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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진학 도우미

[펀글] Brooklyn Law School 1학기 마친 분의 글

작성자車周洪|작성시간04.02.19|조회수316 목록 댓글 0
이제 로스쿨에서 한 학기를 마치고 꿀맛같은 겨울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4개월이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후딱 지나가 버렸습니다.
세월 정~~말 빨리 가더군요.
간단하게 이곳 Brooklyn Law School에서의 한 학기를 회고해 보고자 합니다.
올해 apply를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약간의 정보 및 맛보기가 될 수도 있을 듯 하구요.

1. 입학전
저희 학교는 8월 말 정규학기 개강전에 여름동안 일종의 pre-law과정이 있었습니다.
대상은 소수인종, 여러종류의 handicapped들, 학부 졸업 후 5년 이상 된 사람들..등 인듯 하구요.
약 2달간 30시간 정도 되는 과정이었는데 학교생활 맛보기 및 적응하기면에서 많이 도움이 된 듯 합니다.
무료로 2credit을 받을 수 있었으니 경제적으로도 좋았구요.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program이 있다고 들은것 같은데 기회가 되면 하시면 좋을듯 합니다.
저처럼 토종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교육경험이 없는 분들은 완충시간으로 좋은 기회일듯 하니까요.

이 과정이 끝날때쯤 되니 여러가지 고민이 되더군요.
학교 공부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충분히 듣고 또 알고 왔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해보니 정규과정도 아닌 '개론'과정임에도 공부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더군요. 그리 잘 하지 못하는 영어실력으로 수업시간에 발표는 생각도 못하고 그저 case들 읽어 오는걸로 수업 따라가기 바빴습니다. 혹시 call on 당하지는 안나 전전긍긍하면서요. 또 수업시간에 다뤄지는 내용도 많은 부분은 제대로 이해 못하고 넘어가는듯 했구요. 한 과목 들으면서도 이런데 어찌 4~5과목을 들을까 깜깜하더군요. 안되는 영어가 왜이리 서글프던지. 심지어 영국 식민지의 역사 덕분에 영어 잘하던 인도 출신넘이 부럽기 까지 하더라구요. (미리 좀더 영어공부 못한게 아쉬웠지만...)
또 이때쯤 알게된 학교 기숙사 탈락 소식은 저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지요.
등록금, 아파트렌트, 애기 pre-school, 생활비, 기타... 돈문제 역시 익히 알고 온 바지만, 기숙사가 안 되면서 총액으로 보면 그리 많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다시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한숨만 나오더군요.
과연 이 시간과 돈을 투자 할 만한 일인지.
게다가 졸업후 전망도 불투명한 요즘에...

그당시 한국에 있던 마누라와 며칠을 두고 전화를 했죠.
저: '그냥 짐싸서 가야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마누라: '그래도 다시 생각해 봐. 후회 안 할래?'
다음날
저: '걍 열씨미 해볼래. 지금껏 해 오던것도 있고, 또 한 번 시작했음 끝을 봐야지!!!'
마눌: ''가장 늦었다고 생각되는 때가 아직도 늦지 않은 때'라잖아. 냉정하게 생각해야지. 감정적으로 말고 이성적으로. 과연 할 만 한거야?'
이렇든 마누라와 전화를 하면서 하루는 이랬다 하루는 저랬다, 암튼 며칠을 그랬죠.
그러면서 저희학교 2, 3학년 한국 학생들도 만나서 얘기 들어보구요.
또 여기 계시는 친척분들과도 얘기 해 보고.

어찌 보면 그런 고민은 시작하기 전에 해야지 이제 와서 무슨 짓이냐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저로서는 일종의 작은 충격 이었죠.
다 알고 왔지만 막상 닥쳤을 때의 당황스러움 이랄까요.
그러다보니 로스쿨로의 유학중 '단점'이라 생각되는 부분들이 부각돼 보이고.
그런 것들이 반복되다보니 마음이 좀 약해졌나 봅니다.

그래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굳게 결심하고 계속 하기로 하였습니다.
고민하느라 한국에서 짐 부치는게 늦어져(혹시 몰랐으니까요) 개강 직전까지 짐정리 하느라 바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 때의 그런 고민들이 학교생활 해 나가는데 기본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그런 기본적인 부분의 고민은 안 해도 되니까요.
또 어느 시점이 되면 다른 고민들이 생길지 모르겠지만(사실 요즘 시간이 탱자탱자 남다보니 다른생각이 슬금슬금 들기도 하지만) 한 학기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한 듯 합니다.

