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015년 12월 23일,
자인장날이었다.
시장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은
바로 할매들 꽤째재한 물건 파는 모습.
다 팔아봐야 만원이나 될까
아무리 잘 봐줘도 삼만원을 절대 못넘지 싶은데.
나이 육칠십, 심지어 팔순도 넘어보이는 할매들이
저걸 팔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말인가.
자랑스런 이 땅에서
이런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우리가 모인 시간은 정오 즈음이었나
처형 받은 이들처럼
시대를 역행한 반역자같은
장꾼들이
모여 들었다 꺼역 꺼역.
아직은 분노하지 못하는 이들이 겨울 낮 그늘 속에서 숨어 있다.
기껏 하루를 더 연명할 수나 있을라나
몇가지 보잘 것 없는 잡화나 수입과실
장례식이나 제사에 올릴 어물들을 내놓고
아주 나쁜 단어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그 무엇을 기다리는 지
도독 고양이처럼 닥아오는 나의 그날을 기다리는 지
이런 저런 잡상인들과 오가는 장꾼들
오히려
겨울이 더욱 따뜻했다고 말했던 어느 시인의 한 귀절을
떠올리게 하는 장터 풍경
그는 이런 삭막한 곳에서도 라일락 꽃을 일구자고
설파했던가.
우리는 장날만 서는 소피국파는 집에 둘레둘레 앉아서
막걸리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경산환경노조 이운태, 김용구,
용성면 농민회원 조남근, 윤병태
그리고 잠시후
자인 곳에 와야 판다는 막걸리를 사러온
손종호. 조종임 신임 시민모임회원이
합세하자 자리를 난로 옆으로 옮겨 이차 술판을 벌렸다.
잠시 자리 함께 하다 가버린 친구도 있지만
우린 자리를 옮겨가며 흥겹게 쉼없이 논쟁하고
공통된 주장에 열을 올렸다.
상식을 넘어서서
상식 이하 이하 이하--
인 그들을 이길 수있을까, 라는 어느정도의 패배의식
혹은 막장판에서 느낄 수 있는 취기어린 감정
으로 둘러본 장날 풍경
장날이 되면 시골 사람들은 맘이 설레인다.
보고싶은 사람들도 만나고 먹고 싶은 국밥도 한 그릇하고.
우선은 지겨운 일상에서 하루 벗어나는 날이다.
어쩌면 보리밥 먹던 시절이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그 때가 그 겨울이 더 따뜻했는지도
모른다.
눈과 귀를 꽉꽉 틀어막아 놓아서
막혀서 삶이 무엇인지 몰랐기에
그 때는 내부자들이나 베테랑, 암살같은 영화는
난도질 당했던 시절이고
다까끼 마사오와 같은 살인독재자 대통령을 입에 올리는 것은
아주 무모한 짓거리, 도에서 한명 있을까 말까
군에서는 100년에 한명 날까 말까한
어리석고도 죽음을 자초하는 짓거리
바로 죽음이 아니었나.
이놈의 돈도 안되는 농사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
일단은 내팽개치고
그래도 좀 건사하다고 생각하는 옷가지를 골라서 걸치고 나선다.
장날,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괜찮다.
무작정 그냥 나선다.
옛말에 정말 아무것도 없으면 거름이라도 지고 나선다고 하지 않았는가.
돈이 없어도 괜찮다.
장터에 가면
오래만에 인심 팔러나온 이웃마을 동무를 만나면
막걸리 한잔은 얻어 걸칠 수 있다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 장날이었을 때가 몹시도 그리워
오늘도 자인장 구경을 나왔다
보자 보자 오늘 장에는 별거 없나.
한바퀴 휘이 둘러볼까.
올커니 조쪽에 어리한 옆마실 김씨가 왔네.
장터 국밥집으로 몰아가서 일단 한잔 걸치고 보자이.
세상 별거 있나
이렇게 사는 거여.
한잔 걸치고서 걸판지게 대통령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들 있는 놈들
좆같은 년놈들이라고 한판 까기도 하고.
이렇게 살다 가는 거여
알고보면 세월 졿아 졌어.
저무는 올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