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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기][임시완/이수혁/김우빈]연을 은애하는 사내는 누구?

작성자중구 만년필(25)|작성시간16.01.29|조회수5,834 목록 댓글 10

 

브금 - 야상곡



바람이 부는 것은 더운 내 맘 삭여주려
계절이 다 가도록 나는 애만 태우네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
아직 남은 님의 향기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애달피 지는 저 꽃잎처럼
속절없는 늦봄의 밤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구름이 애써 전하는 말
그 사람은 널 잊었다
살아서 맺은 사람의 연
실낱 같아 부질없다
꽃 지네 꽃이 지네 부는 바람에 꽃 지네
이제 님 오시려나 나는 그저 애만 태우네

바람이 부는 것은 더운 내 맘 삭여주려
계절이 다 가도록 나는 애만 태우네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
아직 남은 님의 향기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연을 은애하는 사내는 누구?




야상곡 모티브



목숨을 다 할 만큼 사랑했던 정인 있던 .




어릴 적 부터 함께 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 할 거라 의삼 하지 않았던 두 사람을 갈라 놓았던 것은




오랑캐의 침입 이었다. 국경과 가까운 곳에 있던 의 마을은 잔인한 그들의 말 발굽에 스러졌고




연과 의 정인,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난리통에 서로 헤어졌다.




오랑캐들에게 잡혀 몸을 더럽힐 위험에 놓였던 은 오로지 아플만큼 은애하고 은애하는 정인의 모습을 떠 올리며 자진 했다.




그리고 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아름답고 포근한 그러나 은애하는 정인이 없는 쓸쓸한 중천 이었다.




연은 매일 같이 정인을 그리며 혹시라도 이승을 엿볼수 있을까 중천의 경계에 아슬하게 서서 하염없이 정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연을 은애하는 사내는 누구?






a.연의 정인 임시완















"제 정인은 연낭자 한명 뿐 입니다."




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한낮의 날씨가 사내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 아이는 잊거라. 난리통에서 헤어졌다. 어찌 다시 만날 수 있겠느냐. 어쩌면 이미 불귀의 객이 되어 버렸을 수도 있다. 아니, 혹 살아 있다 하여도 난리통에 여인 하나가 온전히 살 수 있겠느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혹 연이 그아이가 살아 있다 하여도 나는 네 짝으로 허락하지 못한다."




"아버님!"




결국 사내가 나이든 사내를 보며 목청을 높였다.




"그 아이, 자산대감의 여식 입니다. 아버지가 그리 귀애 하셨던 연 입니다. 아주 어릴 적 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네 짝은 이라 그리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건 그때의 일 이다."




"아니요, 제게는 그때의 일이 아닙니다."




"그만하거라. 이 아비의 마음은 어디 편안하여 그런줄 아느냐? 난리통에 네 어미도 몸을 더럽히지 않기위해 자결했다. 네 형제들도 다 죽고 오직 너 하나만 남았다. 이 임(林)가의 대를 이을 종손은 오직 너 하나 뿐이란 말이다. 그런데 생사도 불분명한 아이를, 아니 살았다 하더라도 오랑캐들에게 몸을 더럽혔을지 모를 그 아이를 어찌 임가의 종부(宗婦)로 들여 대를 이을수 있겠냔 말이다!"




젊은 사내가 거부하면 할수록 나이든 사내의 목청도 높아져만 갔다. 그럴 수록 사내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맺힌 생체기를 내고 있어도 아픈줄 모르고 자리를 박차며 일어섰다.




"차라리 아버님이 새장가 드시어 종손을 다시 보시는 것이 빠를 것입니다. 저는 연이 아니면 부부의 연을 맺을 마음 없습니다. 허고, 설사 몸을 더럽혔다 하여도 상관 없습니다. 제 정인은, 제 안해는 뿐입니다."




"시완아!""




시완이라 이름 불린 사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 문을 열고 보이는 풍경에 절로 나오는 것은 한 숨 뿐이었다.












"겨우.. 단 두사람만 살아남았으면서 종가가 무슨 소용인가..."




시완이라는 사내의 목청에는 아련한 슬픔이 묻어나왔다. 떠오르는 것은 필사적으로 말리는 사내와 다른 동생들의 앞에서 자진하신 어머니, 밀려드는 피난민들에 떠밀려 자신의 손을 놓치고 멀어지던 그리운 여인의 얼굴




"살아만 있거라! 살아만 있으면 반드시 찾으러 가겠다. 꼭, 그대 곁으로 돌아 가겠다."




