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강( 氷 江)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구례군 토지면에서 나룻배로 강을 건너면 간전면, 지금은 다리가 있어 차로 맘대로 오갈 수 있지만
그때는 나룻배로만 토지에서 간전면을 갈 수 있었다.
그 간전면에 아버님의 누이신 고모님은 우리 아버님과 형제이지만 남매지간에 그렇게 사이좋게 서로 의지하며 도와가면서 사는 모습이 어렸을 때는 그러니 생각하였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해보니 자식들에게 본보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할아버님은 우리 아버님 9살 때에 돌아가시고 우리 할머님은 재가를 하시고
아버님보다 5살 위이신 누나로서 어머니가 집을 떠난 외로움에 손아래 동생을 극진히도 보살핀 것으로 생각하였다.
지금은 두 분 다 고인이 되었지만, 누님 동생 하면서 서로 의지하며 사는 모습 생각해보니 자식인 나로서도 자연히 고모님께 정이 가고 어린 생각에도 보고 싶은 마음이었나 보다.
눈보라 치며 추운 겨울 영하 20도 이상 되었을 것 같다. (당시 겨울 영하 10도는 보통)
하늘에는 눈구름이 덮여있고 눈발이 간간이 내리는데 그날따라 고모님 댁에 가고 싶은 생각에 마음먹고 출발하다.
구례군 토지면 봉소 마을 지나 강둑 위에서 바라보면 강 건너 왼편에 백운산, 바로 맞은편에는 아름다운 오봉산,
바로 아래에는 넓은 모래 백사장을 지나면 천년을 유유히 흐르는 우리 선조님의 얼이 담긴 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모래 백사장에서 강 쪽으로는 오랜 세월에 닳고 닳은 조약돌이 물흐름대로 예쁘게 깔려있다.
나룻배를 타고 문척면 화정리를 지나 간전면 삼산리 고모님 댁을 가려고
강가에서 강 건너 사공을 향해 사공..! 사공..! 몇 번을 목이 터져라, 외쳐보아도 대답은 없고 여울물 흐르는 물소리만 요란하게 들리며
겨울 강 매서운 찬바람만이 얼굴을 스친다.
그래도 고모님을 보고 싶은 마음에 다녀오고 싶다.
강 건너를 바라보니 사공은 강가에 말목을 박아놓고 나무를 대고 벼 집으로 엮어서 바람의지 하는 곳에서 고개를 살며시 비치며 내밀더니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강가를 서성이며 바라보니 강물은 얼음이 꽁꽁 얼었다.
강가^^ 눈보라 치는 찬바람에 강물은 꽁꽁 얼어있고 배가 다니는 길목만이 얼지 않는 것 같다. 다시 강 건너 사공이 있는 곳을 바라보니 사공은 배를 붙들어 놓은 곳에서 떨어져 바람막이 옆에 뽀짝 웅크리고 있는 것이 멀리서나마 바라보인다.
그곳을 향해 두 손을 모아 입에다 대고 목청껏 소리 지른다.
또다시 사공...!
사공...! 외처 본 다 .
멀리서나마 사공은 보이지만 전혀 움직이는 기색이 없다.
그때 강 건너 오봉산 첫 봉오리 밑 강물을 바라보니
배가 다니는 길 외에는 강 전체가 얼음이 꽁꽁 얼어붙었다.
얼음 위를 처다보며 망설이다가
음...음...
저 강을 건너가자 ......
강수심이 깊은 방향 쪽으로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물결이 잔잔하여 얼음이 두꺼워 안전할 것 같았다.
당시 어른들께서 말씀하시기를 강 깊은 수심은 어른 키 열 배는 넘은 다 하셨다.
한 걸음 두 걸음 띠며 걸어가다.
처음 강가에는 어름이 단단하다.
발로 쿵쿵 굴러보니 안전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당시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감이 있었나 보다.
어름 강폭이 200m는 넘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단단한 얼음을 지나면서 맑은 어름 밑으로 파란색 강물이 보인다.
겁도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다.
아마 섬진강에서 수심이 제일 깊은 쪽이 아닌가 싶다, 조심하며 강 중앙쯤 도달하였는데 하얀 거품 같은 얼음을 밟는 순간 뿌지직하며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나며 내 몸은 강물 속으로 풍덩 빠지고 만다.
“............”
후에 생각해보니 그 순간 당황하지 않고 무서운 생각은 들지 않은 것 같다.
구두를 신은 채 발로 헤엄을 가볍게 치며 얼어있는 얼음을 잡으니 찌익 하며 깨진다.
다시 얼음을 붙들고 발을 얼음 위로 올리려 하자 찌찌...익 하며 얼음이 깨지는 것이 아닌가?
몇 차례 반복하였는지는 기억할 수 없다.
지난 후에 생각하니 다행히 그곳은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이라 물살이 세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시도해보니 찌익 소리는 약하게 나지만 발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물속에서 물 위로 올라오는데, 성공하였다.
당황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변을 당하지 않았을까?
온몸은 물이 젖어 줄줄 흐르고 있었지만, 추위를 느낄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강물에서 나와서 서 있으니 흐르는 옷깃 끝에서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몸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 몸으로 다시 얼음 위 강을 걸어가며 강 건너를 보니 두 사람이 내게로 뛰어오는 게 보인다.
나는 무슨 사람이 내게로 오는 걸까?
거리가 멀었지만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을 보니 사공과 다른 한 사람 으로 보인다.
걸어서 강을 다 건너 올 때 내게 달려온 사공은 연신 굽실거리며 잘못했으니 용서하라고 사정한다.
그때 나는 왜 사공이 저럴까 내 일인데, 사공은 자기가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들고서 내게 양말을 벗으라고 자꾸 강권하며 연신 잘못했다고 용서 해주라고 나를 따라나선다.
계속 강권에 못 이겨 신었던 양말을 벗고 사공이 벗어준 양말을 바꾸어 신었다 .
그러나 온몸이 물에 젖었던 몸에서 흘러나온 물이 양말은 다시 물에 젖고 만다.
나룻배 가까이 왔을 무렵 옷을 보니 고모님 댁에 갈 수는 없다,
집으로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나룻배로 뒤돌아 강을 건너 강둑 위에서 강을 바라보며 자신을 바라보니 외투 아래 고드름이 주렁주렁하다.
그제 서야 추위를 느끼기 시작하다.
강을 건너 언덕 위에서 내가 빠졌던 강을 뒤돌아보니 시골 큰 마당만큼이나 둥그렇게 깨진 얼음이 보인다.
내가 물에 빠진 후 어름위로 올라오려고 몸부림을 쳤었나 보다.
하늘에는 눈발이 간간이 흩날린다.
어름이 뒤덮인 강을 바라보며 총 총 걸음으로 눈을 밟으며 집으로 되돌아오다.
2026.6.5
정 창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