2. 입학 후 학교 생활
굳세게 마음먹고 학교생활을 시작했지만...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Legal Writing포함해서 5과목을 들었는데(학교에서 정해준 것이지만), 정말 숙제(예습) 다 해가기가 벅차더군요. 평일에는 5~6시간정도 자기도 힘들었고 주말에도 토요일 오전 잠시 쉬는것 말고는 짬을 내기 힘들었죠.
게다가 미국 생활 시작하면서 해야할 일들(운전면허증, social security number발급, 각종 기본 infra구축)등을 짬짬이 하다보니 왠지 마음이 쫓겨 편히 쉬게 되지도 않더군요.
주말에 미리 다음주 초 예습을 해 놓아야 하는데 학기가 지나가면서 좀 모자란 부분 보충하다보니 그것마저 못하고 쩔쩔매게 되구요.
미국애들 보면, 예습 다 하고, 복습도 하고 또 가끔 맥주 파티도 하고 하던데, 전 그저 빨리 읽고 이해하는 그넘들이 부러울 뿐이었죠.

2, 3학년 한국말 되는(어느정도 한국식 교육에 익숙한) 선배들 붙잡아 놓고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지 물어봐면 글쎄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물론 저의 회유와 협박 그리고 때로는 알콜 기운을 빌려 다그치면 조금씩 알려주기는 했지만 결론은 항상 비슷하더군요.
'기본에 충실하세요.' 쉽고도 어려운 말이죠.

수업시간에 받는 또다른 스트레스는 call on당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입니다.
익히 알고계시겠지만 아직도 많은 교수들이 Socratic Method를 애용하고 있지요.
때로는 짧은 문답으로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때는 거의 20~30분을 '문답'하기도 하지요.
영어 듣기도 완전치 않고 더구나 논리적 설명을 즉석에서 하기는 더욱 힘든(거의 불가능이 아닐까요) 저에게는 'call on 당하면?'이라는 생각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한 스트레스였죠.
그래서 아얘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교수들을 찾아갔죠.
저의 이력을 대강 설명하고 수업시간에 강의 녹음을 좀 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한 교수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흔쾌히 허락하더군요.(녹음을 불허한 교수도 그 외 부분에 있어서는 친절하기는 했지만요)
그러면서 '내 너의 어려움을 잘 아니,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거나 힘든일이 있음 언제든 찾아와라.'라고 하더라구요. 한 교수는 tape필요하면 준다고 무슨 학과 사무실에 전화하려길래 괜찮다고 말리느라 오히려 좀 당황스럽기도 했죠.
사실 교수들을 찾아가서 녹을 가능여부를 물어본 건 다른 속뜻이 있었던 거죠.
그냥 뻘쭘히 가서 '나 외국에서 온지 얼마 안되니 적응 될때 까지는 call on하지 마.' 라고 할수는 없잖아요.
간접적으로 알아듣게 얘기하면 알아서 해 주겠지 하는 생각에...^^
그래서 그런지 어쩐지 120명씩 강의듣는 수업들은 call on 없이 그냥 한 학기 지나갔죠.
seminar수업이라고 40명 듣는 수업만 3번 불렸구요.
그런데 알고보니 1년 내내 전과목 다해서 한두번만 불리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한번도 안 불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막상 call on 당해도 생각보다 많이 떨리거나 당황스럽지는 않더군요.
시간이 지나면서 '모르면 좀 모른다고 하면 어때'하는 배짱도 늘구요.
학기 말 다 되어서는 오히려 손 들고 발표도 했답니다.

수업시간에 녹음한 것은
1. 녹음 상태가 고르지 못해 듣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2. 시간이 안나더군요. 예습 하기도 빠듯한데 그거 듣고 있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등하교길에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몰라도 저처럼 도보5분인 경우에는...

