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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강좌][문학강좌1]리듬이란 무엇인가

작성자신형|작성시간05.12.20|조회수1,146 목록 댓글 0
리듬이란 무엇인가

1.리듬의 개념

시의 어법이란 위에서 살폈듯이 일상적 어법을 낯설게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시적 어법은 일상적 어법을 지배하는 지시적 기능이나
정서적 기능 혹은 사역적 기능을 낯설게 만들거나, 그것들을 배경화함
으로써 드러난다. 이러한 사정은 시의 경우나 소설의 경우나 비슷하다.
비슷하긴 해도, 좀더 찬찬히 생각해보면,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소설
의 기본개념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낯설게 만드는 방식이 소위 일상적
이야기 fabula를 낯설게 만들어 소설적 이야기 sujet를 창조한다1).
그러나 시의 경우에는 일상적 언어가 보여주는 음성조직을 낯설게
한다는 특성을 나타낸다. 시란 일상적 음성조직을 낯설게 변형시켜 새
로운 음성조직을 창조한다는 점에 그 장르적 특성이 있다. 티나아노프
의 견해에 따르면, 시를 구성하는 기본요소는 리듬의 패턴이다2). 쉽게
말하면 모든 시는 리듬에 의해 창조된다고 할 수 있다. 리듬은 시의
낱말들을 결합하는 원리 및 시행을 나누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3). 모
든 시는 형태상으로 행갈이를 하고 있다. 시인들이 소설가나 일상인들
과 다르게 시행을 나누는 이유는 이를테면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에서 알 수 있듯이 음성조직 혹은 소리의 효과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김소월의 「가는 길」의 1연이다. 일상적 어법에 따르면 굳이 이렇게
행을 나누어 표현할 필요가 없다. 화자가 일상적 의미내용만을 청자에
게 전달하려면 이렇게 행을 나누지 않고 산문의 형태로 써도 된다. 시
인이 이렇게 행을 나누는 이유는 의미 때문이라기 보다는 소리 때문
이다. 뒤에 가서 다시 말하겠지만 이렇게 소리의 효과에 의해 행을 나
누면 일상적 의미를 초월하는 새로운 시적 의미가 구현된다. 다시 말
하면 시에 있어서 리듬이란 단순히 새로운 소리의 효과로만 끝나지
않고, 아이헨바움이 주장했듯이, 의미를 수식하고 변형시킨다4).
그렇다면 시에 있어서 행갈이의 원리로 드러나는 리듬이란 과연 어
떤 현상을 뜻하는 것일까. 리듬 rhythme 이란 흔히 율동 혹은 운율로
번역된다. 리듬이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크게 네 가지 뜻으로 사용
된다. 첫째로는 율동이라는 일반적 개념, 둘째로는 운율이라는 문학적
개념, 세째로는 음의 3요소 중의 하나, 곧 음의 강박 强拍과 약박 弱
拍을 규칙적으로 배치하여 시간적 흐름에 질서감을 나타내는 박자라
는 음악적 개념, 네째로는 선 線·형 形·색 色의 비슷한 요소를 반복
하여 이루는 통일된 율동감이라는 회화적 개념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시의 경우 리듬이란 율동이라는 광의의 개념과 운율이라는 협의의 개
념으로 나누어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의의 개념으로서 율동이란
주기적인 운동, 어떤 규율에 따라 움직이는 현상, 일정한 때마다 변환
하여 움직이는 현상을 뜻하고, 협의의 개념으로서 운율이란 시의 음성
적 형식을 뜻한다.
광의의 리듬, 곧 율동은 따라서 시를 포함하여 일체의 우주현상, 자
연현상, 생명현상에 두루 드러난다. 광의의 개념으로서의 리듬은 주기
적인 운동현상을 뜻하지만, 좀더 부연하면 상이한 요소들이 재현하는
주기적 반복현상을 뜻한다. 따라서 모든 율동은 기본적으로 주기성·
상이성·반복성을 내포한다. 우주현상의 경우, 이를테면 일출→일몰
→일출→일몰같은 현상을 생각할 수 있고, 자연현상의 경우 이를테면
바다의 썰물 →밀물→썰물→밀물같은 현상을 생각할 수 있고, 생명현
상의 경우 호흡의 내쉼→들이쉼→내쉼→들이쉼같은 현상을 생각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율동이 있다. 이를테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자는 현상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이상의 보기에서 우리는 리듬이 모든 생명의 본질임을 깨닫게 된다.
협의의 리듬은 시를 포함한 일체의 문화현상에 적용된다. 일체의 문화
현상은 자연현상이나 우주현상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문화현상이 리듬
을 나타내는 데에는 그 현상, 이를테면 시면 시, 음악이면 음악, 회화
면 회화가 그들만의 리듬의 단위를 띨 때 가능하다. 시의 경우 리듬은
언어적 단위, 음악의 경우 리듬은 소리 단위, 회화의 경우 리듬은 선·
형태·색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단위들이 리듬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했듯이 그것들이 리듬의 기본개념인 주기성,상이성,반복성
을 보여주어야 한다.
시의 리듬은 상이한 언어적 단위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될 때 나타난
다. 여기서 언어적 단위들은 어디까지나 음성적 단위로 드러난다. 이
를테면 시의 리듬은

