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생각하라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말을 하며 살아간다. 하루에도 수백 마디의 말을 주고받고, 때로는 그 한마디로 사람을 웃게 만들기도 하고 울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말을 잘하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말을 잘하는 능력보다 말을 삼갈 줄 아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젊은 시절에는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고, 억울함을 해명하고 싶으며,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감정이 앞서 입이 먼저 열리고, 말이 먼저 나간 뒤에 후회가 따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보면 후회되는 일들의 상당수가 하지 못한 말 때문이 아니라 하지 말았어야 할 말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화가 났을 때 내뱉은 거친 말 한마디는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순간의 분노 속에서 던진 비난은 상대방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상처는 더욱 오래간다.
낯선 사람의 말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은 상처의 말은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오랫동안 아픔이 되곤 한다.
말은 화살과 같아서 한 번 입 밖으로 나가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말하기 전에 먼저 생각한다.
이 말이 꼭 필요한 말인가.
이 말이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말인가.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말인가. 그리고 그 질문을 통과하지 못한 말은 과감히 내려놓는다.
살아보니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참는 것이 더 중요했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관계가 무너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마디 내뱉음으로써 평생 쌓아온 신뢰와 관계가 무너지는 경우는 적지 않다.
그래서 인생의 지혜는 말을 더 많이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말을 줄이는 데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침묵이 있다. 비겁한 침묵과 지혜로운 침묵이다.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비겁함일 수 있다.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고, 진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참는 것은 지혜이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 분노를 쏟아내기 위한 말, 관계를 파괴하는 말, 순간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말은 침묵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용기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솔직함을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솔직함은 중요하다.
그러나 솔직함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실은 말하되 배려를 잃지 않아야 하고, 옳은 말을 하더라도 상대의 존엄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같은 내용도 따뜻하게 말할 수 있고, 같은 충고도 상대를 살리는 방식으로 전할 수 있다.
인생의 깊이는 얼마나 많은 말을 했는가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말을 삼켰는가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에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사람,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에도 한 번 더 상대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 이기고 싶은 순간에도 관계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존경받게 된다.
사람을 살리는 말은 생각 끝에 나오고, 사람을 다치게 하는 말은 감정 끝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감정이 앞설 때 한 번 더 멈추며,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살아보니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말은 말하지 못한 말보다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내뱉은 말이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깨닫게 된다.
말의 품격은 화려한 언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절제에서 나온다는 것을.
오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은 아끼지 말자.
감사의 말,
격려의 말,
위로의 말은
주저하지 말고 건네자.
그러나 분노의 말,
상처의 말,
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말이라면 잠시 멈추어 보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는가."
어쩌면 그 한 번의 생각이 관계를 지키고, 신뢰를 지키고, 나 자신의 품격을 지켜주는 가장 큰 지혜일지도 모른다.
26.6.15.
박진하님글입니다
무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