또하나의 고민은 note 필기였는데 위에서 처럼 예습할 시간도 없는 마당에 마냥 녹음기를 붙잡고 있을 수도 없고, 첨에는 난감했었죠. 또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서로 노트도 안 보여준다는 말을 들은바가 있어...
Legal Writing 첫 시간에 간단히 자기 소개 하는 시간이 있었거든요(20명만 듣는 가장 작은 규모 강의라 그런 시간도 갖더군요). 저도 간단히 했죠.
며칠 후 왠 꺽다리 대머리 아저씨가 오더니
'너 한국에서 왔다며, 힘든 일 있음 이 엉아 한테 얘기하고. 내가 노트도 보여줄께. 언제든 말만 해라.'라고 하지 않겠어요? 저는 그때 그 아이가 누군지도 몰랐는데요(알고보니 저보다 몇 살이나 아래더군요). 그래서 '너 우리반이냐?' 그랬더니, 그렇다면서 지도 Spanish 공부 해 봐서 외국어 공부하는 어려움을 잘 안다네요. 기특하게도 먼저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더라구요. 그 후로 그녀석 노트 잘 받아서 저장 해 놨고(다시 읽거나 정리할 시간은 역시...) 개인적으로도 비교적 친하게 지내고 있지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그넘이 좀 똑똑한 넘이라 열심히 필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죠.
수업듣고 있다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나 아님 지가 좀 아리까리한것만 필기를 하니 그런 필기를 보는 제 입장은 좀 답답한 면이 생기더라구요.
수업들으면서 체크 해 놨던 부분이 그넘 노트에 없으면, 그것 참...
그래서 좀 친하게 지내는 넘들을 수업 시간에 눈여겨 봤더니 그중 한넘이 거의 '받아치기'수준으로 typing을 하더군요. 그래서 학기 중간이 좀 지난 후 부터는 그넘한테 말해서 또 note를 받기도 했지요.

3. ESL
학교를 결정하고 안내서들을 보다보니 외국학생을 위한 'ESL'강좌가 있더군요.
속으로 'Law School에 왠 ESL?'하며 의아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구세주같은 program이었습니다.
사실 1주일에 한번 한시간씩 있는 class자체는 그저 보통 정도였죠.
외부에서 강사를 초빙하여 주로 문법 관계된 내용 및 연습 문제 풀이를 하였는데 한국식 영어교육의 장점을 유감없이 뽐낼 수 있는 기회도 되었구요. 같이 수업듣는 남미애가 감탄하기도 했구요.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매주 간단한 에세이를 써 오는 과제를 내주고 검토 해 주는 부분이었죠.
'기말고사 대비 에세이 적응하기'정도로 불릴 수 있는 이 과정을 통해 그나마 어떤식으로 답안을 써 나가야겠구나하는 감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던 듯 합니다.
사실 그 강사분은 변호사는 아니었지만 저희학교에서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어느정도 'legal mind'를 갖추었다는 평을 듣고 있죠. 저도 참 많이 알고 있구나하고 놀란적도 있구요.

또 한가지 좋았던 점은 두번에 걸친 Legal Writing 과제 제출시 검토를 받을 수 있는 점 입니다.
일반적으로 점수가 매겨지는 과제물일 경우 다른사람으로 부터 도움을 받는 일이 금지되더군요.
내용에 대해 미리 얘기를 할 수는 있어도 일단 자기가 쓴 것을 보여준다던지 하지는 못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ESL 강좌를 듣는 저는 좀 특별한(?) 취급을 받아서인지 일단 쓰고나면 ESL교수님께 미리 검토 받고 수정한 후 제출하곤 했지요.
때로는 정말 Konglish스런 제 문장을 보고 이해를 못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지적을 통해 정규 수업시간에는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을 깨달을 수 있기도 했죠.
Legal Writing교수님도 문법적 완결성을 강조했고 쉼표나 마침표의 잘못된점 하나까지 집어내면서도 법적인 논리전개를 중요시 했다면, ESL교수님은 중요한 포인트를 강조하면서 전체적인 문장의 흐름 및 표현 부분을 강조 하더군요. 그런 부분은 아무래도 전공 차이인듯 했구요.
아뭏든 또 다른 관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SL선생님의 가장 큰 도움은 그 강의를 듣는 외국출신 학생들의 시험 추가시간을 주는 것이죠.
각 학생들의 영어권 국가에서의 교육 배경을 참고하여 수업시간 및 과제물 검토를 통해 1시간당 얼마의 시간을 더 줘야겠구나를 결정하여 학교에 통보해줍니다. 그러면 학교 Registar에서는 별도의 교실을 확보하여 따로 시험을 보게 하더군요. 사전도 볼 수 있구요.
안그래도 영어 작문 속도가 느린 저로서는 이 추가시간이 정말 가뭄에 단비였죠.
상당한 추가시간을 받고도 답안지 마무리를 못했는데 그마저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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