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6/08 미사의 영성적 의미
내 삶의 봉헌을 위하여 _ 마침 강복과 파견
어느 신자분이 이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전에 계시던 신부님은 신자들을 배려해서 영성체 후에 신자들이 앉아 있을 때 공지사항까지 다 하셨어요. 그다음에 ‘영성체 후 기도’를 위해 일어나라고 하셨죠. 그런데 이번에 오신 신부님은 ‘영성체 후 기도’를 먼저 하고 나서 다시 앉으라 하신 다음 공지사항을 하신답니다. 공지사항 때문에 금방 다시 앉을 텐데 왜 번거롭게 그러실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영성체 후에 바로 이어서 ‘영성체 후 기도’를 바치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가 모신 성체의 은총을 공동체의 이름으로 함께 청하는 기도가 ‘영성체 후 기도’이고, 이 기도는 방금 전에 행한 신자들의 영성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곧 성체를 모신 후 일상에서 하느님의 성실한 자녀로 살아가기 위한 성체의 은총을 ‘영성체 후 기도’를 통해 청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성체 후 기도’를 바친 다음에 사목적으로 필요하다면 공지사항을 말합니다. (「로마미사경본 총지침」 166항 참조)
그리고 강복과 파견으로 미사를 마칩니다. 강복할 때 십자가의 형태로 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구원이 이루어졌음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파스카 신비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주님 사랑의 표지입니다. 그 십자가의 사랑이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언제나 함께하길 바라고, 그 사랑을 통해 우리도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파스카 신비에 참여하길 청하며 우리는 강복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받습니다. 앞으로의 삶에 혹시 슬픔과 어둠이 다가와도 하느님 말씀의 빛이 그 삶을 비추어 주시길, 때로 두려움과 불안이 다가올 때 죽음마저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 걸어주시길 청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강복을 받고 미사를 통해 얻은 은총의 빛 안에서 힘을 내어 내 삶을 다시 걸어갑니다.
마침 강복과 파견으로 미사를 마치면 우리는 미사 때 받은 은총을 지니고 다시 각자의 삶으로 파견됩니다. 이때 미사를 마치며 부르는 성가를 ‘퇴장 성가’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파견 성가’라고 해야 할지 혼동하실 수 있습니다. 입당 성가가 있으니 당연히 짝을 맞춰 퇴장 성가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미사의 신학적 의미를 고려하자면 ‘파견 성가’가 더 바람직합니다. 왜냐하면 미사의 은총을 통해 성화된 우리는 이제 세상에 파견되어 복음을 전하고 세상을 성화하는 사명을 받기 때문입니다. 곧 각자가 세례 때 받은 보편 사제직을 일상 안에서 살아가며 그 직무를 수행하고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이제 각자의 삶은 하나의 제단이 될 것이고, 그 안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사랑과 희생을 통해 주님께 자신의 삶을 봉헌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받은 보편 사제직을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때로는 그 길에 힘겨움과 어려움도 있겠지만, 우리 삶의 모든 모퉁이에 그때마다 필요한 주님 사랑의 은총이 선물처럼 놓여있으리라는 믿음을, 그리고 돌아보면 내 모든 삶의 발자국이 은총의 발자국이었다는 깨달음을 기쁘게 고백하길 바랍니다. (※ 이것으로 “미사의 영성적 의미”에 대한 연재를 마칩니다. 책의 후반부에 “전례 공간의 의미”와 “전례 시간의 의미”가 뒤따르지만 생략합니다.)
- 김혜종, 「미사, 이렇게 하니 좋네요」, 139-142쪽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