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긴 손가락이 – 정수자
신전의 부조들을 아다지오로 쓸다 말고
하늘을 훅 그으니 별들이 쏟아졌다
나일강 만파를 고르듯
파피루스 잎을 타듯
피아노를 타고 놀던 파리한 손가락이
별 사이를 촉진하자 은파랑이 튀었다
콤옴보 신화를 토할 듯
열주들이 울렁였다
불러 봐 너의 별을, 은파 만파 지휘하듯
반달 깃든 손톱이 뱃전을 두드릴 때
누천년 사막 능선 켜온
달도 뺨을 붉혔다
키보드를 연주하듯 두드리는 손. 누군가는 새벽까지 SNS 스크롤은 넘기거나
꺼진 채팅창의 친구 목록을 보며 관계의 잔향을 확인하지요. 이 순간 우리 손가락의
두드림은 어떤 언어를 만지고 있을까요. 몸의 가장 먼 언어가 우주의 언어가 되는
순간, 떨림을 촉진하는 시인의 아다지오를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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