냇가에 해오라비 므스일 셔잇난다
無心한 져고기를 여어 므슴 흐려난다
아마도 한믈에 있거니 니저신들 엇다리

같은 시조를 중심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신흠의 시조이다. 2행의 '여
어'는 '엿보아'라는 뜻이다. 이 시조는 그 언어적 단위, 이를테면 낱말
의 음절수가 기본이 되어 리듬을 형성한다. 여기서는 상이한 음절수를
지닌 두 개 이상의 낱말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분명한 이론적
체계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들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시조의 형식은
초장·중장·종장으로 되어 있으며, 음절수를 중심으로 초장은 3. 4. 3
(4). 4, 중장은 3. 4. 3.(4).4, 종장은 3. 5. 4. 3의 형식으로 드러
난다. 시조가 리듬을 띠게 되는 것은 음절수를 기준으로 3음절로 된
낱말과 4음절로 된 낱말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위의 시조
의 경우 그것은

3 · 4 · 3 · 4
3 · 4 · (4) · 4
3 · (6) · 4 · 3

같은 음절수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상이한 음절수로 된 낱말들
이 언어적 단위가 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낱말의 의미보다 소리를
언어적 단위로 함을 뜻한다. 시의 리듬은 대체로 의미가 아니라 소리
를 단위로 한다. 위의 체계에서 괄호로 묶은 부분은 시조의 일정한 형
식에서 벗어남을 뜻한다. 그렇긴 해도 크게 보면 시조의 리듬은 일정
한 체계 혹은 격식이나 법칙에 따르고 있다. 이렇게 시의 리듬이 일정
한 격식을 따를 때, 그것을 율격이라고 부른다.