살고자 하는 피난민들의 발버둥, 시끄럽고 혼잡스럽던 북새통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여인에게 전해졌는지 몰랐지만 놓쳐버린 스 아련하고 곱고 작던 손길이 아직도 사내의 손에 남아 있는 듯했다.




오랑캐의 습격이 있기 전날 아프고 그리운 추억을 떠올렸다.








"자꾸 이리 제 옆에서 사내라고는 어르신들까지도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시니 이제 저는 혼삿길이 다 막혔습니다."




"네 혼삿길이 막히긴 왜 막히느냐?"




"그럼 아니 막힙니까? 허구헌 날 장승같이 멀쩡한 사내와 함께 있는 여인을 어느 누가 안곁으로 들이려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장승같다는 사내가 나를 이르는 말이렸다?"




"찔리십니까? 허면 소녀도 시집을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오라버니도 장가드셔야 하구요"




여인의 마음이 저와 다르지 않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데 여인은 새초롬한 표정으로 짖궂은 소리만 주절주절 하고 있으니 사내는 답답한 마음에 여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에그머니나! 오라버니 뉘가 보면 어쩌시려고 얼른 "




"너 자꾸 장난칠 터이냐?"




사내의 질문에 그렇게 티가 났습니까? 하며 꽃처럼 웃는 여인이 털빛이 곱고 어여쁜 작은 새가 지저귀는 것처럼 맑간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어른들끼리는 딸을 주오, 아들을 주오 하시지만 정작 저는 오라버니까 아무 말도 듣지 못하였으니까요."





그것이 못내 서운했던 걸까? 집안끼리는 벌써 사주며 혼인날짜며 오가고 있는데 그저 흘러가는데로 가만 두었던 사내를 나무라듯이 진달래빛 입술을 쑥 내밀고 툴툴거리는 여인의 모습이 귀여웠다.







"그것을 말로 해야 아느냐? 내게 너 말고는 다른 여인이 없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느냐."




"저는 미련하여 말로 하지 않으시면 모릅니다. 주위에 여인이 없다 하여도 그것이 참인지 아닌지 알게 뭡니까... 오라버니는 정작 제게 마음이 없으신데 어른들의 약속 때문에 이렁저렁 흘러가는데로 두시는 것인지..."




계속해서 대답을 피하는 사내가 섭섭하여 여인의 어여쁜 아미(눈썹)가 살짝 찡그러졌다. 그 모습도 사내에게는 어여쁘고 어여뻐서 양받댁 도령 답지 않게 붉어지는  얼굴과 두방망이치는 가슴을 어쩔 수 없었다.




"..내 마음이 네 마음과 같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




"제가 오라버니 마음속을 들어가본것도 아닌데 같을지 어떨지 어찌 압니까?"




여인의 하얀 손목에서 여인의 손으로 사내의 손이 내려갔다. 여인을 닯아 하얗고 작은 손이 사내의 손에 쏙 들어 왔다.




"나는 말이다. 네 이 작은 손이 무척이나 좋구나. 이리 내 손위에 올리면 꼭 맞춘것 마냥 쏙 들어 오는 것이 좋다."




"아이참, 자꾸 말을 돌리지 마시구요"




"내 마음속을 들어 가본것도 아니라 알수 없다 하였느냐? 네가 내 마음을 모르면 어느 뉘가 알수 있겠느냐. 아니, 다른 이들은 내 마음을 다 아는데 어찌 너만 모르느냐."




"그거야... 오라버니가 말 해주지 않으시니까요."




"아.. 나는 말이다... 말로 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아주 어릴적 부터 너를 보아 왔고, 내 첫 동무도 너였느니라. 해가 바뀌고, 네 집 앞 마당에 심어둔 감 나무에서 매번 홍시며 단감이며 네가 먹고 싶다 할 때마다 올라가 따 준것이 벌써 여러해다. 나는 말이다.. 계속 그리 살고 싶다. 해가 바뀌면 네가 내 옷을 마련 해 주고, 시린 겨울이면 네 손이 시리지 않도록 더운 물로 손을 씻어 주고 싶다. 언젠가 아주 먼 날에 너를 닮은 어여쁜 아기와, 너와 나를 반반씩 닮은 건강한 사내아이가 환히 웃고, 그보다 더 먼 날, 아이들이 자라 혼인하고 우리 둘만 남을 집에서 네가 내 어깨에 기대어 마루에 앉아 같이 늙어갈 감나무를 보며 어릴 적 모습을 도담도담 이야기하며 그리 살고싶다."




