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국궁공부방

[스크랩] 발시(發矢)

작성자박용민(반구제기)|작성시간11.03.09|조회수921 목록 댓글 2

 

 

발시(發矢)

 

 

드디어 발시의 순간..

지금까지의 모든 자세와 동작이 결국은 이 한 순간을 위한 것.

그야말로 활쏘기의 핵심.

 

밀고 당기기, 겨냥.. 그리고 굳힘.

순간의 기다림과 점검 후에 드디어 살을 낸다.

깍지손을 활짝 펴며 뒤로 빼고 줌손을 밀어준다.

그 동작 하나하나를 생각해 보려고 하는데... 그에 앞서 호흡에 대해서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처음에 살을 메기고 활을 쥔 상태에서 호흡을 고르고..

거궁에서 가슴을 비우고 숨을 끌어들여 아랫배에 채우고..

활을 밀고 당길 때 상체를 틀면서 아랫배에 채운 기운을 틀어 응축을 시키고..

이제 발시의 순간이 왔는데..

이미 발시 직전 굳힘의 순간에 점검한 것과 같이 단전은 강하게 꼬여있어야 한다.

활의 힘은 만작에 저장되어 있으며 사람의 힘은 단전에 모인 것이다.

물론 단전에 호흡(힘)을 모을 때 단전의 힘 자체로 힘을 모아야지 기도를 막아 억지로 기운을 가두려고 하면 안 된다.

이 상태에서 발시의 모든 동작이 이뤄지며..

발시가 끝난 잔신의 동작에서 호흡을 풀어주도록 한다.

 

그럼 다시 발시의 동작으로 돌아가서...

 

우선 발시가 이뤄지는 동작의 순서상 깍지손 빼기를 먼저 생각해 보자.

물론 시위를 놓아주는 동작이다.

그러나 놓는 것만으로는 족하지 않아 깍지손 빼기라는 말을 사용한다.

시위를 놓아주되 깍지손을 뒤로 빼면서, 시위를 채면서 놓아준다는 것이다.

 

과연 시위를 채준다면 얼마나 채줄 수 있을까?

사실 시위를 당길 수 있을 만큼 당겼다면 뒤로 더 빼줄 여유는 많지 않다.

지나치게 뺐다가는 몰촉의 위험을 직면하게 된다.

그러니까 실제로 채준다 하더라도 반 치, 혹은 그보다 더 짧은 거리일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만작으로 당겨준다면 충분히 그 값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채줘야 하나?

 

앞글에서 말했듯이 밀고 당기기, 그리고 발시의 순간을 요약하는 전추태산 발여호미(前推泰山 發如虎尾)라는 요결은 결국 기세에 관한 것이다.

바로 그 기세가 문제다.

 

살을 냄에 있어서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퇴촉이다.

퇴촉은 시위를 놓는 순간 깍지손이 줌손 쪽으로 딸려가는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활이 그만큼 힘을 잃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당긴 그 자리에서 시위를 놓아주는, 소위 봉뒤의 동작이다.

이미 당겨놓은 그 이상의 힘은 더할 수가 없다.

만작의 힘을 의지할 뿐이다.

봉뒤 후에 손을 빼주는 것을 두벌뒤라고 한다.

살 나가는 기세에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전혀 다른 동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살의 길이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반 치가 아니라도 좋다.

퇴촉도 아니고 봉뒤도 아닌...

일 푼이라도 기세를 더하기 위하여 깍지손을 뒤로 빼면서 시위를 놓아주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하면 명중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일관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늘어나게 된다.

적중률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며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런 미묘한 것에도 일관적일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한 단계 높은 활쏘기를 성취하게 되는 것이니.. 그 또한 국궁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깍지손을 빼줄 것인가?

화살이 향하고 있는 그 선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반대방향, 즉 뒤로 빼줘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활 나가는 방향이 흔들리게 된다.

일관성에 또 다른 적을 만드는 것이다.

깍지손을 정확하게 뒤로 빼기 위해서는 반드시 깍지손 팔꿈치가 먼저 뒤로 빠져야 한다.

그러나 깍지손 팔꿈치는 이미 만작으로 뒤로 빠져있는 상태.

더 이상 후방으로 빠질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팔꿈치는 등 쪽, 그리고 아래쪽 방향으로 떨어져야 한다.

그러면서 깍지손을 뒤쪽 일직선으로 뽑아줘야 한다.

팔꿈치는 뒤/아래로 떨어지고 깍지손은 뒤로 빠지는 것이다.

 

사실 깍지손이 빠지면서 살의 추진력과 추진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다.

