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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상반기 좋은작품상 수상 작품(동화부문)/ 민희는 할아버지 선생님/ 김민정

작성자동시 김보람|작성시간25.03.24|조회수41 목록 댓글 0
김민정

약력

2016년 순수문학에서 시인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 등단을 했다

시집으로는 강지동 연가, 시간의 기억이 있으며, 동화집으로는 할머니 유치원이 있다.

강원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를 졸업하고 여러 초등학교 독서논술을 지도했으며

현재 춘천 문인협회 사무차장 및 아동문학 분과장을 역임중이며,

그 외 여러 문학회에서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희는 할아버지 선생님

 

                                                          김민정

 

아침 햇살이 민희 방 창문을 환하게 비춘다.

 

어멈아. 매일 아침 밥하느라 고생이 많구나. 오늘 저녁은 외식할까?”

. 좋아요, 아버님.”

저녁 시간이 되자 민희네 가족은 횡단보도 건너 칼국수 집으로 향한다.

할아버지, 빨간불이야. 막 건너가면 안돼요.”

민희가 소리친다.

할아버지는 들은 체 만 체하며 오리처럼 뒤뚱뒤뚱 걸어간다.

 

엄마와 아빠는 유치원 다니는 동생 은규 손을 잡고 걷는다.

식당에 들어서니까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칼국수 집이라더니 다른 메뉴도 많구나. 뭘 먹을까?”

 

식탁마다 태블릿이 놓여 있다.

할아버지가 메뉴를 고른 후 주인을 부르려고 손을 든다.

할아버지, 이걸로 주문해야 돼.”

민희가 태블릿을 가리킨다.

이게 뭐니? 어떻게 하는 거야?”
할아버지가 어설픈 손놀림으로 음식 그림을 올려도 보고 내려도 본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이렇게 하는 거야. 이런 것도 할 줄 몰라?”

민희가 음식을 하나씩 누르니 합계 금액이 뜨고 주문이 완료된다.

, 요즘은 이런 게 어려워서 뭘 시켜 먹으려면 참 난감해. 외식도 못하겠어.”

할아버지, 그러니까 좀 배워. 밤마다 텔레비전만 보지 말고.”

알았다. 알았어. 녀석도 참, 허허.”

할아버지는 멋쩍은 듯 이마를 쓱쓱 문지른다. 할아버지 마음에 구름이 끼어서 얼굴이 흐린 하늘처럼 어둡다.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주문해주면 되잖아.”

네가 다 주문해 준다고? 그럴 수는 없지. 너는 학교에도 가야 하고, 친구 만나러 가야 하고, 놀이터에 놀러 가야 하고. 할아버지도 할아버지 친구들을 만나실 때가 있어. 그럴 때는 어떻게 하니? 그러니까 민희 네가 이참에 할아버지께 주문하는 방법을 잘 가르쳐드리렴.”

엄마가 민희를 타이르고 할아버지를 바라본다.

그러면 할아버지께서 우리 민희한테 맛있는 거 많이 사 주실 거지요?”

할아버지가 웃는다.

당연하지. 우리 민희가 할아버지 선생님 좀 되어주려무나. 세상사는 일이 참 복잡하구나.”

할아버지 요즘은 다 인터넷 세상이야. 할아버지도 배워야 해. 그래야 어디에 가서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지.”

그래. 우리 민희 선생님이 차근차근 가르쳐줄래? 핸드폰으로 전철표를 끊는 거, 식당에 가서 주문하는 거. 어휴, 생각만 해도 벌써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할아버지. 나도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거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그래도 할아버지는 매일 나한테 학교 가라고 하잖아. 사람은 배워야 한다면서.”

엄마가 후식으로 나온 수정과를 민희와 할아버지 앞에 놓아주며 말한다.

아버님, 저 옆집 인순이네 할아버지는 복지관이라나, 그런 데 가서 컴퓨터 배운대요. 아버님도 다니세요.”

그래? 그놈의 영감이 저 혼자만 가서 그런 걸 배우고 있단 말이야? 내겐 입도 뻥긋 안 하고.”

할아버지가 당장 핸드폰을 열어 인순이네 할아버지 번호를 누른다.

