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거주시설 로뎀나무 전정섭, 정연희 부부와의 가을 데이트
순창의 가을을 보러간 이유는...
단풍잎 고운 순창에서 늦가을 정취를 보듬는다. 맑은 바람이 텅빈 들녘언저리에 겨울 소식을 내려놓고 잰 걸음으로 길을 서두른다. 강천산자락도 가경이고 고추장 익는 내음도 마냥 정겨워 잔잔한 행복이 마음에 차오름을 느낀다. 메타세콰이어 가지런한 길을 따라 금과면 목동리에 들어서니‘로뎀나무’라는 알림판이 눈에 들어온다. 울타리 안에는 사람보다 나무가 더 많아 큰 부자가 사는 저택으로 여겨졌는데 알고 보니 이 집에는 스물한 명의 장애인들이 가슴에 희망을 키워가며 즐겁게 살아가는 공동체였다. 지적장애를 가진 남성들이 스물넷의 젊은 청년부터 육십사세의 어른까지 진한 형제애로 뭉쳐 있어 웃음이 끊이지 않고 부지런한 열 명의 직원들의 표정에서 따뜻한 온기를 체감한다.
- 로뎀나무 지킴이 전정섭-정연희 부부
“여기는 전라북도 순창입니다. 지적장애 남성들이 생활하는 곳인데 신발을 맞추고 싶습니다. 외출할 때 입을 양복은 마련했지만 신발 고르기가 어려워 문의합니다. 성인이지만 발이 작은 분들이 많고 걸음걸이가 특이하여 아무리 값비싼 신발을 사 신어도 불편해 하며 쉽게 닳아 버립니다. 거리가 멀어 죄송한데 오셔서 도움을 주실 수 있나요?”‘로뎀나무’정연희 사무국장의 주문 전화는 당당함보다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보통 기업이나 단체에서 들어오는 맞춤 주문은 별 어려움이 없지만 특수한 발을 가진 사람들의 구매 요청은 주문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긴장을 하게 된다. ‘친구처럼 편한 구두’라는 슬로건이 조금은 무겁게 다가온다. 이런 경우에는 생산을 담당하는 공장장이 직접 달려가 눈으로 발을 확인하고 꼼꼼히 그려서 고객의 발에 맞도록 신발을 제작한다. 수정과 보완이 여러 번 반복되기도 하여 두 배 이상의 공을 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비용을 추가하거나 기법을 달리하지 않는다. 작년 유월에 맞춘 로뎀나무 남성화는 공장장이 성남과 순창을 수차례 오가며 고치고 다듬어 8월 즈음에 해피엔딩으로 그 막을 내렸다.
- 아지오와 함께하는 로뎀나무 식구들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들의 아지오는 어떠한지 궁금하여 여행하는 기분으로 순창을 찾았다. 전정섭-정연희 부부가 세워 일군‘로뎀나무’속 이야기도 듣고 싶어 소년의 설렘으로 가을 길을 나섰다.
벌써 아지오 저널이 서른 번째 주인공을 맞는다. 모두 고마운 이웃이고 소중한 응원단들이기에 정성을 다해 주인공들의 삶을 이 공간에 그리려 노력한다. 고통스런 계절을 잘 견디며 가을의 끝자락에 선 농부와 같이 우리 아지오의 미래가 조금 모자라더라도 충분히 흐뭇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오늘 주인공으로 맞이한‘로뎀나무’지킴이 전정섭-정연희 부부의 걸어온 발자국에서‘고생’이라는 흔적이 적지 않게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은 밝은 모습으로 이 가을을 만족스럽게 품는다. 나이든 나무가 비처럼 낙엽을 쏟아 붓는 정원에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누구라도 가까이 다가와 이 가을을 나눠 갖기를 바래본다. 그로 인하여 고추장 닮은 행복의 맛을 되찾아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