"...그러니.. 말 해 달란 말입니다.."




사내는 벌써 커다란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으면서도 고집스럽게 그 한마디를 들어야 겠다며 입술을 꼭 깨물고 있는 여인이 참으로 귀했다. 어릴적도 귀했고, 지금도 귀했고, 앞으로도 귀할 것이었다.









"은애한다."




저 한마디가 뭐라고 여인은 기어이 고여있던 눈물을 터트렸다. 대답도 하지 않고 입술을 깨물고 동그란 코끝이 빨개져서 훌쩍거렸다.




"내 안해가 되어다오. 아니하겠다는 말은 듣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만 네 작은 손이 내 손위에 포개어져서 평생을 함께 했으면 한다."




여인이 서툰 솜씨로 만들어 주었던 푸른색 줌치에서 고운 가락지 하나가 나왔다.




사내는 떨리는 손으로 제 손위에 놓인 여인의 약지에 천천히 끼워 주었다.




여인 또한 손 끝에서 전해지는 사내의 떨림에 그저 먹먹한 얼굴로 가락지를 받았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말이었다.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사내의 입술이 여인의 고운 입술 위로 내려 앉았다.




쉴새 없이 흘러내린 눈물 덕에 짭쪼름한 눈물맛이 났다.




사내에게 있어서는 그 눈물이 세상 그 어떤 감로수보다 달디 달았다.




"어디있느냐 아..."




사내의 손에는 여인과 나누어 가진 가락지 하나가 처연한 빛을 내며 제 존재를 주장 할 뿐이었다.




기어코 참았던 눈물이 사내의 눈에서 떨어졌다.








"어디에 있건 내 꼭 찾으러 갈 터이니 부디... 살아만 있어다오... 제발..."




사내의 바람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울렸다. 그립고 그리워서 여인에게 청혼을하고, 백년해로 하자 그리 약조 한 것이 바로 달포 전인데 산천은 변한것 없지만 사내의 곁에는 여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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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중천의 바람, 풍백 ( 이수혁 )











"오늘도 그 곳에 있느냐."




"예..."




까만 무복을 입은 사내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루에도 수많은 영들이 들어오고 사라지는 중천에서 한 많은 여인의 영 하나쯤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잘 지켜 보아라."




제석천에게(옥황상제) 중천을 관리하라 명 받은 바람의 신 풍백은 아무도 없는 집무실에 홀로 남았다.









"그리 미련을 남길 것이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중천은 그런 곳이었다. 어떤 것이든 연유 없는 죽음이 없을까, 수 많은 죽음 중에 모질게 제 목숨을 끊은 영들이 오는 곳. 그 어느 영들 보다 아프고 아픈 영들이 오는 곳이었다.




중천의 수 많은 영들 가운데 여인은 그리 특별한 연유를 가진 영도 아니었다.




한이나 사연으로 따지자면 더 안타깝고 불쌍한 영들이 많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목숨을 끊어 중천에 와서 그들이 얼마나 후회 하는지, 지옥불 처럼 아프고 괴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지옥보다 더 한 곳이 중천 이었다.




풍백은 그런 이곳에서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왜 자꾸 눈에 밟힐까.."




풍백은 몹시 불편했다.




그저 다를 것 없는 여인의 영 이었다.




이승에서와는 다르게 외형은 중천에서 아무 영향도 없었다.




무디어질 만큼 오랜 시간동안 기억할수도 없을만큼 많은 영들이 스쳐갔고, 걔 중에는 여인의 영보다 아름다운 영도 많았다.




헌데 여인이 눈에 밟혔다.




여인의 눈물이 눈에 밟혔다.




여인의 눈동자가 눈에 밟혔다.




"여인이 있는곳에 조선의 바람과 가장 닮은 아이를 보내 주어라."




이것은 풍백 답지 않았다.