2.음수율의 개념

리듬은 시에 있어서 행갈이를 하는 원리로 사용된다. 그러나 리듬에
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리듬의 단위들이 일정한 격식을
따르는 경우, 다른 하나는 그러한 격식을 따르지 않는 경우이다. 흔히
전자를 정형율, 후자를 내재율이라고 부르지만, 전자를 정형율이라고
부른다면 후자는 자유율이라고 부름이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내재율
이란 말과 대립되는 용어는 외형율이나 표면율일 것 같고, 그렇다면
시에 외형율이나 표면율이 따로 있고 내재율이 따로 있다는 말은, 찬
찬히 더듬어보면, 논리적으로 타당치 않게 된다. 시의 경우 리듬은, 일
정한 격식을 소유하든, 그런 격식에서 벗어나든, 어디까지나 언어현상
으로 나타난다. 언어현상이라는 말은 무슨 내재성이니 하는 말과는 관
계가 없는, 나타난 그대로의 현상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 책에서 정형
율과 자유율, 혹은 정형시의 리듬과 자유시의 리듬이라는 용어를 사용
키로 한다.
정형시의 리듬은 크게 율격 meter와 운 rhyme으로 나뉘어진다. 율
격을 뜻하는 영어 meter는 미터법에 의한 길이의 기본단위를 뜻한다.
이 말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시의 경우 율격이 일정한 거리를 두
고 소리단위들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박하게 정의하면 율격
이란 단어의 소리단위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
상이다. 광의의 리듬이라는 말과 협의의 리듬, 특히 정형시의 리듬으
로 율격이라는 말이 나타내는 기본개념은 크게 율격이 산문과 운문
을 가려 주는 변별적 자질이라는 점, 또한 언어체계 안에서 규칙적이
고 체계적이어서 불변성을 갖는다는 점으로 요약된다5).이러한 기본개
념을 중심으로 율격의 본질을 좀더 부연하면 다음과 같다6).
첫째로 율격은 소리, 그 가운데에서도 말소리의 현상이다. 말소리는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시의 율격과 외국시의 율격은 다르다. 둘
째로 율격은 반복성을 지닌다. 우리시의 율격연구에서 가장 많은 문제
가 생기는 부분은 반복의 단위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
다. 그것은 대체로 반복의 단위를 음보 foot로 보려는 태도, 반복의
단위를 행 line으로 보려는 태도로 나뉘어진다. 강약율이나 고저,장단
율은 전자의 태도이고, 2보격, 3보격, 4보격같은 음보율과 3 . 4조
7 . 5조 같은 음수율은 후자에 포함된다. 세째로 율격은 규칙적 현상
이다. 네째로 율격은 관습체계로 존재한다. 다섯째로 율격은 표준화된
실체이다. 따라서 율격론에서 문제삼는 것은 작품들의 다양한 표면구
조가 아니라 규칙화되고 표준화된 기준치이다.
필자는 이 책에서 리듬이 행갈이의 원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반복의 측정단위를 행에 두려는 태도를 중심으로 우리시의 율
격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앞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반복의 측정단
위를 행으로 보는 경우 우리시의 대표적 율격으로는 음수율과 음보율
이 있다. 율격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입장이 못되기 때문에, 이
상의 두 율격에 대한 이론적 비판보다는 시쓰기의 문제와 관련시켜
그 일반적 특성만 살펴보기로 한다.
음수률이란 흔히 자수율, 음절율이라고도 부르며 음절의 수를 한 단
위로 하여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음수율은 크게 두 가지
의 유형, 로츠에 의하면 순수음수율과 복합음수율로 나뉘어진다7). 순
수음수율이란 통사적 체계, 곧 낱말이나 문장 속에서 오직 음절수만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으로 우리시의 경우에는 2. 3조, 3. 3조, 3. 4
조, 4. 4조, 3. 3. 2조, 3. 3. 3조, 3. 3. 4조로 나타나며 개화기 이
후 일본에서 수입되었다고 주장되는 7. 5조가 있다. 그러나 7. 5조의
경우 7은 3. 4 , 5는 2. 3 등으로 가를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
통적 음수율의 변형으로도 본다8). 김준오 교수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시행들을 보기로 들 수 있다9).

