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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크랩] 나도 오늘은 부끄럽지 않다/ 오영록

작성자흔들림|작성시간26.06.11|조회수0 목록 댓글 0

나도 오늘은 부끄럽지 않다/ 오영록




나도 오늘은 부끄럽지 않다
살면서 이렇게 당당해 본 적 있는가

쓰러지는 오이 넝쿨을 묶어 올리며
허리를 굽혀
흩어지는 바람을 붙들어 맸다

고구마를 위해 흙 속에 손을 넣고
당근을 위해 돌 같은 땅을 일구고
옥수수를 위해 하루의 땡볕을 견디며
종일 땀의 길을 걸었다

해가 넘어가고 
별들의 박수 속에서 하루가 저물었다

별들이 반짝이는 것이 
하루의 노동을 다독이는 박수였음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동안 나는 
저분들 덕분에
별의 박수와 개구리의 찬양을
값없이 누리며 살았다

나도 오늘은 부끄럽지 않다

새들에게도 
개구리들에게도
나뭇잎에도 
어둠에도 
바람에도 부끄럽지 않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멀리서 이 하루를 바라보신다 해도
끝내 게으름 쪽으로 눕지 않았다고 
나는 부끄럽지 않다

밥숟가락 하나가
천근처럼 무거워도
이토록 당당할 수 있다니

물이 시원한 이유
수박이 달콤하게 몸을 내어주는 이유
물 한 모금이
가슴 끝까지 서늘하게 하는 이유를
오늘 알았다

왜 농부들은
굽은 허리로도
하늘 앞에 당당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나도 오늘은 부끄럽지 않다

어둠이 등을 토닥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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