모든 영들이 동등한 것일진데 어째서인지 자꾸 여인의 마음을 달래 주고 싶었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고 싶었다.





그 애처로운 눈동자에 제 모습을 담고 싶었다.








"여기는 어딥니까.."




"중천이다."




여인과 나눈 대화였다. 저것이 다 였다.




여인의 영이 중천으로 들어와 가장 먼저 만난 사내.




여인의 영이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눈에 담은 사내.




그 순간 풍백은 여인을 마음에 담았는지도 몰랐다.




혹 중천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발이라도 헛디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닐지, 행여 아픔과 슬픔에 견디다 못해 스스로 나락으로 향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고 불안했다.




이승과는 시간의 흐름이 다르기에 이미 여인의 미련은 스러진 흐름속에 사라질 것을, 이승의 하루가 중천에서의 눈 깜박임일수 있었고, 이승의 눈 깜빡임이 중천의 백년과 같았다.




여인은 이승의 시간을 유영했다.





낙원도 나락도 아닌, 스스로 명을 버린 안타까운 영들이 머무르는 중천 그 곳의 지배자 풍백.





눈 깜빡일 시간을 지낸 풍백이고  억겁의 시간을 지낸 풍백 이었다.









"여인의 마음이 향한 사내를 알아보고 오거라."




풍백답지 않은 처사였다.




중천의 영이 이승의 미련과 한을 떨치고 윤회할 수 있도록 돕는것이 그의 사명이자 제석천의 명이었다.




"여인을 찾아 온 산천을 돌아다니며 거렁뱅이보다 못한 삶을 삽니다. 지금은 여인과 추억이 어린 나무등걸에 앉아 그 숨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여인이 은애했던 사내는 여인을 죽음의 순간까지 그리며 찾아 다녔다.




"여인께 그리 아뢰올까?"




"두어라 내가 가마."





풍백은 중천의 경계로 걸음을 옮겼다.




눈 깜빡할 시간 만큼이 지났고, 중천의 경계에 아슬하게 한 다리를 걸친 여인의 눈 앞으로 풍백이 나타났다.









"오늘도 여기외까."




"....혹 그분의 소식을 알 수 있습니까.."




"이리 경계에서 어슬렁 거리면 나락으로 떨어져 소멸의 순간까지 고통스러울 뿐이오."




"....혹 그분의 소식을 알 수 있습니까.."




"..."




"그립습니다.. 어찌 지내고 계실런지."




풍백의 입술이 힘겹게 열리었다.




"잘... 지내오.."




"아십니까.."




"그대를 잊고 어여쁜 여인을 안해로 맞이해 슬하에 고운 자식도 서넛 두었소. 내일이면 사내 아이가 하나 더 늘 것이오"




"그렇...습니까..."




여인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슬픔일까.




안도일까.




그리움 일까.




풍백은 여인에게 거짓을 고하는 저에게 되뇌었다.









'이는 이 영을 위한 것이다.'




'나락으로 떨어져 소멸하게 둘순 없지 않는 것인가.'




"행...복해 보이시던가요.."




"행복해 보이더이다."




말간 눈물이 여인의 커다란 두 눈에 고였지만 기어코 흐르지는 않았다.




풍백은 충동적으로 여인의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




"..잊으시오."




"어찌 잊겠습니까."




"이승에서와의 연은 이미 끊어 졌으니 잊어야지요."




"어찌 잊겠습니까."




"살아서 맺은 사람의 연은 이곳에선 실낱과 같은 것이오, 잊어야 하지 않겠소."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저 속만 타들어 갈 뿐이지요."




"허면 경계 안에서 태우시오."




"여기가 좋습니다."




"내가 싫습니다."



"아십니까.. 여기 있으면 바람을 타고 그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아 하고 고운 목소리와 눈빛이 곁에 있는듯 합니다."









"나로는 안되오?"




"....흐르는 바람을 어찌 제가 잡겠습니까."




"바람도 머물 때가 있더이다."




여인은 그저 말 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풍백은 바람을 시켜 여인을 쉽게 감싸고 제석천의 눈 조차 닿지 않을 제 품으로 숨길 수 있었지만 그리하지 않았다.




그저 슬프고 깊은 눈으로 바라 볼 뿐이었다.




"바람은 그대 곁에 머물길 바라오."



