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마티네 영상음악회
2012년 12월 20일(목) 오후 2:30∼4:30
진행 및 해설 : 서 건 석
1. Bach : Toccata and Fugue BWV 565 ……………… Bach(1685-1750)
(바흐 : 토카타와 푸가 BWV 565)
Organist : Hanse-Andre Stamm
토카타는 전주곡이나 환상곡과 같이 기교가 화려한 기악곡으로, 특히 오르간과 클라브생, 피아노와 같은 건반악기를 위해 쓴 곡입니다. 푸가는 돌림노래나 카논처럼 한 성부를 뒤따라가면서 다른 성부가 모방하며 곡을 진행해가는 걸 말합니다. 바흐는 푸가의 대가였습니다. 푸가에 대해 알고 나면 바흐 음악의 묘미를 한층 더 깊이 느낄 수 있고, 음악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Bach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는 웅장하고 장대한 파이프 오르간을 위한 곡입니다. 이 곡은 비록 오르간이라는 기악곡에 불과하지만 바흐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듯합니다. 장중하게 음이 겹치면서도 찬란한 소리가 나는 파이프 오르간이 뿜어내는 <토카타와 푸가 d단조>를 듣다 보면 ‘날아갈 듯 무거운’ 감을 받을 겁니다. ‘날아갈 듯 무거운’, 서로 상반되는 듯한 이 두 가지 표현이 장엄하면서도 다이내믹한 <토카타와 푸가 d단조>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입니다. 엄숙함, 그리고 종교적 경건함이 절절하게 흐릅니다. 토카타로 사람의 심정을 두드려 놓고는 푸가로 뒤흔듭니다. 속죄의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웅장미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음악인 이 <토카타와 푸가>를 오르간 연주로 들어본 사람이라면 비록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뭔가 큰 불덩어리 같은 것은 가슴 속으로 밀치고 들어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그의 음악은 어느 것이나 경건성과 애절한 기원을 담고 있는 점이 특징인데 이건 기독교 신앙이 바탕에 짙게 깔려 있는 탓이라고 보면 됩니다.
2. Kol Nidrei Op. 47 ……………………………………… Bruch(1838-1920)
(브르흐 : 콜 니드라이 Op. 47)
Cello : Mischa Maisky Conductor : Yuri Temirkanov
Orchestra : Petersburg Philharmonic Orchestra
첼로 독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형태로, 한마디로 단악장의 첼로 협주곡과 흡사한 형태인데, 1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곡 안에 마치 크고 깊은 호수가 들어있는 느낌을 주는 곡입니다. <콜 니드라이>는 히브리어로 ‘신의 날’이라는 뜻인데, 유대교회에서 속죄의 날에 부르는 찬미가입니다. 그런데 브루흐가 전통적인 악곡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환상곡을 만든 것입니다. 본래의 선율에 첼로 독주와 관현악 반주로 변주시킨 환상곡으로 오늘까지 사랑 받는 음악을 만든 것입니다.
곡은 단악장이지만 내용상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 부분은 가늘게 울려나오는 첼로의 우수 어린 선율이 폐부 깊숙이 스며들 정도로 조용하게 진지한 멜로디를 담담하게 이어갑니다. 아름다우면서도 명상적입니다. 그러다가 두 번째 부분에 이르면 관현악이 장엄하게 압도되어 나오고 슬픔을 밀어내듯 음악이 밝아지고 커집니다. 밝아진 첼로의 선율이 이어지면서 느껴지는 엄숙함, 후반부가 장조 음악으로 바뀌어 한층 밝고 힘 있는 멜로디가 나오다가 영롱한 하프 소리가 계속됩니다. 전반부가 기도요 명상이요 어루만져주는 대화라면 후반부는 목소리는 없지만 합창이 울려나오는 듯합니다.