(1) 살어리 살어리 랏다
청산에 살어리 랏다

(2) 元淳文 仁老詩 公老四六
李正言 陳翰林 雙韻走筆

(3) 古人도 날 못보고 나도 고인 못뵈
古人을 못 뵈도 녀던 길 알파 잇나
녀던 길 알파잇거든 아니 녀고 엇뎔고

(4)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한 상 綠分이며 하날모를 일이런가

(5) 대조선국 건양원년 자주독립 기쁘하세
천지간에 사람되야 진흥보국 제일이니

(6)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7)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1)은 고려속요 「靑山別曲」의 일부로 3.3.2조, (2)는 경기체가
「翰林別曲」의 일부로 3.3.4조, (3)은 이황의 시조 「陶山十二曲」의
일부로서 3.4조, (4)는 정철의 가사 「思美人曲」의 일부로 4.4조,
(5)는 작자미상의 개화가사 「愛口歌」의 일부로 4.4조, (6)은 민요
「아리랑」의 일부로 3.3.4조, (7)은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일부로
7.5조로 되어 있다.
다음 복합음수율이란 음절수에 일정한 유형의 운율적 자질이 첨가
된 율격으로서 첫째로 장단율 durational meter 은 흔히 양적 율격으
로도 불리우며, 이것은 음절의 양, 곧 음절이 지속되는 시간의 양이
어떤 위치에서 규칙적으로 반복되거나 또한 어떠한 경우에는 뒤따라오
는 자음다발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율격이다. 쉽게 말해서 장·단의
소리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리듬으로 고대 희랍시나 로마시에 나타
난다.
둘째로 강약율 dynamic meter 은 음절수의 규칙적 반복 외에 어떤
위치에서 표준적인 음절보다 무겁거나 가벼운 맥박으로 울리는 음절
들을 요구하는 율격이다. 영시와 독일시에 나타나며, 쉽게 말해서 음
절수의 규칙적 반복 외에 강세가 있는 강한 음절과 강세가 없는 약한
음절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반복되는 율격을 뜻한다. 강약율의 기본단
위를 음보 foot라 부르며, 그것은 강한 음절과 약한 음절이 결합된 것
으로 음보에는 약강격, 강약격, 약약강력, 강강약격의 네가지로 나뉘어
진다. 강약율은 한 행에서 음보가 몇번 되풀이되는가에 따라 1음보에
서 8음보까지 있다. 이를테면

- ' - ' ' ' - ' - '
A thing of beauty is a joy forever

같은 시행에서는 음보가 다섯 번 반복된다. 따라서 약강 5음보격이
된다10). 이러한 강약이 우리시에 있다는 견해는 이를테면

달하 노피곰 도다샤
머리곰 비취 오시라

같은 시행을 두고, 정병욱 교수에 의해 주장되었다. 이렇게 주장되는
근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우리의 경우 남도·서도·경기지방의 민
요는 물론 아악 雅樂도 3박자 계통의 리듬형태이며, 이 리듬형태는
강약약형의 표현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우리말은 대개
첫 음절에 강세가 놓인다는 점이다. 위의 시행은 순수음수율로는 2·3·
3조이지만 강약율로는 강약약형 3보격이 된다11).
세째로 고저율 tonal meter 은 일정한 위치에서 성조 聲調, 곧 음의
고저를 대표하는 음군 音群들, 이를테면 음의 고저가 변별되는 음소들
phonemes이 반복되는 율격이다. 흔히 성조율 聲調律, 평측율 平仄律
로 불리우며 중국시에 나타난다. 중국어의 문자들이 지니고 있는 특수
한 청각적 성격으로는 단음절성과, 그 글자들이 고정된 성조를 소유한
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시에 있어서 시행의 음절수는 문자수와 일
치하며, 5언시니 7언시니 하는 말은 이러한 사정을 전제로 한다. 따라
서 시행의 음절수가 리듬을 결정한다. 이러한 음절수의 불변성 혹은
변형 외에 성조의 변화는 중국시에 있어서 중요하다. 중국문자에 있어
서 모든 음절은 하나의 고정된 성조로 발음되며, 고대 중국어에는 平,
上, 去, 入 네 가지 소리가 있다. 첫째 음조를 '平' 뒤의 세 음조를 '厠
'이라 한다. 이 성조들은 고저 pitch 뿐만 아니라 길이와 속도에 있어
서도 차이가 난다. 평성은 비교적 길고 일정한 고저를 지니지만, 측성
은 비교적 짧고 고저가 일정치 않다. 평측율이란 시행에서 평성과 측
성이 규칙적으로 구성됨으로써 리듬을 형성한다. 평측율에서는 평기식
平起式과 측기식 厠起式이 있으며 5언시의 측기식의 보기로는

白髮三千丈, (仄仄平平仄)
祿愁似個長 (平平仄仄平)
不知明鏡裏, (仄平平仄仄)
何處得秋霜. (平仄仄平平)

같은 시를 들 수 있다12).

