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최은정 교수님의 춤인생 60주년 기념공연 《춤, 사랑 그리고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한 가지 생각이 마음 깊이 떠올랐다. 사람은 나이를 먹지만, 춤추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흔히 나이를 숫자로 계산한다. 몇 살이 되었는지,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지를 기준으로 젊음과 늙음을 구분한다. 그러나 공연 내내 무대를 가득 채운 춤사위는 그런 생각이 얼마나 단순한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진정한 젊음은 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고, 진정한 노화는 세월이 아니라 열정을 잃을 때 시작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예술은 시간을 이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춤은 더욱 그렇다.
춤은 몸으로 표현되지만 그 뿌리는 영혼에 있기 때문이다.
몸은 세월을 따라 변하지만 영혼은 사랑하는 것을 만날 때마다 다시 젊어진다.
그래서 춤을 사랑하는 사람은 늘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늘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이번 공연의 제목인 《춤, 사랑 그리고 아름다움》은 어쩌면 인생을 가장 잘 설명하는 세 단어인지도 모른다.
춤은 움직임이고, 사랑은 살아가는 이유이며,
아름다움은 그 삶이 남기는 향기이기 때문이다.
최은정 교수님은 60년 동안 춤을 추셨지만, 사실은 60년 동안 사랑을 실천하고 아름다움을 나누어 오셨다.
그래서 무대 위의 춤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 만들어낸 한 편의 시(詩)처럼 느껴졌다.
공연을 보며 또 하나 깨달은 것은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무엇을 더하는 것보다 무엇을 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젊은 시절에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려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어졌느냐에 있다.
전통춤의 한 동작, 한 호흡, 한 걸음 속에 담긴 깊이는 수십 년의 시간과 성찰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평생을 바쳐야만 얻을 수 있는 지혜였다.
사람들은 종종 늙음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늙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삶의 설렘을 잃어버리는 것이 문제일지 모른다.
꿈을 잃고, 감동을 잃고, 배우기를 멈추고, 사랑하기를 멈출 때 사람은 비로소 늙기 시작한다.
반대로 새로운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최은정 교수님의 공연은 바로 그것을 보여주었다.
춤은 몸의 움직임이었지만 그 안에는 살아온 세월의 이야기와 사람에 대한 사랑, 예술에 대한 헌신, 그리고 삶에 대한 감사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관객들은 춤을 본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 피워낸 꽃을 본 것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각자의 춤을 추고 있다. 어떤 사람은 가정에서, 어떤 사람은 일터에서, 어떤 사람은 봉사와 나눔 속에서 자신만의 춤을 추며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남보다 화려하게 춤추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호흡을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박수 소리가 잦아들었지만 마음속에는 한 문장이 오래 남았다.
춤추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 말은 단지 무용가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꿈을 잃지 않는 사람, 사랑을 잃지 않는 사람, 아름다움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오늘도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몸은 언젠가 세월을 따라가지만 영혼은 언제나 춤출 수 있다. 그리고 영혼이 춤추는 한, 인생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래서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태도이며, 아름다움은 얼굴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다.
결국 가장 행복한 사람은 오래 사는 사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인생을 춤처럼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2026.6.13.
박진하님글입니다
무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