"바람을 두시고 가소서. 아직 그 바람에 그분의 마음자락이 묻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여인의 마지막 대답에 풍백은 거칠게 품 안으로 여인을 끌어 안았다.




살아 있는자의 육체가 아닌 영은 차가웠다.




그 것이 거부 같아서 가슴이 아려왔다.




"지금이라도 그대를 내 품에 숨기고 그대의 정인을 지워 버릴 수 있소."




"하지만 그리하지 않으시겠지요"




"그대는... 어째서..."




어째서 그리 확신 하느냐 묻고 싶었다.




내가 그대에게 어떤 거짓을 고하였는지 아느냐고 묻고 싶었다.









"...허면 딱 한 걸음만 경계의 안으로 들어가 주시오. 그것이면 족하오."




"...그리하겠습니다."




"...그대의 고향에 불던 바람을 남기고 가외다. 부디..."




풍백.



아니, 그저 한 사내는 뒤엣말을 속으로 삼켰다.




여인의 눈에는 자신이 보이지 않도록 바람이 되어 여인의 곁에 머물렀다.




소슬하니 경계의 꽃이 져 버리면 여인이 춥지 않도록 제 마음을 열어 따뜻한 바람을 보내었다.




그렇게 오래토록 바람은 여인의 곁에 머물렀다.



사내의 가슴에 셀수 없는 시간동안 기나긴 생체기가 붉은 빛을 내며 아로 세겨졌다.




중천의 밤이 그렇게 찾아 왔다.




사내의 가슴에 전할 수 없는 마음 하나를 남겨두고

.
.
.
.



c. 남 몰래 훔쳐 보던 사내 (김우빈)











"너들을 다 죽일 것이다."




눈에 담기도 아까운 여인 이었다.




"감히... 감히..."




여인이 소리내어 웃으면 그 웃음 소리가 햇볕에 산산히 부서지어 반짝거렸다.




"아아아악!"




처음 이었다.



여인을 마음에 담았던 것은.



그저 바라보기만 하여도 좋았다.



다른 사내가, 어엿한 정인이 있어도 상관 없었다.




그저.. 그저 바라 보는 것 만으로 족했다.




"왜!"




사내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바라보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은 은애는 사내를 좀먹어 갔다.





눈을 감으면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




술을 마시면 여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여인의 모습이 성큼 가까워졌다.




"여긴..."




여느날과 다름 없이 자신의 동료였던 오랑캐들을 잔뜩 베어버리고 피에 절어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여인의 육체 앞에서 오열하며 절규했던 그 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여인은 처연히 경계에 서서 봄 아지랑이 같은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귀같이 시뻘건 불길이 경계 밖으로 내밀어진 탐스러운 먹잇감을 놓치지 않고 타올랐으나 사내에게 있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좋아서, 다시 예전처럼 여인의 옆 얼굴 이라도 볼 수 있어서.





혼자 속앓이 하며 기억을 더듬어 여인의 초상화를 그리고 그 것을 매일 밤 잠드는 침상에 걸어 두었을 정도로.










여인의 죽음 이후 모든 것을 버리고 파괴하여도 여인의 말간 웃음을 담았던 화폭 하나 만큼은 포기 할 수 없어서 귀퉁이가 닳고 닳아 헤어질 정도로 꺼내어 보면서도, 싸늘히 식어버린 여인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자리잡았던 가락지 하나 만큼은 제가 가지고 싶어서, 다른 사내의 정표라도 그래도 여인의 손길이 닿았던 것이라 가지고 싶어서 가장 좋은 끈에 묶어 항시 목에 걸고 다닐정도로 그립고 그리워 했지만, 사내는 여인의 앞에 설 수 없었다.





그저 두어걸음 멀리서 여인의 옆 얼굴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여인이 눈을 깜빡이면 사내도 눈을 깜빡이고 여인이 숨을 내쉬면 사내도 숨을 내쉬고, 여인이 울면 사내도 울었다.




아래에서는 나락의 시뻘건 불길이 사내의 전신을 태우고





중천에서는 영의 망가진 부분을 끊임없이 재생시키고 억겁의 시간동안, 어쩌면 영원일지도 모르는 시간동안 그렇게 사내는 여인의 옆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는 지워져 버린 여인의 미소였지만 사내의 기억 속에는 생생히 살아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부서지던 숲 길에서 세상 그 어떤 꽃보다 환하고 곱게 소리내어 웃던 여인의 웃음이 성큼 다가왔다.









