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김서연
집 앞
어디에서 들려오나 저굉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더니
집앞 도랑건너 남의 땅
지난해 묵어 갈대가 된
개망초
거침없이 파헤치는 포크레인
오 미터~ 칠미터의 긴 네모의
오미터 깊이로 구덩이를 파는 포크레인
끔찍하다 사람이 죽어 매장을 할 때
파내는 광정구덩이 크기만 다를뿐
시뻘건 하마의 입
바로 쫓아가 왜 이렇게 흙을 파요?
땅속에 유물이 있나해서요
신도시 공사중에 유물이 나오면
공사를 중단해야 하니까요(기약없이)
아 그래요
혐오스런 이구덩이가 언제까지 있으려나
어릴 때 서러웠던 저 구덩이.
박재 박물관
김서연
연천 산기슭에 자리한 박재박물관
들어서자 와~ 살았네
사람의 형상
생활속의 옛 모습
옛 추억을 펼쳐 놓았다
절구질하는 한복의 두처녀
맷돌앞에 아주머니
기웃둥 지게진 총각의 댕기머리
살아 숨쉬는 피사체
다색의 색상들
살아 숨쉬는 정물화
우리 상자에
날개를 활짝펴고 바람을 일으키는
까만 눈동자의 박재 독수리.
이사를 왔다
김서연
관엽수 침엽수가 이사를 왔다
아파트 베란다의 고이 모셔졌던
다색의 생명들이 5월 어느날
다둥이 위해 방수를 늘리려
이사를 한다는 아들부부
이십여년 정성을 쏟던 초록의 생명체
활엽수 침엽수 넝굴나무 십여 수
이 생명들이
마포 아파트에서 개인주택인
경기도 화전으로 이사를 왔다
어느 날
이게 웬 태평양
마음껏 숨을 내쉬는 자유
넓은 뜰 앞마당에 푸르름을 토해낸다
정막속의 삶도
살다보면 자유를 맛본다
정원 속 희망의 날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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