일단 시위가 깍지손을 벗어나면 그야말로 살은 떠나고 난 후다.

그 찰나의 순간을 가차 없이 집행하는 것이다.

깍지손 빼기를 마치 거머리를 떼어 내팽개치듯 하라고 한다.

이는 던진다기 보다 흩뿌리라는 것이다.

결국은 기세(氣勢)의 문제인 것이다.

 

깍지손을 이렇게 빼면 자연스럽게 뒤 아래로 떨어진다.

소위 말하는 “호랑이꼬리” 모양이 되는 것이다.

당길 때도 호랑이꼬리를 당기듯.. 흩뿌리고 난 팔도 호랑이 꼬리 뒤처지듯..

그것이 발여호미라는 요결이 보여주는 깍지손 빼기의 묘미인 것이다.

 

만일 깍지손을 뺄 때 팔꿈치가 먼저 떨어지지 않고 깍지손을 빼게 되면 깍지손이 위, 혹은 바깥쪽으로 돌게 된다.

흔히 벗깍지라 불리는 동작인데 이것은 추진력에 있어서도 방향에 있어서도 해로운 동작이다.

그런데 벗깍지로 살을 내면서도 적중에 그리 큰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는 벗깍지로 생기는 착오를 극복했거나 아니면 활의 진로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두벌뒤, 즉 살 떠난 이후의 불필요한 동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벗깍지는 겉보기에도, 실질적으로도 도움이 안 되는 하수(下手)가 아닐 수 없다.

깍지손 빼기에 대해서는 잔신(殘身)에서 줌팔의 움직임과 함께 다시 한 번 언급이 되리라.

 

그 다음은 줌손이다.

깍지손이 먼저고 줌손이 다음이다.

그 이유는 살을 낼 때 깍지손을 먼저 놓아주고 그 다음에 줌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살은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깍지손을 떠난 후에도 시위에 걸려서 앞으로 진행을 한다.

그 순간에 줌손을 어떻게 움직여주느냐..

화살의 방향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추진력을 강화해 주느냐 하는 것이 줌손의 과제다.

살이 시위에 걸려있는 동안에만 할 수 있는 것이니 지난(至難)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이 일을 시간을 따져가며, 혹은 줌손의 움직임을 생각해 가면서 하고자 한다면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줌손의 움직임을 가르쳐주는 요결... 그것이 바로 전추태산(前推泰山)이다.

 

활을 밀되 마치 태산을 미는 기분으로 밀라.

그렇게 활을 밀지만 미는 기세는 만작에서 멈추지 않는다.

계속 미는 것이다.

비록 줌팔의 한계, 그리고 뒤에서 쥐고 있는 깍지손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지경에서도 기운은 계속 앞으로 뻗치는 것이다.

전추태산 발여호미는 역시 기세(氣勢)에 관한 요결임에 탄성을 금할 수 없다.

전장(戰場)을 향하여 치닫고 싶어 하는 전마(戰馬).

고삐에 매여 푸레질을 하고 있는 그 전마처럼 줌손은 그 기세로 활을 밀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깍지손으로부터 진격의 명령이 떨어졌다.

 

한국 활쏘기의 모든 특징들이 바로 이 순간을 위한 것이다.

활의 구조, 자세, 그리고 쏨세가 다 이 발시의 순간에 초점을 맞추어 흘러오고 있다.

비정비팔 흉허복실.. 그것은 자세와 호흡의 요결이며..

살을 줌통의 앞쪽으로 메기는 이유..

활 잡는 법, 특히 하삼지 흘려쥐기, 반바닥으로 밀어주기는 이제 여기서 진가를 발휘한다.

검은죽(중구미) 엎기, 멍에팔, 짚동 안듯 하는 자세.. 이런 것들이 다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어떻게 진가를 발휘하나?

바로 잡고 바로 밀어야 한다.

미는 기세에 대해서는 이미 얘기했다.

잡는 것도 벌써 얘기했다.

하삼지 흘려쥐기, 반바닥 밀기다.

거기에 전추태산의 기세를 더해서 밀고 있다.

그리고 깍지손이 떨어진 후.. 아니 그와 동시에.. (전후를 따질만한 경황이 없기 때문이다.)

줌손을 과녁으로 찔러 넣는다.

물론 만작으로 밀고 있었기 때문에 줌손을 앞으로 찔러주기에는 팔의 속도도 그렇고 팔의 운동범위도 그렇고 한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거리나 속도는 썩 중요하지 않다.