"은애합니다."




사내가 삼키고 삼켰던 말이 여인의 귓가에 스치듯이 지나갔다.




사내가 눈을 감았다.




여인의 웃음이 성큼 다가왔다.




중천의 늦봄 이었다.




* 해석


a. 연의 정혼자. 서로 사랑하고 서로가 아니면 다른 반려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연인. 시완이 청혼하고 연이 받아 들이고 처음으로 가시버시를 맺었던 날 갑작스러운 오랑캐의 기습으로 난리통에 피난을 가던 중 연과 헤어짐. 연은 오랑캐 들에게 붙잡혀 몸을 더럽힐 위기에서 시완을 그리며 죽음. 시완은 의 생사도 모르고 오로지 살아 있기만 하면된다는 일념 하나로 평생을 그리며 연을 찾아 다니다 연에게 청혼을 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눈을 감음..



b. 중천의 근간을 뒤집어 버리고, 어쩌면 풍백이 제석천에게 의해 소멸 될 수 도 있는 중죄를 저지름. 특정한 영 하나를 마음에 담은 것도 모자라 이승의 일을 거짓으로 고하고 행여 낙원으로 오를 시완의 영을 보지 못하게 바람으로 머물며 연의 눈을 가려 버림. 은 영원히 시완이를 그리며 추억속에서 풍백이 만들어 낸 공간 속에서 풍백의 바람에 감싸여 지냄.





c. 연이 시완의 정혼자 였을 당시부터 바라보던 인물. 원래 우빈의 모습과는 좀 거리가 멀지만 순정남을 쓰고 싶어서 넣었음!
김우빈은 청나라 장군. 큰 상처를 입고 개울가에 쓰러져 있던 우빈을 연이 살려 줌. 그땝터 말없이 바라만 보는 외사랑 (다른말로 스토킹) 했지만 ㅅ=다가갈 자신이 없고 그저 연이 행복해 보여서 속앓이만 하던 중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으로 연이 정혼자와 떨어지고 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오랑캐의 장군인 것도 버리고 뛰쳐나와 연을 찾아다님. 겨우 찾았는가 했더니 자신의 부하였던 이들에 의해 싸늘히 식어버린 연을 봄. 오열과 절규로 부하들을 다 죽여버리고 술과 자학등에 찌들어 살아감. 모든 것을 포기하던 중에도 연의 가락지와 초상화 하나만은 버리지 못함. 이후 큰 부상을 입고 돌아와 별다른 치료도 하지않고 술마시다 그대로 죽음(*몸을 함부로 굴려서 급사한 것도 자살로 간주 함.) 중천에서 그토록 그리워 했던 연을 만나지만 더더욱
의 앞에 나설 수 없어서 멀리서 바라만 보는 인물. 우빈이 한 쪽다리는 경계의 너머에 두었던건 혹시 연이 나락으로 덜어질까 염려되고 연의 옆 얼굴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을 찾다보니 경계에 반쯤 걸쳐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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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올렸을 때는 이수혁이 밤선비를 찍기 전이라 사극짤이 많이 부족 했는데

이번에 올릴 때는 밤선비 이후라 사극짤이 풍년이라 나굶은 행복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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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최우식 | 작성시간 16.01.30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떡해ㅠㅠㅠㅠㅠ임샨ㅠㅠㅠㅠㅠ짱좋은 글퓨ㅠㅠ
  • 작성자지영민 | 작성시간 16.01.30 아글진짜잘쓴다...문학작품잘읽고가요..총총
  • 작성자아저씨 | 작성시간 16.01.30 브금이랑 같이 읽으니까 한없이 슬프고 아련하고 마음아파... 사실 시완이가 제일 괴로울 것 같아ㅠ 사랑하는 이는 이미 죽었지만 그 연인을 죽을때까지 찾는다는게 많이 힘들고 괴웠을텐데ㅠㅠ
  • 작성자하바나 | 작성시간 16.01.30 세 이야기가 다 이어진거라니ㅠㅜ 대단하다
  • 작성자벨라트릭스스 | 작성시간 16.01.30 아련하고 안쓰럽다 다들ㅜㅜ 어쩜 이렇게 예쁘게 썻어? 진짜 잘쓴다 잘읽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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