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is the Boss]
방송을 통해 젠슨 황을 보며 새삼 깨닫는다. 세계적인 인물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그의 방송을 보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천재성’보다도 ‘삶의 태도’였다. AI 시대에 지능은 더 이상 희소가치의 자산이 아니다. 정해진 답을 외우고 반복하는 능력은 이미 인공지능이 인간을 압도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명을 품고 살아가느냐이다.
젠슨 황은 이렇게 말했다. “상사는 보스가 아니다. 상사는 일을 되도록 돕는 사람이다. 오직 미션(Mission) 만이 나의 보스다.” 그의 경영 철학은 단순하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말고 목적에 충성하라는 것이다. 조직의 위계보다 문제 해결이 중요하고, 직함보다 사명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시가총액 세계 최고 기업 가운데 하나를 이끄는 회장에게 개인 집무실도, 전용 책상도 없다. 그는 회의실을 옮겨 다니며 일한다. 자신의 공간을 권위의 상징으로 만들지 않았다. 조직의 중심은 ‘사람’이 아니라 ‘미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시계도 차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은 시간을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젠슨 황은 오히려 시계에 묶여 살지 않았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다.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집중력을 쏟는다.
그의 삶은 처음부터 화려하지 않았다. 나와 동시대에 대만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영어도 서툴렀고, 가난한 이민자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열다섯 살 무렵에는 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며 생계를 도왔다. 후일 그가 즐겨 이야기하는 식당 아르바이트 경험은 그의 성실함과 현장 감각을 만든 인생 최고의 학교가 되었다.
1984년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1993년, 서른 살의 나이에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작은 회사를 창업한다. 그 회사가 바로 오늘날의 ‘엔비디아’였다.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창업 초기 엔비디아는 여러 차례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직원들의 월급조차 걱정해야 할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남들이 컴퓨터 그래픽을 게임 산업의 부속품 정도로 여길 때, 그는 미래를 보았다.
그리고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묵묵히 GPU 기술에 투자했다. 당시에는 누구도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은 결국 그가 본 방향으로 움직였다. 오늘날 AI 혁명의 중심에는 엔비디아의 GPU가 있다. 한 사람의 집요한 신념이 인류의 기술 지형도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젠슨 황은 더욱 인상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로봇과 피지컬 AI의 시대가 드디어 시작되었다”라고 말하며 “한국보다 더 잘 준비된 나라는 없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이 제조업, 전자산업, 소프트웨어, 인공지능을 모두 갖춘 독보적인 국가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의 기업가가 한국에 와서 남긴 메시지는 단순한 투자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는 한국이 가진 가능성을 보았다. 기술과 제조업, 도전정신과 교육열이 결합 된 나라가 앞으로 인류 문명의 다음 장을 열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우리가 젠슨 황에게서 배워야 할 교훈은 ‘천재성’이 아니다.
첫째, 사람보다 사명에 충성하라는 것이다.
둘째,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셋째,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는 미래를 끝까지 믿을 용기를 가지라는 것이다.
넷째, 성공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수십 년간의 집념이 만들어 내는 결과라는 것이다.
오늘날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AI 시대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젠슨 황은 두려움 대신 기회를 본다. 남들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걱정할 때 그는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문명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그의 인생은 한 편의 거대한 서사시와 같다. 대만의 한 소년이 이민자의 삶을 견디고, 식당에서 접시를 닦던 청년이 되어, 세계 기술 혁명의 중심에 서기까지. 그 여정을 가능하게 한 것은 IQ가 아니라 사명이었다. 그가 한 말 중에 가장 위대한 말은 어쩌면 이것일지 모른다.
“Mission is the Boss.”
사명이 보스인 사람은 권력에 흔들리지 않는다. 사명이 보스인 사람은 실패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사명이 보스인 사람은 결국 시대를 움직인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그런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앞으로 진보해 왔다.
그러나 젠슨 황의 서사에 나는 문득 헛웃음이 나온다. 세상은 AI가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는 시대로 달려가고 있는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남들은 인공지능을 가르치고, 반도체를 만들고, 로봇에게 걷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데 나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써 놓은 간찰의 초서를 읽기 위해 끙끙대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모두가 우주선을 만드는 시대에 나는 혼자 봉화대에서 연기 올리는 법을 연구하고 있는 셈이다. 젠슨 황이 GPU를 만들고 있을 때 나는 백여 년 전 누군가가 흘려 쓴 ‘謹拜’ 두 글자가 맞는지 ‘敬拜’ 두 글자가 맞는지 확대경을 들고 씨름하고 있었던 것이다.
간혹 나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지금 용을 잡는 기술을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옛날에는 용이 있었다고 믿었으니 용 잡는 기술이 쓸모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용은커녕 도룡뇽도 보기 힘든 세상이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에 고간찰 초서를 공부하는 사람의 모습은 마치 자율주행 자동차 경주장 한복판에서 마부가 채찍질 기술을 연마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묘한 위안도 있다. 세상이 모두 미래로 달려갈 때 누군가는 과거의 기록을 지키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내일을 만드는 동안 나는 어제를 읽는다. 남들이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는 동안 나는 옛사람의 마음을 해독한다. 어쩌면 내가 배우는 것은 ‘용 잡는 기술’이 아니라, 이미 사라진 용이 정말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것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후손들에게는 말할 수 있다. “AI 시대에 남들이 미래를 설계할 때, 나는 홀로 묵묵히 과거의 필적을 해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랑인지 자조적 탄식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霞田 拜拜
2026.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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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