기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화살은 줌손을 밀어주는 것보다는 쥐는 방법에서 더 큰 가외의 힘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차피 더 밀어줄 수 없는 줌팔은 바깥으로 흘러나간다.

 

그러면 화살은 떠나고..

양 팔은 앞뒤로 활짝 펼쳐지고..

가슴은 활짝 열리고..

살이 나감과 동시에 줌손은 그 동안의 모든 기세로부터 해방되어 풀어준다.

그러면 활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앞으로 숙는다.

활의 윗장이 전면을 향하게 되고 시위는 아래쪽으로 처지게 된다.

발시가 끝나고 잔신의 시대가 왔다.

이제 날숨과 더불어 뭉쳤던 단전도 풀어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줌통을 막줌으로 쥐고 버텨준다.

(심지어 전통사법을 추구한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깍지손 빼는 것에는 엄청난 지면을 할애하면서 줌손에 대해서는 별로 말이 없다.)

깍지손은 봉뒤로 낸다.

그렇게 해서 혹시 잘 맞는지 모르겠다.

잘 맞힐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명중은 일관성의 문제.

일관성을 가장 쉽고 빠르게 성취하는 게 목적이라면 일관성을 해칠 수 있는 변수들을 제거하면 된다.

그것은 막줌에 봉뒤다.

거기에 기세는 없다.

발시의 호연지기와 잔신의 멋은 찾을 수가 없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호쾌하고 멋있고 낭만적인 한국 활쏘기에서는 어떻게 적중률을 높일 수 있을까?

이미 “잘 쏘는 활, 잘 맞히는 활”에서 언급한 바가 있거니와 적중률은 한국 활쏘기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잘 쏘는 것이 무엇인가?

사법에 따라서 일관적으로 쏘는 것이다.

사법에서 기인하는 여러 가지 변수들도 슬기롭게 극복해서 천시(千矢)가 여상(如常)하게 쏘아야 한다.

그러면 적중률도 높아지리라 확신한다.

막줌에 봉뒤로도 적중률을 높일 수 있지만 전추태산 발여호미의 전통 사법을 제대로 따르면서도 적중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설혹 지금 당장에는 덜 맞더라도 더 잘 맞힐 수 있는 미래를 생각하며 전통사법에 충실한 것이 진정한 한국 활쏘기, 국궁의 모습이 아닐까?

 

 

사족(蛇足)

혹자는 발시라는 말보다 이전(離箭)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고 강조하기도 하는데 나는 수동적인 의미의 이전보다는 능동적인 의미로서의 발시가 문법적으로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활쏘기는 어디까지나 활쏘기다.

주체가 활꾼이다.

물론 활꾼이 활쏘기에 능통하게 숙달되어 살이 절로 나가는 경지가 된다면 모를까...

그렇다 하더라도 활쏘기는 화살 쏘이기가 아니라 화살 쏘기라는 것.

활쏘기, 특히 발시의 과정은 활꾼들의 반복적인 훈련 가운데 이뤄지는 의도적이고도 숙달된 활쏘기, 발시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전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음.)

 

 

완전하진 않지만 약간의 사진 첨부.

 

 

만작, 굳힘의 자세.. 턱이 약간 들린 느낌. 조금만 숙여줘도 좋겠다는...

 

발시의 순간.. 깍지손이 화살방향의 직후방으로 빠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깍지손 팔꿈치가 먼저 뒤/아래쪽으로 떨어져야 한다.

 

깍지손 팔이 뒤, 아래로 빠지고 있다. 살은 이미 떠난 상태..

 

가슴이 활짝 열린다. 활의 윗장이 앞으로 숙었다.

 

반바닥으로 밀어주는 힘 때문에 활대가 돌면서 시위가 아래쪽으로 떨어진다. 앞팔과 뒷팔이 서로 균형을 잡아주는 잔신으로 마무리된다.

(끈에 매달린 화살이 돌아오는 것을 보다 보니 고개가 들렸다.)

 

 

 

 

 

 

안전하고 즐거운 활쏘기 되시기 바랍니다.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활터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박용민(반구제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3.09 같은 원리와 같은 궁체로 내는 분을 뵈오니 반갑습니다~~ ^^
  • 작성자박용민(반구제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3.10 여기서 제생각을 약간 첨언하면... 깍지손은 거궁자세에서 어깨로 당겨 (어깨를 열면서) 내려야 한다는 것이고.. 또한가지는 만작, 가입 후 발시 순간에 호흡이 약간 들여 마신다는 것입니다. 아니 약간의 호흡이 들어 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몸도 편하고 잔신도 생깁니다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