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아들아, 딸아!
내가 훗날 늙어 걸음이 자꾸 느려지거든 조급해
하지 말고 잠시 내 걸음에 맞추어 함께 걸어주겠니...
예전에는 너희의 작은 손을 잡고 넘어질까 봐 한 걸음 한 걸음
세상 길을 가르치며 천천히 걸었던 내가 아니었더냐.
아들아, 딸아!
내가 늙어 같은 말을 자꾸 되풀이하거든 귀찮다 말하지 말고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조용히 들어주겠니...
너희가 어릴 적 글자를 몰라 헤맬 때
내가 곁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손을 잡고
읽어 주었듯이
이제는 너희가 내 삶의 글자를 천천히 읽어주면 좋겠구나...
아들아, 딸아! 내가 늙어 기억이 자꾸 흐려지거든 잊어버린
이름 하나쯤 대신 불러주겠니...
세월이 내 어깨에 내려앉아 지난 날들이 바람처럼 흩어질 때
너희 목소리 하나가 내 마음의 등불이 될 것이다.
언젠가 내가 늙어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게 되거든
더럽다 하지 말고 조용히 치워주겠니...
너희가 어릴 적 내가 아무 말 없이
똥오줌을 치우며 밤새 너희 곁을 지켰던
것처럼 너희도 그 마음으로 나를 잠시만 보살펴 주면 좋겠구나.
아들아, 딸아!
언젠가 내가 세상의 길 끝에서 잠시 쉬어가게 되거든
너무 슬퍼하지 말고 내 손을 한번 잡아다오.
그리고 말해다오.
“아버지(어머니) 그동안 저희를 길러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 한마디면 나는 다시 따뜻한 길 위에 서서
조용히 눈을 감을 수 있단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