3.음보율의 개념

우리 정형시의 율격으로는 이상에서 살핀 음수율 외에 소위 음보율
foot meter 이 있다. 음보율은 음보를 기본단위로 하며, 음보는 율독
律讀시 음절수와 관계없이 판단되는 시간적 등장성으로 정의된다. 민
요를 중심으로 우리시의 전통적 율격의 기본구조를 살피면서 조동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음보율의 특성을 밝히고 있다13).
민요의 율격을 분석한 결과, 첫째로 율격형성 단위는 음절, 음보,
행, 연으로 나타난다. 음수율의 경우에는 음절이 중요하나, 음보율의
경우에는 음보가 중요하다. 음보는 음절이 모여 이루어진다. 우리시의
율격으로 음보율이 중시되는 이유는 일본시나 불란서시의 규칙과 우
리시의 규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에선 행을 이루는 음절수는 고정
적이며 음보수는 가변적이지만, 후자에선 행을 이루는 음보수는 고정
적이면서 음절수는 다변적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1) 살어리 살어리 랏다
청산에 살어리 랏다

(2) 괴나리 보찜을 짊어지고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같은 시행을 보기로 들 수 있다. (1)은 「청산별곡」의 일부, (2)는
「신아리랑」의 일부이다. 음절수를 기준으로 하면 (1)은 3·3·2조,
(2)는 3·3·4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율독할 때의 시간적 등장성인
음보를 기준으로 할 때 (1)은 3음보격, (2)도 3음보격으로 나타난다.
한 행이 세 음보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1)과 (2)는 음절수는 가변적
이지만, 음보수는 동일하게 된다. 둘째로 한 음보를 이루는 음절수는
2·3·4·5·6 음절로 나타난다. 이 중에서 4음보절이 중위수이고 최
빈수로서, 평균 음절수가 3음절보다 많고 5음절보다 적은 경우에는
4음절을 기준 음절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 행을 이루는 음보수는
1·2·3·4·5·6음보로서, 이 가운데 자주 발견되는 것은 3음보, 4
음보이다. 한 행이 3음보의 되풀이로 된 것은 3음보격, 한 행이 4음
보의 되풀이로 된 것은 4음보격이다. 3음보격과 4음보격은 전통적 율
격의 기본형태이다. 고려속요 및 경기체가는 3음보격이고, 시조와 가
사는 4음보격이다. 보기로는

(3) 살어리 살어리 랏다
청산에 살어리 랏다

(4) 元淳支 仁老詩 公老四六
李正言 陳翰林 雙韻走筆

(5) 古人도 날 못보고 나도 고인 못뵈
古人을 못 뵈도 녀던 길 알피 잇나
녀던 길 알피 잇거든 아니 녀고 엇뎔고

(6)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한상 錄分이며 하날모를 일이던가

를 들 수 있다. (3)은 고려속요 「靑山別曲」의 일부로서 3음보격, (4)
는 경기체가 「翰林別曲」의 일부로서 3음보격, (5)는 이황의 시조로서
4음보격, (6)은 정철의 가사 「思美人曲」의 일부로서 4음보격이다. 민
요는 3음보격의 민요와 4음보격의 민요로 나뉘어 진다. 보기로는

(7) 아버지 어머니 어서오소
북간도 벌판이 좋다드라

(8)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금일도 상봉에 님만나 보겠내

를 들 수 있다. (7)은 민요「신아리랑」의 일부로서 3음보격, (8)은 민
요 「몽금포타령」의 일부로서 4음보격이다. 균등한 길이로 다시 나눌
수 없는 3음보격이 변화를 기초로 한 무용의 율격이라면, 2음보격으
로 다시 나눌 수 있는 4음보격은 안정을 기초로 한 보행의 율격이라
고 할 수 있다. 3음보격과 4음보격의 차이는 좀더 부연하면

3음보 │ 4음보
─────────────────┼──────────────
서민 계층의 리듬 │ 사대부 계층의 리듬

자연적 ─┐ │ 인위적 ─┐
│ 리듬 │ │ 리듬
서정적 ─┘ │ 교술적 ─┘

경쾌한 맛 │ 장중한 맛

가창에 적합 │ 음송에 적합

동적 변화감과 사회변동기 대변 │ 안정과 질서 대변

처럼 도식화할 수 있다14). 7·5조 율격은 성기옥 교수의 견해에 따르


1차 대립 1행이 7음절 5음절

2차 대립 3(4)·4·5 →3음보

3차 대립 3(4)·4·2(3)·3(2) →4음보

처럼 3음보와 음보의 두 가지 율격을 구비한다15). 김소월의 「진달래
꽃」에 나오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같은 시행을 보기로 삼을 수 있다.


