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야, 엄마 염색할 건데 좀 도와줘.
목덜미 뒤쪽에 흰머리가 많던데 보이지 않으니...."
아라는 하던 일을 덮어 놓고 다가 와서 빗으로
염색약을 발라 주면서
"엄마, 언제까지 염색할거야?
할머니들 흰머리도 멋지게 보이던데?" 하였다.
"글쎄, 흰머리하고 다니는 것 아직 자신이 없어.
아마 아라가 시집가서 엄마곁에 없으면 그때는?" 하였다.
"ㅎㅎㅎㅎ....그때는 미장원가서 하면 되지?"
그러나 짠순이인 나는 미장원가서는 아마도 염색을 하지 않을것 같다.
딸 아라가 목덜미와 뒷머리를 빗질해주는 손길을 느끼면서
문득 돌아가신 친정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염색을 좀 도와달라고 하였을때,
나는 귀찮다는 생각과 함께
그냥 흰머리로 당당하게 사시면 될텐데
왜 염색을 하시는지 궁금하였다.
그때는 내가 젊었으니,
늙는다는게 어떤 감정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오래전 여학교 총동창회를 하는날.
선배 언니들이 멋진 정장을 하고 하얀 머리로
교정에 들어오시는 것이 아주 멋지고 당당해보였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흰머리로 당당하게 살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지금 내가 그 선배언니들의 나이가 되었는데도
흰머리로 남의 앞에 나서는게 쉽지 않으니
아마도 내가 원하는 위치의 사람이 되지 않았기 때문일것이다.
내가 소망하였던 그 꿈을 이루었다면
아마 지금 나는 흰머리로 당당하게 살고 있을텐데....
언젠가 나도
흰머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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