 

봄이 되어 옷차림이 바뀌니 민희네 식구들 마음에도 연둣빛 새싹이 돋는 듯하다.

할아버지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현관에서 구두를 찾아 신는다.

어멈아. 나 복지관에 컴퓨터 배우러 간다.”

엄마가 현관으로 따라 나온다.

아버님, 많이 배우고 오세요.”

선생님이 무얼 그리도 많이 가르쳐 주는지. 별천지가 따로 없더라. 내가 이 모양이니 민희랑 대화가 통하겠어? 마음뿐이지. 쯧쯧.”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와서 배운 걸 복습해본다. 복지관에서 배울 때는 쉬웠는데 혼자 해보려니 또 까맣게 잊어버렸다. 되는 게 없다.

민희 선생님. 이리 와서 나 좀 가르쳐줄래? 이게 왜 안 되지? 뭐라고 뜨는데, 당최 뭔 소리인지. 아이고, 혈압 오른다.”

민희가 어깨를 으쓱대며 할아버지 옆으로 가서 앉는다. 민희가 작은 손으로 톡톡, 틱틱, 누르고 두드리니 금세 해결이 된다.

할아버지, 됐지? 내일도 잘 배워 와서 복습해. 모르면 물어보고.”

알았다. 알았어. 우리 민희 선생님이 척척박사구나.”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할아버지는 열심히 복지관에 간다. 집에 와서는 복습하고 민희에게 배운다.


할아버지가 신이 났다. 복지관에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할아버지가 참 바빠졌다.

내일은 서울로 가는 ITX 표를 좀 예약해야 해. 민희야. 한번 볼래? 할아버지가 혼자 해볼 테니.”
민희를 불러놓고, 할아버지가 핸드폰을 한참 동안 만지작거리더니 고함을 친다.

됐다. 됐어. 내가 혼자서 해냈어. 예약했다고!”
민희가 박수를 친다. 엄마도 은규도 박수를 친다. 온 집안에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버님, 축하드려요. 이젠 어디든지 혼자도 잘 다니시겠어요.”

엄마가 무척 기뻐하며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 아버님이 핸드폰 앱으로 기차표를 예매하셨어. 온 가족이 축하 파티해요. 소고기 사 와요.”

민희가 엄마 전화기에 얼굴을 갖다 대고 한 마디 덧붙인다.

아빠. 내가 할아버지 가르쳐드린 거야.”

 

할아버지는 매일 자랑거리가 생긴다.

오늘은 식당에 가서 주문을 내가 했다. 다들 내가 신식이라고 칭찬하지 뭐니.”
민희가 또 한 마디 한다.

할아버지 친구들은 나 같은 선생님이 없대?”

 

왕돈까스 집에 가면 메뉴가 참 많다.

그러면 이제부터 우리가 먹고 싶은 걸 골라 볼 테니 할아버지가 주문해 보세요.”

식구들이 할아버지에게 주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돈까스 두 개, 스파게티 한 개, 모리소바 1. 우동 한 개.”

합계 금액이 뜨고 주문이 완료된다. 할아버지가 씩 웃는다.

식구들이 모두 축하해 준다.

아버님, 멋지십니다. 저도 나이를 많이 먹더라도 기 안 죽고 열심히 배울게요.”

그래그래. 나도 회사에 다닐 때는 내가 늙어서 이렇게 버벅거릴 줄 몰랐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거야. 인생은 계주야. 계주 뛰듯 배우고 또 배우자.”

할아버지 목소리에 기운이 넘친다.

 

민희는 요즘 자신감이 생긴 할아버지가 참 보기 좋다.

아버님. 봄엔 꽃샘추위가 매우니 감기 조심하세요.”

엄마가 할아버지에게 머플러 선물을 드린다. 할아버지가 얼른 머플러를 목에 두른다.

친구들이 음식점에 모였는데, 주문하는 게 어렵다고 나를 불러내지 뭐니. 허허허.”

민희가 할아버지를 향해 엄지를 치켜든다.

우리 할아버지는 일등 학생이야.”

우리 민희 선생님이 일등 선생님이지.”

민희도 귀찮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씩씩하게 학교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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