4. 압운의 개념

정형시의 리듬으로는 이상에서 살핀 음수율과 음보율 외에 압운
rhyme이 있다. 코르그는 시의 소리를 논하면서 압운과 모운assonance·
자운 consonance을 나누어 고찰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모운과 자운
은 시인이 낱말들의 소리를 유형화함으로써 시적 효과를 창조하는 기
법 가운데 하나로서, 모운은 한 행 속에서 비슷한 모음을 소유하는 낱
말들이 병치될 때 나타나며, 자운은 비슷한 자음을 소유하는 낱말들이
병치될 때 나타난다. 압운이란 인접한 두 행의 끝, 시작부분, 혹은 중
간에 유사한 소리를 내는 음절이 반복되는 현상을 말한다16).
그러나 압운이란 율격과는 다르다. 율격이 한 행 속에서 일정한 거
리를 두고 소리의 단위들이 규칙적으로 반복됨에 비해 압운은 인접한
두 시행 사이 혹은 한 행 속에서 일정한 낱말의 위치에 나타나는 소
리단위들이 규칙적으로 반복된다. 이런 점에서 압운·자운·모운은 모
두 압운현상으로 묶어 처리될 수 있다.
한 낱말은 음절수와 관계없이 대체로 세 위치로 나위어 진다. 이를
테면 '님''사랑''진달래꽃''코스모스'같은 낱말을 보기로 들어 보면,
'님'은 (ㄴ) + (ㅣ) + (ㅁ), '사랑'은 (ㅅ) + (ㅏ) + (ㄹ) + (ㅏ) + (ㅇ)
'진달래'는 (ㅈ) + (ㅣ) + (ㄴ) + (ㄷ) + (ㅏ) + (ㄹ) + (ㄹ) + (ㅐ),
'코스모스'는 (ㅋ) + (ㅗ) + (ㅅ) + (ㅡ) + (ㅁ) + (ㅗ) + (ㅅ) + (ㅡ)
처럼 모음과 자음으로 나뉘어지며, 이때의 모음과 자음은 소위 음소
phoneme에 해당된다. 음소는 음운론의 기본단위이다. 낱말의 세 위치
는, 인체에 비유하면, 머리·허리·다리에 해당된다. '님'의 경우 머리
는 (ㄴ), 허리는 (ㅣ), 다리는 (ㅁ), '사랑'의 경우 머리는 (ㅅ), 다리
는 (ㅇ)이며 나머지는 허리에 해당된다. 같은 이치에서 '진달래'의 경
우 머리는 (ㅈ), 다리는 (ㅐ), '코스모스'의 경우 머리는 (ㅋ), 다리는
(ㅡ)이며 나머지는 허리에 해당된다17).
두운 alliteration이란 머리에 해당되는 음소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현상, 중간운 internal rhyme이란 허리에 해당되는 음소가 규칙적으
로 반복되는 현상, 각운 혹응 말운 rhyme이란 다리에 해당되는 음소
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뜻한다. 따라서 자운과 모운은 중간운
에 포섭될 수 있다. 두운의 보기로는

말리지 못할 만치 몸부림치며
마치 천리 만리나 가고도 깊은
맘이라고나 하여 볼까

같은 시행들을 들 수 있다.18) 이 시행에서는 낱말의 머리 위치에서 ㅁ
음이 반복된다. 자음이 아니라 모음이 두운으로 나타나는 보기로는

I like Ike

같은 표현을 들 수 있다. 정치구호 I like Ike(나는 아이크를 좋아한
다)에서 I의 이중모음/ ay/와 Ike의 이중모음/ay/는 두운현상
을 나타낸다. 19) 자운의 보리로는

