사막에는 아무도 없어. 지구는
커다랗거든." 뱀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돌 위에 앉아 눈길을 하늘로
향했다. "누구든 언제고 다시 자기 별을 찾아낼 수 있게 별들이 환히
불밝혀져 있는 건지도 몰라. 내 별을 바라봐. 바로 우리들 위에 있어. 그런데 어쩌면 저렇게 멀리 있지!" "아름답구나. 여긴 왜 왔니?" 뱀이
물었다. "난 어떤 꽃하고 골치 아픈 일이 있단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 뱀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잠자코 있었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지? 사막에선 조금 외롭구나......"
어린 왕자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사람들 가운데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뱀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한참 바라보았다. "넌 아주 재미있게 생긴 짐승이구나. 손가락처럼
가느다랗고."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도 난 왕의 손가락보다도 힘이 더 세단다." 뱀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미소를 지었다. "넌 힘이 세지 못해. 발도 없고. 여행도 할 수
없잖아." "난 배보다 더 먼 곳으로 너를 데려다 줄 수 있어." 뱀이
말했다. 그는 어린 왕자의 발뒤꿈치에 팔찌처럼 몸을 휘감더니
말했다. "나를 건드리는 사람마다 그가 나왔던 땅으로 돌려보내 주지.
하지만 넌 순진하고 또 다른 별에서 왔으니까." 어린 왕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네가 측은해 보이는 구나. 무척이나 연약한 몸으로 이
돌맹이 투성이의 지구에 있으니. 네 별이 몹시 그리울 때면 언제고 내가 너를 도와 줄 수 있을꺼야. 난......" "응! 아주 잘 알았어. 헌데 왜 그렇게 줄곧 수수께끼같은
말만하니?" "난 그 모든걸 해결할 수 있어." 뱀이
말했다. 그리고는 그들은 침묵을 지켰다.

어린 왕자는 사막을 횡단했는데 오직 꽃 한송이를 만났을 뿐이었다. 석 장의 꽃잎을
가진 볼품이라곤 하나도 없는 꽃이었다.

"안녕."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녕." 꽃이 말했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지?" 어린 왕자가 정중하게
물었다. 그 꽃은 언젠가 여행자단의 무리가 지나가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사람들이라구? 한 예닐곱 사람 있는것 같아. 몇 해 전에
그들을 본적이 있어. 하지만 그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야. 그들은 바람결에 불려다니거든. 뿌리가 없어서 몹시 어렵게들 살고
있어." "안녕."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녕." 꽃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어떤 높은 산 위로 올라갔다. 그가 아는 산이라곤 그의 무릎높이 밖에
안되는 세 개의 화산이 고작이었다. 불꺼진 화산은 걸상으로 이용하곤 했었다. '이 산처럼 높은 산에서는 이 별과 사람들 모두를 한 눈에 볼 수
있을꺼야'

그러나 바늘 끝처럼 뾰족뾰족한 산봉우리만 보일
뿐이었다. "안녕." 어린 왕자가 혹시나 하고 말해
보았다. "안녕...... 안녕...... 안녕......" 메아리가
대답했다. "너는 누구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지......" 메아리가 똑같이 대답했다. "내 친구가 되어줘. 나는 외로워."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외로워...... 나는 외로워...... 나는
외로워......" 메아리가 대답했다. "참 얄궂은 별이군! 메마르고 뾰족뾰족하고 험하고, 게다가
사람들은 상상력이 없고 다른 사람이 한 말을 되풀이하니...... 내 별에는 꽃 한송이가 있었지. 그 꽃은 언제나 먼저 말을
걸어왔는데......"

그래서 어린 왕자는 모래와 바위와 눈 가운데를 오랫동안 걷고 난 끝에 드디어 길을
하나 발견했다. 그런데 길들이란 모두 사람들 있는 곳으로 통하는 법이다. "안녕."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곳은 장미가 만발한 정원이었다. "안녕." 장미꽃들이 대답했다. 어린 왕자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그의 꽃과 쏙
빼닮았다. "너희들은 누구니?" 어린 왕자는 어리둥절해서
물어보았다. "우리는 장미꽃들이야." 장미꽃들이
말했다. 그러자 어린 왕자는 자신이 아주 불행하게 느껴졌다. 이
세상에 자기와 같은 꽃은 하나뿐이라고 그의 꽃은 그에게 말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원 가득히 그와 똑같은 꽃들이 오천송이나
있다니!" '내 꽃이 이걸 보면 몹시 상심할 꺼야' 하고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기침을 지독히 해 대면서 창피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죽는 시늉을 하겠지. 그럼 난 간호해 주는 척 하지 않을 수 없겠지.
그러지 않으면 내게 죄책감을 주려고 정말로 죽어 버릴지도 몰라.' 그리고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꽃을 가졌으니 부자인줄 알았는데 내가 가진 꽃은 그저 평범한 한송이 꽃일 뿐이야. 그중 하나는 영영 불이 꺼져 버렸는지도 모를, 내 무릎까지
오는 세 개의 화산과 그 꽃으로 나는 굉장이 위대한 왕자가 될 수는 없어.' 그래서 그는 풀밭에 엎드려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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