3. Symphony No. 9 'Choral' Op. 125 …………… Beethoven(1770-1827)
(베토벤 : 교향곡 제9번 ‘합창’ Op. 125)
Conductor : Karajan Orchestra : Berlin Philharmoniker
Chorus : Vienna Singverein
Lella Cuberli(soprano) Helga Muller Molinari(alto)
Vinson Cole(Tenor) Franz Goundheber(Baritone)
베토벤 음악에서 절정의 예술성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음악사상 최고의 교향곡입니다. 누구는 말하기를 인간의 힘으로 쓸 수 있었던 가장 완전하고 위대한,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호소하여 압도적 감동으로 인도하는 교향곡, 그건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 <합창>이라고 했습니다. 정식 표제는 <실러의 송가(환희에 붙임)에 의한 종결합창을 수반한 관현악, 독창 4부와 합창을 위한 교향곡 제9번>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교향곡은 베토벤이 자유와 평등, 인류애를 외쳤던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노래’에서 받은 감동을 30여 년에 걸쳐 작곡한 곡입니다.
4악장에서 다른 어느 악기도 아닌,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환희의 송가’를 불렀습니다. 실러의 송시에 독창, 중창, 합창으로 이어지는 ‘환희의 송가’는 절망을 이긴 자만이 창조해 낼 수 있는 신비스럽고도 감동적인 환희를 선사하며 모든 사람에게 경이로운 존경심을 남겨줍니다. 인생을 긍정하는 기쁨의 세계관을 고조하는 climax에서 “오! 벗이여, 우리들은 더욱 즐거운 더욱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지 않으려는가!” 베토벤은 ‘환희의 송가’를 통하여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소나타 형식의 1악장은 그 서주가 신비로우며 이 작품 전체의 성격을 암시하듯 인생의 긴 여정을 연상시킵니다. 천지가 생겨나는 듯한 우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도 합니다. 피아니시모로 시작하는 1마디부터 16마디에 이르는 crescendo는 17마디에 와서 포르티시모롤 급격하게 터져 나오는데 이 부분이 우주에서 지구가 생겨나는 듯한 느낌으로 와 닿습니다. 강렬한 의지와 분투가 느껴집니다. 2악장은 일반적으로 느리고 조용하게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느린 안단테를 버리고 밝으며 빠르고 쾌활한 몰토 비바체를 들려줍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팀파니의 힘찬 포르티시모와 매우 빠른 몰토 비바체로 시작하여 짧은 시간 동안 오케스트라 전체가 있는 힘을 다해 연주합니다. 그러다 돌연 눈부신 새로운 주제가 꽃피고, 잠시 느긋한 휴식이 찾아옵니다. 3악장은 반대로 미뉴에트나 스케르초 대신 온화한 아다지오를 들려주고 있는데, 조용한 명상 가운데서도 정열에 잠긴 번뇌가 떠돌면서도 아름다움이 차 있습니다. 그의 교향곡 3악장들은 대부분 약간 경쾌하고 빠른 템포로 되어 있는데, 이 3악장은 오히려 아다지오 몰토 칸타빌레로 느린 선율로 작곡되어 낭만적인 부분으로 손꼽힙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답습니다. 예술적 품위가 느껴지며 시적 정취가 넘쳐흐릅니다. 4악장은 불협화음을 대담하게 사용한 빠른 도입부로 시작되어,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이제까지의 악장에 나온 여러 가지 주제를 차례로 반복되면서 환희의 가락으로 점점 고조됩니다. 목관에서, 저음의 현에서 환희에 찬 가락이 터질 듯이 밀려나옵니다. 이것은 투쟁, 열정, 사랑을 걸쳐 환희에 이르는 주제를 도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낮게 가라앉은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주선율이 점차 확대되어가는 모습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답고 장려한 느낌을 줍니다. 드디어 유명한 <환희의 송가> 선율이 점점 악기의 수를 증가하면서 부풀어 오릅니다. 이어서 바리톤의 독창에서 합창으로 번졌다가, 테너가 독창하는 행진곡 가락이 튀어나옵니다. 그 뒤에 대 클라이맥스로 올라가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듭니다. 후반을 장식하는 이 독창, 중창과 합창의 매력은 빼놓을 수 없는 압권입니다. 이 노래들은 어떤 냉정한 마음이라도 녹일 만큼 경건하고 순수한 선율로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전해줍니다. ‘모든 인간은 한 형제’라는 환희의 송가를 통해 모두가 하나 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가슴이 터질 듯 감도는 환희와 열정을 온몸으로 느껴 보시기를 바랍니다.