긔 곡조만 마조 호동글 사라지면
ㅡ ㅡ
목속의 구슬을 물속에 버리려니

해와가치 떳다지는 구슬속 종달은
ㅡ ㅡ
내일 또 새론 섬 새구슬 먹음고오리

같은 시행을 들 수 있다. 김영랑의 시이다. 밑줄 친 낱말들은 자음 ㄴ
으로 끝나지만 그 앞의 모음은 상이하다. 곧 V1C-V2C의 형식을 보
여준다. 다음 모운의 보기로는

내마음 고요히 고흔 봄길 우에
ㅡ ㅡ ㅡ
오날하로 하날은 우러르고 싶다.
ㅡ ㅡ
보드레한 에메랄드 얄게 흐르는
ㅡ ㅡ
실비단 하날은 바라보고 싶다.

같은 시행을 들 수 있다. 김영랑의 시이다. 밑줄친 부분들은 1행에서
는 모음 ㅗ, 2행에서는 모음 ㅏ, 3행에서는 모음 ㅔ가 서로 일치하며,
그 뒤에 오는 자음들은 서로 다르다. 곧 VC1-VC2의 형식을 보여준
다. 끝으로 각운 가운데 동일음이 시행의 처음에 오는 시작운의 보기
로는

말리지 못할만치 몸부림치며

마치 천리 만니라 가고도 싶은

맘이라고나 하여볼까


같은 시행을 들 수 있다. 김소월의 「千里万里」에 나오는

말리지 못할 만치 몸부림치며

마치 천리 만리나 가고도 싶은

같은 시행들을 들 수 있다. 여기서도 사정은 시작운의 경우와 비슷하
다. 끝으로 동일음이 시행의 끝에 오는 소위 종결운 혹은 말운의 보기
로는 다시 김영랑의 시

긔 곡조만 마조 호동글 사라지면

목속의 구슬을 물속에 버리려니

해와가치 떳다지는 구슬속 종달은

내일 또 새론 섬 새구슬 먹음고오리


같은 시행을 들 수 있다. 1행과 3행에서는 자음 ㄴ이, 2행과 4행에
서는 모음 ㅣ가 서로 일치하며 끝난다. 그러나 갬대행 교수는 이를테
면 김소월의 「꿈길」에 나오는

물구슬의 봄 새벽 아득한 길

하늘이며 들 사이에 넓은 숲

젖은 향기 불긋한 잎 위의 길

실그믈의 바람 비쳐 젖은 숲


같은 시행을 보기로 들면서 우리시의 말운현상을 비판한다.20) 비판의
근거는 여기서 반복되는 '길'과 '숲'은 음운론에 범위를 벗어나 어휘론
의 범위에 들며, 또한 정철의 「관동별곡」에 나오는

芙蓉을 선잣ㄴ.ㄴㄷ.ㅅ 自主을 믓것ㄴ.ㄴㄷ.ㅅ
東溟을 박ㅊ.ㄴ.ㄴㄷ.ㅅ 北極을 괴왓는ㄷ.ㅅ

같은 시행에서는 'ㅡㄴ.ㅅㄷ.ㅅ'이 음소가 아니라 형태소라는 점에서 비판된
다. 대체로 우리시에서 말운의 경우 음소의 반복은 희구하며, 행태소·
어휘·구절·문장의 반복이 두드러진다. 그것은 국어의 특질이 부착어
에 속하며, 대부분의 문장에서 서술어는 문장의 끝에 오며, 서술어는
용언체이거나 체언이거나 점미사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우리시의 경우 압운의 다른 유형, 곧 두운· 자운· 모운, 각운의 경우
에도 시작운· 중간운은 여러모로 시를 씀에 있어서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압운의 문제는 또한 정형시의 리듬으로만 끝나지 않고, 이상에
서 보았듯이, 자유시에서도 자주 사용된다는 점에 유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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